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51화 (251/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1화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가 열린 첫날, 정신우 선수를 앞세운 몬트리올 갤럭시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5 대 1 완승을 거두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충격적인 클로저 오프너 전략을 내세우며 기선제압을 위해 노력했으나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정신우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완패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7이닝 무실점 14탈삼진 무볼넷을 기록하며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떨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에이스의 역할을 120% 성공했습니다.

타석에서도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차전이 원정경기라는 점이 불안요소였지만, 정신우 선수의 활약 덕분에 1승을 먼저 올린 갤럭시는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한발 앞서가게 되었습니다.]

기사를 보던 신우는 스마트폰을 끄고 생각에 잠겼다.

[왜 그럼?]

[아무도 없는데 분위기 잡누.]

레전드들의 채팅에 신우가 물었다.

'오늘 경기에서 필리스가 조금 이상했던 거 같아서요.'

[이상하긴 했지.]

[에이스를 내놓을 자리에서 오프너 전략을 썼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 이유는 잘 알잖어?]

많은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여러 분석을 비롯해 그 이유까지 정리해서 기사를 올렸다.

그렇기에 신우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절 견제하기 위함이겠군요.'

[정답.]

[이제 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견제해야 하는 투수가 됐다.]

[크으! 이게 뭔일이래? 포심도 제대로 못 던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시누 이제 다 컸누.]

다 큰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말이 저럴까? 신우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결국 전략은 실패했다고 봐야겠네요."

[왜?)

1차전은 저희가 이겼으니까요. 절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실패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면 실패라고 해야겠지만……]

[1차전만 놓고 한 선택은 아닌 듯.]

[아마 디비전 시리즈 전체를 생각하고 내놓은 전략이겠지.]

즉, 길게 보고 한 전략이라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디비전 시리즈가

단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짧아도 3번의 경기는 치르니까. 그러니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거지.]

신우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수로서의 경험이다. 지도자로서의 경험은 미비했다.

"전략이란 건 어렵네요.'

[선수는 한 경기를 보면 된다. 하지만 지도자는 짧게는 시리즈를 보고 길게는 시즌 전체를 읽어야 한다.]

[사실 선수는 전략을 구상할 이유는 없음. 하지만 이해할 필요는 있지.]

[전쟁을 예로 들면 쉬움, 사령관이 아무리 대단한 전략전술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현장에선 그걸 지휘할 지휘관이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는 법이지.]

예로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감독과 코치들은 어디까지나 전략을 세우고 조언을 하는 게 끝이다.

현장에서 싸우는 건 선수들이다.

그들이 제대로 전략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글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필리스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그냥 널 너무 견제하다가 자폭한 걸 수도 있지.]

[당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매튜슨이 이야기했다.

[깊게 생각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사로잡혀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되면 안하니만 못한 게 되는 거지.]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일 경기를 지켜봐야겠군요."

[정답이다.]

1차전의 승리,

하지만 신우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디비전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디비전 시리즈 2차진.

1차전을 빼앗긴 필리스의 공세는 경기초반부터 매서웠다.

딱!!

[3구를 강타!!]

브라이스 하퍼가 때린 타구가 순식간에 담장을 때렸다.

[다이렉트로 외야 담장을 때린 타구!! 급히 잡아 홈으로 던지지만, 2루 주자까지 홈플레이트를 밟습니다!!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는 브라이스 하퍼! 오늘 경기만 무려 5타점 경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차전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2차전에선 자신이 왜 슈퍼스타인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서 펄펄 날고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1선발 로렌스가 버티고 있었다.

[6회 초, 로렌스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1차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비축한 로렌스 선수, 오늘 경기에서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주네요.]

[1실점을 했지만, 탈삼진을 8개나 잡아내면서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고작 6회다.

하지만 승패의 주는 이미 기울었다.

신우는 그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 경기와 컨디션이 다른 건가?"

그의 시선은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필리스의 선수들에게 향했다.

[뭐가 다름?]

'어제는 제 공에 타이밍을 맞추는 듯한 스윙을 했어요. 안타를 노린다기보다는 커트해내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확실히 그렇긴 하네.]

[오늘은 노려치는 느낌이 강하고.]

[너희 2선발이 좀 약하긴 해도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지기는 좀 애매할 텐데.]

타자들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컨디션은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기 위해서는 다른 이유가 필요했다.

그것도 선수 한 두 명이 아닌 타선 전체가 변화를 일으키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신우는 말없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그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

[메이저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몬트리올 갤럭시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완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스코어 1 : 1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1차전에서 정신우 선수의 활약과 함께 완승을 거두었던 것에 비해 2차전에서는 필리스의 1선발인 로렌스를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하지 못하면서 완벽하게 압도당한 모습을 보여준 갤럭시의 타선이었습니다.]

갤럭시는 1차전의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필리스의 1선발이 나오자 갤럭시의 타선은 별 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커뮤니티의 반응 역시 나쁜 쪽으로 나왔다.

-여윽시 필리스, 1선발 나오니까 바로 발라 버리네.

ㄴ실력 차이가 제법 나는 듯.

-갤럭시는 어차피 시누 혼자 있는 팀 아님? ㄴㅇ ㅈ, 시누 안 나오니까 짤이 안 되더라.

-필리스는 그냥 시누만 못 나오게 하면 될 듯?

ㄴ그런데 투 웨이라서 하루 쉬고 또 나올 텐데, ㄴ 그래 봤자 타자임. 타자로서는 한계가 있음.

-갤럭시는 레알 시누 원맨팀이네.

2차전에서 보여준 갤럭시의 모습은 명확했다. 신우가 없으면 갤럭시는 무너진다. 이제는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팬들조차 그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신우 역시 알 수 있게 됐다.

'필리스의 목적은 제 체력을 떨어트리기 위한 거군요.'

[정답.]

[과감한 전략이었네.]

레전드들의 의견이 그의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필리스는 애초에 1차전을 버린다는 선택지를 택했다고 봐야겠네.']

[과감한 수준이 아닌데? 자칫 잘못하면 시리즈 전제가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인데.]

[그만큼 데이터가 있었다는 소리겠지.]

레전드들조차 과감하다고 말할 정도의 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펼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을 막기 위해서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알 수 없는 전율이 온 몸을 휘감았다.

'필리스라는 거대한 팀이 나 하나를 막기 위해서 1차전을 버릴 각오를 했다는 거네요."

[그런 거지.]

[너 왜 좋아하냐?]

[입꼬리 실실 올라가는데?]

[변태섹이누.]

연달아 올라가는 채팅을 보며 신우가 물었다.

'선배님들이 제 상황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 거 같으세요?"

[그거야……]

[으음……]

대답은 바로 나오지 못했다.

그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같이 기뻐했을 테니 말이다.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닐 텐데?]

워렌 스판의 질문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1차전부터 저런 전략을 썼다는 건 이번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세세한 전라도 포함하고 있다는 소리겠죠?'

[그게 정답이지]

[2차전 승리로 끝낼 전략은 아닐 거임.]

[3차전에도 무언가 다른 수법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일어둬야 한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신의 목적은 단 하나다.

월드시리즈 우승.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넘을 것이다. 반드시. 1, 2차전을 원정으로 치른 갤럭시는 3차전을 위해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하루의 휴식이 주어진 덕분에 갤럭시 선수단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비어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는 휴식은거녕 아침 일찍부터 나와 회의를 했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군."

조금 전까지 떠들썩하게 스태프 전원이 모여 회의를 하던 회의실.

하지만 지금은 제이비어 감독 홀로 남아 있었다. 노트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1차전 영상이 비춰지고 있었다.

몇 번이나 돌려본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역시 필리스는 신우의 체력을 강제로 깎아내리고 있다.'

신우의 공은 빠르다.

그것을 정타로 날려보는 건 어렵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서 파울을 만드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거기에 신우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점도 가능한 이유 중 하나지."

공격적이라는 건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온다는 소리였다.

공이 들어오는 곳을 한정 짓고 스윙하면 파울을 만들어내는 건 가능했다.

그리고 필리스는 그걸 하고 있었다.

'아마 5차전을 생각하는 거겠지.'

디비전시리즈는 5전 3선승제였다.

3번을 먼저 이긴다면 시리즈는 끝나지만, 양팀 모두 2승을 올리면 5차전까지 가게 된다.

'신우의 다음 등판은 4차전이다. 만약 거기에서도 체력소모가 심하면 5차전에서 빈틈이 생기게 되겠지."

필리스의 윌리엄 감독의 머리에는 단기전이 없었다. 처음부터 5차전까지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신우의 투구 수를 늘리면서 최대한 체력소모를 시켰다.

단순히 선발등판에서 실수를 유발하게 만들 생각만은 아니다.

끝장승부인 5차전까지 가게 되면 신우의 등판은 필연적이 될 것이다.

뒤를 볼 수 없는 승부이기에 에이스를 불펜에 대기시키는 일은 흔했으니 말이다.

'윌리엄은 거길 노리는 건가?'

상대의 수를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제이비어 감독이 해야 할 일이었다.

방법은 있다.

그리고 제이비어는 이에 대응할 전략 역시 알고 있었다.

'신우를 타자로서 경기에 내보내지 않으면 된다. 3차전에서 신우는 선발 우익수로 출전할 계획이었다. 이걸 취소하면 신우의 체력을 조금이나마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현재 우리 타선으로는 신우가 없다면 3차전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3차전에 갤럭시는 3선발이 등판한다.

반면 필리스는 2선발이 등판하게 된다. 이런 로테이션의 자이가 생긴 이유는 1차전의 오프너 전략에서 왔다.

필리스는 오프너 전략을 사용하는 동시에 팀의 3선발을 등판시키민서 1선발과 2선발을 아꼈다.

원투펀치를 아끼면서 생기면서 갤럭시와의 로테이션 차이가 벌어졌다.

'신우를 지명타자로 내보내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가장 베스트였다. 문제는 역시 불안감이었다. 신우의 수비는 메이저리그 최고수준을 자랑했다. 당연하게도 그가 우익수에 서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컸다.

그 약간의 차이는 단기전에서 큰 차이로 벌어질 수도 있었다.

딸칵~!!

고민이 깊어지던 때였다.

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들어왔다.

"응? 신우, 벌써 온 건가?"

"예. 감독님이 회의실에 계신다고 해서 잠깐 들렸습니다."

"그래? 이쪽으로 앉지."

신우가 제이비어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인가?"

"사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조금 그런데…… 오해없이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편하게 말하도록 해."

"이번 포스트시즌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응?"

"제 목표는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마운드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제이비어의 눈이 커졌다.

신우의 말은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고민을 해결하는 말과도 같았다.

"단기전이다 보니 이전의 루틴대로 회복을 못 할 수도 있어."

"알고 있습니다."

"필리스 역시 그것을 노리고 전략을 사용하는 중이야. 자네의 체력을 최대한 소모시킬 생각일 걸세. 타자로 나간다면 표적이 될 수도 있어."

"각오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감독으로서 더 이상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알았네. 참고하도록 하지."

신우가 먼저 찾아와준 덕분에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제이비어 감독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