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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57화 (257/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7화

승리 보증수표,

언론에서 신우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신우는 여전히 보증수표와 같은 활약을 이어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7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5회를 마무리하는 정신우 선수! 투구 수는 고작 62개를 기록 중입니다!]

평소와 같은 신우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감독과 코치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베스트 컨디션이군."

제이비어 감독은 더그아웃에 들어와 쉬는 신우를 보며 생각했다.

그때 투수코치가 다가왔다.

"저희의 걱정은 괜한 기우였나 봅니다."

"그렇게 됐군."

약간의 불안요소는 신우 스스로 걷어냈다. 그렇기에 경기 전, 감독과 투수코치가 걱정했던 부분들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코치들은 언제나 의심하고 예상해야 된다. 신우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부진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예상하고 뒤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코칭 스태프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비록 지금과 같이 무의미한 논의로 끝날 때도 있지만, 대비하는 게 무의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6회부터는 불펜에 읽업 정도는 지시하겠습니다."

윌업은 몸에 열을 올리는 작업이다.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는 불펜피칭과는 다른 의미로 아직까지는 신우에게 맡긴다는 의미였다.

한편, 신우는 더그아웃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월하네요.'

[그러게.]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이길 듯.]

[타선도 점수를 잘 내주고 있고.]

스코어 3대 0.

이대로라면 디비전시리즈는 오늘 경기에서 마무리된다.

[방심하지 마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점수니까.]

[00 3점은 한순간임.]

[지금 네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상대는 이번 시리즈에서 벌써 두 번째 네 공을 상대하는 거다. 공략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해.]

레전드들은 신우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덕분에 신우는 느슨해지려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갤럭시는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필리스 더그아웃의분위기는 무거웠다.

'최악이군."

브라이스 하퍼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력하게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한다는 건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에게는 지욕과도 같았다.

'어떻게든 이 분위기를 역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우를 공략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라면 그가 강판이 되더라도 분위기 역전은 어려울 수 있다.

즉, 신우 그 자체를 공략해야 답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나밖에 없어."

그리고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자신이었다. 이것은 팀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브라이스 하퍼는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태생적으로 그러했다.

첫 번째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5년. 당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연소 만장일치 MVP를 수상하면서 그는 엄청난 스타가 되었다.

데뷔시즌부터 신인왕과 올스타 출전까지 하면서 인기를 검증했던 그의 가지가 수직상승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브라이스 하퍼는 매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면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FA 대박도 이루면서 슈퍼스타라는 걸맞는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한 투수에게 묶인다는 건 명성에 흠이 가는 일이었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든 역전한다.

브라이스 하퍼는 각오를 다지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5회와 6회는 평행을 이루며 경기가 이어졌다. 시합은 후반으로 접어들었고 사람들은 하나둘 갤럭시의 승리를 점치기 시작했다.

"필리스가 상대가 되지 않네."

"역시 시누가 있으니까, 필리스의 타선이 힘을 못 쓰고 있어."

"챔피언십 시리즈는 갤럭시가 가겠군."

그들의 판단이 이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의 판단이 들렸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뼈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을 추가하는 정신우 선수! 7회에도 여전히 막강한 위력의 공을 던지며 필리스 타선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마운드를 신우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구수 84 개.

이대로 간다면 완봉까지 생각할 수 있는 투구수였다.

[피칭도 훌륭하지만 더 놀라운 건 경기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여전히 100마일을 오가는 광속구를 뿌리고 있군요. 정말 믿을 수 없는 내구력입니다.]

사람들이 신우의 스테미너에 놀라고 있는 사이..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며 숨을 돌렸다.

[체력은 어떰?]

좀 지치네요.'

[그래도 구속은 떨어지지 않았네.!

[얘 원래 이러다가 갑자기 구속이 떨어지잖음.]

[그렇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체력이 좋아지긴 한 듯.]

신우도 느끼고 있었다.

과거보다 체력이 한결 좋아진 걸.

올 시즌을 앞두고 팀 신우를 만들었던 게 점점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는 게 중요한 이유를 알겠네요.'

[괜히 스포츠 선수들이 돈을 벌면 자신만의 팀을 꾸리는 게 아님.]

[사람마다 타입이 다르니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지. 거기에 훈련법 역시 모두 달라야 되고, 그러니 자신만을 위한 팀이 있는 게 좋은 거다.]

자신만의 팀을 꾸리는 것.

레전드들이 없었다면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을 거다. 팀 자체에서도 선수들의 커디셔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그렇기에 그런 쪽으로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팀을 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신우는 그 차이를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투 웨이 플레이어로 풀시즌을 뛰었음에도 지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복력이빨랐다.

오늘 경기에서도 지지지 않는 투구를 하는 것이 그 증거였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8개.'

스스로 이 경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이번 이닝을 잘 남겨야겠네.]

[00 까다로운 애 들어온다.]

[이번 이닝을 잘 넘기려면 재는 확실히 잡아야겠네.]

타석에 들어서는 건 브라이스 하퍼였다.

[필리스를 대표하는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에선 아직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 디비전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부진한 모습이죠?]

[사실 그렇게까지 부진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2차전에서 홈런도 때리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3사전에서도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으니까요. 하지만 정신우 선수를 상대로 한 1차전과 오늘 경기에서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차전에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오늘 경기에선 2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입니다. 특히 5번의 타석 중 장타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팀의 중심을 지키는 타자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일 겁니다.]

신우에게 홈런을 뺏는 건 어렵다.

하지만 같은 슈퍼스타이기에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하퍼 선수를 철저하게 막을 수 있다면 두 선수의 천적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지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브라이스 하퍼 선수는 언제든지 담장을 넘길 파워를 겸비한 선수입니다. 신중하게 상대해야 해요.]

신우도 잘 알고 있었다.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전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대단한 집중력이다.

필리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만, 하퍼는 단 한 번도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이는 그가 높은 집중력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스타라는 녀석들은 저런 순간에 무언가를 해내지.]

[팀을 대표하는 녀석이니 쉽게 물러나진 않을 거다.]

신우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플레이볼!"

[정신우 선수와 브라이스 하퍼 선수의 세 번째 대결이 시작됩니다.]

토마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 녀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초구부터 기선을 잡자.'

토마스 역시 특급선수였다.

당연하게도 하퍼의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이런 애들을 상대로 어설픈 승부 들어가면 오히려 피 본다.]

[초구부터 전력투구로 가즈아!]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세트포지션에 들어가기 전, 신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상대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자신 역시 그래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신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앗!!

다리를 차올린 그가 곧 몸을 비들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힘의 이동이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신우는 그러한 힘의 이동을 느끼면서 있는 힘껏 스트라이드를 내디였다.

과직!!

스파이크가 마운드에 박히면서 그의 하제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동시에 전진하려는 힘이 멈추면서 그의 하체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신우는 허리를 들어 그 힘이 올라오는 길을 열어주었다.

고도의 집중력 덕분에 힘의 이동과 회전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쐐애애애액~!!

신우는 그 힘을 담아,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하퍼의 몸쪽을 찔러 들어갔다.

그 순간,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하퍼의 배트가 회전했다. 그리고 마지 먹이를 낚아채듯, 배트가 공을 그대로 강타했다.

따악~!!

[때렸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잘 맞았다.

[이건… 급니다!!]

잘 맞은 타구는 단숨에 우익수 방면을 향해 날아갔다. 홈런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타구였다. 하지만 두 사람만은 타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건 바로 신우와 하퍼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동시에 타구가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심판은 홈런이 아닌 파울 선언을 내렸다.

[아~! 파울입니다! 우익심이 폴대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순간 넘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동감입니다. 정말 그 정도로 큰 타구였어요..!

곧 리플레이 영상이 틀어졌다.

[다시 한번 보시죠. 정신우 선수는 몸쪽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완벽한 코스와 구위를 가진 공이었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퍼 선수의 스윙도 완벽했어요. 무엇보다 노리고 때렸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스윙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스윙이 굉장히 빠르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러한 배트 스피드가 있었기에 101마일이 찍힌 공을 저렇게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겁니다.]

해설위원이 열심히 해설하는 사이..

하퍼는 타석에서 물러나 장갑을 다시 착용하고 있었다.

'너무 일찍 당겼어. 스피드는 이대로 설정하고 조금 더 당기는걸 늦춘다.

하퍼는 삽시간에 수정할 곳을 찾아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바로 줄 수 있다는 게 하퍼의 큰 장점이었다.

[브라이스 하퍼가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원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초구에 위력적인 스윙을 보여준 하퍼 선수를 조심해야겠습니다.]

만만치 않은 타자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 첫 번째 스윙이었다. 하지만 신우 역시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2구 던집니다!!]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동시에 하퍼가 배트를 돌렸다.

"파울!!"

[파울입니다! 이번에도 스윙이 완벽하게 빗나간 듯한 모습이네요.]

[그렇습니다. 허를 찌르는 쓰리핑거 커브를 던지면서 하퍼 선수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어요..]

신우와 토마스 배터리는 변화구를 던지며 하퍼의 타이밍을 뺏기 시작했다.

빠른 공 다음으로 던진 느린 공.

이런 스피드의 차이는 타자의 감각을 어지럽게 만든다.

그 결과 이게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가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정신우 선수! 3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뼈어억!!

[아깝습니다! 볼 빈개가 높이 들어가는 하이 패스트볼이었지만, 하퍼 선수의 배트가 돌지 않았습니다!]

구속 101마일의 하이 패스트볼,

이런 공에는 배트가 나오지 않은 하퍼가 잘했다는 표현밖에 쓸 수 없었다.

'길어지겠어.'

신우는 승부가 길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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