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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89화 (189/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189화

보호장비를 착용한 신우가 배터박스에 들어섰다.

"타석에서도 잘할까?"

"와…… 이런 경기를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정신우 파이팅!!"

"어차피 삼진이겠지. 어제도 무안타였잖아?"

배터박스는 관중석과 가깝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다.

그렇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신우에게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아주 뒤에서 제사를 지내네.]

[야야, 뒤에 보고 퍽- 유! 한 번 날려줘라.]

[S.O.B 한 번 날려줘도 좋음.]

[가즈아~!!]

매일 채팅창이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팬에게 욕이라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예요?'

[낄낄, 우리 때는 다 그랬음.]

[나 때는 말이야. 관중들하고 싸우는 게 일상이었음.]

[안전망도 없었지.]

[그때는 상대 팀이 적이 아니라 관중이 적이었지.]

[지금 내 앞에서 관중들하고 싸운 거 욕함?]

재키 로빈슨의 채팅에 채팅창이 숙연해졌다. 1947년에 브루클린 다저스(현 LA다저스)에서 데뷔한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흑인선수였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견제와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는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그런 재키 로빈슨 앞에서 관중들과의 일화를 이야기해봐야 본전찾기도 어려웠다.

'에휴…….'

신우는 그런 레전드들의 채팅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양반들을 보고 있노라면 긴장이 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채팅을 보면서도 투구를 하는 신우의 집중력에 관중들의 야유가 들어올 리도 없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신우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다고 영역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투웨이를 하면서 영역까지 가면 힘들어질 수 있다.'

체력안배를 생각해야 했다.

'1회에 던진 공을 봤을 때, 강속구보다는 기교파에 가깝다.'

파이어볼러가 아니더라도 평균구속이 90마일이다. 최고구속은 95마일까지도 나온다.

거기에 제구가 잡히는 공들을 던지기 까다로웠다. 타자들도 거기에 당했다.

'일단 타이밍을 잡는다.'

판단을 내린 신우가 투수와의 승부를 이어나갔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높게 뜹니다!]

중견수가 거의 제자리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공을 잡아냈다.

"아웃!"

[5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빗맞은 타구로 물러납니다.]

범타로 물러난 신우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조금 늦었나?'

투수인 세자르의 주 구종인 체인지업은 훌륭했다. 특히 로케이션이 예술이었다.

'몸쪽에 연달아 두 번 던지고 마지막에 바깥쪽으로 휘게 했다. 게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가 일어나서 따라갈 수가 없었어.'

이런 방식은 제구력에 자신이 있어야 했다.

'류진현 선배가 메이저리그에 온 뒤로 저런 방식이 유행했단 말이지.'

무엇보다 세자르는 1회에서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처음 보는 공이었기에 따라가기 어려웠다.

'역시 재밌다니까.'

더그아웃에 도착한 신우는 마운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소 한 번의 기회가 더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티들은 달랐다.

-어제부터 4연속 무안타쥬?

-밑천 드러났네.

-좀 보고 휘둘러라.

-신까들 또 등장했네.

-와……재네들은 질리지도 않나?

-이들아아직타율이5할이넘는다.

시즌 초반이죠? 의미없죠?

시즌 초반에는 타율, 방어율과 같은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10경기를 잘해도 1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하면 타율이 뚝 떨어진다.

방어율은 20경기를 잘하다가 1-2경기에서 다실점을 하면 대폭 오른다.

시즌 초반에는 이런 현상이 크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까기 위해 이유를 찾는 것과 이유가 있어서 까는 것의 차이인 셈이다.

신우는 호투를 이어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구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타자는 항의를 해보지만, 구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습니다!']

[거브인 건 예상을 한 거 같지만, 존안으로 들어올 것인지는 예상하지 못한 거 같네요.]

[2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한 정신우 선수! 6명의 타자를 상대로 4개의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2회 역시 무실점.

그것도 압도적인 피칭으로 파이리츠 강타선을 눌렀다.

하지만 갤럭시 타선은 살아남지 못했다. 딱!!

[높게 떠오른 타구, 1루수가 파울라인 밖에서 공을 잡습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파이리츠의 세자르 두수가 3이닝 무실점 피칭을 이어갑니다.]

[절묘한 제구에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하네요.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투수전이 될 거 같습니다.]

누구라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실제 네티즌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오늘 한 점 차 승부되겠는데?

-이런 투수전이 또 꿀잼이지.

-이지

-둘 다 선발이니까, 결국 불펜에서 각 나오려나?

-그릴 가능성 높음.

-시누한테 몰빵했는데, 아놔~!!

ㄴ엌ㅋㅋ 갤럭시 타선을 생각해야지.

ㄴㄴ레알 여긴 신우 혼자 야구해야 될 판임.

다들 승부는 후반에 결정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3회까지는 그들의 말대로 되는 듯했다.

퍼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감하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여섯 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3이닝 무실점 6K.

신우는 완벽한 투구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타격을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퍽-!!

"스트라이크!!"

[세자르 잘 던지네.]

[오늘 체인지업이 잘 먹히는 듯.]

[재 첸접은 마지막에 변해서 제대로 치기 힘들겠다.]

세자르의체인지업이 강력한 이유는 패스트볼과 분간이 되지 않는단 것이다.

투구폼은 똑같았고 릴리스포인트 역시 같은 위치였다.

거기에 홈플레이트 앞에서 구속이떨어지면서 좌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간다.

타자는 패스트볼로 판단하고 배트를 돌리지만, 히팅포인트를 모두 벗어나 빗맞은 타구가 될 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은 미세하게 움직여 히팅포인트를 벗어났다. 빗맞은 타구는 굴러 유격수의 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격수는 가볍게 1루로 공을 뿌렸다. 이렇게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듯했다.

[어?)

[왜 공이 저리 가냐?)

그때 변수가 나타났다.

공이 높게 날아가더니 일루수의 키를넘어 파이리츠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에러다! 에러!!"

"푸하하! 어떻게 저런 송구를 던지냐?"

"너도 저번에 저런 거 하지 않았나?"

갤럭시 더그아웃이 시끌벅적해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기패했다.

반면 파이리츠 선수들은 드러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황당해하고 있었다.

'저렇게 쉬운 걸 에러를 범하냐?"

'아웃카운트 하나 날아갔네.'

'젠장, 세자르 저 녀석 에러 나오면 멘탈 흔들리는데."

세자르는 좋은 투수다.

구속도 빠르고 제구력도 좋다.

특히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배짱도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쉽게 흥분한다는 것이다.

특히 동료의 에러가 나오면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걸 알기에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지금 네 공은 베스트야. 타자만 신경 쓰자, 녀석들은 네 공에 손도 대지 못할 거야."

"알고 있어."

포수는 최선을 다해 세자르를 진정시켰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대기 타석에 신우가 있다는 게 불행이었다. 정획히 말하면 신우의 곁에 야구의 고인물을 넘어 썩은 물들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포수가 벌씨 올라가누?]

[두수 멘탈 약한 듯?]

[킹리적 갓심~!]

[이건 백퍼 각이다.]

[수비 에러 나오면 흔들리는 투수들 많긴 하지.]

[좀 심한가 보네.]

투수의 매커니즘은 섬세한 기계와 같다. 그리고 그 기계를 다루는 건 사람이다. 문제는 사람이 한결같을 수 없다는 거다. 경기를 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감, 두려움과 같은 마이너스 사고를 할 때가 있다.

[경험이 쌓이민 좀 괜춘해짐.]

[하지만 트라우마가 되는 애들도 있지.]

[그림 영원히 답이 없음.]

[나이 어린 애들은 마운드에서 수십 번도 더 마음이 바뀌고 레전드들의 설명에 신우는 과거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육성선수로 될 때 자신도 마운드에서 계속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사라졌다.

[그거야 우리 덕분 아니겠음?!

[다~ 위대한 선배님들을 만난 덕분이지.]

분명 맞는 말이긴 했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인다는 건 항상 코치가 옆에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물론 그걸 눈앞에서 보고 있노라니,

'쪼오오오금 그렇네요?'

[뭐가?]

[우리 덕이 아니라고?!

[이제 좀 컸다 이거지?]

[아이고 동네 사람들~ 이제 좀 머기업 됐다고 우리는 이제 필요없다 합니다.]

불이 붙은 채팅창을 보며 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높게 됐다. 잡혔네'

[투수가 흔들린다고 해서 꼭 큰 걸 맞는 건 아니니까.]

[이러면 좀 멘탈 잡을 수도 있지.]

[흐름이 끊길 수도 있겠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흐름이 왔을 때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사라진다. 사라진 기회는 상대팀에게 넘어가기 일쑤다.

[투수만 하면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없지.]

[타자랑 같이 하니까 이런 게 좋누.]

[한방 날리면 아까 머기업 갑질했던 거 잊어줌.]

'제가 언제 감질을 했습니까?"

[그게 갑질이 아니라고?]

채팅창이 다시 불타올랐다.

신우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기둔 채, 대기타석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마운드에 있는 세자르를 바라봤다.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거 같기도 하고. 3번 타자인 매버릭이 허무하게 물러난 탓이다. 이렇게 되면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없게 된다.

그러고 보니 매버릭이 건드렸던 공도

체인지업이었지."

신우는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앞에 타자들을 상대할 때도 결정구는 체인지업으로 들어왔고,

[눈치 좀 있네?]

[하여간 그린 건 또 금방 알아내요.]

불타던 채팅창이 잠잠해졌다.

[과연 그의 선택은 옳을 것인가?!]

[약을 파는 걸 수도 있음.']

[상대도 그걸 모르겠냐?)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각종 의견이 오갔다.

이렇게 많은 의견들 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건 신우가 해야 될 일이었다.

과연 어떤 게 정답일까?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경기가 재개됐다.

사인을 교환한 세자르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신우는 침착하게 그걸 지켜봤다. 쐐애애액!!

"스트라이크!!"

[초구 낮은 코스에 잘 들어갔네요.]

[93마일의패스트볼이절묘하게 들어갔습니다.]

2구, 3구까지 연달아 공을 던졌다.

[3구, 떨어지는 커브에 정신우 선수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볼카운트는 불리해졌다.

언뜻 보면 불리한 상황.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분명 첫타석에서도 비슷한 볼배합이었는데."

[나은나은, 첫 타석에선 3구가 슬라이더였음.

[고거슨 이 지지

[구종이 뭔 상관임?]

[인, 인, 아웃으로 가는 게 중요하지.]

이번에도 의견은 갈렸다. 모든 레전드들이 한 가지 목적으로 야구를 보는 게 아니다.

또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걸 알기에 신우는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결국 중요한 건 구종이 아니라, 3구에선 유인구를 썼다는 거고, 전의 볼배합과 같다면."

신우가 배트를 쥐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패스트볼이 올 확률이 높다.

정신을 집중하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동시에 세자르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의 발이 마운드를 밟고 하제가 돌아갔다. 뒤이어 골반이 돌고 상체로 회전이 이어지는 모습이 슬로우모션으로 신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팔이 지면과 수평이 되어 앞으로 쏘아지다 릴리스 포인트에 도달했다.

그 순간 신우는 볼 수 있었다.

'포심!

그의 그립이 네 개의 실밥에 걸쳐져 있는 걸 말이다. 왜애애애액 !!

[4구 던졌습니다!!]

세자르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신우의 스윙도 시작됐다.

하체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견갑골을 조여 배트를 뒤로 이동해 파워를 모은 신우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부앙~!!

매섭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날아오는 공을 낚아챘다.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영역이 깨지며 신우의 시선이 타구를 따라갔다.

[때렸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신우는 손에 쥐고 있던 배트를 놓았다.

휘리릭~!!

[그리고 배트를 던졌습니다!!!]

환상적인 배트플립과 함께 타구는 담장밖으로 넘어갔다.

[타구는 담장 밖으로!! 넘어갑니다!! 선제 투런포가 터집니다!!]

증계화면에는 그라운드를 도는 신우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세자르가 동시에 잡히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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