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61화 (161/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61화 >

* * *

“정신우 선수는 참...”

그러한 반응을 보며 김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왜? 좋은 거 아니야? 실검 도배는 물론이거니와 스포츠와 연예쪽에서도 기사가 나오고 있던데.”

“생활/문화쪽에서도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8시 뉴스에서도 기사가 나왔어요!”

“일본이랑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D.E에이전시 직원들의 보고가 줄줄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이런 선수가 한국에 있었나? 뭐만 했다하면 전 세계에서 기사가 나올 정도네.”

“최소한 한국에서는 없었지. 그리고 내가 고개를 저었던 건,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야. 정신우 선수는 감을 잡기 어려운 선수라서 그래.”

“그래?”

“응. 오늘 인터뷰 봤어? 평소에는 얌전하시더니 자신을 물려고 하니까, 팩트로 그냥 조져버리시네.”

“이야-! 그건 진짜 예상 못했지. 양민철이가 원래 야구계에서 더럽기로 소문이 자자하더만.”

“그래?”

“응. 툭하면 물고 늘어져서 다른곳들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대. 그런 양민철을 바로 입 다물게 했으니 대단한 거지.”

“그 이후에 기다리던 팬들한테 가서 사인해주는 것도 정말 대단했지.”

“아! 그거 때문에 김 팀장이 진을 뺐다더라.”

“현장에서 보는데 장난 아니었어.”

“그래도 잘 기획한 거야. 이걸로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쪽에도 어필이 제대로...”

“기획한 거 아니야.”

“응?”

놀라는 김태성을 보며 김이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기획은 없었고 모두 정신우 선수가 결정한 거야. 나는 거기에 서포트만 해준 거고.”

“와...그럼 정말 아무 의도없이 사인을 해주러 간 거라고?”

“응. 그래서 감을 잡기 어렵다는 거야.”

“그러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네.”

“그래도 나쁜 쪽으로는 튀지 않으니까 신기한 거고. 어쨌건 이번 일 덕분에 바빠지겠어. 기업들이 광고컨셉을 팬들과의 소통으로 잡고 싶어할 거야. 자기네들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걸 어필하려고 말이야.”

“오호! 그거 좋네. 오케이! 그럼 그쪽으로 해서 제안을 해볼게!”

팬들을 위해 한 행동.

그 행동은 신우의 가치를 더더욱 높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니까.’

김이나는 감탄하며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신우는 버스를 타고 고척 스카이돔에 도착했다.

국내 최초의 돔 형태의 야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국제대회가 열리면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연습하네요.”

“그러게. 그동안 훈련은 잘 하고 있었냐?”

“흐흐! 제 성적을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게다가 이 근육 좀 보십쇼!”

박광수가 포즈를 취하자 팔과 가슴근육이 도드라졌다.

확실히 하와이 때보다는 근육이 커져 있었다.

“야야! 좁다!”

“이게 다 제 근육이 커져서 좁아진 겁니다.”

“근육이 아니라 살 아니냐?”

쿡쿡!

그때 뒤에서 튀어나온 손이 박광수의 배를 찔렀다.

“이 딴딴함이 느껴지지 않냐?!”

“딴딴함은 무슨, 물렁살이네. 물렁살!”

“오냐! 오늘 물렁살로 헤드락 한 번...!”

“정신우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녀석이랑 동기인 최연우입니다. 참, 선배님이라 불러도 되죠?”

“아, 물론이지. 반가워.”

최연우.

데뷔시즌 150안타, 2년차때는 190안타를 때려내더니 3년차인 올해에는 기어코 200안타를 넘겼다.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였지만, 컨택트 능력만 놓고 보면 앞으로 KBO를 이끌 스타플레이어로 손색이 없었다.

“어후! 이 약은 새끼! 바로 말 돌리는 거 보소.”

“흐흐, 대화는 타이밍이다. 임마!”

상대를 약올리는 재능도 제법인 듯 했다.

끼익-!

“자, 도착했습니다! 다들 이동하겠습니다!”

KBO직원의 말에 따라 선수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신우도 박광수 그리고 최연우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고척 스카이돔으로 이동했다.

그런 세 사람을 바라보는 일단의 시선이 있었다.

“확실히 메이저리거라서 그런지 몸이 장난 아니네.”

“그러게 말이야. 박광수 쟤도 한 떡대하는데, 옆에 있어도 밀리질 않네.”

“야구를 무슨 몸으로 하냐?”

“야, 우리 몸으로 밥 벌어먹는 거임.”

맞는 말이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어쨌건 메이저리거라고 대충하면 우리가 한 소리 해야 해.”

“야! 그래도 사이영 수상자인데?”

“사이영 수상자는 수상자고! 우리가 선배잖아!”

“그렇긴 하지만, 직속선배는 아니잖아?”

“임마! 그런게 어디에 있냐? 우리 예전에 대표팀 막 들어왔을 때, 해외파 애들이 와서 자기네들이 선배네 어쨌네 했던 거 기억 안나냐?”

“하긴...”

“그때 걔네들 훈련도 대충하고 말 그대로 놀다 갔잖아. 결국 욕은 우리만 오질나게 쳐 먹고 말이야.”

“그렇긴 하지.”

올해 29살인 그들은 대표팀만 3번째 참가하는 준 베테랑들이었다.

경험이 많다는 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다는 것이다.

그들중에는 좋았던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의 분류들도 있었다.

그리고 해외파는 그들에게 있어 최악의 동료들이었다.

“이번에도 대충하는 거 같으면 초반에 군기를 잡아둬야 해.”

“동감.”

그런 편견은 신우에게도 이어졌다.

* * *

첫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고!!”

코치의 외침과 함께 달리기가 시작됐다.

기초적인 체력훈련부터 포지셔닝 훈련까지.

대부분의 훈련들이 기본적으로 단체훈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확실히 미국하고는 다르네.]

[간단한 훈련도 같이 하려고 하누.]

[뭐, 이것도 나름 좋지 않나? 끈끈한 정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도 선수마다 가지고 있는 피지컬이 다른데, 대부분 같은 훈련을 시키니까 문제지.]

[그건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지.]

[이런 훈련을 하루 종일 하는데, 개인훈련까지 빼면 다른 생활은 어케 함?]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채팅방을 보던 신우가 자신의 차례에 나갔다.

[옆에 애가 왜 이렇게 째려보냐?]

[그러게 ㅋㅋ]

5명이 조를 이루었는데, 옆에 있는 선수의 눈빛이 썩 친절하지 않았다.

[한판 붙자는 시비 아니누?]

[텍사스에서 저런 눈으로 돌아다니면 총 맞았을 텐데 ㅋㅋ]

[우리 시대에서 야구했으면 대가리 깨졌지.]

“레디!!”

코치의 말에 자세를 잡았다.

‘달리기는 내가 자신있지.’

눈빛의 주인공인 이민우는 중견수 골든글러브를 3년 연속 수상한 인재다.

발이 빠르고 컨택능력도 좋다.

거기에 한해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올 시즌에는 20도루 20홈런 달성에 성공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반감을 가지는 한 명 중 한 명이었다.

‘초반에 확실하게 기선을 잡아주마.’

“고!!”

코치의 외침과 함께 선수들이 출발했다.

단거리 전력질주다.

당연히 초반부터 최고속도로 내달려야 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도루가 주력인 이민우가 무척이나 유리했다.

도루 역시 초반 추진력이 무척 중요한 작업이었으니 말이다.

‘여긴 내가 이겼...!’

바람을 가르고 지나가고 있을 때.

후웅-!!

더 강한 돌풍이 그의 몸을 덮쳤다.

그리고 쏜살 같이 누군가 달려나갔다.

‘정신우...?’

그는 순식간에 50m를 주파해 골을 지났다.

자신이 도착했을 때는 속도를 줄인 신우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5.92! 6.12! 6.20! 6.35!”

연달아 기록을 부르는 코치의 외침에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5초대라고?”

“저 몸에 어떻게 5초대가 나와?”

“와...미쳤다!”

“무슨 달리기가 저렇게 빠르냐?”

“살 빼면 더 빠르다는 소리 아니야?”

“아니, 저 정도면 육상을 하지...”

50m 달리기의 세계신기록은 5.56초.

그걸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오전에 이어진 체력훈련은 테스트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이 대부분 기초적인 체력을 알 수 있는 것들로 꾸려졌다.

예를 들어 윗몸일으키기나.

“정신우 72개! 1등!”

“와...”

팔굽혀펴기.

“정신우 80개! 1등!”

그리고 풀업까지.

“정신우 42개! 1등!!”

모든 종목에서 1위를 달리는 그의 모습에 동료 선수들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게 인간이냐...?’

‘말이 돼?’

‘더 지랄맞은 건 왜 쟤는 멀쩡하냐?’

더 놀라운 건 신우는 훈련이 끝난 뒤에도 멀쩡했다.

땀이 조금 난 것을 빼고는 호흡이 안정적이었다.

즉, 오전훈련으로는 그의 체력을 소모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너희들 눈이 왜 그러냐?”

거구의 사내가 낙담하고 있는 29세 무리에게 다가왔다.

“아...선배님.”

“그게 아니라...”

거구 남자의 이름은 심대현.

183cm의 키에 110kg이라는 거구의 몸.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로 매년 4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 괴물거포였다.

발이 느리고 수비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타력만 놓고보면 KBO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상황설명을 들은 심대현이 자신의 두툼한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단 말이지. 하긴, 저런 해외파 애들은 초반에 확실하게 기세를 잡아두는 게 편하긴 하지.”

“하지만 체력이 너무 괴물입니다.”

“맞습니다. 어떻게 저 몸에 저런 속도로 달리는지...”

“힘도 장난 아니게 쎕니다. 체중이 90에서 100정도 나간다는데, 무슨 풀업을 저렇게 할 수 있는지...”

힘이란 말에 심대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힘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그였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형만 믿어라.”

그 말과 함께 심대현이 신우에게 다가갔다.

과연 뭘 제안할까 궁금했던 29세 무리들이 심대현의 뒤를 따랐다.

“여, 정신우.”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돌린 신우에게 심대현이 씩 웃으며 말했다.

“1루수를 맡게될 심대현이라고 한다.”

“아, 정신우입니다! 선배님!”

“예의바르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보고 있으니 운동 좀 한 거 같더라고.”

“칭찬 감사합니다!”

“몸도 좋아 보이고 응? 그래서 그런데 이따 근력운동할 때 나랑 호흡 좀 맞추자.”

“저야 영광이죠!”

“그래. 서포트할 때 필요해서 그러는데, 삼대 몇 치냐?”

이민우는 감탄했다.

저런 식으로 자신의 주 영역으로 끌어들이다니.

‘역시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어.’

심대현은 프로들 사이에서도 3대가 괴물수준이라 알려져 있었다.

파워리프트를 했어도 대성했을 거란 게 중론이다.

그런 심대현과 3대로 붙는다?

‘사이영 수상자가 아니라 사이영이 직접 와도 무리지.’

이민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ㅋㅋㅋㅋㅋ 3대 도전하누.]

[개웃기네 ㅋㅋㅋ]

[이쉑 지옥 구경 좀 하겠네.]

[뒤에 있는 애들 보니까, 신우 너 좀 밟고 싶은 애들인갑다.]

[신우 3대 가즈아-!!]

사이영을 비롯한 레전드들의 채팅으로 채팅창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타앙-!!

바벨이 기구 위로 놓이며 심대현이 쓰러졌다.

“헉...흐억...헉...! 괴...괴물...”

남산만했던 배가 에베레스트가 되어 위아래로 헐떡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민우와 29세 무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화냐?’

‘헐...’

‘3대 괴물 심대현이 상대가 안 되다니...’

‘미쳤다...’

쓰러져 있는 심대현.

멀쩡히 서서 땀을 닦아내는 신우.

이 대조적인 모습만 보더라도 누가 승자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안되누.]

[이쉑 근력이나 체력은 메쟈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대로 넘길 거임?]

[쟤네들 너 한 번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운동하는 애들이라 이 정도에서 꼬리를 내릴 수도 있을 거 같지 않음?]

[그건 뭐 그렇지.]

하지만 신우는 여기서 넘길 생각이 없었다.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너무 뻔히 보였다.

딱히 숨기려는 생각도 없어보였고 말이다.

피지컬로 서열을 정하자.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

그리고 신우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뭐하려고?]

‘공격을 막았으니 이제 제가 역공할 차례죠.’

그때 박광수가 스포츠음료를 내밀었다.

“형! 음료수 좀 드세요.”

“어, 땡큐. 참, 광수야. 너 내가 가르쳐준 프로그램 계속 했냐?”

“당연하죠! 그 프로그램 덕분에 한 시즌을 잘 치르지 않았겠습니까?”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도움 뿐이겠습니까? 50홈런 때릴 수 있었던 것도 그 프로그램 덕이죠!”

“오후에 개인훈련이라니까, 같이 할까?”

“좋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이민우나 29세 무리의 눈이 반짝였다.

‘훈련 프로그램?’

‘프로그램 덕분에 50홈런을 때렸다고?’

‘도대체 뭔데?’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건가?’

다들 운동선수다.

훈련이 곧 실력으로 바뀐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훈련법이란 착각마저 드니 꼭 알고 싶었다.

그때 마치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

“선배님들도 함께 하시겠어요?”

“어?”

“저...정말?”

“예. 조금 힘들긴 하지만, 체력 붙이는데는 이거만한 게 없습니다.”

“우리야 좋지!”

“콜!”

“그렇게까지 말하면 해야지!”

“나...나도...한...다!”

쓰러져 있던 심대현까지 콜을 외치는 모습에 신우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운동으로 공격을 당했으니 역공도 운동으로 해야겠죠? 운동선수답게.’

[잔인한 쉑!]

[누구한테 이런 걸 배웠누?]

‘다~선배님들한테 배웠습니다.’

[우리는 그런 거 가르친 적 없다!]

[아니...우리가 가르친 거 같기도...]

[크허험-!!]

이날 오후.

당연하게도 이민우를 비롯한 29세 무리와 심대현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신우가 다가가 말했다.

“선배님들! 다음 세트 가셔야죠!”

“흐어억...”

“모...못가...”

“그...그냥 죽여...”

그걸로 서열정리는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 모습은 이동진과 코치진이 모두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요.”

“저런 괴물이 있으니 국내파가 상대가 안되네.”

“쩝, 조금 심란하네요. 이 정도까지 메이저리그랑 차이가 심하다니.”

코치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동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냥 신우가 특별한 거지. 그리고 이런 서열정리는 일찍 끝나는 게 좋아. 쓸데없는데, 힘을 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죠.”

본선 1라운드까지 앞으로 열흘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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