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39화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갤럭시의 에이스 정신우 선수가 커리어 세 번째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며 팀을 연패에서 탈출시켰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선발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한 정신우 선수는 9이닝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1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커리어 세 번째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선수는 정신우 선수가 최초이며 한 시즌 두 번의 퍼펙트게임 역시 최초의 기록입니다.
정신우 선수는 타격에서도 펄펄 날아다녔습니다. 2안타 1홈런을 기록한 정신우 선수는 올 시즌 첫번째 도루를 시도하는 진풍경도 보여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몬트리올 갤럭시는 연패에서 탈출해 다시 지구 단독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신우의 활약으로 갤럭시는 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됐다.
[앤더슨~!! 초구를 강타!! 중견수 키를 넘깁니다!!]
앤더슨은 여전히 잘 때리고 잘 달렸다.
"볼!! 베이스 온 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토마스의 눈은 여전히 뛰어났다.
특히 그의 침착함은 기회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명의 주자를 쌓아두고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에이스 정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우~! 우~! 우~! 우~! 우…!!"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응원이었다. 몬트리올 갤럭시의 홈구장,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모든 팬이 일제히 신우의 챈트를 외쳤다.
[엄청난! 엄청나게 열광적인 챈트입니다!! 4만 관중이 한목소리가 되어 정신우 선수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경기장은 매진됐다.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빈자리는 없었다. 인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찾아온 이들도 있었고, 미국에서 차를 타고 국경을 넘은 이들도 있었다.
혹은 걸어서 및 분 만에 도착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는 곳도 말하는 곳도 먹는 곳도 모두 다른 그들이 한목소리가 되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엄청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건 제삼자의 눈으로 봤을 때나 그랬었다. 당사자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반인이 수만 명의 사람 앞에 서는 일은 잘 없다. 그러나 수십 명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반인이라도 한 번씩 경험이 있을 거다. 어릴 때의 장기자랑이나 학생 때의 발표회, 혹은 사회생활을 한 뒤에도 많은 기회가 있다.
그런 자리에서 서보면 알 수 있다.
그 정도의 사람 앞에만 서도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그런데 수만 명이라니?
일반인이라면 심장이 터져서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관중앞에서 정신우 선수는……!]
신우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웃고 있습니다!! 특유의 배짱을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 역시 강철 심장을 지닌 사내답습니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신우는 진정으로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팬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해 줘야 재밌다니까요."
팀이 연패를 당하면 팬들의 응원도 줄어든다. 당연한 일이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있어야 신나서 응원하는 게 당연했다.
신우는 바로 이런 장면을 원했다.
팬들이 신나서 응원하는 이런 모습을 말이다.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팬들이 성원을 보내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타석에서 무언가를 해주길 원해서다. 그 무언가란 당연히도 한 가지다. 페어억!!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들어왔습니다! 1구는 변화구로 볼이 되었습니다만, 2구에는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투수가 바뀌었다.
그래서 공을 지켜봤다.
두 개의 공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때릴 만하겠네."
[자존심 뿜뿜이누.]
[이제는 공 두 개만 봐도 각이 잡히는 수준이 됐냐?]
대충 궤적이 보이는데요.'
타자로서 본격적으로 나선 지 1년.
그동안 수많은 레전드의 경험을 체험하면서 성장했다.
스스로도 경기에 나서며 그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왜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후웅~!!
[배트 돌렸습니다!!]
따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던졌습니다!!]
"와아아아아~!!"
"빠던이다!! 빠던!!"
[그리고 타구는 !! 담장을 넘어갑니다!! 시즌 44번째 홈런을 터트리는 정신우 선수!! 엄청난 괴력을 선보이면서 쓰리런을 터트립니다!]
괴물이 만들어졌다.
1루를 향해 뛰어가는 신우의 모습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내질렀다.
선수가 활약하면 관심이 집중된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활약이 줄면 관심이 줄어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수의 활약이 계속되길 원한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선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 바르셀로나의 메시, 테니스의 조코비치나 페더러, 혹은 과거의 챔피언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건 농구의 조던이겠죠."
"정답."
마이클 조던,
농구황제.
그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단어였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으며,
미국스포츠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단 한 명의 선수.
"그런 선수들이 우리의 사업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주었지."
"시누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보는군요."
"이게 발표된다면 그렇게 되겠지."
짐 팔머 C00의 시선이 테이블 위로 향했다. 거기에는 이번에 출시할 신제품들이 놓여 있었다. 트랙슈트를 비롯해서 신발, 아대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 아쉽네요."
"뭐가 말이지?"
"시누라는 대단한 선수가 야구에서 나온 게 말이죠. 이왕이면 축구나 농구에서 나왔다면 한층 더 팔리는 상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농구화는 일상생활에서도 신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다르다.
징이 박혀 있기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딱딱하다.
야구라는 스포츠 역시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지 않았다.
여러모로 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말이야. 농구화 역시 처음부터 잘 팔렸던 게 아니야. 마이클 조던이라는 선수가 등장하면서부터 팔리기 시작한 거지."
팩트였다.
실제 레스키에서 제작하는 농구화의 매출 중 1위는 여전히 마이클 조던의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마이클 조던이 있었기에 레스키가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번에는 신우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90년대의 NBA처럼 말이지. 당시 NBA는 마이클 조던이란 슈퍼스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덕분에 우리의 마케팅 비용은 1/3수준으로 줄어들었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대대적으로 홍보할 선수는 당연히 시누가 되겠군요."
"정답. 그럼 우리는 다시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지."
레스키는 신우를 모델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광고는 언제부터지?"
"이를 뒤입니다. 시누의 다음 선발등판 일정에 맞쳤습니다."
"그나저나 이번 영상 정말 대단하던데요? 말 그대로 역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해밀턴 스스로도 만족해하는 영상이니까."
해밀턴은 광고업계에서 알아주는 천재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만족해하는 일이 잘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 역시 만족해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걸작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의 완성도였다.
"이게 공개되는 날이 기대되는군."
짐 팔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9월의 절반이 지났을 무렵,
대부분의 지구에서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정규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각 지구의 상황을 한 번 살펴보도록 TV에서는 특집으로 메이저리그의 상황을 체크하는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었다.
한국 팬들의 관심은 당연하게도 내셔널리그 북부지구에 집중됐다.
[LA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각 지구에서 1위를 확정지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시 지구우승까지 3승만을 남겨두고 있기에 거의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죠.]
각 지구의 상황은 일찌감치 결정이 되고 있었다. 각축을 벌이는 건 단 한곳.
신설된 북부지구였다.
[북부지구는 신생팀 몬트리올 갤럭시가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2위인 피츠버그와 3게임 차밖에 벌어지지 않아 아직 안정권은 아닌 상태입니다.)
갤럭시가 선두로 다시 치고 나가는 상황이었지만, 피츠버그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두 팀의 대결은 아직 한 번이 남아 있죠?]
[그렇습니다. 다음 주에 열릴 시즌 마지막 시리즈에서 결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팀의 맞대결로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갈리는 상황. 당연하게도 두 팀의 선발투수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갤럭시는 로테이션대로라면 3차전에 정신우 선수가 등판할 예정이군요.]
[예. 올 시즌 두 웨이 플레이어로서 시즌 18승과 44개의 홈런을 기록한 정신우 선수가 그 경기에서 19승과 추가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다시 팀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 신우.
그의 등판이 다가오고 있었다.
몬트리올 갤럭시 VS 피츠버그 파이리츠. 두 팀의 대결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정신우라는 대형스타의 등판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느냐가 걸린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모든 전문가의 예상이었다.
갤럭시의 기세가 무서웠지만, 파이리츠 역시 뜨거운 기세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오늘 경기 멀티히트 경기를 펼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아~! 정말 시즌 막판까지 놀라운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체력에 한계가 없는 거 같아요!!]
신우는 여전히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1차전에서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2타점 경기를펼친 그의 활약에 팀은 2 대 1신승을 거두었다.
특히 미구엘이 7회 무사 1,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해 3개의 삼진을 올린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뽑혔다.
"시누! 내 활약을 잘 봤냐? 타자들이 내 변화구에 배트가 휙휙 돌아가는 거 봤지? 와~! 오늘처럼만 공이 긁히면 선발로 나가도 충분할 거 같은데, 네 생각도 그렇지?"
당연하게도 클럽하우스에선 미구엘의 TMI본능이 폭발했다.
덕분에 귀에 피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던 신우였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사실이었고 무엇보다 그가 고생했던 걸 잘 알기에 신우는 진심으로 축하했다.
2차전 역시 승리는 갤럭시에게 향했다. 이날의 수훈선수는 예상 밖의 선수였다.
[4구를 강타!! 그리고 이 타구는……!!]
7회 초.
스코어 2 대 2 동점,
2사 2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건 9번 타자 길버트였다.
길버트는 날아가는 타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 타구는 돌아오지 않고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커리어 첫 메이저리그 홈런을 터트리는 길버트-!! 가장 필요한 순간에 투런포를 터트립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터진 홈런입니다! 길버트 선수. 메이저리그 콜업 직후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번 홈런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라운드를 돌고 더그아웃에 돌아온 길버트를 동료들이 반겨주었다.
"갑자기 홈런은 뭐야?!"
"축하한다!!"
동료들의 축하에도 얼떨떨한 표정을짓는 길버트였다.
2승을 챙기며 피츠버그를 멀찌감치 따돌린 갤럭시 팬들은 3차전의 승리도 의심하지 않았다.
3차전의 선발투수가 다름 아닌 신우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레스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선발등판에 맞취 디데이를 잡았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시작하는군."
짐 팔머는 TV를 통해 공개되는 신우의 첫 광고를 지켜봤다.
이번 광고는 TV만이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동시에 오픈이 된다.
유튜브는 물론 각국의 포털사이트에도 동시에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세련된 영상으로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가 클라이막스에 신우의 포효 장면을 터뜨렸다.
그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장을 떨리게 만들 정도였다.
'화면 밖으로도 저 때의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이 장면을 위해 해밀턴은 연장촬영을 제안했다. 반대도 있었지만 짐 팔머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결국 촬영은 이어졌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반대했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제 여기에서 자네가 승리해 주면 완벽하지."
완벽한 광고,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어줄 것은 신우의 승리였다.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승리를 위해,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신우가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