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09화
"와아아아아~!!"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타구가 멀리 날아가는 모습에 몇몇 관중들이 타석을 바라봤다.
그가 날리는 배트 플립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타석에는 신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갔지?"
"1루로 뛰고 있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관중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1루로 전력 질주하는 신우를 발견했다. 카메라도 그런 신우를 잡았다.
[정신우 선수 전력 질주!!]
중계화면이 둘로 분리되었다.
하나의 카메라는 타구를 쫓았고, 하나는 신우를 비췄다.
[라인 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간 타구! 넘어가느냐?!!]
[각이 조금 낮은 거 같은데요. 넘어가긴 힘들…….]
[1루를 통과하는 정신우 선수!!]
[정말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
[타구 담장을 직격합니다! 담장 맞고 나온 공이 좌익수와 반대로 튕겨 나갑니다!!!
좌익수가 급히 타구를 쫓는 모습이 보였다. 그사이 신우는 이미 2루 앞에 도착한 상황.
[타구 확인해!]
베이스에 들어가기 직전.
신우의 시선이 좌익수를 향했다.
타구를 쫓아가는 그의 모습을 본 신우가 결단을 내렸다.
[뛰어!!]
[가즈아~!!]
베이스를 통과함과 동시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불을 뿜었다.
[정신우 선수 2루 베이스를 통과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깨달았다.
하늘이 내린 기회가 찾아왔음을
[이제야 공이 송구됩니다! 하지만 정신우 선수는!!]
좌익수가 공을 잡아 내야를 향해 던진 순간. 신우의 발이 베이스에 도착했다.
[3루에 도착했습니다!! 4번째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와아아아아아!!"
화면 속 신우가 3루 주루코치와 주먹을 부딪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됐다.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와 ㅅㅂ 진짜 3루타를 때리네.
-실화냐?!
-이제 2루타만 나오면 사이클링 히트 아님?
맞음.
-앞으로 3이닝만 막으면 퍼펙트게임이잖아?
-진짜 두 기록 동시에 달성하나? ㄴ 레알 미쳤다.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온 두 개의 기록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만 등, 메이저리그가 중계되는 모든 곳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러한 반응을 모두 체크하고 있었다.
"접속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영국의 접속자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유럽 역시 본격적으로 접속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국가에 보도자료 배포 완료했습니다."
이러한 보고는 바로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에게 들어갔다.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신우가 대단한 선수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베이스볼의 세계화에 그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건 예상을 훨씬 벗어나는 기록이었다. 설마 히트 포 더 사이클과 퍼펙트게임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모습이 보일 줄이야?
'실패하더라도 상관없겠지. 이 기록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한다. 하지만……'
베이스볼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두 개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단지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신우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기록이 달성되기 전에는 모를 가능성이 컸다.
'베이스볼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은 국가라면 기록이 실패하면 언급만 하고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국가에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들지.'
언론사란 결국 대중이 원하는 걸 취재하고 기사화한다.
대중의 관심이 곧 그들의 돈이 되고 힘이 되는 거니까 말이다.
그런 언론사가 움직이기 위해선 결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퍼펙트게임 혹은 노히터와 히트 포 더 사이클의 동시달성이다.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
롭은 초조한 마음으로 중계를 바라봤다. 과학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인류에게 미지의 땅은 사라졌다.
최소한 지구에 있는 모든 대륙은 인류가 발견했다. 메이저리그 역시 비슷하다.
수많은 선수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고 기록을 쌓아갔다.
그 결과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지의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습니다!!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인 선수가 타자로 히트 포 더 사이클!! 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미지의 땅은 존재했다.
-메이저리그 기록 중에 미지의 땅이 있었네.
-하나가 안 되면 두 개를 이루면 됨!
-ㅋㅋㅋㅋ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레알 퍼펙트게임이랑 사이클링 히트를 동시에 도전하다니.
-이런 선수를 방출하고 트레이드한 팀이 존재한다??
영원히 고통받는 데블스와 메츠.
-데블스는 그래도 시누한테 제물은 안 됐지. 메츠는 트레이드 시키고 제물까지 되게 생겼네 ㅋㅋㅋ-메츠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네. 희생양으로,
-메츠 구단주는 뭔 죄냐 ㅋㅋㅋ
신우가 3루타를 기록한 7회 초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말에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남은 이닝은 3이닝.'
9명의 타자가 남은 셈이다.
[집중하자, 집중!]
[타자도 교체됐으니까, 참고하고.]
[그러고 보니 재 네 동료 아니었나?
채팅을 본 신우의 시선이 타석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제임스가 서 있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메츠의 주전 좌익수였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다른 선수가 수비로 나섰다.
[실력으로 밀린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선발 좌익수도 더럽게 못 하던데.']
[0]
뭐가 됐건 큰 관계는 없었다.
자신이 마운드에 있고 제임스가 타석에 있는 이상, 승부를 해야 하는 사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는 제임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최근 팀에서 내 입지는 줄었다.
스티브 제임스는 24시즌부터 메츠의 주전 좌익수를 맡았다.
그랬던 제임스가 4년 만에 개막전 선발에서 제외됐다. 선수 본인에게 큰 충격이었다.
'감독의 스타일과 나는 맞지 않아."
감독과 선수의 궁합은 무척 중요했다.
만약 궁합이 맞지 않는 감독의 지휘를 받게 되면 선수는 슬럼프에 퍼지는 일도 잦았다.
제임스도 그런 상황이었다.
대타로만 나오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그는 타격감을 유지하지 못했다.
성적까지 나오지 않게 되자 결국 제임스는 슬럼프에 빠졌다.
그 결과 출전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찾아온 기회였다.
"상대가 너무 강하긴 하지만……' 제임스의 시선이 신우를 바라봤다.
녀석은 말도 안 되는 선수다.
데뷔 때부터 그랬다.
엄청난 공을 던지대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순식간에 마무리를 꿰찼다.
불펜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그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지를 입증했다.
'선발로 전향했을 때는 경악했지.' 투수의 포지션은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야구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신우는 그 상식을 가볍게 부숴 버리며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또 한 번 상식을 부수고 있었다.
'2년 연속 퍼펙트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극소수만 이룬 2년 연속 퍼펙트게임, 그 희생양이 되는 건 결코 사양이었다.
[힘이 제대로 들어갔..
[전의가 불타오르네.]
[본래 실력은 좋았는데. 오늘은 영 아니네.]
전의를 불태운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타격자세에서도 나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타격은 릴렉스한 상태에서 하는 게제일 좋았다.
자연스러운 폼에서 나오는 스윙이야말로 제대로 된 스윙이나온다.
제임스는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신우가 직접 사인을 냈다.
매버릭이 사인을 받아들이자 신우가 연달아 공을 뿌렸다.
왜애애액 !!
후!!
[초구 떨어지는 제인지업에 헛스윙!!]
'그런 폼으로는…!'
퍼억!!
"스트라이크!! 두!"
[2구 커브가 존으로 들어옵니다! 투 스트라이크!]
'내 공을 칠 수 없어!!'
왜애애애액!!
부!!
퍼억!
"스윙! 아웃!!"
[삼구 삼진!! 체인지업, 커브 그리고 슬라이더로 이어지는 세 개의 변화구로 옛 동료 스티브 제임스를 가볍게 요리합니다!]
[타자의 몸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었어요. 이런 타자와 맞상대하는 것보단 변화구로 스윙을 유도하는 게 더 쉬운 일이죠.]
[옛 동료를 상대하고 있지만, 정신우 선수는 냉정합니다!]
[동료를 존중하기에 더욱 냉정하게 상대한 걸 겁니다. 그들은 프로니까요.]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제임스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
연습경기에서 몇 차례 신우와 상대했었던 제임스였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마주친 신우의 공은 예상을 벗어났다.
특히 변화구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어쩌면 우리 팀은 정말 터무니없는 선수를 트레이드한 걸 수도 있겠어."
제임스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뻐억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번 타자까지 속수무책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타석에는 메츠의 중심인 토마스가 들어섰다. 녀석이라면……'
부상에서 돌아온 토마스는 예전보다 강해졌다. 팀의 중심이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실력 역시 한층 발전했다.
팀내 타율 1위, 홈런 1위, 타점 1위가 그였으니 말하지 않아도 그가 팀에서 어떤 선수인지 알 수 있었다.
'공략할 수 있다."
토마스라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제임스는 마음이 뒤숭숭했다.
쩝, 옛 동료랑 싸운다는 게 이런 기분이군. 그것도 대기록을 달성하고 있으니………마음대로 우리 팀도 응원할 수 없네.
정이 많은 제임스였다.
녀석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토마스 역시 정이 많은 타입이었다.
특히 신우와는 파트너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당연히 자신보다 더 진한 사이였다. 자신조차 이런 기분이 들 정도였는데, 토마스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오오오!!"
"때렸다!!"
토마스는 초구부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리고 잘 맞은 타구가 멀리 날아갔다. 제임스는 깜짝 놀라 더그아웃의 난간에 매달려 타구를 확인했다.
"아! 빠졌다."
"아깝다!"
타구는 관중석에 떨어졌다.
파울라인 밖이었다.
제대로 맞았다면 장타가 됐을 타구였다.
'인정사정없네.
제임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토마스는 초구부터 전력으로 부딪쳤다.
'이거 나와 녀석의 차이인가……'
같은 메이저리거.
하지만 수준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그 차이를 만들게 한 이유를 깨달았다.
[크으 ! 만만치 않누.]
[잘하면 기록 날아가게 생겼다.]
[옛 동료가 기록을 깰 수도 있겠네.]
몇몇 레전드들의 도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우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러게요.'
[그러게요 하면서 입은 웃고 있는.]
"녀석과는 꼭 한 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거든요.'
토마스가 좋은 타자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번은 상대해 보고 싶었다.
'기록을 깨게 둘 수는 없지.'
로진을 손에 묻힌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왜애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투!!"
[몸쪽을 찌른 절묘한 포심 패스트볼!! 구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투 스트라이크!]
[앞서 좋은 타구가 나왔지만, 정신우 선수는전혀 개의치 않아 하네요.]
다시 분위기를 가져온 신우가 3구를 뿌렸다.
[때렸습니다!! 하지만!']
[삼루심이 파울을 선언합니다!]
[약간 밀리긴 했지만, 타구의 질 자체는 좋았습니다.]
토마스는 신우의 공에 제대로 반응을 했다.
[정신우 선수 4구 던집니다!!]
뻐억~!!
[배트 나가다가 멈춥니다! 볼에는 반응을 하지 않네요.]
[좋은 선구안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승부는 길어졌다.
대기록을 앞둔 신우에게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기록달성을 지워.]
[오직 타자를 상대하는 것만 신경 써라.]
[공을 던지는 손에 온 정신을 집중해.]
사인을 교환하며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우 선수 5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을 한 신우가 몸을 들었다. 토마스는 이전보다 더 드러난 신우의 등 번호 2번을 보고 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온다.'
승부가 들어온다는 걸 직감했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빠른 공일 게 분명했다.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던 신우가 비틀렸던 전신을 일제히 해방하면서 엄청난 회전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회전력을 이용해 그대로 공을 뿌렸다. 왜애애애액~!!
신우의 기합과 함께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이 떠났다. 걸렸….!
기다리고 있던 토마스가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후웅~!!
공이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거대해지더니 눈앞에 나타났다.
마지 자신을 잡아먹기라도 하겠다는 듯 날아오는 공의 모습에 토마스가 깜짝 놀라 상체를 뒤로 젖혔다.
하지만 공은 토마스에게 가지 않고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굉음과 함께 전광판에 숫자가 찍혔다.
[102mph]
뒤이어 구심이 판정을 내렸다.
[아~! 7회 말에 오늘 경기 최고구속과 타이의 공을 던졌지만, 구심의 콜은 볼이었습니다!]
[들어간 거 같은데, 이걸 볼로 판정하네요.]
[이때 정신우 선수가 더그아웃에 볼 판정 사인을 보냅니다! 그리고 제이비어 감독은 바로 구심에게 로봇판정을 요구하네요!]
구심이 비디오판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더그아웃 쪽으로 빠져 헤드셋을 썼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비디오판독과 달리 판정은 금방 나온다는 점이다.
비디오판독은 상황에 따라 애매한 경우가 많았지만, 볼 판정은 공이 지나가는 순간 로봇 역시 판정을 내렸다.
그렇기에 연결이 되자마자 구심은 볼 판정을 들을 수 있었다.
헤드폰을 벗으며 그가 오른팔을 잡아당기며 판정을 번복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판정이 번복됩니다!! 정신우 선수 7회 말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7회까지 11개의 달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