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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06화 (206/335)

206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06)

2009년 당시 미래자동차가 220,276,479주를 발행한 상태였고, 지아자동차 총발행 주식은 349,076,509주에 달했다. JHJ Capital의 한국법인인 JHJ Capital Korea는 총발행 주식의 20%, 44,055,296주와 69,815,301주를 사들였다.

미래자동차 주식과 지아자동차 주식을 확보하는 데 사용한 금액은 약 5조. 달러로 환산하면 35억 9,854만 달러 정도 됐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갔지.’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보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생긴 편견 때문에 큰돈을 쏟아붓게 될 거란 생각을 일절 하지 않고 있었던 정호준은 본인이 주식 매입에 사용한 돈의 내역을 보고받고는 깜짝 놀랐었다.

‘지아자동차나 미래자동차가 발행한 주식의 양은 과하긴 해. 자동차 회사라 그런가?’

미래자동차와 지아자동차 모두 미래자동차의 주식 발행 수를 아득히 상회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리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를 넘어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으로 성장할 기업 오성전자가 2009년 당시 발행한 총발행 주식 수가 147,299,337주에 불과한 걸 고려하면 특히 그랬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하는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많다고 여겨지는 주식을 투자를 이유로 또 한 번 더 늘리는 셈이었다. 본인의 지분율을 하락시키는 행위였지만, 발행한 신주를 사들이는 주체가 본인이라 결과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기에 유상증자를 제안했던 거다.

‘이렇게 되면 말이 좀 달라지는데.’

아예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는 상황만 상정해 뒀던 터라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그 감정이 밖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정호준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그러한 기색을 숨긴 채 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박몽구 회장이 끌어들일 상대가 누구일지 대충이나마 짐작을 했다. 아니 대한민국 대기업이 도와달라고 팔을 벌리며 끌어들일 큰손이 누가 있겠는가?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에 손을 빌리려고 하는군요.”

자신이 이야기하기도 전에 정호준의 입에서 답이 튀어나오자 조금은 페이스를 찾았다 싶었던 박몽구의 기도가 다시 흔들렸다.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고 정치하는 이들은 참 이상합니다. 국민의 돈을 자기 것처럼 당연시 여겨요.”

국민연금 총책들에게 돈을 먹이고 책임자들의 자식 취업 문제나 당사자들에게 은퇴 후 자리를 약속해 국민연금이 쥔 지분을 본인들의 뜻대로 사용하곤 한다.

물론 상류층이 국민을 호구로 여기는 건 한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 또한 이번 디폴트 사태 때 국민의 혈세로 파산하는 것을 막지 않았던가?

어쨌든 간에 정호준이 떠올린 박몽구 회장의 생각이 실현 가능하다는 게 문제였다.

‘나를 팔아먹으면 국민연금 쪽에서야 좋다고 박몽구 회장의 제안을 받겠지.’

정호준이 주식을 사들이는 걸 넘어 유상증자를 조건으로 돈을 투자하려 한다는 사실을 국민연금 쪽에 흘리고 투자를 권함으로써, 정호준에게 갈 지분을 줄이고 우호 세력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높인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민연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미국인이신 대표님께서 관여하실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선을 넘었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박몽구의 말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입에 담았다.

“그렇네요. 선을 넘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서민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거에 거부감이 있어서요. 일단 다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로 하죠. 유상증자는 얼마나 생각 중이십니까?”

“전기차와 수소차를 동시에 진행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정 대표님께서 제안서에 요구해 주신 대로 미래자동차 4천만 주, 지아자동차 6천만 주를 신주발행하는 것으로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리겠습니다.”

“제가 가져갈 몫은요?”

박몽구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묻는 정호준의 질문에 국민연금에게 어느 정도 배당하는 게 적절할지를 고민하느라 잠깐 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박몽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국민연금의 몫으로 미래자동차 주식 1천만 주와 지아자동차 주식 천오백만 주를 할당하겠습니다.”

박몽구는 미래와 지아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주식의 25%만 국민연금에게 돌리는 걸로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 쪽으로 할당한 25%는 대충 신주발행 후 총발행 주식의 2%에 해당했다.

지분 20%를 확보하고 신주발행으로 30%를 채우려고 했던 정호준의 계획이 어긋났다.

사실 박몽구의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더 많은 주식을 국민연금에 배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분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돈을 움직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아무리 한국에서 재벌의 입김이 막강하다 해도 국민연금이 굴리는 돈 자체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미 박몽구가 국민연금에 할당한 지분의 가치만 해도 1조를 넘겼다. 아무리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이 굴리는 자산 규모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막대하다지만 계획에 없던 상태에서 1조를 빼내는 건 여기저기서 말이 나올 행보였다.

“그렇게 진행하시죠.”

정호준과 미팅을 마친 후 1주일이 지났을 무렵 박몽구는 미래자동차 주주총회를 소집했고, 주주총회에서 미래자동차와 지아자동차의 유상증자를 안건으로 올렸다.

“박몽구 회장님이 건의하신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 안건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박몽구 회장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유상증자는 대주주인 정호준, 국민연금과 이미 이야기가 끝난 사안인지라 별다른 이변 없이 현재가 94,000원에 미래자동차 주식 3천만 주를, 지아자동차는 현재가보다 1,000원 낮춰 15,000원에 지아자동차 주식 4,500만 주를 사들였다.

유상증자에 정호준이 쏟아부은 돈은 3조 4,950억 원. 정호준은 기어코 주식 2%를 채워 미래자동차와 지아자동차 지분 30%를 확보했다.

미래와 지아자동차에 모두 합쳐 10조를 쏟아부은 셈이었다.

* * *

박몽구 회장과의 미팅을 끝으로 ‘정호준과의 식사’라는 이벤트는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10대 기업에 들어가는 그룹의 총수들과 10대 기업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 견실한 기업을 운영 중인 회장 아홉, 명동 사채꾼 넷. 그리고 헤지펀드에서 팀장급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성공한 젊은 세대 셋과 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라 불리는 OBK의 주인 강병주, 총 27명이 ‘정호준과의 식사’라 명명된 식사권을 신청해 만남을 가졌다.

27명이나 되는 인원이 정호준의 재단에 기부하고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게 정호준을 따라다니는 기자들로 인해 밝혀져 정호준이 잠깐 시간을 내는 걸로 약 4천만 달러나 벌어들였다며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다만 정호준이 벌어들인 수익 때문에 비난을 받는 일은 없었다. 정호준이 한국에 쏟아부은 돈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 계획에 포함되었던 주식 모두를 계획한 대로 20% 이상 확보하면 좋았겠지만 세상일이란 언제나 변수가 존재했다. 한국 출신 트레이더들을 통해 얻은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직원들의 충고로 포스틸을 포함해 몇 가지 종목은 매입을 취소했고, 반대로 종목을 추가하기도 했다.

추가한 종목은 ‘NCT소프트’와 ‘넥스트’였다.

NCT소프트는 렌저씨라는 별명을 만들어낸 게임의 개발사로 국내 게임업계의 탑으로 평가받는 곳이었다. 평균 매입가 126,000원에 20%에 달하는 주식 420만 주를 매입했다.

한화 5,300억을 쏟아부었다.

‘렌저씨들이란 캐시카우가 알아서 배를 잘 불려 주니 아까운 게 아니지.’

직원들의 충고를 듣고 NCT를 리스트에 넣지 않은 자신을 향해 의문을 품었을 정도로 NCT소프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넥스트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한국 최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NHL과 경쟁 중이었다. 훗날 구골,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밀려 코코아에 인수되긴 하지만 어쨌든 현재는 한국 IT업계를 주름잡는 기업 중 하나였다.

넥스트가 발행한 주식을 모두 합쳐 12,963,773주로 정호준은 넥스트의 경우 무려 30%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넥스트의 주가가 생각보다 더 쌌지.’

디폴트의 여파를 아주 제대로 맞았는지 2009년 4월 당시 넥스트의 주가는 2만 원대 후반, 3만 원대 초반을 오갔다. 그리고 정호준이 매입 지시를 내리기 무섭게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바람에 다른 종목을 매수할 때와 비교해서 평균 매입가 상승 폭이 훨씬 컸다.

평균 매입가 4만 원에 한화 1,556억을 쏟아부었다.

좋은 종목들을 추천받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종목들은 포기하며 나름 성공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만, 개중에는 목표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도 존재했다. 물량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이름은 오성전자였다.

김건희 회장이 방어차 물량을 사들이고 정호준을 따라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게 오성전자였던 터라 정호준은 20%는커녕 10%의 물량도 확보하지 못했다.

‘평균 매입가 698,000원이라. 내 명성만 아니었어도 좀 더 확보했을 텐데.’

처음 주식을 매입할 때만 해도 53만 원을 오가던 주식이 76만 원을 돌파했다. 목표한 물량의 반도 확보를 못 했는데, 예산은 무려 8조 2천억 원이나 사용했다.

그리고 트레이더들의 조언 없이 정호준이 주가를 확인하고 추가로 주식 매입 계획을 잡은 종목도 있었다. 정호준이 추가로 투자를 경정한 회사의 이름은 ‘하이넥스’. 김명호 정부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던 그 회사였다.

‘주가는 일단 지금이 제일 저점이야. 적당히 16% 정도만 매입하자.’

주가가 만 원에서 만천 원대를 오르내리는 하이넥스를 보다 보니 차마 충동을 참지 못하고 주식을 매입하고 말았다. 사실 더 매입할까 하다가 정보통을 통해 5월에 유상증자가 있다는 걸 알아냈기에 적당한 선에서 멈췄다.

단, 하이넥스 투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다. JHJ Capital 한국법인을 통해 한국 주식에 투자한 지금까지와 달리 공시를 띄울 의무가 없도록 4.9%만 매입하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12%를 사들였다.

‘내가 1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김명호가 괜히 나한테 회사를 넘기려고 수작을 부릴 수도 있다.’

하이넥스는 아직 정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괜히 지금 지분을 사들이는 걸 들켰다간, 정부 돈 대신 그의 피 같은 돈을 쓰게 될 수도 있었다.

1조 원을 쏟아부어 지분 17%를 사들였고, 페이퍼 컴퍼니 몇 곳을 통해 유상증자 청약에도 지원했다. 본래 1회차 때 역사에서 신주의 발행가가 1만 350원이었다면 정호준이 끼어든 2회차의 삶에선 14,980원을 넘겼다.

오성전자, 미래차와 지아차, 은성생활건강, 은성전자, MHL, NCT소프트, 넥스트, 하니넥스 등 은행 인수를 제쳐둬도 무려 23조 원이라는 거금을 한국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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