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73화 (273/335)

273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73)

중국 고위 관료들의 컨펌을 받은 중국비철금속광업집단회사는 수호이 로그 금광을 558억 4천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고 세간에도 그 사실이 알려졌지만.

계약이 체결됐어도 JHJ Capital은 대금을 일시불로 받아 내진 못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558억 4천만 달러를 한 번에 지불하기엔 중국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호준 또한 1년 안에 대금 지불을 완료할 수 없는 중국의 상황을 이해했다. 중국의 상태를 리만 브라더스와 신용부도 스와프, 원유 선물로 중국에 1천조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안겨 준 게 바로 자신이잖은가?

때린 놈이 맞은 놈의 사정을 봐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긴 했다.

‘나한테 덜미를 맞지 않았으면 558억 달러를 일시불로 지급할 수 있었으려나?’

정호준이 개입한 2회차의 역사 속에선 아무 의미 없는 가정이었긴 했지만 궁금하긴 했다.

어쨌든 계약금으로 200억 달러를 선금으로 받고, 12월에 100억 달러를. 2012년 6월에 100억 달러, 2013년 1월에 158억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 체결이 완료되었다.

2011년 4월 22일. 200억 달러가 JHJ Capital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중국이 수호이 로그 금광을 매입한 사건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지만 한국에서도 꽤 크게 다뤄졌다. 규모가 규모인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한국 또한 수호이 로그에서 나오는 금을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에 수호이 로그 금광을 매각한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한국 기업에게는 적신호?!]

[중국 정부, 한국으로 향하던 물량의 절반을 중국 쪽으로 돌리겠다 선언!]

정부는 이미 한국 쪽으로 향하던 물량 절반을 중국으로 돌릴 거란 중국 정부의 통보를 받았다. 중국의 이러한 통보조차 11년대는 아직 중국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기에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준 통보였다.

금광의 매각으로 한국이 시끄러워졌지만 정호준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볼 수는 없는 거잖아?’

* * *

200억 달러. 한화로 환전하면 24조 원에 달하는 돈이 계좌에 입금됐지만, JHJ Capital의 행보에 큰 변화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200억 달러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 돈이 없어도 JHJ Capital의 자금 상황은 매우 좋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물자산 정리 부탁드립니다.

돈이 생기면 모조리 써 버리는 경향이 강한 정호준이지만, 정호준은 언제나 계좌에 소모한 돈 이상의 것을 채워 넣었다.

식량 쪽을 제외해도 JHJ Capital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실물자산(금, 은, 철, 구리, 고무, 아연 등)을 사들이는 데 쏟아부은 돈은 약 377억 달러.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디폴트 사태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후부터 모든 자원은 가치가 폭등했다.

2011년 자원의 가치는 2008년과 비교해 약 2.66배 이상 상승했다.

“지시하신 대로 실물자산 매각 모두 완료했습니다.”

2008년부터 꾸준하게 사들였다는 말은 값이 올랐을 매입하기도 했다는 거지만, 그래도 수호이 로그에서 금광석을 채광 후 가공해서 미국으로 보내진 금괴까지 합하면 377억 달러는 1,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변모했다.

실물자산팀이 매입한 실물자산 외에도 JHJ는 막대한 양의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가 갚아야 할 채무지.’

2008년. 스비르 은행이 정호준이 사들였었던 CDS로 인해 127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화가 빠져나갈 위기에 외화 대신 현물(금, 은, 철, 구리, 다이아몬드 등)로 받기로 약속했다. 그 당시 시세로 127억 달러에 달하는 자원을 3년 동안 분할에서 납부하기로 정리했었다.

러시아야 넘쳐나는 게 자원인지라 흔쾌히 수락했던 건데, 그 당시 127억 달러를 주느니만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당시 시세로 127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자원은 현재 3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뭐, 이제 와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뿐이고, 러시아에서 이렇게 자원의 가치가 오를 걸 예상한 사람이 있겠냐마는.’

당시 127억 달러가 인출되면 탈출 러쉬가 시작됐을 수도 있다는 가정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어쨌든 단순히 숫자만 비교했을 땐 재정적으로 막심한 손해였다.

-수호이 로그 금광 매각금 200억 달러

-러시아 채무 300억 달러

-실물자산 매각금 1,000억 달러

2011년 4월. JHJ Capital은 일본에서 선물과 환율 등을 통해 얻어 낸 돈을 제하고 1,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JHJ Capital은 2008년에 이어 또 한 번 대성공을 거뒀다.

* * *

C&L 인베스트먼트와 리처드 캐피탈의 산세이 은행 지분 13%를 얻어 낸 JHJ Capital은 유니버셜 뱅크와 JHJ Capital의 자금을 쏟아부어 주식을 사들였다.

시장에 풀리는 주식들은 사들이는 건 물론이고, 대주주였던 C&L 인베스트먼트, 리처드 캐피탈과 지분 교환을 벌였던 것처럼 대주주에게 접근했다.

대주주 중에는 외국계가 아닌 일본계 자금 또한 다수 존재했다. 외국계나 일본계가 쥐고 있는 지분은 지분 교환 형식이 아닌 직접 돈을 주고 주식을 사들였다. C&L 인베스트먼트와 리처드 캐피탈보다 급이 낮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헤지펀드들은 JHJ Capital의 위세에 눌려 공모 기업 선정에 포함해주겠다는 조건만 받고 현시가에 매입했고 말이다.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금방 터져 나왔다.

-JHJ Capital(유니버셜 뱅크)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식을 매각할 의사가 없습니다.

산세이 은행의 주식은 JHJ Capital과 유니버셜 뱅크의 주식 매입으로 인해 주가가 오른 상태였다.

930엔에서 970엔 사이를 오가던 주식이 주당 970엔에서 1,000엔 사이를 오르내리는 상황인데, 비밀리에 회동해 담합이라도 했는지 일본계 회사들은 자신들의 주식을 주당 1,200엔에 사 달라고 떼를 썼다.

“일본계 회사들이 2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욕심이 과하네요.”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으면 절대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답니다.”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말을 들은 정호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세이 은행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경영이 어려운, 망하기 일보 직전인 은행이 아니다. 그저 아주 조금씩 뒤로 걷는 은행에 불과했다.

괘씸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지분 가진 쪽이 ‘갑’이었다.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죠 뭐. 프리미엄 달라는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프리미엄 비율을 조금 줄여 보죠. 일단 15%를 부르고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거로 합시다.”

호구처럼 원하는 걸 모두 내어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정호준은 협상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 제공 비율을 조금 수정하고자 했다.

비서팀은 일본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정호준의 의사를 알렸고, 수호이 로그 금광을 매각할 때처럼 밀고 당기는, 아니 정확히는 당기기만 하는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항상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고 정호준이 자조했던 것처럼 JHJ Capital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었다. 협상장에 나온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20%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며칠 뒤 비서팀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도저히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전달받은 정호준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20% 주는 거로 하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고, 이미 시장에 풀린 주식을 전부 사들이고 주식 교환까지 해 가면서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말.

다만 배짱을 튕긴 행위로 자신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을 감추진 않았다.

“대신! 20%의 프리미엄을 받고 주식을 넘긴 기업들의 이름을 기록해 주십시오. 기회가 되면 오늘 진 빚을 갚아 줘야 하니까요.”

나중에 두고 보겠다는 말은 약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지금껏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힘 있는 이가 두고 보자고 말하니 공포감이 서리는 것을 확인했다.

‘겨우 수백만 달러를 더 받으려고 대표님을 적으로 돌리다니, 세상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게 아닐까?’

“예, 알겠습니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의 이름을 적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두라는 말에 비서들은 우리 대표도 쪼잔하다는 생각과 갑자기 돋은 소름을 감추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JHJ Capital은 일본계 자금이 보유 중인 산세이 은행 주식 46,943,310주(23%)를 563억 3,200만 엔에 매입했다. 20%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약 400억 386만 엔이 소요됐으니. 43%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963억 3,586만 엔을 사용한 셈이었다.

963억 3,586만 엔. 한화로 환전하면 9,633억 5,860만 원을 사용한 것.

JHJ Capital은 43%의 지분은 사들이고 13%의 지분은 지분 교환으로 이미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남은 건 일본 정부와 기관이 보유 중인 28%의 지분과 미국의 투자펀드 JD플라워가 보유 중인 16%의 지분뿐이었다.

* * *

미국계 대기업과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제하고 발행된 모든 주식을 사들인 정호준은, 일본 정부의 주식을 넘겨받기에 앞서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JD플라워를 찾았다.

정호준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이동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경호원과 함께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명의 중년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JHJ Capital의 호준 정입니다.”

“JD플라워 공동대표 크리스토퍼 조셉입니다.”

“JD플라워 공동대표 이안 데이비드입니다.”

한 명 한 명 손을 마주 잡고 악수를 마쳤다.

“저희를 찾아오신 건 저희 JD플라워가 보유 중인 산세이 은행 지분을 원하셔서죠?”

돌려 말하지 않는 미국답게 곧장 일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 상장을 폐지시키고 유니버셜 뱅크로 합병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지분이 걸림돌이 되네요. 지분을 매각해 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을 했는데, 항상 거절하시더군요.”

“저희가 원하는 건 단순한 프리미엄이 아니거든요.”

JD플라워는 월가에서 장기 투자를 잘하기로 유명한 투자펀드다. 산세이 은행은 실수나 다름없었지만. 행운이 따랐는지 JHJ라는 거물이 달라붙게 되었다.

“C&L과 리처드 캐피탈이 보유 중인 지분을 클럽폰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로 산세이 은행 지분을 확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JD플라워도 클럽폰 지분을 원하는 겁니까?”

“지분 교환은 맞지만 대상이 틀렸습니다. 우리 JD는 유니버셜 히치 주식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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