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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52화 (15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52화 >

* * *

시즌 막판에 추가하는 새로운 구종.

일반적인 케이스라면 어렵다는 진단을 내려야 된다.

[하지만 너는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지.]

[던졌더니 리베라의 커터고 던졌더니 마르티네즈와 스판의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말 다 했지.]

[너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임.]

재능을 본 레전드플레이어들은 당연히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은 의아한 분위기였다.

[뭔 소리임?]

[단 며칠만에 커브를 익히게 한다고?]

[무리 아님?]

[아니, 익힐 수 있다 해도 내년에 시키면 되는 거 아님?]

[ㅇㅈ. 굳이 지금 알려줘서 전력분석하게끔 할 이유는 없잖아?]

[보여줘도 상관없지 않음?]

그때 타이콥이 말했다.

[어차피 내년에는 투타겸업 해야될 텐데.]

[엌ㅋㅋㅋ 그건 그렇네.]

[농담아니었냐?]

[레알 시킬 거임?]

레전드플레이어들이라고 해서 모두 성향이 같은 건 아니었다.

보수적인 이들도 많았다.

투타겸업이란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시즌 막판 되니까, 체력도 후달리는데. 되겠냐?]

[됨.]

[ㅇㅇ 경험해봤으니 이제는 몸이 기억하게 되는 거지.]

[내년이면 체력은 충분할 듯.]

[무엇보다 비시즌에 굴릴거니까, 쌉가능.]

굴린다는 말에 신우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느 정도 각오를 했기에 이를 악물었다.

‘할 겁니다.’

[본인도 한다는데, 훈수꾼들이 뭔 말이 많음?]

[안 되는 일을 왜 함.]

[될 수도 있지.]

[그것보다 커브부터 해결해야 되는 거 아님?]

누군가 핵심을 이야기했다.

[하긴, 지금 내년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없지.]

[그래서? 커브를 단 며칠만에 익히게 한다고?]

[일단 해보자.]

[ㄱㄱ!!]

첫 패배 이후 이틀째 되는 날.

신우는 불펜에 섰다.

평소와 조금 다른 루틴이었기에 감독인 마이크도 합류했다.

‘이틀째에 불펜피칭을 한다고?’

의아했지만, 제지는 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준 신우의 모습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갈게.”

“오케이! 언제든지 오라고!”

마누엘이 미트를 팡팡 때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신우는 와인드업과 함께 가볍게 공을 뿌렸다.

파앙-!!

“굿!!”

[확실히 구속이 떨어졌네.]

[이틀째니까 어쩔 수 없음.]

[오히려 속도를 더 죽이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우는 힘조절에 들어갔다.

연습이다.

거기에 평소 루틴과 다르다.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열 개의 공을 연달아 던지며 상태를 체크한 뒤.

신우가 잠깐 휴식을 요청했다.

“벌써 끝난 건가?”

“아니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남아 있습니다.”

“해보고 싶은 거?”

마이크의 질문에 신우는 대답 대신 로진을 손에 묻혔다.

[왼손으로도 커브를 던졌었지?]

‘예.’

슬라이더와 커브는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였다.

왼손으로 던지던 당시에도 자주 이용했다.

종과 횡적인 변화를 모두 일으키는 정석적인 커브였다.

문제는 그리 위력적이진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 던지는 방법은 알고 있겠네.]

‘알고 있습니다.’

[당시의 감각을 떠올리면서 던져봐.]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신호를 보냈다.

팡팡!!

“컴온!!”

마누엘의 외침에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평소와 공을 끌어오는 게 다르다.’

마이크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신우가 공을 뿌렸다.

후웅-!!

공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마누엘의 미트에 꽂혔다.

“커브?”

마이크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예. 최근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기존의 구종들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음, 그건 분명히 맞긴 하지. 하지만 큰 문제는 없지 않나? 타자들이 그렇게 자네의 공을 쉽게 때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신우는 올 시즌 3자책점을 기록한 경기가 한차례밖에 없었다.

25번째 등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당시 신우가 8이닝이 아닌 7이닝만 던졌어도 3실점을 하지 않았을 거다.

즉,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점수를 내준 거라는 소리였다.

체력이 떨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에 머무르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음...”

마이크도 동의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굳이 현재 시점에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는 그걸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정신우란 선수는 그럴 필요가 없는 선수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공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어.”

“역시 어려울까요?”

“그 대답을 들으니 자네도 알고 있나 보군.”

모를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 이게 커브임?]

[실화냐?]

[이거 고치려면 얼마나 걸릴까?]

재능을 모르는 레전드 진영이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걸 보고 재능충이라 하냐?]

[엌ㅋㅋㅋ 너희들 개그도 함?]

그리고 공격의 화살은 재능을 아는 레전드 진영에게 향했다.

[얌마! 너 왜 그래?]

[커터나 체인지업 던질 때는 잘만 하더니!]

[제대로 안 하냐?!]

신우는 억울했다.

자신은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단지 커터나 체인지업을 배울 때처럼 멋지게 공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연습 좀 해보겠습니다.”

“음, 그래. 하지만 이 상태의 공들이라면 실전에서 쓰긴 어려울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마이크는 한걸음 물러서서 관전을 했다.

불펜에는 한참동안 공을 던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물론 신우의 눈에 보이는 채팅은 난리가 났지만 말이다.

[이걸 보고 밸런스 좆망겜이라니 ㅋㅋㅋㅋ]

[너희들이 하도 오버해서 뭐가 있는 줄 알았네.]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두둥!]

비웃음으로 도배되는 채팅에 스판의 채팅이 외롭게 올라갔다.

[너 약이라도 먹었냐?!!]

못해서 약을 먹었냐고 듣는 이 상황이 억울한 신우였다.

* * *

커브는 야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변화구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커브를 개발한 투수로 인정받은 선수는 캔디 커밍스였다.

그는 1870년대에 커브를 던진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한 투수는 모데카이 브라운으로 평가받는다.

쓰리핑거 커브를 던진 그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해 검지를 잃고 중지가 부러진 채 자랐다.

그로 인해 기이한 커브를 던지게 되었고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 있었다.

[내 커브를 가르쳐달라고?]

‘예.’

채팅창에는 바로 그 모데카이 브라운이 있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커브하면 모데카이 브라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잔인했다.

[그럼 검지를 잘라. 그리고 중지를 부러트리면 가르쳐줄 수 있어.]

[얘 커브가 괜히 쓰리핑거 커브겠냐?]

[공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었으니 나올 수 있었던 독특한 공이지.]

[그걸 손가락 다섯 개 달고 던진다는 건 욕심임.]

“으음...”

도움의 손길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아니, 거절당했다고 생각했다.

[욕심은 아니지.]

[응?]

[뭔 소리임? 방금 전에는 검지를 자르라면서?]

[나도 죽은 뒤로 꾸준히 고민을 했거든. 과연 내 커브는 이대로 사장되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수많은 후배들이 시도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잖아?]

[그렇지. 애초에 손가락이 멀쩡한 놈들이 네 그립을 흉내내려고 했으니까, 불가능했지.]

[가능함.]

[ㄹㅇ?]

레전드플레이어들이 믿기 어렵다는 듯 말했다.

신우도 마찬가지였다.

모데카이 브라운의 커브는 신비의 구종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말대로 수많은 선수들이 구현해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 공을 던질 수 있다니?

[그런데 가르쳐줄려고?]

[굳이?]

[왜?]

몇몇 레전드들이 물었다.

궁금하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모데카이 브라운은 채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레전드가 아니다.

즉, 교차점이 별로 없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공을 아무런 대가 없이 가르쳐준다니.

[궁금하잖아.]

[뭐가?]

[우리 시대보다 월등히 발전한 이 시대의 베이스볼에서 과연 내 공이 통할지 말이야.]

모데카이 브라운.

그는 데드볼 시대를 호령했던 투수다.

쓰리핑거 커브는 데드볼 시대의 제왕이었던 타이콥마저 이렇게 표현했다.

[이 녀석의 커브는 내가 본 변화구들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었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다시 채팅창으로 친 타이콥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만큼 배우기 어려울 거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ㅇㅋ 그럼 가르쳐줄게.]

모데카이 브라운의 허락이 떨어졌다.

자신의 구종이 이대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은 자와 그걸 배우려 하는 자의 이해관계가 맞는 순간이었다.

* * *

시즌 30번째 등판을 하루 앞둔 날.

신우는 다시 불펜에 섰다.

파앙-!

파앙-!!

그의 공이 손을 떠날 때마다 불펜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몸이 좀 무거워 보이네요. 역시 시즌 막판에 오니 시누도 힘든가 봅니다.”

“어쩔 수 없는 거지.”

투수코치 베이커의 말에 마이크도 동의했다.

오늘 몸상태가 무거워 보이는 신우에게 마이크가 말했다.

“연습투구는 그쯤하는 게 어때? 내일 투구에 영향이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런가요? 그럼 딱 10구만 더 던질게요.”

“그래?”

“예. 그리고 어떤지 한 번 봐주세요.”

신우의 부탁에 베이커가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봐달...”

“설마 아직 포기를 하지 않은 건가?”

“포기요?”

커브를 연습할 때 투수코치가 동행한 적이 없었기에 베이커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단 시도는 해봐야죠.”

“언제까지 말인가?”

“될 때까지요.”

대답을 끝낸 신우가 글러브를 들어 마누엘에게 신호를 주었다.

“오케이! 언제든지 오라고!!”

마누엘이 미트를 내밀었다.

포심을 잡을 때보다는 조금 낮은 위치였다.

평소와 다른 포구위치, 그리고 감독과 선수의 대화.

그것들로 유추해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새로운 구종을 연습하는 겁니까?”

“맞아.”

“이 시기에요?!”

당연한 질문의 순서였다.

시즌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 시기에 굳이 새로운 변화구를 익힐 필요는 없었다.

“실전용은 아니겠죠?”

“본인은 실전에 사용할 목적이라 하더군.”

“무리입니다! 이제 시즌이 15일도 남지 않았어요. 이 시기에 새로운 구종을 추가해서 실전에 던진다니. 하물며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내년으로 미루는 게 좋습니다.”

“나도 설명을 했지.”

마이크의 시선이 와인드업하는 신우에게 향했다.

“하지만 거절하더군.”

“왜죠?”

촤앗-!!

발을 내딛는 신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팬들을 위해서 꼭 20승을 채우고 싶다더군.”

베이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메츠는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그리고 알론소마저 떠났다.

토마스는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구단의 수뇌진은 팀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팬들에겐 절망적인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경기장을 찾고 있었다.

신우가 등판하는 날이면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신우는 그런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베이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신우가 던지는 공을 지켜봤다.

쐐액-!!

팔을 휘두른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패스트볼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커브가 아니었...?’

마이크가 의문을 가지는 순간.

공이 뚝하고 떨어졌다.

퍽!!

마누엘이 거의 지면과 닿는 위치에서 공을 잡았다.

“시누!! 새로운 구종이 스플리터였어?!”

베이커가 놀라서 물었다.

신우가 어떤 구종을 추가할 건지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커브가 아니었나?”

“에이-마이크! 방금 공을 보고도 어떻게 커브라는 말이 나옵니까? 당연히 스플리...”

“커브였습니다.”

“뭐?”

“응?”

대답 대신 신우는 공을 집어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립을 본 마이크와 베이커의 눈이 커졌다.

“쓰리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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