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화 (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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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를 보낸 현관문 앞에 멍하니 서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이어간 정호준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로, 정호준은 전생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전보다 나은 인간이 되자.'

정호준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전생의 자신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다. 벽에다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답변 돌아오지 않는 일방통행의 대화였지만 그래도 생생한 부모님의 환영을 향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응어리졌던 것들을 모두 쏟아낸 만큼 가슴은 후련해졌다.

'부모님 앞에 떳떳해지고 싶다.'

자신을 보고 웃던 두 분의 미소가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정호준으로선 자신이 실시간으로 경험 중인 두 번째 삶이 부모님이 그에게 준 선물이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사고가 난 다음 날로 회귀한 지금 이 상황을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사고했다.

부모님이 주신 두 번째 기회가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기로 정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했다.

노는 것도 때가 있고 놀 줄 아는 이들이 잘 논다고, 회귀 전의 그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인 체면을 고려하느라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 많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런 가난을 겪은 건 아니지만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물 쓰듯 쓰고 살 정도로 풍족한 벌이를 가진 것은 또 아니었던 지라 알게 모르게 물질적인 제약도 있었다.

'두 번째 인생은 멋지고 폼나게 살자.'

남들은 경험하지 못할 회귀라는 기현상을 경험해 어린 시절로 돌아온 이상 범죄가 아니라면 다 해보고 싶었다.

정호준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모든 사건 사고를 꿰고 있을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둔 이는 아니었지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큰 사건들이나 한국에서 발생한 대소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것들만 제대로 활용해도 인생을 즐기기에 필요한 부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으리라.

'아, 맞다. 잊어버리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이 기록해야지,'

미래 사건들을 활용하자는 것에 생각이 미친 정호준은 서둘러 방에 들어가 노트를 꺼내 들어 미래의 사건 사고들을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었다.

본래였다면 회귀하자마자 적었어야 맞았겠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의 보내는 식장에서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정호준이 세운 마지막 목표는 그가 죽기 전까지도 이어졌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게 만든 원흉. COVID-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발생할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

인명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바이러스의 준동 자체를 막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십수 년 후의 그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큰 사람이 된다 해도 바이러스의 발생 자체를 막는다는 건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쉬운 걸 넘어 아예 인력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COVID-19 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유추(?)되는 나라가 공산당이 일당 독재하는.

말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국가 중국이었기에 특히 그랬다.

-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이들은 용서하지 않겠다.

도둑이 제 발을 저린단 말마따나 가만히 두고 만 보고 있으면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되어 세계로부터 온갖 책임과 피해 배상을 요구할 청구서가 날아들 것을 눈치챈 중국 공산당은 선수를 쳤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믿는 것처럼 세계에 대고 으름장을 질렀다.

-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이들을 용서치 않는다.

중국은 15억 인구에서 비롯되는 거대한 자본과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기구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코로나 진원지로 지목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보복을 가하며 자신들의 원죄를 격렬하게 부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의 생화학연구소에서 유출된 바이러스다.'나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석했던 미군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진 거지 중국은 잘못한 것이 없다,'와 같이 주장했다.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는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와 같은 작은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란 걸 중국이 몸소 실천하며 세계에 증명했다. 그 바람에 정호준이 죽기 전까지도 중국이 COVID-19 바이러스의 발생지임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 공산당과 공산당의 통치에 따르는 중국인들만 그 사실을 부정하고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을 뿐. 전 세계는 중국이 코로나의 근원지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정호준이 죽기 직전까지도 중국은 미국에 편에 서서 중국이 COVID-19의 근원지라 공식 선언한 호주와 한창 무역 전쟁을 벌였고, 그러다 한발 굽혔던 기억이 있었다.

하여튼 그런 중국이다.

'말한다고 듣기나 하겠어? 그 민폐들이.'

중국은 그가 세계와 중국 그리고 공산당을 위해 경고해도 귀담아 들어줄 나라가 아니다. 비웃으며 무시하면 그나마 나은 거다. 우한 연구소를 지목한 탓에 그들의 연구소를 염탐해 비밀을 채가려 한다 추측하고 그들만의 조치를 감행할 수도 있다.

정호준이 처음 경고했을 때 조용히 넘어간다고 가정해도 훗날 사건이 커져 다시금 팬데믹 사태에 이르면 책임 소지를 줄이고자 그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리라.

'내 입을 막기 위해 사람을 보낼 확률은, 확률이라 말할 것도 없이 무조건 보낼 거 같은데?''

음모론적인 상상이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진 않은 그런 상상이다. 국가의 명예와 이득 앞에 개인은 그저 작디작은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전생에서 1호 환자라 예측되는 개인들이 쥐도 새로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진 것만 봐도 예측되지 않을까?

더군다나 미래의 그가 얼마나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십중팔구 정호준은 중국 공산당 수뇌부들이 소국이라 깎아내리고 무시하는 대한민국의 돈 많은 이에 불과할 거다.

'괜히 사서 목숨 걸지 말자. 부모님이 주신 두 번째 인생인데 길게 살아야지.'

정호준이 목표한 희생자를 줄이겠단 생각은 어디까지나 정호준이 해낼 수 있는 선에서의 현실적인 것을 의미했다.

'바이러스의 준동은 막지 못하지만, 적어도 백신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람, 그리고 백신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줄일 수 있다.'

전생에서 세계 각국은 팬데믹 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태를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임상시험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 부랴부랴 백신을 개발했다.

그런데 사실 신약이나 백신 개발은 후보군 물질을 발견하는데 한 세월, 사람에게 임상시험 하기 전 동물에게 먼저 투약해 효과를 알아보는 전임상으로 한 세월, 그리고 전임상이 끝나면 그때부터 인간에게 시험하는 임상시험에도 한 세월이 걸린다.

게다가 인간에게 시험하는 임상시험은 한 번이 아닌 총 세 단계로 나뉘기까지 했다. 신약이나 백신이 임상시험을 정상적으로 모두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최단기로 계산해도 3년이 걸린다. 그리고 이 3년이란 기간도 그저 이론에 의거한 산술적인 계산일 뿐이었다. 실제론 아무리 짧아도 4~5년은 필요했고 평균적으로는 7년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은 족히 필요했다.

'임상을 끝냈다고 약이 바로 승인이 나는 것도 아니지.'

미국의 경우 임상을 마친 뒤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승인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6개월은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2019년 11월에 COVID-19 바이러스의 발생이 확인된 후 백신 개발을 시작해 2020년 12월 8일 영국에서 처음으로 접종을 시작한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니 부작용이 왜 없겠는가.

아무리 각국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쏟아붓고 최고의 인재들을 투입했다지만 10년, 짧아도 5년은 걸렸을 과정을 1년 조금 넘는 기간으로 줄였다.

탈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뭐,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리제네카에서 만든 백신이 부작용이 있어도 중국 놈들이 만든 시노백보다야 낫지만.'

백신을 원하는 곳은 많고 공급은 한정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백신은 하나의 외교 카드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무기 삼아 백신외교를 펼쳤고 중국 또한 미국처럼 자국에서 시노백 백신을 동남아 국가와 남미대륙,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들에게 나눠주거나 저가로 판매하며 자국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물론 한국인들은 중국의 시노백 백신(SINO VAC)을 물백신이라 조롱하며 아예 백신으로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분야에 걸쳐 불량품이 다수 나오는 게 중국에서 만든 물건이다.

그런데 생명과 직결된 백신을 중국 걸로 맞는다고?

'안 맞으면 안 맞았지, 중국 걸 왜 맞아?'

'죽고 싶으면 뭘 못하겠어?'

시노백 백신을 투약하는 중국인들이나 타국의 국민을 향한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백신을 접종자의 예방 효과가 50%를 겨우 넘어설 수준에 불과하니 다른 백신도 많은데 굳이 중국 걸 왜 맞겠는가.

한국은 세계에서 열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GDP를 매년 기록 중인 부유한 국가다. 그리고 치안, 의료, 위생 등에 있어서는 아예 세계 최고 수준에 버금갔다. 그런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눈높이에 중국산 백신인 시노백 백신은 죽으면 죽었지 결코 투약하지 않을 물건이었다.

하지만 중국제가 품질이 안 좋다는 걸 차치하더라도 세상엔 국민에게 제대로 의료시스템을 공급해주는 국가보단 그러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가 훨씬 많았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라 일컬어지는 국가의 국민들에겐 그마저도 없어서 투약 못 하는 감지덕지한 물건이었다.

중국은, 공산당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 중국의 편에 서라.

- 광산 채굴권을 중국 기업에 넘겨라.

어려운 사정을 십분 이용해 서유럽 국가나 선진국, 부국(富國)들에선 거들떠보지도 않을 시노백 백신을 공급하기로 약속하곤 동남아 국가나 남미권 국가, 아프리카권 국가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백신의 대가로 각종 이권을 요구했다.

정호준은 백신을 기다리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죽는 사람들, 백신 부작용으로 죽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다.

'좀 더 욕심부리면 회귀 전과 달리 코로나 사태를 끝낼 수 있게 되면 좋겠네.'

COVID-19로 인해 지속되는 팬데믹 사태로 죽어가는 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만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들은 원래 환자의 치료를 위해 활용되는 의료인력들이다. 본디 투입되어야 할 의료 인력이 다른 곳에 발이 묶인 만큼 경증자들의 치료 순번은 자연스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증상이 악화되었지. 악순환의 반복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제때 치료했으면 가볍게 끝났을 경증환자의 증세가 중증으로 변화되거나 갑작스레 발생한 중증환자를 치료할 인력이 부족해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

정호준은 이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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