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127화 (127/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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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과 비난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무관심보다 비난이 더 아플 때도 많으니까.

"Holy Shit!! 언제까지 무시하는 건데?!"

"다음 주, 다음 주까지만 기다려 보자. 다음 주까지 아무런 대응이 없으면 추가로 행동에 나선다."

그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것도 벌써 3주째다. 피켓을 들고 밖으로 나와 시위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행동력이 넘치는 이들에게 무대응은 성명을 내고 쌍소리 내며 싸우는 것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었다.

1회차 때 구단을 망친 구단주들의 차에 불을 지르고 살해 협박을 날린 리버풀 홀리건들은 지금도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건 다름 아닌 리버풀 구단에서 공식으로 낸 오피셜이었다.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의 윙어 프랭클린 리베리. 1,500만 파운드에 리버풀로 이적!]

[AS 모나코의 라이트백 마이튼. 1,000만 파운드에 리버풀로 이적!]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뜬 오피셜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정말 움직였으리라.

- 캬! 이게 바로 세계적인 부자를 구단주로 둔 맛이구나. 거침이 없네 거침이 없어.

- 여기다가 영입하고 싶은 선수를 적으면 되는 건가? 다음 영입으로 바르셀로나의 호나우지뉴 어떻습니까?

두 건의 오피셜은 리버풀 홀리건들의 움직임을 멈췄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팬들까지 흥분시켰다.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 리버풀 팬들이 모이는 곳곳의 펍에서는 구단이 발표한 오피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이번 영입이 좋은 영입이다 아니다를 놓고도 뜻이 나뉘어서 서로를 물어뜯었다.

갈라진 홀리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마따나 정호준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맛을 본 이상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피켓을 들고 밖으로 나와 동양인 구단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리버풀이라는 팀을 애정하기에 한 행동이다.

홀리건들은 정말 그냥 동양인이 싫은 인종차별자와 그렇지 않은 동양인은 축구를 모른다고 생각해 반대했던 이들, 정확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당연히 인종차별자가 소수파에 해당했다.

이집트나 중동의 부호, 훗날에는 동양인인 중국인까지 구단주로 두는 게 프리미어리그지 않던가. 돈의 힘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한 어느 곳에서든 평등했고 하물며 공산주의인 중국에서도 통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라. 우리가 참 재미있는 녀석을 구단주로 뒀군."

* * *

아직 이적시장이 시작된 지는 1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리버풀의 이적시장은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리버풀의 보드진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분주함이 누군가의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듯 리버풀의 부산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골치가 아픈 클럽이 현재 둘 존재했다.

골치가 아픈 두 클럽은 모두 런던을 연고지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고민의 정도에 따라 나눴을 때 그 정도가 조금 덜한 클럽은 리버풀로부터 유망주를 영입하고 싶다고 제안받는 토트넘이었다.

"루이 케인을 영입하고 싶다라."

2001년부터 토트넘 구단의 회장직을 수행한 데이비드 레비 회장은 리버풀의 제안에 유스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리버풀로부터 루이 케인을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이 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케인은. 뭔가 특별한 게 있습니까?"

"글쎄요, 아직 너무 어려서요."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루이 케인은 12세에 불과했다. 12세, 그것도 13세가 이제 곧인 12세면 뭔가 특별함이 돋보일 나이지만 결점 때문에 케인은 아직 특별함이 없었다.

"포지션 변경을 시작한 지 이제 1년입니다. 잠깐 잠깐 번뜩임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또래 다른 유스들을 따라가는 것도 벅차합니다."

그런 번뜩임은 1군 무대를 꿈꾸는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그 번뜩임이 나아가 특별함이 되고 특별함이 그 빛을 더했을 때 비로소 축구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프로가 되는 거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리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걸 고려하면 선수로 뛰기 위해 필요한 특별함은 '천재'라는 소리를 달고 다녀도 부족하리라. 그리고 재능을 개화해서 프로에 입성한다 해도 그 재능이 빛을 계속 발할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부상, 멘탈, 유명세, 여자, 술 도박과 같은 유흥까지 조심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 사실을 선수를 키우는 데이비드 레비 회장과 유스 스태프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회장님, 리버풀에서 케인의 몸값으로 얼마나 불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리버풀에서는 루이 케인을 300만 파운드에 영입하겠다군. 협상을 통해 값을 좀 더 높게 받을 수는 있을 것 같아. 100에서 200만 파운드 정도 올려 칠 수 있을 것 같네."

04-05시즌 네덜란드 1부리그 에레디비시서 PSV 에인트호번이 우승할 수 있도록 활약하고, PSV 에인트호번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4강에서 골을 넣은. 자신을 증명한 대한민국의 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때 400만 파운드 안팎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정지성이 이적한 뒤 1년이 지나긴 했으나 아시아 시장에 유니폼을 판매할 수 있는 아시아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는 정지성보다도 더 높은 금액이었다.

2022년을 살아 가는 이들이 보기에 유망주의 몸값으로 400~500만 파운드는 적다고 느껴질 수 있다. 진정한 부를 보여 주겠다며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망을 인수한 아랍의 왕자님들이 쏟아붓는 오일머니와 중국이 축구 굴기를 외친 후로 빅리그로 유입된 자금은 선수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상승시키는 원인이 됐으니까.

하지만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가득 끼는 그런 세상이 오려면 아직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유럽의 축구구단 관계자들은 첼시를 인수한 레만 아브라히모비치 때문에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을 뿐 언젠가는 가라앉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오늘 기름을 넣는 게 가장 싸게 기름을 넣는 거라는 말이 나도는 2022년처럼 선수들의 몸값은 지금이 저점이었다.

"420만 파운드. 이게 제 인내심이 허락하는 마지막 선입니다. 이 이상을 원한다면, 협상 그만두겠습니다. 신임 구단주가 루이 케인이란 어린 선수가 가진 특이한 이력에 관심을 가져서 영입하는 거지, 구단주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케인이란 선수를 영입할 것 같습니까?"

무어 단장은 리버풀이라는 구단에 환상을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선수들은 쌔고 쌨다는 것을 어필한 뒤 신임 구단주의 독선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반감을 실어 말했다. 사실 리버풀의 명성을 활용해 불법으로 사전 접촉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도 덤터기를 쓰는 꼴인데, 12살 꼬마를 이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사라고요? 제 자존심상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괜히 구단주의 뜻에 따라 주다 다른 구단에 취직도 못 하게 될 바에, 구단주의 뜻을 거스르고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루이 케인을 제외하면 모두 합리적인 영입이었기에 사실 정호준에게 반감은 없었으나 반감을 연기한 것을 빼면 무어 단장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래서일까 협상에 능한 레비도 한발 물러섰다.

"빅4의 단장님께서 너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한발 물러나죠. 420만 파운드에 리버풀의 제안 받겠습니다."

간간이 번뜩임만 보일 뿐 번뜩임을 넘어 특별함이 느껴지지는 않는 12살짜리를 꼬맹이를 420만 파운드나 받고 매각할 수 있는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레비 회장은 황급히 무어를 달랬고.

[리버풀, 토트넘 유스 영입에 420만 파운드를 쏟아붓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오피셜이 났다. 본래라면 유소년이라 크게 관심을 받지 않았을 영입이었지만 금액이 금액인지라 금방 소문이 퍼졌다.

먹이를 물었다는 듯 잡지, 신문사들이 달려든 까닭이다.

'분명 크게 이득을 본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찜찜하지.'

2004년에 유스로 데려온 뒤로 2년간 케인의 기록과 유소년 담당 스태프들의 말을 참고하면 크게 이득을 본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비 회장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말 크나큰 손해를 봤다는 걸 본능적으로나마 조금 느낀 거였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버스가 떠난 것을.

리버풀은 루니의 계보를 잇는 월드클래스 공격수 루이 케인을 420만 파운드 한화로 약 70억에 영입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70억의 20배를 줘도 팔지 않겠다고 말한 1회차를 생각하면 정호준의 리버풀은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된 셈이다.

* * *

리버풀의 바쁜 행보에 골치가 아파진 두 번째 클럽은 바로 아스날이었다.

협상이다 보니 잡음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끝날 것 같았던 애슐리 콜과의 재계약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아르옌 벵거 감독과 다니엘 데인 부회장은 참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애슐리 콜이 요구한 6만 파운드의 주급을 맞춰 준 아스날이었으나 에이전트 수수료는 따로 준비해 달라는 선을 넘는 요구에 주급을 맞춰 주기로 한 약속을 파하고 궤씸죄로 주급을 5천불 깎아 55,000파운드를 불렀다.

주기로 해 놓고 주급을 깎는 아스날의 행보에 당연히 애슐리 콜은 크게 반발했고 말이다.

1차 협상에서 협의가 완료되었던 내 연봉을 깎겠다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반발에서 그치는 게 아닌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려 할 무렵 아스날은 리버풀의 에이든 무어 단장으로부터 한 가지 정보를 전달받게 되었다.

"첼시가 애슐리 콜을 노리고 있습니다. 애슐리 콜의 에이전트가 첼시로부터 거금의 수수료를 약속받은 정황이 있습니다."

에이든 무어에게 정보를 받은 뒤에야 데인 부회장과 벵거 감독은 수월하게 진행되던 협상을 망가트린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벵거, 어떻게 하면 좋겠소?"

데인 부회장의 물음에 벵거 감독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마음이 떠났는데, 보내 줘야죠."

구단에서 마음이 떠나 이적하려는 선수를 상대로 남아 달라는 부탁은 해도 결코 강요는 하지 않는 벵거 감독이었기에 그는 애슐리 콜을 떠나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어 단장의 말처럼 첼시로 보내고 싶지는 않군요."

그도 사람인지라 첼시의 뜻대로 되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원수나 다름없는 첼시보단 리버풀이 나았다. 경쟁 관계에 있는 구단끼리 사이가 좋을 수 있냐만 리버풀과 아스날 간의 관계는 의외로 빅4에 소속된 다른 팀들과 달리 원만했다.

"리버풀로 보내는 것도 경쟁자를 키워 주는 꼴이지만, 그래도 첼시보다는 낫겠지. 오일머니에 붙어 타구단에 갑질하는 놈을 매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으니."

리버풀은 상황이 왜 이 지경으로 치달았는지 알려 주며 협조해 줬다. 게다가 에이전트가 선수를 속이고 제 맘대로 날뛰고 다닌 건지 애슐리 콜이 주도한 건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리버풀은 에이전트를 처벌하는 것에는 동의해 주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 애슐리 콜을 보호해 주는 것을 사족으로 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음모를 꾸민 첼시보다는 사이도 원만하고 가격도 잘 쳐준 데다가 여러모로 도와준 리버풀에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1,500만 파운드에 콜을 데려가겠다는 제안…… 받겠습니다."

벵거와의 상의를 마친 데인 부회장은 벵거가 보고 있는 앞에서 리버풀의 무어 단장에서 연락해 오퍼를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회차 때 길라스라는 수비수 + 500만 파운드라는 금액과 교환했을 잉글랜드 최고의 레프트백은 역사와는 달리 리버풀로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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