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51화 (151/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51화 >

* * *

9월의 절반이 흘렀다.

포스트시즌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위싸움이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팬들의 관심은 개인타이틀로 향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국내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 선수 때문이죠? 정신우 선수입니다.]

화면에 신우가 뜨자 어머니가 눈을 반짝였다.

[올 시즌 28전 19승 무패를 달리고 있는 정신우 선수는 32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습니다.]

[28경기를 던지면서 204이닝 331탈삼진을 기록하며 9이닝당 탈삼진 14.58개를 기록중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종전기록은 게릿 콜의 2019시즌 13.82개입니다.]

[또 주의 깊게 봐야 될 기록이 있습니다. 바로 한시즌 탈삼진 기록인데요. 앞으로 4개만 추가하면10위인 02시즌 랜디 존슨의 334개를 1개 앞지른 335개가 되면서 10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평균자책점 역시 주목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28경기까지 던진 정신우 선수는 평균자책점 1.14를 기록중인데, 이 기록은 1950년 이후로 좁히면 1968시즌 밥 깁슨이 올린 1.12 다음으로 낮은 기록입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니, 정말 대단하군요.]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 기록이 1985시즌의 드와이트 구든 선수가 기록했던 1.53이었으니 무려 30년만의 기록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마운드의 높이가 10인치로 낮아진 69시즌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두 투수가 모두 메츠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거죠.]

뭔가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아들 잘 하고 있나 보네.’

그렇지 않다면 이런 프로그램에서 [정신우 특집] 같은 것을 만들어 줄리 없었다.

“엄마, 아직 준비 안했어요?”

“응? 아참! 내 정신 좀 봐! 바로 준비할게!”

“예약시간에 늦어요. 조금 속도 내셔야 해요.”

“응! 빨리 할게!”

방으로 들어가는 어머니를 보던 신우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최근 정신우 선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팬들이 WBC 출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국제전에서의 국가대표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대표로 인해 정신우 선수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은데요.]

[그럴 가능성도 분명...]

삑-!!

TV를 끈 신우는 창밖을 바라봤다.

SNS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팬들의 직접적인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국가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하라 그러고, 누구는 하지 말라 그러고.’

[원래 그런 거임 ㅋㅋ]

[뭘 선택하건 결국 한쪽에는 욕을 먹는다.]

[그냥 네가 원하는 대로 하셈.]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의견에 신우도 동의했다.

그때 어머니가 준비를 끝내고 나왔다.

올스타전에 꾸몄던 스타일과 비슷한 헤어와 옷차림이었다.

물론 조금 달라졌지만 말이다.

“아직 안 늦었지?”

“네. 참, 그리고 옷 예뻐요.”

“호호! 고맙다.”

미소를 머금은 어머니와 함께 신우가 호텔을 나섰다.

* * *

조용하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손님은 신우와 어머니 두 사람 뿐이었다.

“오늘은 손님이 없나 보네.”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여기 오너분이 우릴 위해서 특별히 모든 예약을 취소하셨어요.”

“정말?”

“예. 정말입니다.”

그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셰프가 메인요리를 두 사람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른 손님이 많으시면 아무래도 조용한 식사가 어려우실 듯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다른 날로 예약을 미루었습니다. 그러니 편하게 식사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되는 거예요?”

허드슨강이 보이는 고층빌딩.

전망은 끝내주지만 그만큼 임대료가 비쌌다.

손님을 받지 않으면서 생기는 손해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말에 셰프 박준석이 미소를 머금었다.

“한국의 자랑인 정신우 선수를 모실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았으니까요.”

박준석 셰프가 한쪽 벽면에 장식된 신우의 사인볼과 글러브 그리고 저지를 가리켰다.

“오늘 찍은 사진을 출력해 저기에 큼직막하게 걸어둘 생각입니다.”

농담 덕분인지 어머니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장사 잘하누.]

[거기에 요리까지 잘 하지.]

[얼굴도 잘 생겼는데?]

[우리 시누 꿀리누.]

채팅을 보며 신우는 약간 인상을 구겼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시나요?”

“아, 아뇨. 고기가 무척 부드러워서 놀랐어요. 다른 음식들도 전부 맛있고요. 단지 갈비찜하고 맛이 흡사해서 놀랐어요.”

“저희 식당에서 주로 내놓는 퓨전한식 중 하나입니다. 갈비찜의 양념을 베이스로 제조한 특제양념으로 고기에 간을 했죠.”

“그렇군요.”

“다른 음식들도 정신우 선수의 스테미너에 도움이 되는 것들입니다. 시즌 막판이신만큼 체력에 조금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코스를 꾸몄습니다.”

“체력증진이요? 혹시...”

“메이저리그 도핑테스트에 검출될만한 재료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신체의 밸런스를 잡아주고 영양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로만 코스를 짰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읽은 듯한 답변이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온 메시지도 범상치 않았는데, 실제 만나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SNS를 통해 먼저 연락을 한 건 박준석 셰프다.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연락이었다.

뉴욕에 오신 뒤로 별다른 관광을 다니지 못했던 어머니를 위해 신우는 기꺼이 시간을 냈다.

루틴에 큰 방해가 되지 않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자신도 보고 배울 게 많았다.

무엇보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감탄하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단백질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여 있네.]

[지방의 양이 좀 많은 거 아님?]

[지구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낫지.]

[거기에 탄수화물 비중도 높아서 좋음. 무엇보다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의 체질을 생각한다는 게 좋은 거임.]

[단순히 요리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코스인데?]

백년 넘게 어떻게 하면 야구괴물을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한 저들을 놀라게 하는 박준석 셰프.

[인생 2회차 아니누?]

스판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메인요리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 *

25시즌도 어느덧 막바지였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앞으로 4차례 더 오를 거야.”

미팅을 통해 신우는 자신의 일정을 미리 언질받을 수 있었다.

“이게 스케줄이고.”

마이크 감독은 직접 스케줄을 정리한 서류를 신우에게 건넸다.

원래 이런 일은 투수코치가 해도 되는 일이다.

감독이 이런 부분까지 챙기는 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럼 내일 경기 준비 잘하게.”

그 말을 끝으로 마이크 감독이 몸을 돌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겠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마이크 감독의 몸값이 저렴하긴 하지만, 구단의 입맛에 맞는 선수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

‘왜죠?’

[너무 성적을 잘 내니까.]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번으로 선수를 지명하기 위해선 전년도의 승률이 낮아야 해. 승률의 역순으로 순번을 얻게 되거든.]

간단히 말해 전년도 승률이 가장 낮은 팀부터 높은 순서로 유망주를 픽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 성적을 올린다면 구매자한테는 좋지 않을까요?’

[구매자는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한다. 메츠는 이미 팜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채워넣어야 미래를 볼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하는 거지.]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감독을 굳이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지. 어찌됐건 마이크 감독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시킬 정도로 능력을 보여줬으니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해고라니.

‘잔인한 곳이군요.’

[원래 돈이 되는 곳은 잔인한 법이다.]

[너는 그런 걸 신경쓰지 말고 남은 4경기에 집중해라.]

[메츠 팬들이 너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신우의 4경기 중 2경기가 홈경기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경기들은 이미 매진이 됐다.

다른 경기들에선 매진은커녕 30퍼센트가 겨우 넘는 예매율을 보였다.

‘예.’

신우도 잘 알고 있었다.

팬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그렇기에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싶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신우는 내일 등판을 준비했다.

* * *

시즌 29번째 경기.

마운드에 오른 신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팀이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정신우 선수가 이 위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오늘 경기에만 집중해야 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걸 해내야 합니다.]

신우도 알고 있었다.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이야기해주었으니 말이다.

[팀 상황을 왜 네가 고민하냐?]

[팀은 팀이고 지금은 네 성적에만 집중해야 됨.]

[이제 2년차다. 다른 것에 신경쓸 정신이 있으면 오직 오늘 공을 어떻게 던질지만 생각해.]

저들의 잔소리를 듣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있었다.

‘잔소리를 듣다 보면 멘탈이 강화되긴 해.’

[시누이가 여럿 있는 거나 다름없지.]

[레벨 만렙 시누이들이자너.]

‘시누이의 잔소리가 어떤 건지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예전에 제가 군대다닐 때 제 선임이 수다쟁이었습니다. 그때 기분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네요.’

[ㅋㅋㅋㅋ]

[수다쟁이라니?!!]

[제대했는데, 선임이 직장상사였던 썰 푼다.txt]

[PTSD!! PTSD!!]

[그래도 그놈들이 낫지.]

스판의 채팅에 눈길이 갔다.

[그런 놈들은 사직서라도 낼 수 있지만, 얘는 그것도 안 됨.]

[엌ㅋㅋㅋ]

고개를 절레 저은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긴장은 풀리고 한껏 릴렉스가 된 상태로 사인을 교환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와인드업과 함께 투구에 들어간 신우가 가벼워진 어깨로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우렁찬 콜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 * *

후반기.

신우는 모두 10경기에 등판해서 무실점 피칭을 단 1번 작성했다.

[최근 정신우 선수가 실점을 하는 일이 잦아들면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신우 선수가 4실점 이상을 한 경기가 아직 한차례도 없다는 겁니다. 이는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유일한 기록입니다.]

아무리 잘하더라도 깎아내리려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알고 있었다.

올 시즌 신우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신우의 체력이 전반기와 중반기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후우...”

[힘드냐?]

‘역시 이쯤 되니 평소보다 힘드네요.’

[이제 막판이니까. 공의 구위와 제구 그리고 구속까지 떨어지기 마련이지.]

[우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님. 지금 메츠에서 네가 무너지면 레알 답없다.]

‘그건 그렇죠.’

지금은 우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 싶었다.

‘최소한 내 의무만이라도...!’

그러기 위해서는 6이닝을 채워야 했다.

퀄리티스타트.

그것을 위해 신우가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의 의지를 담은 공이 미트에 꽂혔다.

* * *

「정신우 선수가 3실점(2자책점)을 허용하면서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6회까지 세 타자를 잘 마무리한 정신우 선수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두 번째 타자가 유격수 에러로 출루하면서 위기에 빠졌습니다.」

세 번째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네 번째 타자를 상대로 던진 써클체인지업이 실투성으로 들어가면서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ㅅㅂ 수비도 도움을 안주네.

-이걸 이렇게 져버리네.

-메츠를 떠나라.

ㄴ 트레이드 아니면 떠날 수 없는데, 뭘 떠나냐?

ㄴㄴ 하 ㅅㅂ 레알 답없냐?

ㄴㄴㄴ 지금으로선 답이 없음.

-팀이 신우를 망친다.

댓글에는 불만이 폭발했다.

어쩔 수 없었다.

무패행진이 깨진 것도 컸지만, 시즌 20승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세 번의 기회가 더 있긴 했다.

하지만 팀의 상황이 나쁘다보니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후우...”

인터넷창을 닫으며 한숨을 내쉰 신우가 창밖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은 팀을 욕하고 있었지만, 신우는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았다.

‘체력이 너무 떨어졌어.’

9월이 되면서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부족하다는 사실이 화가났다.

스스로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아님.]

‘아니라고요?’

[응. 네가 선발로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8월까지 체력을 유지했다는 거 자체가 준비를 잘 했다는 거임.]

[무엇보다 지금은 과거를 후회할 때가 아니다.]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지.]

그의 말이 맞았다.

과거를 후회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지금을 바꿔야 했다.

“선배님들.”

[응?]

[와이?]

“커브를 배우고 싶습니다.”

신우가 내린 답은 새로운 구종의 추가였다.

[가능하겠음?]

[이제 3경기 남았는데?]

몇몇 레전드플레이어들이 되물었다.

그 채팅에 스판이 대답했다.

[너희들 얘 훈련하는 거 안 봤냐?]

[응? 안봤지.]

[우리는 그때 없었음.]

[그래서 모르는구나.]

[이쉑 재능충임.]

[밸런스 좆망겜을 또 봐야 되는 것인가...]

두 진영으로 나뉜 채팅을 보고 있을 때, 매튜슨의 도네가 도착했다.

【매튜슨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신우의 재능을 본 자 vs 신우의 재능을 보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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