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72)
중국비철금속광업집단회사(中國有色金屬鑛業集團公司)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수호이 로그 금광 매각 건을 전해 들은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들은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가치가 천정부지로 상승하는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잴 것 없이 받아야 할 사안이었으나, 자리에 모인 고위 관료들은 조심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광산을 팔겠다고 한 곳이 JHJ Capital입니다.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JHJ Capital이 중국 정부에 리만 브라더스를 매각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르지만, 중국 정부는 두 차례의 원유 선물 쇼크 중 첫 번째 사태가 JHJ Capital 때문이라는 걸 확인했다. JHJ Capital이 중국에 피해를 준 이력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제안을 받기가 조심스러웠다.
또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
“JHJ에서 금광을 매각하려는 이유, 알아냈습니까?”
돈 버는 일을 누군가에게 넘겨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리에 모인 고위 관료들은 정호준이 금광 매각 의사를 들은 순간부터 의혹을 품었고, 중국비철금속광업집단회사의 책임자를 불러서 ‘금광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자리에 불려 나온 중국비철금속광업집단회사 책임자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MSS: Ministry of State Security)에 도움을 요청하며 최대한 캐낸 정보를 알렸다.
“JHJ Capital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사가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새로운 금광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채산성이 부족해 폐광했던 키빌리 금광 인근에서 새로운 금맥이 나왔다더군요.”
“왕x단! 하늘도 무심하시지. 중화를 물 먹인 천하의 잡놈이 그런 행운을 영위하다니.”
중국에 손해를 끼친 이가 승승장구하는 게 달갑지 않았던 누군가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작은 목소리긴 하나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욕설을 들었다. 욕설은 내뱉은 이가 서열이 굉장히 높은 원로였기에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책임자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흠흠, 수호이 로그 금광의 채굴을 이어가면서 동시 개발하기엔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금광 한쪽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면 그만 아닌가?”
다수의 광산을 보유하고 운영 중인 광산 회사들도 많았다. JHJ Capital은 확장하고자 한다면 언제든 확장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회사였다.
“저도 왕유쉔 원로님의 생각이 옳다고 봅니다. 채굴하기만 하면 되는 수호이 로그 금광보다는 새로 발견한 금광을 매각하는 게 이치에 맞아 보입니다.”
금맥을 발견했다 해도 이를 채굴 가능한 광산으로 개발하는 데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겉으로 드러난 추가 비용만 염두에 두어도 수호이 로그 금광보다는 아프리카 쪽 광산을 매각하는 게 JHJ에게는 편리했고, 깊숙이 파고들어 러시아 쪽이 들어가면 더 그랬다.
아프리카 대륙은 전쟁이나 내전이 자주 일어나는 국가였고, 콩고민주공화국은 아프리카판 1차 세계대전이라 일컬어지는 제2차 콩고전쟁의 주요 당사국이다. 전쟁이나 내전의 불씨가 살아 있는 아프리카의 국가보다는 러시아가 사업을 이어 가기 더 유리했다.
“정호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의중을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추측한 게 몇 가지 있긴 합니다.”
“이야기해 보게.”
“첫째로, 정호준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원치 않는 듯 보입니다. 지금 수호이 로그 금광을 채광 중인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은 광산이 발견되지 않아 파산 직전까지 간 회사입니다.”
광산 채광을 위해 인력을 늘렸다가 광맥의 탐색을 못 하며 그 인력들은 쓸모가 없게 된다. 광산은 필요하다고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그럼 추가로 고용한 인력들을 놀리게 된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호준 대표는 서민들에게 최대한 적의를 받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들이 정부도 아니면서 뭘 그런 것까지 신경 쓰는지 모르겠군.”
실전이 최고의 훈련이란 말이 있잖은가? 사람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환경이지만 본래 PMC라는 직종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직업이다. 본인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기에 실전 감각을 날카롭게 세울 곳이 필요했고, 콩고는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판단한 듯 보였다.
“둘째로 콩고민주공화국은 정호준이 보유 중인 PMC 트리오플 인력을 파견해 실전을 경험시키기 좋은 환경이란 분석입니다.”
실전이 최고의 훈련이란 말이 있다.
“세 번째는 인건비 문제입니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인건비가 비싸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인건비가 싼 건 21세기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식이다. 러시아가 유럽 국가치고 못 사는 축에 속한다지만 그래도 강대국 반열에 있는 나라였다. 러시아에서 광부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는 찢어지게 가난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광부를 고용해 유지하는 데 쏟아붓는 인건비보다 더 많을 게 당연했다.
“MSS에서는 최소로 10배는 더 많은 인건비를 소모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10배에는 PMC에 들어가는 비용은 빠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매각 의사를 전한 나라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려라고?”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사가 중국비철금속광업집단회사를 통해 중국에 금광 매각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중국만 딱 꼽아 광산을 매각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동남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금광을 인수할 만한 체급을 가진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이렇게 일곱 국가밖에 없었다. 이중 인도네시아나 호주는 굳이 타국의 광산까지 욕심낼 필요가 없었기에 두 국가를 제외한 국가의 기업과 정부에 매각 의사를 밝혔다.
자원이 풍부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제외하면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싱가포르. 이렇게 다섯 개의 나라만 남는데, 이들은 모두 동아시아에 위치한 국가들이었다. 금을 캐서 자국으로 들어오는 물류비를 고려하면 카발리 금광보다는 수호이 로그 금광이 구미에 맞았다.
“확실히.”
자리에 모인 고위 관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라도 수호이 로그 금광을 인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은 사치품의 성격을 띠면서도 산업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으로 분류된다. 현재 수호이 로그에서 채광되는 금은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대만 등에 매각되는데, 지금껏 생산량의 절반이 미국으로 흘러갔고 남은 것을 가지고 일본, 한국, 중국, 대만이 나눠 먹었다.
갈 길이 바쁜 중국이 이러한 상황을 달갑게 여길 리 만무했고, 광산 매각은 나름 기회였다.
다만 미국에서 발생한 모기지론 디폴트 사태의 파장과 리만 브라더스라는 폭탄 때문에 중국 경제에 여러모로 악재가 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차선책까지 이야기했다.
“중국이 혼자 먹기 부담스럽다면 러시아와 손을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호이 로그 금광은 2019년 2월 20일, 수호이 로그 지역에서 발견된 금광으로 매장량이 1,780톤에 달한다며 85조 7천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았던 금광이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솟은 지금 수호이 로그 금광의 가치는 115조 3천억 원을 돌파했다.
JHJ Capital은 로비를 통해 정부의 몫을 7% 줄여 정부에게 넘겨줘야 할 23%를 제외한 7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한화로 환산했을 때 88조 7,810억 원에 달했다.
협상을 통해 가격을 줄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50조 이상을 동원해야만 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먹다간 배가 터지기 마련이죠. 저는 장쉔 팀장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혼자 먹는 것’과 ‘같이 먹으면서 부담을 줄이자’를 놓고 회의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두 의견 모두 JHJ Capital에 인수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나온 의견들이었고, 혼자 먹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중국이 욕심을 부린 데는 인건비와 일자리가 크게 자리매김했다. 중국인을 광부로 부리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고, 이는 일자리 수급이라는 효과도 존재하는 셈이었다.
‘러시아 광부들 대신 중국인들을 투입시키려면 지분은 많이 쥐고 있어야 해.’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수호이 로그 광산의 지분을 비슷하게 쥐고 있다면 중국의 입맛대로 광산을 운용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중국이 홀로 인수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이러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본격적인 매각 협상을 시작하면서 줄다리기가 오갔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측은 가파른 금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매각하려 애썼고, 반대로 중국 측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카발리 금광에서 금광석이 채광되기 시작하면 상승세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을 내리고자 애썼다.
한 달 가까이 줄다리기가 이어진 끝에 합의점에 도달했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수호이 로그 금광 55,840,000,000달러에 매각!]
중국 정부는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에게 558억 4천만 달러, 한화 67조 80억 원에 수호이 로그 금광을 인수했다.
* * *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들이 비밀리에 회동을 가진 시각, C&L 인베스트먼트와 리처드 캐피탈에서도 회의가 한창이었다.
“이야기는 전해 들어서 이미 알 거라 믿습니다. 혹시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산세이 은행이 잠재력이 존재합니까?”
“아뇨. 없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습니다만,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한동안 가치가 올라갈 일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JHJ의 산세이 인수는 그들의 말대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서라는 말이군요.”
이사의 혼잣말에 대답했던 책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이어졌고, 지분을 교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며 C&L 인베스트먼스와도 교감을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지켜본 리처드 캐피탈의 주인 이삭 리처드는 이사들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호준 대표가 참 대단하긴 합니다.”
보통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공되는 게 당연한 관례인데, JHJ는 이조차 막아 버렸고, 정호준의 수작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JHJ Capital 소유의 은행인 유니버셜 뱅크의 은행 인수 소식이 퍼지면 그들이 보유한 산세이 은행 지분의 가치는 분명 오르게 된다. 그런데 JHJ Capital은 C&L 인베스트먼트와 리처드 캐피탈 두 곳 모두에서 지분 교환을 허락하지 않는 이상 산세이 은행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이익 실현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말 아쉬울 게 없는 건가?’
C&L 인베스트먼트든 리처드 캐피탈이든 궁미가 당기는 쪽이 다른 한쪽을 설득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리처드는 창업자와 다퉜다는 위기(?)조차 기회로 만들어 버리는 정호준의 수완에 그저 감탄만 나왔다.
지분 교환에 응하기로 결론을 낸 후 C&L 인베스트먼트를 설득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우리 C&L은 지분 교환에 응하기로 했는데, 리처드 캐피탈은 어떻습니까?
C&L과 리처드 캐피탈은 모두 같은 선택을 내렸으니 말이다.
이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고, 20만 주씩 더 받기로 합의를 마친 뒤 지분 교환 계약이 체결되었다.
C&L 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인 신세이 은행 지분 6%(12,246,081주)를 클럽폰 주식 620만 주와 교환되었고, 리처드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은행 지분 7%(14,287,094주)는 720만 주와 교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