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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사들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걸겠다는 정호준의 협박을 자식에게 전해 들은 각 언론사의 임원들은 황급히 자식들에게 전달 받은 정보를 위에 보고했다.
"네 자식 놈이 그 새끼한테 실수한 거 아냐?"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언론사의 사주들은 하나 같이 보고한 임원의 자식이 실수한 거 아닌 지를 먼저 따져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라고 하겠지. 당연히."
"저도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니랍니다. 그날 KS그룹의 자제 정윤정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니 KS에 연락해 보시면 사고를 쳤는지 아실 수 있잖습니까?"
자신들의 결백을 정확히는 자식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언론사들에서는 정윤정의 이름까지 나왔다. 7대 언론사의 사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할 정도로 일이 커졌지만 결론은 정호준이 예상한 것에서 한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정호준이 원하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조건을 듣고 와!!"
7대 언론사들은 모두 정호준의 말에 순응하는 선택지를 골랐다. 소송에 들어가면 이겨도 평판도 더러워지고 승소할 때까지 로펌을 고용한 비용 또한 지불해야 한다. 패소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이 기다리고 있고 말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커질지 모를 놈이다.'
나이 스물하나에 무려 조 단위의 돈을 번 정호준이다. 가진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 급속도로 커지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정호준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그들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고꾸라질 수도 있긴 한데 녀석이 그럴 거란 생각은 전혀 안 드네.'
적대하겠다며 벼랑 끝으로 내몬 것도 아니고 제대로 살 길을 터주겠다는 정호준에게 굳이 이빨을 드러내며 저항할 필요는 없었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 하나 만으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도박을 감행하기에는 언론사의 사주나 오너일가가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이번 사건만 잘 풀고 나면 저 녀석이 더 커지면 우리한테 광고를 넣어줄 고객이 되어줄 테지.'
한국의 여론을 신경 쓴다는 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 없었다. 짧은 순간에 그런 계산까지 끝마친 사주들의 지시를 받은 7대 언론으로 불리는 언론사의 부국장급 임원들은 하루 이틀 간격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시카고로 날아왔다.
*****
미국이 상업성 있는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것으로 세간에 주목을 모았지만 사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셰일가스가 매장된 지역은 바로 중국이었다. 또 한 번 자원의 축복을 받아 기뻐할 법도 한데 중국은 기뻐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셰일지대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추출은 추출과정에서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는데 셰일가스 매장지로 유추되는 지역은 물을 다량으로 공급하기 힘든 지역뿐이다.'
몽골고원, 동북 3성, 신장 일대. 전부 먹고 마실 사람이 쓸 물 공급도 수월하지 않은 지역뿐이다. 그런 곳에 306억톤에 달하는 셰일가스가 묻혀 있다고 추정하면 뭐하겠나? 수압을 활용하는 방법 대신 다른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어 봐야 괜히 마음만 더 아파지는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은 희망 고문과 같은 사실이었다.
'2위는 아르헨티나 3위는 멕시코지.'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중국, 아르헨티, 멕시코, 그리고 남아공 다음인 5위에 랭크인해 있었다. 온갖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데 셰일가스까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매장되어 있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이긴 했지만.
어쨌건 가장 많은 매장량을 지니지도 않았으면서 미국에서 먼저 셰일가스붐이 일어난 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기술력이 뛰어나 상업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정호준은 퍼미안 분지에 땅을 샀던 것처럼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분지도 매입했다. 네우켄 분지의 바카 무에르타지대. 바카 무에르타 지대에는 308Tcf에 달하는 셰일가스가 매장되어 있었고 여기서 뽑아 올린 기름을 농담 삼아 쥬라기 기름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네우켄 분지의 바카 무에르타지대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아우스트랄 마가야네스분지의 이노세라무스 마그나스 베르데스지대. 그리고 멕시코에서 가장 많은 셰일가스가 묻혀 있다고 추정되는 Burgo분지의 Eagle Ford 셰일지대를 매입했다.
'사실 멕시코 치안이 워낙 나빠서 상업성이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트리오플이 돈값을 해주겠지?'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인수금은 인수금대로 주고 10억 달러까지 따로 투자해 규모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고용하며 시스템 보안 분야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했으면 써먹어야 하잖나? 유전을 지키고 기름이 탈취되지 않게 지키는 업무는 덩치를 키운 트리오플의 먹거리가 되기 충분하다.
그런데 정호준의 투자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다가스카에 위치한 세계 3대의 니켈광산 중 하나인 암바토비 니켈광산 부지에 대한 탐사허가 및 소유권을 Phelps Dodge로부터 넘겨받기도 했고 수호이 로그 금광처럼 채산성이 부족하다 판단되어 폐광된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푸에블로 비에호 금광과 콩고민주공화국 키빌리 금광을 탐사 및 채굴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에 발견되는 말리 룰로 고운코토 금광이 위치한 지역의 탐사권과 채굴권, 부동산 등을 매입했다.
푸에블로 비에호 금광과 키빌리 금광의 지분은 수호이 로그 금광을 매입하자마자 채굴권을 매입한 거다.
수호이 로그 금광이 채굴되기 전까지 세계 10대 금광에 이름을 올린 금광 3개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몽골 오유톨로고이 금광이 아쉽네.'
욕심은 끝이 없다고 정호준이 기억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금광. 2천 톤의 금이 매장되어 있는 몽골의 오유톨로고이 금광도 매입해보기 위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채굴권이나 지분을 손에 넣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몽골의 금광은 이미 영국계 광산회사가 탐사를 완료한 상태로 지분협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금광 지분이라도 매입하면 어떨까?'
폭락이 있기 전까지 최소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금값이 상승세를 이어가 현재의 금값보다 3배 가량까지 폭등하는 역사를 알고 있던 터라 금광의 지분협상에 참여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무리였다.
영국계 기업의 견제가 너무 심하고 몽골 쪽에 커넥션이 전무해 그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입찰에 제대로 끼어들지 못했다.
- JHJ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몽골의 사정은 좋지 않아 값을 후려치기 위해 시간을 끌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던 영국계 기업 리오(Rio Tito)사가 정호준에게 사람을 보내 자기들의 밥상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
2002년쯤부터 자신들이 침을 발라놨다면서 이빨을 드러내며 자기 밥그릇에 손대지 말라는데.
정호준이 거기다 대고 무엇을 더 할까?
괜한 자존심에 오기가 생겨 달려들 수도 있지만 정호준은 굳이 사서 적을 만드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성향이었다.
'내가 먹기엔 너무 늦었네.'
그렇기에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단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쨌든 3개의 셰일지대와 3개의 금광 그리고 암바토비 니켈광산을 매입하는데 정호준은 약 1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소모했다.
'대체 언제 이렇게 돈을 많이 쓴 거지?'
돈이란 게 버는 건 힘들지만 쓰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을 정호준은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회귀를 통해 미리 알고 있던 정보를 활용해 큰돈을 벌었지만 다른 계획을 위해 그리고 안전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하자 조단위의 돈을 사용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7,218,503,740달러라 적혀 있던 셀리반 캐피탈의 잔고는 어느새 2,393,503,740달러로 줄어 있었다.
'미쳤지. 미쳤어. 내가 언제 이렇게 간뎅이가 커졌지?'
지금까지 무려 4,825,000,000달러, 한화로 5조 4천억이 넘는 돈을 사용한 행보를 돌아보며 정호준은 자신의 간덩이를 탓했다. 지금 정호준이 한 투자들이 추후 더 큰돈으로 돌아오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정호준이 4조 5천억이 넘는 돈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동원할 자본금이 적다.'
앞으로 몇 번의 이벤트가 남기는 했지만 사세를 확장시킬 절호의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막상 닥치고 나니 돈은 없다. 아직 24억 달러나 계좌에 남아 있으면서 돈이 없다고 말하는 건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본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
그게 정호준이 언론사 자제들을 불러다 놓고 경고를 하게 된 배경이었다.
*****
'을'이 아닌 '갑'의 입장에 서 있는데 한 이야기를 또 하는 수고를 드릴 이유가 없었기에 정호준은 7대 언론사 부국장들의 만남 요청에 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정호준 대표님."
정호준의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회장이라 부르기보단 대표란 명칭으로 정호준을 불렀다. 뭐라고 부르든 정호준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말이다.
"저희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내게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거수를 잡으라는 말이 어려웠나요?"
"대중의 생각을 저희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대한일보 부국장의 겸양에 다른 부국장들 또한 엄살을 피웠다. 하지만 그들의 엄살은 정호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여러분의 기사로 망가진 제 이미지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내주시면 됩니다."
못할 거 같으면 소송에 들어가겠다는 정호준의 칼 같은 반응에 부국장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어떤 식으로 내 이미지를 개선시킬지는 여러분이 궁리하고 해내야 할 몫이지 내 몫이 아닙니다. 망가트린 것도 무단으로 내 정보를 가져다 쓴 것도 여러분이잖습니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정호준이 꽤 뛰어난 인물이라 판단했던 김준호의 부친, 오늘경제 부국장 김정팔이 입을 열었다.
"오늘경제 부국장 김정팔입니다. 대표님께서 이미지 개선이라 말씀하셨지만 이미지란 게 하나의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방향에 대해 일러주시면 저희 오늘경제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자제분이 누굴 닮아 비범한 모습을 보이나 싶었는데, 부친을 닮은 거였네요."
한참 어린 정호준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김준호를 평가하고 김정팔을 평가하는 건 한국의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매우 건방진 행태였지만 김정팔은 분노하기보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과찬이십니다. 저도 제 자식놈도 대표님에 비할 수는 없죠. 태양 아래 반딧불이랄까요?"
김정팔은 겸손에 이어 아부까지 했다. 달빛도 아니고 태양이라니. 누가 기자 아니라고 띄워주긴 엄청나게 띄워준다.
"제 재산이 1조가 넘는다는 거, 여기 있는 분들이면 모두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 정보 대중에게 풀어도 좋습니다. 저를 천재로 마케팅해주시죠."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으시려 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인터넷에 싸지른 기사들에 달린 보면 자기 돈을 맡아 달라는 댓글들이 꽤 달려 있더라고요. 천재 마케팅으로 그 돈들을 투자금으로 끌어모아 보려 합니다."
정호준은 백발 혹은 벗겨진 머리를 한 7명의 부국장들의 눈을 한 번씩 쳐다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이 주목을 받을수록, 천재라고 인식되면 될수록. 더 많은 자본금을 끌어모을 수 있겠죠. 당신들이 나를 그렇게 그려주십시오. 그게 내게 용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신이 위에 있음을 분명히 피력하며 용서를 언급하는 정호준의 발언이 건방지게 느껴질 법도 한데 부국장들은 얼굴을 붉히거나 하지 않았다.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