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19화
화면에 신우의 모습이 잡혔다.
두 개의 배트가 크로스한 형상화한 트로피가 손에 들려 있었다.
[홈런더비 우승자!! 정신우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설마 한국인 선수가 홈런더비에서 우승하는 날이 오다니요!]
신우는 홈런더비에서 우승했다.
각축전이었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의 2라운드, 연장전 끝에 단일라운드 역대 최다기록인 44개를 기록하며 그를 넘어섰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피트 알론소를 맞이해 30개를 때려내며 우승했다.
알론소 역시 분전했지만, 신우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그의 모습은 모든 이에게 충격이었다.
[사실 정신우 선수의 출전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투수가 주포지션인 선수가 홈런더비에 출전하는 일은 없었죠! 거기에 사무국은 본래 규정인 주장이 선수를 선발한다는 규정을 없애기까지 했습니다.]
홈런더비의 출전자는 각 팀의 주장이 선발한다. 사무국은 이러한 규정을 없애고 자신들이 선수를 선발했다.
그로 인한 비난 여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여론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사무국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자신들이내놓은 출전자들이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더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홈런더비는 이벤트 매치다.
이벤트 매치의 목적은 관중의 호응을 끌어내는 것. 그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2019년의 홈런더비는 최고의 경기였다.
하지만 오늘 그 역사가 뒤집힐 것이다.
"우~! 우~! 우! 우~!!"
[경기가 끝났음에도 관중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환호를 지르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입니다!!]
신우의 홈런더비 우승.
단순히 그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나온 역전과 역전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관중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전야제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홈런더비 종료 이후, 이진철은 대기실에서 슈퍼스타들과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으하하! 내가 제자를 잘 둬서 이런 호강도 누리는구나!"
그리고 그날.
이진철의 SNS에 엄청난 숫자의 팔로워가 생기며 역대급 좋아요를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신우는 올스타전 선발을 위해 다시 경기장을 나섰다.
"어서 와, 어제 홈런더비는 정말 잘 봤어. 우승 축하하고."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사람은 내셔널리그 올스타 감독을 맡게 된 조나단이었다.
"감사합니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은 무슨, 내가 오히려 잘 부탁해야지. 선발로 나가고 1이닝만 던지고 교체될 거야.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중반쯤에 나갈 수 있어."
즉, 오늘 신우는 선발투수이자 외야수로 출전한다는 소리였다.
그 뒤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고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맞은 편에서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모델처럼 큰 키에 잘 빠진 몸매와 예쁜 얼굴은 마치 연예인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분위기가 무언가 독특했다.
[예쁘네.]
[오…… 엄청 이쁜 듯.]
[연예인인가?]
[오늘 시구하러 온 사람이냐?]
레전드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했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눈길이 뺏길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의 여인이 신우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시누, 반가워요."
"예. 그런데 누구신지……"
"아~ 정식인사가 아직이었죠? 릴리 헤리스예요."
"아, 예."
이름만 대면 아는 사람일 정도로 유명한 건가? 문제는 그녀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거다.
"어? 헤리스라면……"
"빌 헤리스가 아버지세요."
빌 헤리스의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구단주의 딸이 직접 오다니.
올스타전을 보러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충격적인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후반기부터 아버지를 대신해서 팀운영에참여하게 됐어요. 일종의 구단주 대행인 셈이죠. 그러니 잘 부탁할게요."
그 말을 남기고 릴리 헤리스가 자리를 떠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구단주 대행. 그녀가 어떤 구단에 어떤 역할을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신우였다.
[뭐, 걱정할 필요 있겠누?]
[지. 구단주 대행이라고 혼자 일 처리하는 것도 아닌데..
[나쁜 쪽으로 갈 일은 없을 듯.]
[그나저나 세계 10대 재벌의 딸내미라니. 어마어마하게 예쁘네.]
[연예인 해도 될 각이다.]
[꼬셔라!]
4?'
[네가 아무리 벌어도 저 정도 재력을 얻는 건 불가능임.]
[절대 불가능]
[그러니 꼬셔서 너의 여자로 만들어!]
[평생 셔터맨 가능.)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레전드들의 채팅에 고개를 젓는 신우였다.
[정신우 선수가 올스타전 마운드에 작년에 이어 다시 올랐습니다!!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정신우 선수!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서 활약을 이어가는 그가 올스타 선발로 나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마운드에 오른 신우는 평소와 같았다. 흥분하지도 떨지도 않았다. 이런 평정심이야말로 그의 전매특허였다. 그리고 팬들은 이러한 신우에게 환호를 보냈다.
"우! 우~! 우~! 우~!!"
환호는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VIP들이 머무는 스카이라운지의 창문이떨릴 정도였다.
"역시 대단한 인기네요."
릴리 헤리스는 창밖으로 보이는 경기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좋은 선수예요. 아버지가 왜 그렇게 그를 원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의 말에 뒤에 앉아 있던 빌 헤리스가 물었다.
[사인을 교환하고 초구를 던집니다.']
[빼어억!!
[스트라이크!!]
[처음부터 99마일의 구속이 찍힙니다.]
"와아아아아!!"
광속구를 뿌린 신우를 보며 릴리 헤리스가 미소를 지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가 좋아질 거 같네요."
"그거 다행이구나."
"아버지는 이제 본사의 일에 전념해 주세요. 여기는 제가 맡도록 할게요."
"그래."
빌 헤리스는 거대기업의 창업자였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창업자이기에 운영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은 수많은 투자자의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하게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어야 했다.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CEO는 해고당한다. 장업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빌 헤리스는 언제까지고 구단의 일에 신경 쓸 수는 없었다.
"모든 건 예상 밖이었지. 설마 구단주가 이렇게 일이 많을 줄은 말이야."
"첫 해잖아요."
"그런 핑계를 댈 수도 있지. 하지만 모든 건 내 닷이다.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고 동시에 구단까지 신경 쓸 수 있었다면 됐겠지."
[퍼어억 ~!!]
[스트라이크!! 아웃!!]
[세 번째 공이 몸쪽을 찌릅니다! 그리고 심판의 손이 올라갔어요!]
"그렇다고 구단을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곳은 내 꿈이 실현된 곳이니까."
"아버지의 꿈을 제가 지킬게요. 아니, 더 발전시킬 거예요."
"너한테 미안하구나. 너도 너만의 시간이 있는 법인데."
"말씀드렸잖아요."
릴리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저도 이곳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 신우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출전한 정신우 선수가 역사에 남는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올스타 전야제에서 열린 홈런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활약에 이어 오늘 열린 올스타전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와 1이닝 3K를 기록해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7회 1사 2루의 찬스에서 대타로 교체출전 해 두수의 4구를 강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대형홈런을 터뜨리면서 2타점을 올리는 진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올스타전에서 승리투수와 홈런을 올린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신우의 활약에 모든 이들이 열광했다.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관계자들조차 경악하게 만드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경기관람이 끝나자마자 직원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보도자료를 만들어! 그리고 해외로 바로 기사를 날리도록 해! 특종으로 보도하도록 압력도 넣고!"
-예!
활약은 예상했다. 하지만 이건 예상 밖이야. 그라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해낼 수 있어!'
맨프레드는 흥분했다.
그동안 베이스볼은 발전해 왔다.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고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지만, 야구는 여전히 몇몇 국가에서만 유행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의 인기 하락이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맨프레드는 자신의 임기 대부분을 투자했다.
미디어를 이용하고 인터넷을 활용했다. 고리타분한 메이저리그의 전통을바꿔 나갔다. 그 결과 미국에서의 수익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이제 남은 건 세계화였다.
'아무리 슈퍼스타가 탄생해도 세계화를 이끌 만한 스타 플레이어는 나오지 않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개척자는 원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맨프레드는 초조해했었다.
아무리 미국에서 다시 살려놓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베이스볼은 다시 무너질 것이다.
그때 다시 사업을 건재시킬 인물이 있을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임기가 남은 동안 베이스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였다.
'개척자가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 개척자란 바로 신우였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는 그를 마케팅의 중심에 세울 생각이었다.
아니, 이미 서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예상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세계화…. 해낼 수 있다.
맨프레드의 미소가 짙어졌다.
올스타전이 끝났다.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기에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들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구단은 아니었다.
올스타전이 끝났다는 건 본격적인 트레이드 시장이 열린다는 걸 의미한다.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 시장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7월 31일.
모든 트레이드가 마감되는 날까지 치열한 영입전이 펼쳐진다.
각 팀은 본인들의 사정과 선수의 상황에 맞춰 빅네임이라 하더라도 트레이드를 진행한다.
아니, 오히려 빅네임이기 때문에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를 영입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유망주를 잘 키워 미래의 상품으로 내놓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의 방향성을 정확히 잡아야 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팀은 사실 큰 고민이 없었다. 바이어와 셀러라는 정확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갤럭시와 같은 중위권의 팀들이었다.
"하필이면 첫해부터 3위로 7월을 맞이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차라리 2위였다면 머리 아플 일이 없었을 텐데."
갤럭시 구단 회의실.
스카우트 팀장을 비롯해 운영팀장 등.
구단의 주요 간부들이 모여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아직 수뇌진에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지?"
"없어, 무엇보다 구단주쪽에서 아직 정확한 오더가 내려오지 않았나 보더라고."
"첫해에는 구단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이야기가 없다니."
기존 구단의 경우 운영자금이 확보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거기에 맞춰 운영계획을 세우면 된다. 하지만 신생 구단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운영자금이 정해져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구단주의 지원이었다.
구단주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지에 따라 트레이드 시장에서의 포지션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다.
"우리도 디백스처럼 화끈하게 돈을 쓰면 되지 않나?"
"그랬다가는 우리 유망주들 다 털리는 수가 있어. 디백스가 우승 이후로 영망이 된 거 알잖아."
"쩝, 그렇긴 하지."
빅네임을 영입한다는 건 반대급부로 유망주들을 내준다는 소리다.
신생 구단은 다른 팀에서 유망주를 데려올 수 있었기 때문에 땀이 풍족했다.
그렇기에 바이어로 나서게 될 경우 타 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사장이랑 단장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이미 5분이나 지났는데……"
딸칵!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오웬 사장과 크리스토퍼 단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모의 여성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트레이드 시장의 포지션을 정하는 자리에 이렇게 어린 여성이 동석하다니.
더 충격적인 건 오원 사장의 입에서 나왔다.
"오늘 회의에는 구단주 대행을 맡게 될 릴리 헤리스 CFO가 참가할 겁니다."
"구단주 대행?"
"잠깐, 릴리 헤리스라면?"
"예, 제 아버지가 헤리스 구단주세요."
릴리의 말에 직원들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설마 대행으로 구단주의 딸이 올 줄이야.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이 없었다. 그녀가 곧장 본론을 꺼냈기 때문이다.
"본론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우리 갤럭시는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로 나설 거예요."
구단의바이어 선언.
이제 포지션이 확실히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