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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21화 (221/335)

221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21)

오사마 반리덴을 사살했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에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세계가 놀랐다. 전 세계 사람들이 반리덴 사살 발표를 듣고 품은 감정 중 하나는.

‘지독하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죽이네’였다

반리덴을 놓치며 무능함을 드러내는 바람에 희석됐던 CIA에 대한 평가도 다시 높아졌다. 어디든 있고, 어디든 없다던 CIA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됐다고나 할까?

“시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뭡니까?”

“반리덴을 사살하지 못했으면서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거 아닙니까?!”

깜짝 발표에 놀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시신의 상태가 참혹해서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온다는 말이 있다. 처참하게 손상된 반리덴의 시신을 공개했다가 괜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고 판단한 정부와 군부는 시신을 보여 주지 않았고, 줄기차게 이어지는 언론의 공개 요구도 단호한 거절로 대응했다.

정호준의 정보 제공으로 2년 일찍 작전을 실행했음에도 작전의 이름과 결과물은 똑같았다.

[오리하 철수 발표!]

[길었던 테러와의 전쟁의 끝을 선포하는 오리하!]

세상과 미국인들의 관심이 반리덴의 사망과 미군 철수에 관심을 쏟고 있을 때 정호준은 NS 인수를 위해 조용히 물밑에서 움직였다. 정호준은 시장에 돌아다니는 지분을 모조리 사들이고, NS 대주주들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어려운 시기에 좋은 값을 쳐 주시니 팔긴 했지만, 독과점법에 걸리지 않겠습니까?”

미국에는 Class 1으로 분류되는 철도회사가 총 6개 존재하는데, BNSF와 NS도 여기 포함되어 있었고, BNSF나 NS가 각각 동부와 서부 중부 남부에서 유니언퍼시픽과 CSX보다 점유율이 낮은 편에 속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제 모국에는 이런 말이 있거든요. 허락보다는 용서가 빠르다.”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라. 조금 공감이 가는 말이군요.”

조금은 공감이 간다는 그 표정에 정호준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어쨌든 일단 저지르고 수습할 생각입니다. 로비스트들을 활용해서 넘겨 봐야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쌀이 익어 밥이 됐는데,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위기는 진정세로 접어들었을 뿐 뇌관을 잘못 건드리면 언제든 다시 터진다. 이런 상황에서 순조로운 회사를 갈라치는 건 정부가 스스로 폭탄에 불을 붙이는 행위였다.

만약 릭 오리하가 회사를 갈라치기 위해 움직인다면 정호준도 전력을 다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정호준의 처가인 로슬러 가문이 미국 석유 시장을 독과점했을 당시 독과점을 막고자 ‘크리테리온 오일(CRITERION OIL)’을 찢어 버린 뒤 서비스가 나빠지고 유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등을 알리며 제대로 붙어 볼 계획은 이미 세워 둔지 오래였다.

“정 대표님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무어맨 회장님께서 협조해 주신 것 기억하겠습니다.”

인수가 프리미엄을 붙이며 대주주들의 주식을 모두 인수해 NS 지분 100%를 모두 모은 정호준은 자신의 계획을 트리븐 컴퍼니의 신문사와 잡지사를 통해 알렸다.

[JHJ Capital, NS 455억 달러에 인수!]

정호준이 BNSF를 사들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NS의 대주주들은 BNSF 주주들이 요구한 것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을 요구했고, 정호준은 종가 기준으로 42%나 프리미엄을 더 붙여서 지분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

[빅딜은 파문의 시작이었다. JHJ Capital, BNSF NS 인수합병 발표!]

[미국 전토를 연결하겠다는 JHJ, 시너지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철도 업계에 공룡이 탄생하다!]

정호준이 움직인 언론은 본인의 자회사만이 아니었다. 정호준은 FOXI를 포함한 방송사 기자들을 불러서 대중을 자극할 만한 국뽕적인 요소를 가득 담아 만든 대본을 읊기까지 했다.

“저는 미국이 다시 회복할 거라고 믿습니다. 철도주에 올인한 제 선택은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아, 그리고. 고용승계는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니 노동자들께서는 구조조정이 있을까 마음 졸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몰라 생계를 걱정할 이들의 염려를 덜어주는 내용을 덧붙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 * *

NS 인수와 BNSF NS의 합병 기사를 내기 닷새 전쯤 정호준은 오마하를 방문했었다. 정호준이 오마하를 방문한 이유는 단순했다. BNSF 주식 22%를 보유하고 있는 남자, 오마하의 현인(현자)이라고 불리는 에릭 버펫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Eppley Airfield에 전용기를 착륙시킨 후 곧장 준비된 차량을 타고 미리 고지받은 버펫의 저택으로 이동했다.

“어서 와요, 정 대표.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죠?”

“2007년에 뵙고 처음 뵙네요. 2년 만이죠?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정호준의 인사에 버펫은 쓴웃음을 지으며 정호준을 안내했다.

“못 지낼 게 뭐 있겠습니까? 나보다 몇 발 먼저 움직인 정 대표의 행보에 감탄했습니다.”

버펫은 자신의 안내를 받으며 서재로 들어온 정호준에게 준비해 두었던 햄버거와 콜라를 건넸다. 전해 받은 햄버거를 다 먹고 콜라를 쪽쪽 빨며 입가심을 한 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 이 늙은이를 찾아온 이유는 아마도 지분 때문이겠죠?”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았음에도 버펫은 정호준의 목적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다. 버펫의 질문에 정호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예, 맞습니다. 버펫 회장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BNSF 주식 22%를 넘겨받고 싶습니다. 프리미엄은 두둑이 챙겨 드리겠습니다.”

“먼 걸음 했는데, 빈손으로 보내게 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BNSF 주식을 넘겨줄 생각이 없습니다.”

단호한 거절에 정호준은 의문이 섞인 시선으로 버펫을 바라봤다. 에릭 버펫은 의문 어린 정호준과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그 눈동자에 서린 질문에 대답했다.

“JHJ Capital이 NS를 인수했다죠?”

수면 밑에서 조용히 진행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인의 시선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하아~!’

정호준은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잘되면 인수합병, 못해도 서로 교류를 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실적을 채워 줄 텐데. 승승장구할 회사의 지분을 매각할 이유는 없죠.”

“우리 JHJ Capital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선택은 변함이 없는 겁니까?”

이대로 지분을 쥐고 있으면서 배당금을 타 먹겠다고 선언한거나 다름없는 오리하의 말에 배당금이 지급될 일은 없을 거란 뜻을 밝혀 봤지만 버펫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배당금 지급 대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죠. 주가가 최소 배 이상 뛰겠군요.”

버펫은 정호준이 어떤 선택을 내려도 자신은 별 상관없다는 기색을 보였다. 버펫은 정호준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먹이기까지 했다.

“이 늙은이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를 조합해 보면, 배당이 급한 건 나보다도 정 대표 아닙니까? NS 인수를 위해 DT에서 거액을 대출받았다죠? 장인인 찰스 주니어의 도움을 받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지만, 이자와 빚이 부담스러울 텐데요?”

자신의 상황을 훤히 꿰고 있는 버펫의 말에 정호준은 새삼 눈앞이 있는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를 실감했다.

‘이름값은 어디 안 간다는 거지?’

드러나지 않는 수면 밑에서 미국 금융을 조종하는 게 로슬러와 로건 가문이라면, 눈앞의 남자는 드러난 양지의 금융 황제였다.

“배당금은 다른 곳에서도 나옵니다. 제가 DT에 대출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 JHJ가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에서 나오는 배당금과 월세가 얼마쯤 될지도 견적이 나오실 텐데요? 과연 제가 철도에서 배당금이 안 나온다고 빚을 못 갚겠습니까? 게다가 돈을 쓸 때가 생기거나 다른 데 자금이 급해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라도 채무를 유니버셜 뱅크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신용카드 대출 돌려막기를 하듯 빚을 돌려막으면 된다는 정호준의 말에도 에릭 버펫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압박감을 가득 담아 버펫을 노려봤지만 버펫은 그렇게 할 테면 하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백기를 든 건 정호준이었다.

“졌습니다. 제가 졌어요. 추측하신 대로 JHJ는 두 철도회사를 합병할 예정입니다. 주식을 넘기지 않겠다고 버티시니, 그럼 지분을 조정하시죠.”

주식을 넘겨받는 최선책이 불가능함을 인지한 정호준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지금껏 여유로웠던 버펫의 표정이 처음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하, 22% 지분이 어떻게 10%로 줄어들 수 있습니까?! BNSF가 NS보다 큰 회사고, 더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2%.”

“너무 큰 욕심 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인수합병 후 시너지로 회사가 얼마나 커질지를 생각하십시오. 10%!”

“인수합병 후 시너지는 내가 고려할 사안이 아닙니다. 기업가치를 따져야죠. 12%.”

“두 회사의 주인은 JHJ Capital입니다. 회사의 규모가 어떻든 간에 합병 비율을 결정하는 건 JHJ Capital의 몫입니다.”

“반대하신다면 얼마든지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리시죠.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과연 안건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과반이 못 될 텐데 말이죠?”

다른 대주주들이나 개미들이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훼방을 놓을 수 있겠지만 주식을 쥐고 있는 건 버피셔 해서웨이가 유일했다. 아주 막 나가서 1:100처럼 합병 비율을 아주 터무니없게 줄이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억지는 얼마든지 부릴 수 있었다.

“아니면 아예 주식을 매각하고 나가셔도 됩니다. 말씀드렸잖아요. 프리미엄 두둑이 챙겨 드리겠다고.”

“11%!”

입장이 바뀌었다. 버펫이 처음으로 한발 물러났지만.

“10%!”

이번에는 정호준이 물러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줄다리기가 계속 오갔지만 정호준은 앵무새처럼 계속 10%만 읊었다.

어떤 이유를 대도 세 시간 내내 10%만 입에 올리는 정호준의 행동에 이번에는 버펫이 백기를 들었다.

“하아~ 정 대표가 이겼습니다. 10% 받아들이죠.”

버펫의 입에서 항복이 나온 뒤에야 정호준은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서로 원하는 바를 완전히 얻어 내지 못했고 한 발씩 물러난 셈이니, 너무 기분 상해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아~ 골칫거리를 안겨 놓고 도움을 주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

“저도 제 뜻대로 안 되긴 마찬가지였는데요. 감정을 남기지 않았으면 해서 하는 말입니다.”

다음 날 버피셔 해서웨이에 방문해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인수합병의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그나저나 나 이제 정말 돈이 없네.’

DT에 대출받은 게 400억 달러였고 JHJ Capital에 남아 있는 달러는 560억 달러였다. 400억 달러를 들여 BNSF를 인수하고, 445억 달러를 쏟아부어 NS를 인수했다.

대출받은 돈까지 합쳐 115억 달러만 남았을 뿐이다.

450억 5,300만 달러 중 170억 달러를 제하고 모두 세금으로 빠져나갔다. 결국 정호준의 주머니에 남은 돈을 모두 합치면 285억 달러. 정호준은 285억 달러 중 200억 달러를 DT에 상환했다.

85억 달러도 분명 큰돈이었으나 꾸준하게 나가는 인건비를 고려하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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