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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31화 (231/335)

23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31)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은 어느 팀이든 간에 드래프트를 통해 모은 유망주가 터지는 시기는 십수 년에 한 번쯤은 존재했다. 빅마켓은 물론이고 스몰마켓들 또한 그때 과감히 지갑을 열고 돈을 사용해 우승을 일궈 냈다.

뒷심이 부족해 아니면 상대 팀이 너무 잘해 마지막 한 걸음을 못 내딛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는 다음 해에라도 우승을 쟁취해 내곤 했다.

그런 역사를 가져서인지 미국 야구팬들은 대체로 기다림에 익숙한 편이었다. 승패에 일희일비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상태여도 경기에서 지면 야유를 퍼붓는 팬덤이 인내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아이러니하고 믿기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미국의 야구팬들은 유럽의 축구팬들이 자기 구단의 2군과 유스 경기에 직관을 가고 관심을 주는 것처럼, 마이너리그에 관심을 주며 팜에서 키우는 유망주들을 훤히 꿰고 있었다.

⌎나 더블 A경기 종종 보는데, 확실히 켄리 젝슨 공 좋긴 함.

⌎윗놈 말처럼 확실히 구위는 좋긴 하더라. 근데 공이 좀 들쑥날쑥해서 제구가 과연 잡힐지 모르겠네.

⌎제구가 안 잡혀서 데뷔 못 하는 투수들이 수두룩하잖아?

⌎선발투수로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마무리 투수잖아? 마무리 투수는 제구보단 구위지. 제구는 최소한이면 충분해.

포수에서 마무리 투수로 포변에 성공한 켄리 젝슨을 알아본 정호준의 안목 때문일까? 커리 클루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음에도 나름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였다.

⌎(링크) 여기 정호준 대표가 영입한 선수들이 리버풀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야.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그 우승을 못 했던 팀을 정 대표가 우승시켰다네.

⌎우리랑은 다른 것을 보는 사람이야. 믿어 보자.

⌎동양 속담에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 거라더라. 10년 내로 우승 못 하면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공언도 했으니 한번 믿어 보자.

국씨 성을 가진 정원이나 한국의 정치인들이 사람을 풀어 댓글 조작에 나섰던 것처럼, 정호준은 사람을 풀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사람을 쓴 돈이 아깝지 않게 팬덤의 여론은 정호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어 갔다.

* * *

시카고 컵스 팬을 넘어 커뮤니티에도 퍼질 정도로 정호준이 뷔튜브에 올린 영상은 꽤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정호준의 여론 조작까지 함께하는 바람에 영상의 조회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좋네.’

뷔튜브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을 확인한 정호준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 뷔튜브 창업자들을 찾아갔을 때 정호준은 4,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뷔튜브 지분 42%를 받았었다. 4,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460억 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벤처업체에게 투자하는 돈으로는 너무 과한 돈이었으나 뷔튜브가 마음먹고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하니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정호준의 1회차 인생에서 2006년 10월 뷔튜브를 인수한 구골은 2009년까지 약 3년 동안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봤다. 검색 엔진과 동영상의 조합이라는 메리트를 얻지 못해 인지도와 점유율을 늘리는 속도가 늦어졌지만, 그 속도가 1회차와 비교해서 형편없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정호준이 2009년 벌인 잡스와의 진흙탕 싸움에서 승리한 뒤 애플폰 기본 어플리케이션에 뷔튜브를 추가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니버셜 톡 계정과 뷔튜브 계정을 연동시켜 로그인에 대한 불편함을 줄였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뷔튜브가 돈 잡아먹는 귀신이란 사실은 똑같았다.

추가 투자로 이어질 돈을 투입할 때마다 정호준의 보유 지분은 조금씩 조금씩 많아졌다. 사업 초기 획득한 지분이 많은 덕에 뷔튜브를 인수하는 데 16억 달러를 사용하고 인수 후 15억 달러 이상 쏟아부은 구골보다는 돈을 덜 쓰긴 했지만, 정호준도 꽤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42%였던 지분이 어느새 65%가 되었고, 65%였던 보유 지분은 몸집을 부풀려 80%를 넘어섰다. 그리고 정호준이 뷔튜브에 투입한 돈이 10억 달러를 넘은 순간에는 91%의 지분을 갖게 되었다.

슬슬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뷔튜브 상황에 기뻐해야 하지만 정호준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았다.

‘그나저나 지분을 좀 더 확보해야 했는데, 그게 좀 아쉽네.’

뷔튜브가 슬슬 흑자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었다. 흑자로 전환되고 나면 뷔튜브 창업자 셋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9%를 가져올 명분이 사라진다. 정호준은 그 점이 아쉬웠다.

흑자로 전환되고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데 지분을 팔 이는 세상에 없었다.

‘자기 사업에 욕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좀 편했을 텐데.’

뷔튜브 창업자들에게 성공과 돈에 대한 욕심이 충만했다면 테슬러의 엘튼 머스크가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해 페이X 지분을 매각하고 나갔던 것처럼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하라고 욕망을 부채질했겠으나, 안타깝게도 뷔튜브 창업자인 해리 할리, 라오 첸, 조 키림은 위즈니악처럼 만족할 줄 아는 천생 공돌이였다.

‘아, 왜 자꾸 이런 식으로 사고를 할까?’

항상 느끼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자꾸만 더 더 갈구하려는 것을 멈추기가 힘들었다.

* * *

‘The FaceNote’에서 ‘FaceNote’로 서비스명을 바꾼 마이클 저커버그는 고민이 있었다.

‘성장이 둔화됐다.’

가파르게 증가했던 가입자 수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뭔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는데,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문제는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었다.

벤처기업, 그것도 IT 스타트업은 성공하고 난 뒤에는 큰 수익을 창출해도 당장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대출을 받는 것도 투자를 받는 것도 모두 미래 가치에 의거해 지분을 대가로 받는 거다.

‘제기랄. JHJ의 지분이 너무 많아.’

영화 투자에 성공하자마자 하버드로 날아가 200만 달러(2,300,000,000원)로 25%의 지분을 확보했던 정호준은 이후 추가 투자로 지분을 38%까지 증식했다.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돈만 투자해 주는 정호준이 편해 자금을 받았지만, 정호준의 지분이 38%까지 높아지자 문득 위기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경영권을 빼앗길까 겁이 난 저커버그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다른 벤처 투자회사를 찾았다. 실제로 저커버그가 벤처 투자회사를 찾을 때쯤 정호준이 잡스와의 분쟁을 벌여 승리했다.

‘역시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게 아니었잖아?’

본인의 염려가 괜한 것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자 저커버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위기감은 몸집을 키웠다.

마이클 저커버그는 JHJ Capital의 추가 투자를 받지 않고 회사를 운영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정호준이 쥐고 있는 지분이 38%나 된다는 현실을 어떻게 할 힘이 부족했다.

게다가 저커버그가 고려하지 못한 더 큰 문제도 있었는데, 벤처 투자자들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점이었다. 벤처 투자회사들이 추구하는 건 돈이지 의리가 아니다. 그들은 저커버그가 경영권을 지키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모두가 주춤했던 2008년 JHJ Capital이 그들이 보유한 지분을 그들이 투자한 돈의 2.5배 가격으로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날리자마자 지분을 매각했다.

그렇게 정호준이 확보한 지분은 49.5%. 더스틴 모스코, 크리스 휴스턴, 에도라도 새버린, 앤드류 존슨 중 한 사람이라도 지분을 매각하는 순간 경영권이 JHJ Capital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자금을 투입해서 다시금 성장세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분을 대가로 자금을 조달하는 순간 경영권이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아니, 그 이전에 새버린이 지분을 매각할지도 몰라.’

위즈니악과 뷔튜브의 창업자(해리 할리, 라오 첸, 조 키림)들처럼 세상에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많았다.

모스코, 휴스턴, 존슨은 캘리포니아로 함께 넘어와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총력을 기하고 있어 걱정이 덜했지만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지분만 소유하고 학업을 이어 간 새버린이 문제였다.

본래 피와 땀을 쏟아부어 회사를 키운 이들은 그에 대한 애착을 갖기 마련인데. 새버린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나마 새버린의 지분을 살 돈도 없고 새버린도 팔 생각이 없다고 몇 번이나 장담했지만. 말이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페이스노트 창업자들은 알면서도 위기를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걱정하는 것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저커버그!! JHJ Capital이 새버린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알려왔어!!”

부정하고 싶었던 위기가 저커버그에게 도래했다.

* * *

에도라도 새버린의 지분을 인수해 100% 지분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정호준은 저커버그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언제든 경영권을 확복할 수 있는 지분을 가진 이의 미팅을 거부할 명분이 없었던 창업자들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호준이 찾아와 줄 것을 요청했다.

정호준은 흔쾌히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네요.”

추가 투자를 진행할 때는 대리인을 내세웠었기에 거의 4년 만에 보는 거다. 서로 학생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하는 벤처 창업자와 세계 최고의 투자자 신분이었다.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수작이란 수작은 다 부려 놓고 참 능청스러워. 월가에서 뻔뻔함만 배웠나 보지?”

감정이 격해졌는지 저커버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백인이어서 그런지 불그스름한 빛이 유난히 강했다.

“철면이 월가 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미덕이긴 하죠.”

저커버그가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비난을 퍼부어도 승자의 입장인 정호준은 그 말이 기껍게만 들렸다.

“우리는 쓸데없는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잖아? 빨리 만나자고 한 용건이나 이야기해!”

“창업자분들의 지분 JHJ Capital에서 인수하고 싶습니다.”

“하, 처음부터 우리 회사를 빼앗을 작정이었군?”

“엔젤 투자자의 가면을 쓰는 바람에 우리가 당신의 욕심을 못 알아챘네요.”

창업자들이 저커버그의 비난에 동참했다. 비아냥거리는 말에 정호준은 웃으며 대답했다.

“반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JHJ Capital은 IPO를 실시할 생각이 없습니다.”

“뭐라고?!”

“당신들은 IPO만 바라보면서 일하겠지만, 우리 JHJ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요. JHJ는 굳이 주식을 상장해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정부의 간섭을 받기보단 그냥 이대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IPO는 벤처 창업자들이 꿈이다. IPO는 별다른 연봉도 받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힘쓴 창업자들의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방법이다. 그런데 보상받을 기회 자체를 주지 않겠다니, 정호준의 선언에 창업자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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