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16화
황궁이 미치도록 넓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내 옆에 꼭 붙은 리엘라의 허리를 감싸 안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이제껏 성인군자처럼 행동한 이유는 딱 하나. 힘이 없어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다면 남들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도덕적인 선을 아득히 넘겨버리는 악인이 될 것 까지는 없지만. 이제 욕망을 꼭꼭 감추고 살 필요도 없었다.
리엘라의 가느다란 허리가 얇은 드레스 위로 손에 착 감긴다. 그 부드러운 곡선을 손바닥으로 살살 매만지며 걸으니 내 옷깃이 단단히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기사들과 시종들은 손길이 더 노골적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바리게이트였다.
‘후.... 너무 흥분했어.’
어느덧 방문 앞까지 왔다.
시선을 피해 몰래 몸을 만지던 손은 애무나 다름없을 정도로 진득했었다. 그녀에게는 첫 경험일 텐데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로 이끌었다.
옆에 앉은 리엘라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숨을 몰아쉬면서 시선을 약간 내리깐 채로, 앞으로 다가올 일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은.. 무조건 소중하게 대한다. 천천히 하자 밤은 기니까.’
시간이 더 지나서 리엘라도 경험이 많아지면 상황이 달라지겠지.
하지만 하나뿐인 아내에게 내 욕망만 채우는 최악의 경험을 시켜줄 수는 없었다.
나는 리엘라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그녀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손길을 받아들이던 리엘라가 머뭇거리더니 몸을 내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리엘라의 어깨를 감싸서 조심스럽게 힘을 줬다.
스르륵 딸려오는 그녀의 몸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코를 가득 메웠다. 그 향기에 취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키스를 했다.
처음엔 입술을 빨면서 조금씩, 급하게 혀를 넣지 않고 그녀가 문을 열어주길 노크했다. 닫힌 입이 열리면서 서툴지만 호응을 해왔다. 혀가 본격적으로 얽히면서 타액이 섞이기 시작했다.
내 혀가 리엘라의 입안을 누비면서 흔적을 열심히 새겼다.
“하아... 하아.....”
옆구리를 만지던 손을 살며시 위로 올렸다. 리엘라의 가슴을 바깥쪽에서부터 천천히 건드리기 시작했다.
“읏..”
조금 움츠러든 몸.
처음으로 남자의 손을 허락한 반응에 절로 기분이 뿌듯해졌다. 입술을 떼고 눈을 마주치자 작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옷에 감춰졌어도 묵직해 보이는 가슴을 손으로 부드럽게 쥐었다.
“으음...”
눈을 감고 살짝 찡그러진 얼굴. 말랑한 가슴을 살살 주무르자, 처음 느끼는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제국에서 가장 높은 신분의 그녀가 내게 가슴을 만져지고 있다. 자지는 이미 한껏 기지개를 펴서 바지를 뚫으려 하고 있었다. 애써 흥분을 억누르며 허락한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는데 집중했다.
한참 리엘라의 가슴을 왼쪽 오른쪽 번갈아 만지다가 침대의 가장자리로 그녀를 눕혔다. 하얀 시트에 사르르 퍼지는 청은발의 머리카락. 낯선 감각에 흐트러진 얼굴마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나는 누운 리엘라의 위에 자리 잡고 말했다.
“벗길게.”
“네..”
25년 인생 최고의 선물상자를 개봉하는 것처럼 리엘라의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다.
“와.... 예뻐, 정말로..”
리엘라의 몸은 얼마나 고귀하게 자랐는지 피부에 흔한 잡티조차 없었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입고 있는 흰 속옷보다 피부가 더 하얘 보일 지경이었다.
“부끄러워요..”
리엘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손으로 몸을 가리지 않았지만 눈을 마주칠 자신은 없었나보다.
리엘라의 가슴 밑 부근을 쓰다듬다가 하얀색 브라를 풀려고 등 뒤에 손을 갖다 댔다.
의미를 이해한 리엘라가 몸을 들어줘서 쉽게 브래지어를 풀어내자 감춰진 가슴이 전부 드러났다.
누워있어도 보기 좋은 모양의 예쁜 가슴. 한손에 살짝 넘치는 가슴의 중앙에는 옅은 분홍색의 앙증맞은 유륜과 솟아오른 유두가 있었다.
‘이건.... 최고네. 음... 엄청 예쁜 가슴이야.’
리엘라의 몸은 전체적으로 이상적인 밸런스가 무척 뛰어난 몸매였다.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가슴은 너무 자극적이라 참기 힘들었다.
리엘라는 부끄러움에 팔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줄곧 배려를 하고 있었지만 조금 놀래 키고 싶은 마음이
쪼옥.
기습이었다.
나는 빨딱 서 있는 유두에 입술을 살짝 빨았다. 눈을 가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리엘라에게는 너무 강렬한 한방.
“으응?”
한손은 가슴을 주무르면서 입술로는 유두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쯉 쮸읍- 쯉쯉.
손가락으로 유두를 비비면서 간간히 이빨로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깨물었다. 방 안에서 살을 물고 빠는 천박한 소리가 퍼질수록 리엘라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하으으응. 흐읏... 하아앙!!”
평소 지혜롭고 올바른 길을 찾도록 유도하며 정치적 식견을 키워주던 그녀가 아니었다. 침으로 번들거리는 유두를 이빨로 살짝 비벼주면.
“흐으으으으앙!”
쾌락이라는 감각을 생전 처음 느끼고 있는 암컷의 모습이었다.
눈을 가렸던 팔은 어느새 내 머리를 감싸고 있다. 나를 밀어내지 않고 힘을 줘서 품으로 더 끌어당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느끼는 거 같은데.’
앞으로도 리엘라의 몸은 나만 맛을 보겠지만, 리엘라가 잘 느끼면 나도 뿌듯한 일. 슬슬 성역을 침범할 시간이 다가왔다.
“흐으읏.. 흐윽!”
리엘라의 몸은 미약한 열기가 느껴졌다. 충분히 달아오른 여체. 긴장된 마음을 풀어줬으니 이제 아래쪽을 풀어줄 차례다.
젖꼭지를 입으로 애무해 주면서 군살하나 없는 잘빠진 배를 손바닥으로 원을 그리면서 만졌다. 움직임을 넓게, 귀여운 배꼽도 만져보고 긴 다리의 매끈한 허벅지도 쓰다듬었다.
“아.....”
내 손이 다리사이를 파고들자 리엘라의 탄식이 들렸다.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쓸기를 반복했다. 힘이 빠진 다리를 파고들어 팬티 위로 손이 닿았다.
꾸욱.
리엘라의 보지를 눌러보자 그녀가 흠칫흠칫 떠는 게 느껴졌다. 뜨겁다... 팬티로도 그녀가 젖은 걸 알 수 있었다.
물을 먹은 솜처럼 하얀 팬티의 안 부분은 이미 애액으로 질척거릴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둔덕을 침범하면서 클리토리스 부근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햐으읏!”
정확히 찾은 듯 했다.
리엘라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니. 중지로 힘을 줘서 눌렀다, 그리고 좌우로 비비다가 동그랗게 비비기도 하고 꾹 눌러보기도 했다.
“하아아아앙!”
“기분 좋아?”
“으읏.... 이상해요! 막 간지럽고.. 하악!”
짓궂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처음 보는 귀여운 모습의 리엘라를 보니까 왠지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손을 멈추고 말했다.
“가슴 빨아 줄때랑 지금이랑 어떤 게 더 기분 좋아?”
“네....?”
잘 못 들었다는 듯, 리엘라의 표정에 당황함이 묻어났다.
입술을 살짝 깨문 얼굴이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나는 대답을 재촉하는 말은 하지 않고 클리토리스를 누르는 걸로 대신했다.
“아아앙.... 하아악!”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런 반응도 시간이 지나 섹스에 익숙해지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 잔뜩 눈에 담아둬야 했다.
“잘 모르겠어?”
“....”
리엘라는 눈을 감고 입을 꾹 닫았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내 밑에 깔린 여자가 평생 나만 바라본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행복했다.
‘후우.... 손이 덜덜 떨리는 기분이야.’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나도 긴장한건 마찬가지였다.
리엘라가 경험 많은 여자였다면 내가 긴장한 티를 알아차렸을 거다. 조심스럽게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읏!”
손등으로 잔뜩 젖어버린 축축한 팬티의 안감이 느껴졌다. 손에 쓸리는 옅은 음모의 감촉은 리엘라가 털이 많은 편이 아니란 걸 알게 해줬다. 꿀물을 질질 토해내고 있는 갈라진 틈을 위아래로 슬슬 쓸었다.
리엘라의 허벅지가 다물렸다. 침입자에게 더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뜻 같았다. 이미 보안이 뚫린 이상 의미가 없는 몸짓이었다.
“하아아악-!”
보지를 벌리고 이미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긁었다. 팬티의 보호를 받고 있던 조금 전 상황과 달리 직접적으로 만져지는 지금. 리엘라의 교성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만! 그만!!”
리엘라가 다급하게 내 손을 붙잡아왔다. 많이 흥분해서 민감한 반응, 나는 그녀의 입을 키스로 막아버리고 진동하는 손가락의 세기를 높여 박차를 가했다.
“으읍.... 멈춰줘요! 하으윽! 제발요으아아앙!”
리엘라의 고개가 세차게 가로저어졌다. 이러다 그녀가 입술을 부딪쳐 상처라도 날까 싶어 입을 뗐다. 하지만 손은 멈춰주지 않았다.
더... 더! 더 빠르게!
그럴수록 고귀한 황녀가 짐승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리엘라의 몸이 부르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앙-”
움찔움찔.
간헐적으로 떨리는 리엘라의 몸과 내 손에 느껴지는 애액의 분출.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야동에서 나오는 분수 같은 것과는 달랐다. 그래도 울컥 내뱉은 물은 충분히 양이 많아서 팬티에 가득 고이는 게, 얕은 물웅덩이에 손을 담근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아...”
리엘라의 눈은 초점이 흐려 몽롱해 보였다. 방금 오르가즘을 한번 느낀 것이다. 멍하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자, 뾰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해요! 제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미안.”
투정을 부리는 리엘라의 입술에 쪽쪽 키스를 했다. 그녀는 몇 번 해봤다고 조금 능숙해진 키스로 호응해왔다. 말은 그래도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았어?”
“몰라요. 으.... 찝찝해요.”
“벗고 싶다는 거야?”
“누구 때문인데요.”
리엘라는 새치름한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입고 있던 팬티는 다 젖어가지고 기능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녀의 다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눈앞에서 팬티를 벗기고 그 안의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손으로 팬티의 옆 부분을 잡고 남은 손으로 리엘라의 엉덩이를 툭 두드렸다. 하아, 한숨을 토해낸 리엘라가 엉덩이를 들어줬다.
주르륵.
젖은 팬티를 끌어내리자 고여 있던 애액이 침대로 흘렀다. 얼룩진 시트도, 폐에 깊숙이 들이마셔지는 미세하게 시큼한 여인의 향기도. 이성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리엘라는 손으로 보지를 가리고 있었다. 여자로서 가장 소중한 부분을 보이는 순간이다. 그녀의 반응은 당연했다.
먼저 리엘라의 무릎을 잡고 다리를 벌렸다. 저항감은 없었다. 다리는 활짝 벌어져 M자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남은 장애물은 리엘라의 손. 나는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침이 꿀꺽 넘어갔다. 가만히, 20초 정도 흘렀다고 생각될 즈음이었다.
리엘라는 내 손을 떼고, 스스로 가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