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76화 (7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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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의 시작이 된 크림 반도 합병을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었다.

'역사의 흐름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죽기 직전의 자신과 비교해도 급이 다를 정도로 많은 재산을 보유 중이지만 정호준에게 러시아란 나라의 행보를 막을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제 파악을 확실히 하는 것을 넘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한 정호준이기에 정호준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러시아의 행보를 막는 게 아닌 크림반도 합병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일어나지 않게 막는 거다.

'명분은 중요한 계기가 되니까.'

아무리 독재자라 해도 이유 없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건 정치 생명을 줄이는 일이 된다. 아무리 명분이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돼도 최소한의 명분은 있어야 한다.

독재자에게는 세계의 시선보다도 자국민의 시선이 더 두려운 법이니까. 특히 러시아는 프랑스와 함께 자신들의 지도자의 목을 날려버린 경험이 있는 나라였다.

'아무리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 국민이 만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다지만 전쟁을 일으키는 건 무리가 있다.'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소련, 그리고 소련 이전 제정 러시아 시대까지 우크라이나는 100년 이상의 세월을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었다. 우익이라 불리는 강경파들과 미국과 냉전을 이어갔던 소련의 영광을 추억하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는 되찾아야 할 땅이고 같은 나라라는 심리가 마음속 한구석에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쟁을 일으키려면 최소한의 명분은 필요했다. '과거 내 땅이었으니까 다시 가져갈게.' 이런 이유로 피 흘리는 걸 당사자인 자국민들이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 과거야 어쨌든 당장 피를 보는 건 본인들이었으니까.

명분이 없어 가만 지켜만 보고 있던 푸틴에게 명분이 제발 걸어들어온 사건이 있다.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국민에 의해 탄핵당한 빅토르 야코비치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의 카르키프시로 피신해 러시아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것.

국민에게 설명할 최소한의 명분을 찾고 있던 푸틴에게 한 나라의 국가수반이었던 이가 보호를 요청한 것은 푸틴의 손에 전가의 보도를 쥐여 준 꼴이 되었다.

푸틴은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직였다. '러시아에게 보호를 요청했던 빅토르 야코비치가 군사 개입을 요청했다.'라고 선전을 하며 곧장 군을 움직였다. 러시아 군대는 푸틴에게 받은 명령 그대로 크림반도로 쳐들어가 크림공화국이라는 독립국을 건국해 러시아에 합병을 해버렸다.

'명분 자체를 주지 않으면 광산을 계속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광산을 개발해서 채굴하다가 팔든 광물을 발견한 상태로 소유권을 타국에 넘기든 광산에 매장 중인 진정한 가치만큼은 값을 받아내지 못한다.

빅토르 야코비치의 도주 경로를 러시아가 아닌 서유럽으로 향하게 바꾼다든지, 그도 아니면 빅토르 야코비치가 민심을 반하는 결정적인 실태, 정적인 율리아 타노비치를 숙청한답시고 감옥에 가두는 걸 막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전쟁을 결심한 러시아를 돌아 세울 힘은 10년이 지나도 없을 테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를 무사히 끝마치고 나면 그 정도를 바꿀 체급은 되지 않을까?'

있는 놈이 왜 더 많은 욕심을 갖는지 매일같이 체험 중인 정호준은 밤을 꼴딱 세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 이어갔다.

내린 결론은 '다이아몬드 광산들은 그냥 팔고, 금광은 채굴하다 팔자.'였다.

기왕 산 회사인데 그냥 매장을 확인하고 다시 되팔기만 하면 몸집을 불릴 수 없었다.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로 금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금값이 폭등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금값이 어느 정도 절정에 이르렀을 때 파는 게 정호준에게 이득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어찌어찌 막더라고 러시아는 어떻게서든 명분을 만들어서 일을 저지를 거야.'

그가 죽기 직전에는 크림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체와 전쟁을 벌이려는 움직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운전대를 잡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원하는 이상 어떻게든 명분은 만들어지고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죽는 바람에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전쟁이 나지 않았을까?'

조지아 그리고 크림 반도. 빠꾸없이 달려든 러시아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쉬운 법. 우크라이나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1차,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현대전의 잔혹한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서유럽 국가들이다.

직접적인 저항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러시아는 과감하게 밀어붙일 거라 생각했다. 다만 하나 걱정되는 것은.

'세계 대전으로 확전하지는 않았겠지?'

이번에도 그냥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전쟁이 확산하지는 않을지. 그게 걱정이었다.

결정을 끝내 집중이 풀려서인지 피로가 몰려왔는데, 불안까지 함께 몰려와서 더욱 피곤한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선택지를 주긴 했지만 사실 따로 움직일 것 같다고 어림짐작했던 정호준의 예상과 달리 사하공화국으로 날아간 TF팀들은 손을 잡고 팀으로써 함께 움직였다.

'손을 잡고 한팀으로 움직이기로 했으면 한쪽만 보고하면 되지 무슨 보고를 양쪽에서 해? 한쪽이 공을 독점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나?'

정호준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했는지를 양쪽으로부터 매일 보고 받았다. 혹시 특이 사항이 있을까 싶어 보고서를 둘 다 읽었지만 특이 사항은 개뿔. 그들이 떠난 이래로 다른 내용이 올라온 적은 없었다.

보고 양식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똑같았다.

'이해하자. 저들도 불안하겠지.'

회사를 인수한 오너에게 자신이 쓸만한 이임을 어필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어쨌건 결과는 좋게 마무리됐으니까. 함께 움직인 두 TF팀은 정호준이 짚어준 두 지역의 채굴권을 성공적으로 획득했다.

- 둘을 합쳐 1억 달러에 채굴권을 얻어내다니 고생이 많았네요.

로비 비용은 수호이 로그 금광 TF팀보다 1,500만 달러 정도 더 사용했지만 두 지역 채굴권을 1억 달러에 매입했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 지분을 22%까지 줄였다.

'여기는 사하공화국 지분이라 해야 하나?'

수호이 로그 금광 TF팀도 그랬지만 정호준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였다. 정호준은 잘해 봐야 27~25% 정도로 25%까지만 낮춰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보냈으니까.

- 8%를 줄였으니 16개월 치 다음 달 월급과 함께 입금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채굴권을 얻어내는데 돈을 덜 쓴 것 또한 성과금으로 지급할까 하다가 그러면 처음에 제시했던 기준 자체가 흐려지기에 그냥 말로 치하만 하고 끝냈다.

Nyurbinskaya(누르빈스카야)와 Botuobinskaya(부투오빈스카야)의 채굴권을 얻어냈다는 보고를 받은 정호준은 곧장 지질 전문가들을 고용해 러시아로 보냈다.

정호준의 자금과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전문 장비 그리고 미리 고용해 둔 지질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수호이 로그 지역의 금맥 탐사는 속도가 붙었다.

금맥을 있었던 지역에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대규모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시간을 두고 조금씩 찔러보며, 가능성이 발견된 곳에 장비와 인력 등을 확대하며 아닌 것을 줄여나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이 시행한 자원탐사는 이런 표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그들을 고용한 오너부터가 뭔가 남달랐다.

- 수호이 로그 금광에서 북동쪽 지역부터 탐사를 시작하십시오.

정호준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지질 전문가들에게 탐사 범위를 지시하는 인간이 대체 어디있겠는가?

- 이쪽 일은 하나도 모르면서 무슨 범위를 집고 날리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해서인지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이름으로 고용된 전문가 중에는 회사 오너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댄다고 기분 나빠하는 이가 몇 존재했다.

- 돈이 그렇게 많으면 나한테나 좀 주지?

정호준의 행동은 돈을 땅바닥에다 매장한 불태우는 것 같은 행위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주가 시키는데.

정호준에 대한 욕을 입에 담으면서도 전문가들은 정호준이 시키는 대로 북동쪽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정호준의 지시에 마쳐 탐사 범위를 확정하고 대대적인 자금을 투입해 물량을 쏟아부었다.

돈, 탐사 범위, 장비, 인력.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충족된 상태라 탐사는 아니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 팀장님!! 금맥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았습니다.

- 뭐라고!! 어딘데?!

- 협곡지대입니다.

- 빨리 다른 팀들 호출해. 당장 심화분석을 시작해야할 것 아냐!!

팀장이라 불리는 이의 고성 섞인 지시에 흑인 남성은 무전기를 사용해 모이라는 연락을 전달했다.

'대체 우리한테 일을 맡긴 라이온 마인 회사의 오너는 정체가 뭐야?'

팀장 또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정호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기에 매장된 곳을 정확히 짚어준 상황에 경악했다.

*****

띠리리링~!! 띠리리링~!!

- 여보세요? 무슨 일로 연락하셨나요 페레즈 부사장.

- 축하드립니다 오너!!

메이슨 페레즈의 축하에 따로 전화를 건 용건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정호준은 깨달았다.

'금맥을 발견했구나.'라고.

- 찾았습니다. 우리가, 우리가 정말 금맥을 찾아냈습니다.

메이슨 페레즈의 어조는 뭔가 물기가 섞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메이슨 페레즈는 회장 일가와도 친분이 깊다고 했었지?'

메이슨 페레즈는 전임 CEO인 브리안 스탠리와 막역한 사이로 잘 나갈 때부터 사세가 기울어질 때까지 함께한 중진이었다.

지금껏 실패를 거듭하는 회사와 브리안 스탠리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렸을까?

정호준은 상상할 수도 없다.

- 생각보다 빨랐네요.

물론 수호이 로그 지역에 막대한 황금이 잠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정호준은 별 감흥이 없었지만 말이다.

- 추정 매장량은 얼마나 되나요?

- 최소 1,600톤, 많으면 2,200톤 이상도 매장되어 있을 것 같답니다.

메이슨 페레즈의 발언을 들으며 정호준은 컴퓨터를 켜서 보고서를 확인했다.

- 정확한 수치는 3차 심화 탐사를 해봐야 한답니다.

- 그렇군요. 예상보다 더 빨리 발견됐네요. 직원들은 러시아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죠?

현재 금 시세는 1온스당 480불 정도. 조금 희망적인 관점을 섞어 2,000톤이라 가정하고 계산하면 33,863,031,094달러. 338억 6,303만 달러. 현재 환율로 계산했을 때 약 37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광산이 된 거다.

'어린 나이에 성공한 건 역시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어서였네.'

체감을 못 하는 건지 다 알면서도 덤덤한 건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정호준의 담담함에 메이슨 페레즈는 뭔가 경외감 같은 것을 품었다.

- 웬만한 나라의 국가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신 겁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열흘 정도 3차 심화 지질 탐사를 통해 러시아 수호이로그 지역의 금맥의 규모가 약 1,780여 톤에 이른다는 결과가 도출되었고 정호준의 지시를 받은 메이슨 페레즈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셀리반 캐피탈에 인수된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 러시아에서 세계 최고의 금맥을 찾다! 매장 량은 무려 1,780여 톤!]

호주의 기자들이 쓴 기사는 기사가 난지 얼마 되기도 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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