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194)
모기지론 디폴트 사태로 인해 2008년 1분기, 2분기 때 미국이 흔들렸다면, 2008년 3분기 중간쯤부터는 세계도 함께 흔들렸다. 아시아에 속한 한국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2008년 5월 16일 코스피 지수가 1,888.88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호황에 이제 다시 코스피 2,000을 회복하는 거 아니냐며 경제 신문이나 경제 전문 코너에 나온 패널들은 호들갑을 떨어 댔다.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으니 자연스레 펀드에도 돈이 쏠려 21일에는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40조 원을 돌파했지만, 코스피의 약진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코스피 2,000을 향한 꿈은 또 한 번 산산조각이 났다.
이후 외국인의 적극적인 팔자 공세로 8월 22일 1,500선이 붕괴했고, 미국에서 시작된 모기지론 디폴트의 악재가 한국을 강타하며 지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한국 주식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용어가 있다.
‘사이드카’ 그리고 ‘서킷브레이커’.
블랙 먼데이 사태를 계기로 선물시장에서 선물 가격의 급등락이 일어날 경우 이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였는데, 사이드카는 코스피에, 서킷브레이커는 코스닥에 적용되었다.
문제는, 대침체 발생시에는 이러한 제도가 큰 소용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말았다는 거다.
2008년 9월 16일부터 2008년 10월 15일까지, 이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이드카가 터졌다. 매일 매일 발동되니 여의도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차가 ‘사이드카’라는 웃픈 농담이 돌았을 정도다.
2008년 3분기 막바지부터 2009년 3월까지 사이드카가 심심하면 한 번씩 발동하며 코스피 지수는 급락을 이어 갔다.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랄까?
개미들이 돈을 잃어버려 눈물 젖은 함상을 내지를 때 악재만 가득했던 상황에 한 가지 희소식이 들려왔다.
[JHJ Capital 한국법인 펀드 청산!]
2009년 2월 26일 목요일. 연 33%의 수익을 약속하고 펀드를 개설했던 JHJ Capital이 펀드를 청산하고 수익금과 원금을 지급했다.
2007년 8월 지수 선물로 한국 증시를 공격해 한국인들로부터 돈만 아는 매국노 취급을 받던 정호준의 평가가 뒤집혔다.
원금과 이익금을 돌려받은 당사자들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JHJ Capital 한국법인에 전화를 걸었지만, 한국법인 자체가 그저 간판만 걸어 놓은 유령회사나 다름없었기에 전화 통화가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돈을 환급받은 이들은 올라오는 기사에 감사를 표현했다.
⌎정말 입금됐네요. 33% 약속 지켜 줘서 고맙습니다. JHJ Capital 승승장구 이어 가시길~!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월세가 올라서 대출을 받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덕분에 대출 없이도 장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행에서 땡길 수 있는 만큼 다 땡겨서 전세를 얻었는데, 세대주가 전세금 올려달라 해서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목돈이라니, 정말 감사합니다.
⌎돈이 덜 모여서 결혼하자고 말도 못 꺼내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돌렸는데, 덕분에 장가갑니다.
⌎ re: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게 잘 사세요.
⌎ re: 님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연애에서 끝내!!
주식시장의 사정이 나쁘니 자연스레 돈 있는 사람들은 다시금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고, 수요가 늘어나니 자연스레 값이 올랐다. 어려운 상황에 환급된 펀드 자금은 가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다만 기사에 달리는 댓글 중에 JHJ Capital(정호준) 찬양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 거지 근성은 알아줘야 함. 나라를 공격한 놈이 돈 좀 벌어 줬다고 좋다고 헤벌쭉대면서 매국노를 찬양하고 있네.
⌎내 말이. 한국 증시 털어먹은 돈 받았다고 좋아하는 게 웃기다니까. 그놈한테 돈을 쥐여 준 니네도 공범이다. 21세기판 친일파 아닌가?
⌎ re: 펀드에 돈 안 넣었나 봐? 여기서 열폭하는 거 보면.
⌎ re: 방구석에 있으면 최소한 뉴스라도 좀 봐라. 그 돈 없다고 정호준이 한국 증시 공격 안 했겠냐? 괜히 지 돈 못 버는데 남 돈 벌어서 배 아파하는 거 웃겨요. 심보 좀 곱게 써라.
정호준을 깎아내리는 댓글도 종종 발견됐고, 정호준 덕분에 돈을 번 이들은 정호준을 실드 쳐 주기 위해 그런 댓글들에 코맨트를 달았고, 넷상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인터넷상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격전을 이어 갈 무렵, 그 논쟁을 멈추게 만드는 자료가 2009년 3월 11일 발표되었다.
[한국계 이민자 정호준, 포브스지 선정 세계 부자 1위 등극!]
언론사들은 2009년 3월 11일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자 순위 자료를 가져다 기사로 적었다.
The World's Billionaires
1. 호준 정
$230 billion / 2,300억 달러 (약 322조 원)
Bank and Investments/U.S
2. 윌리엄 게이츠
$40 billion / 400억 달러
Semicrosoft/U.S.
2.워렌 버핏
$37 billion / 370억 달러
Investments/U.S
4. 카를로스 슬림 할라
$35 billion / 350억 달러
Mexico Telecom/Mexico
5. 로랜스 닉슨
$22.5 billion / 225억 달러
Miracl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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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김건희
$3 billion / 30억 달러 (4조 2천억 원)
O Sung/South Korea
468. 박몽구
$1.5 billion / 15억 달러
Mirae Car/South Korea
⌎미쳤네. 이건 진짜 뭐라 할 말이 안 떠오른다.
⌎와, 정호준이 한국에서 있었어도 저만한 자산을 벌었을까?
⌎re: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잘 알면서.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아 환율이 1,400원 선까지 오르는 바람에 좀 더 높이 평가되긴 했지만, 정호준이 국가급 예산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펙트였기에 정호준을 손가락질하며 깎아내리는 이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 * *
포브스지 선정 부자 1위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과 미국에서 불티나게 언급되고 있는 정호준은 집에서 아이들을 보느라 바빴다.
“아이들이 뒤집기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벌써 저렇게 잘 기어 다니네요. 역시 우리 애들 천재인 것 같은데.”
생후 6개월 차부터 조금씩 기어 다니기 시작하더니, 7개월 차에 들어선 3월에는 정말 활발하게 기어 다녔다. 덕분에 유모들과 부모인 정호준과 아리아의 시선은 항상 아이들에게 머물러 있었다.
시카고에 위치한 정호준의 저택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미국 문화가 아닌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식 문화가 꽃폈다. 매일 유모와 도우미들이 집 청소를 했고 팔불출 끼를 어김없이 드러내는 정호준과 찰스 주니어가 집안에 날카롭다고 여겨지는 가구들에 쿠션을 끼워 놔서 아이들이 집안 곳곳을 돌아다녀도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아이들이 기어 다니다가 벽이나 가구 등에 이마를 박을 위험은 있었지만, 정호준과 아리아, 유모들이 밀착 마크하며 그런 위험이 있을 때마다 안아 들어 사고를 방지했다.
얼굴에 아빠 미소를 한껏 보인 정호준의 말에 아리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그만하라고 몇 번 말했던 거 같은데요?”
“아빠가 자식들 칭찬하는데 뭐 어때서 그래요.”
“그러다가 버릇 잘못 들면 어쩌려고요. 오냐오냐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예요. 지금부터 습관을 들여놔야 나중 가서 잘하죠.”
정호준은 아리아와 대화를 나누며 유모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봤고, 놀다 지친 아이들이 낮잠을 자면서 쉬는 시간이 생겼다.
“이번에 포브스에서 발표한 부자 순위 봤어요?”
“봤죠. 스토커도 아니고 남이 얼마나 가졌는지 알아서 뭐 하려고 그렇게 파는지 모르겠네요.”
부자가 아닐 때는 저들이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부자가 된 지금은 그러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포브스가 호준의 자산을 2,300억 달러라고 적어 놨던데, 맞아요?”
“글쎄요?”
아리아의 물음에 정호준은 대답을 회피했다. 정호준이 대답을 회피하자 아리아는 지그시 정호준의 얼굴만 바라봤다.
“하아~”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정호준은 한숨을 내쉰 뒤 대답했다.
“CDS 전에 원유 선물로 벌어들인 수익은 아예 계산에 안 넣은 거 아리아도 알고 있잖아요. 포브스가 언급한 것보다는 더 크죠. 그리고 보니까 쟤들은 유니버셜 뱅크 지분이나 유니톡, 페이스노트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지분은 계산에 넣지 않았더니만요.”
페이스노트도 페이스노트지만 유니톡의 확장세가 특히 가팔랐다.
이유야 간단했다. 반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이다 보니, 정호준이 본인이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최선의 푸쉬를 했기 때문이다.
애플폰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추가한 걸로도 모자라 정호준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호준은 시카고 트리븐이 가지고 있는 신문사와 잡지사, 케이블 채널에 유니톡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가 헛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탄 건지 유니톡의 가입자 수는 애플폰 판매량을 상회한 지 오래였다.
메이저리그가 시작되면 홈구장 간판 광고에는 유니톡 광고만 내보낼 생각이었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09/10시즌이 시작될 때 리버풀FC 유니폼에 유니톡 로고를 달 생각이었다.
미국 4대 리그 중 한 곳에서의 푸쉬,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리그의 유니폼에 달면 충분한 홍보가 되어 주겠지만, 정호준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애플폰이 유럽에 출시될 때 축구팀에 광고를 넣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정호준은 은근슬쩍 화제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스타트업인데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띄어야 사용자 수가 늘죠.”
정호준은 본인이 소유한 팀 외에도 독일의 ‘도르트문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혹은 ‘바르셀로나’,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 등의 유니폼에 유니톡 로고를 달 생각이었다.
짧으면 2년, 길면 3~4년 동안 홍보비로 무지막지한 자금을 쏟아붓겠지만 IT 기업의 특성상 초반에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정호준은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NFL과 NBA팀도 하나씩 가지고 싶은데, 기회가 안 생기네요.”
정호준은 NBA 최대 빅마켓 중 하나인 LA 레이커스와 순위는 3~5위를 왔다 갔다 하나 시카고 컵스 간의 팬덤을 연합시키기 위해 시카고 불스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지만, 두 구단의 구단주들은 JHJ Capital의 인수를 거절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인 NFL의 경우 빅마켓은 아예 쳐다보지도 못했고 스몰마켓조차 정호준의 인수 의사를 거절했다.
“정말 갖고 싶어요? 그러면 아버지께 힘 좀 써 달라고 부탁드려 볼게요.”
“마음만 받을게요. 내 힘으로 못 사서 장인한테 사달라고 땡깡 부리는 건 너무 철이 없어 보이잖아요?”
“후훗, 그것도 그렇네요.”
정호준은 스타트업의 홍보를 위한 방법을 아리아와 의논하며 대화를 더 나누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아이들이 낮잠에서 깨어나 울음을 터트린 뒤에야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