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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39화 (139/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9화 >

* * *

메이저리그 중계는 한국에서 이루어진다.

위성중계를 통해 화면을 받아 해설을 지우고 화면만 내보낸다.

거기에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소리를 덧입히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중요한 경기는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일도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올스타전이었다.

특히 한국선수가 뛰는 올스타전은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현장중계를 진행했다.

“뉴욕도 제법 덥네요.”

J.F.K국제공항에 내린 김진철이 땀을 닦았다.

그의 곁으로 이용대가 다가오며 말했다.

“뉴욕도 뭐 한국이랑 똑같네.”

“위원님은 오랜만에 오시는 거죠?”

“올초에 스프링트레이닝 취재를 갔었는데, 그 이후로는 처음이지.”

“자자, 이야기는 호텔가서 하도록 하죠.”

“오케이.”

“가자고.”

PD의 말에 두 사람이 걸음을 옮겼다.

* * *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은 7월 10일.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우는 올스타전 발탁과 함께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확정을 받았다.

‘흐흐, 내가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라니.’

[좋음?]

‘당연히 좋죠!’

[하긴 며칠전부터 설레발 떨고 있긴 했지.]

‘제가 언제 설레발을 떨었습니까?’

[스마트폰에 인터뷰에 할 대답 적던 사람이 누구더라?]

[ㅋㅋㅋㅋ 그걸 진지하게 적고 있는 걸 보니 웃음밖에 안나오더라.]

‘...젠장.’

이불킥을 하고 싶은 심정을 뒤로 하고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었다.

한국은 난리가 났다.

포털사이트 해외야구 부문에 자신의 기사로 도배가 됐다.

「역대 한국인 두 번째로 올스타전 선발로 나서는 정신우 선수!」

「정신우 올스타전 내셔널리그팀 선발투수로 확정!」

「메이저리그를 뒤흔든 정신우! 올스타전에서는 어떤 기록을 남길까?」

「역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와 정신우의 성적.」

과거의 기록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말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신우는 그 기사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관심받으며 야구를 하는 게 좋네요.’

[관심병 말기네.]

[이런 애들이 나중에 인방하는 거 아님?]

[인방 ㄴㄴ 저방 ㅇㅋ]

[ㅋㅋㅋ 맞말이네.]

‘솔직히 제가 저승방송 하고 싶다 한 거 아니잖아요.’

[그래서 접으려고?]

[접으쉴?]

“크허험!!”

할 말이 없어진 신우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신우를 보며 채팅창에 웃음 이모티콘이 연달아 찍혔다.

“왜? 목이 불편해?”

“아뇨, 괜찮아요.”

어머니의 물음에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한국에선 어떻게 지내셨어요?”

“응? 나야 뭐 언제나 잘 지냈지. 요즘 친구들이 네 이야기만 하더라.”

“하하, 그래요?”

올스타전을 앞두고 신우는 어머니에게 티켓을 보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올스타전 선발투수가 되면서 꼭 어머니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제 한 번 더 등판하는 거지?”

“네. 이틀 뒤에 등판하고 올스타전에 나가요. 그 뒤에 후반기가 시작되고요.”

“지금까지도 잘 했지만, 조금만 더 고생하자. 우리 아들.”

“예.”

어머니에게 고생했다는 한 마디를 듣자 미소가 지어지는 신우였다.

* * *

메이저리그 전반기 마지막 등판.

상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결정됐다.

“마지막 시리즈가 이 녀석들이라니. 참, 아이러니하지?”

베켓의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부터 지구 라이벌이었지만, 최근 들어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23시즌부터 이어진 악연때문이었다.

“우리들한테 밀려서 가을야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니까, 열이 받을 대로 받았나 보더군.”

“SNS나 레딧을 보더라도 팬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선수들간의 신경전도 강한 편이고요.”

“최근 필리스의 로버트와 토마스가 SNS로 신경전을 벌였더군요.”

“아아...보고 받았었지.”

필리스의 주전 3루수인 로버트 버레이는 올 시즌 연봉 2000만 달러를 받는 스타플레이어였다.

실력은 좋은 선수로 평가받지만, 인성은 그러지 못했다.

특히 주루플레이가 거칠어서 다른 선수들을 부상입게 하는 일이 많았다.

최근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포수와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충돌에서 포수는 어깨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로버트의 다음 행동이었다.

그는 포수를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아웃당한 판정에 대한 불만을 심판에게 토로했다.

그러한 모습은 많은 팬들과 선수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동업자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리고 선두에 선 인물이 바로 토마스였다.

“두 사람의 악연이 꽤 질기니 어쩔 수 없지.”

작년 시즌.

토마스와 로버트 두 선수가 충돌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정도로 격렬했었다.

그 악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선수들간의 문제는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마이크, 자네가 토마스를 좀 다독여줘.”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시누의 버블헤드는 어떻게 됐어?”

“준비는 끝났습니다. 내일 경기부터 홍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좋아. 팀의 가장 인기스타이니 제대로 준비하자고.”

“예!”

버블헤드.

메이저리그 팀들이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레전드플레이어나 스타플레이어들의 버블헤드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었다.

이번에 메츠는 신우의 버블헤드를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곧 전미에 알려졌다.

* * *

필리스와의 1차전을 앞두고 신우는 씨티필드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김진철 캐스터입니다! 이렇게 정신우 선수를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용대라네. 자네 덕분에 요즘 메이저리그를 보는게 정말 즐거워.”

손님이란 김진철과 이용대.

그리고 M-스포츠의 촬영팀이었다.

“정신우입니다. 먼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D.E에이전시의 김이나 실장입니다.”

이번 촬영에는 김이나 실장이 참석했다.

방송국과 협상을 하고 조율을 한 것이 D.E에이전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준태PD입니다. 보내드린 기획서는 읽어보셨나요?”

“예,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김진철 캐스터께서 제 훈련을 직접 체험하시다니.”

“그게 이번 기획의 중심입니다. 많은 야구팬이 정신우 선수의 훈련을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음...그건 상관없습니다만, 훈련이 좀 힘든 게 아니라서요. 김진철 캐스터께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인데요.”

“하하하! 제가 이래뵈도 고등학생 때까지 유도를 했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 있습니다!!”

[체력에 자신 있단다.]

[ㅋㅋㅋㅋ 한 번 지옥을 보여줘라.]

“힘드실 텐데...”

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지만 김진철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의 인생최대 실수가 되고 말았다.

“어머...”

“이런...”

김이나와 이용대가 눈앞에 큰 대자로 뻗어있는 김진철을 보며 당황했다.

그런 김진철을 보며 신우가 놀랐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두 세트나 하셨네요.”

“원래 몇 세트를 하시는지...?”

“컨디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10세트를 진행합니다.”

“열...세트요?”

“네. 중간중간 프로그램이 바뀌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폐에 압력을 주는 건 비슷해요.”

“와...”

이준태는 감탄하며 고개를 저었다.

김진철이 누군가?

캐스터 중 가장 체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실제 엘리트 유도인 출신이었기에 웬만한 프로들의 운동을 따라할 수 있다.

다음 날이면 근육통에 시달린다고 징징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출근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대단했다.

그런 김진철이 고작 10분만에 뻗어버릴 정도로 신우의 훈련강도는 대단히 높았다.

“이 훈련을 꾸준히 해온 건가?”

이용대 위원의 질문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출된 이후에 꾸준히 훈련을 했어요. 제가 데블스에 있던 당시에는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거죠.”

“방출된 이후라면...22년부터라는 소린가?”

“네, 도와주는 분들이 계셔서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으음...그렇군.”

이용대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훈련은 태릉선수촌에서나 본 건데.’

과거 국가대표 코치를 맡았던 적이 있는 이용대다.

당시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서 짧게나마 그들의 훈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흔히들 태릉선수촌의 훈련을 지옥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만큼 힘들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용대는 차이가 나도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오판이었다는 건 첫날부터 알았다.

특히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물론 종목의 특성이 있기에 단순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최근 KBO의 몇몇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식 훈련이라면서 설렁설렁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그런 이들을 보고 배운 후배들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선배들이 대충하니 점점 강도가 낮아지는 것이다.

훈련이 부족하면 자연스레 수준이 낮아진다.

KBO의 질적하락은 그러한 기초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이번 방송이 나가면 KBO 녀석들도 느끼는 게 있겠지.’

이번 방송에 참석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용대였다.

* * *

방송이 끝나고 중계팀은 메츠구단에서 마련해준 중계석에서 방송준비를 끝냈다.

더그아웃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우는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왜인지 공기가 무겁네요.’

[선수들이 살벌하네.]

[너네들 무슨 일 있었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SNS에서 한 바탕 했다던데요.’

[크-! 요즘 애들은 시비도 SNS에서 붙는구나.]

[SNS은 인생의 낭비다.]

[너 그거 표절 아님?]

[인용이지 새끼야!]

SNS로 시비가 붙는 건 사실 큰 일이 아니었다.

아니, 일반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비가 붙은 당사자들이었다.

‘두 녀석은 악연이 깊은데.’

[뭐, 설마 뭔일이 있겠냐?]

[ㅇㅇ 전반기도 이제 끝나가는데. 굳이 여기서 사고칠 이유는 없음.]

[어차피 넌 오늘 출전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 곤두세우지 마라.]

매튜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경기에서 메츠의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는 파비오였다.

올 시즌 7승 4패 평균자책점 3.45를 마크하고 있었다.

팀의 2선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선발로 밀렸다고 볼 수 있었다.

단지 아직 선발로테이션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신우보다 먼저 등판을 하는 중이었다.

뻑-!!

“스트라이크!!”

[오늘 공 좋네.]

[ㅇㅇ 슬라이더가 잘 꺾여 들어간다.]

[기대해도 되겠는데?]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의견에 동감이었다.

파비오의 주특기인 고속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타자들이 번번이 헛스윙을 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토마스의 리드도 좋다.’

올 시즌 토마스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벌써 2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올 시즌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투수 리드 역시 매우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투수리드와 타격능력까지.

거기에 발도 빠른 편인 그는 제 2의 조 마우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확실히 저 녀석이 있으니 너도 편하게 적응했지.]

[리드나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놈임.]

레전드플레이어들 역시 토마스를 인정하고 있었다.

예상과 다르게 경기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두 팀의 신경전이 조금씩 있었지만, 이 정도는 평소에도 있었던 일이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5회초.

퍽-!!

[아-! 여기서 몸에 맞는 공이 나옵니다.]

힛 바이 피치 볼이 나왔다.

문제는 몸에 맞은 타자가 다름 아닌 로버트 버레이라는 것이었다.

“Fuck!!”

그리고 그는 이 일을 그냥 넘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욕설과 함께 배트를 신경질적으로 던진 로버트가 마운드로 걸음을 옮겼다.

“멈춰!”

그런 로버트의 어깨를 잡으며 토마스가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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