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3화 >
* * *
더그아웃에 돌아온 신우는 몸상태를 체크했다.
‘확실히 호흡하는 게 평소보다 힘들어.’
[그렇게 힘듬?]
[어떻게 힘든데?]
‘수학여행 갔을 때 친구들이 이불로 뒤집어 씌웠을 때랑 비슷합니다.’
[...그게 뭐임?]
[참고로 위에 놈은 아싸라 그런 거 모름.]
[누가 아싸냐?!]
티격태격하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무시하고 신우는 가볍게 손을 쥐었다.
‘그래도 리올이나 선배님들 덕분에 제구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그런 거 같더라.]
[평소보다 포인트를 낮게 잡았던데?]
[와...근데 그게 하루 아침에 되는 거냐?]
[이쉑 재능 하나는 타고난 듯.]
몇몇 레전드플레이어들이 감탄했다.
하지만 훈련을 본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그동안 노력한게 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지.]
[도대체 너희들 무슨 훈련을 시킨 거냐?]
[궁금하면 너희들도 비시즌에 방송 보던가.]
[ㅂㄷㅂㄷ....!!]
[올해부터 본방사수한다.]
[2222]
스판이 광역도발을 시전하는 동안, 매튜슨은 신우의 상태를 체크했다.
[공을 던져보니까 어때?]
‘호흡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구속도 조금 더 늘어난 느낌이고요.’
[구위는?]
‘무브먼트 자체가 약해졌습니다. 스트레이트식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가운데로 몰리면 그대로 맞아 나가겠군.]
‘홈런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두 사람은 냉정하게 현 상태를 체크했다.
방심하는 순간 맞는다.
그러한 전제가 두 사람의 머리에 깔려있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1회는 베스트였어, 그대로만 던질 수 있으면 오늘 경기도 무난할 거다.]
‘예.’
[무엇보다 오늘 경기에서는 제구가 중요하다. 평소 네가 보여준 강력한 피칭도 좋지만, 오늘만큼은 제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알겠습니다.’
그렉 매덕스의 등장 이전 정교한 제구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매튜슨이 할 만한 말이었다.
* * *
2회.
딱-!!
“파울!!”
[첫 타자를 상대로 2구만에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정신우 선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합니다!]
[쿠어스필드에서도 정신우 선수는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타순이 한바퀴가 돌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해설위원은 걱정했다.
쿠어스필드에선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공격적인 피칭은 위험할 수 있었다.
실투가 나오는 순간, 한 방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그때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그리고는 3구를 뿌렸다.
[던졌습니다!!]
투구폼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타자도 의심 없이 패스트볼이라 생각하고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이 휘어서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들며 떨어졌다.
“크...!!”
당황한 타자가 스윙의 궤적을 바꾸었다.
하지만 공은 더욱 몸쪽으로 파고들며 완벽하게 궤적을 피했다.
후웅!!
퍽-!
“스윙! 아웃!!”
[삼구삼진!! 써클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내는 정신우 선수!! 2회에도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써클체인지업.
신우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
우완이 던지면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궤적을 그린다.
마치 스크류볼처럼 말이다.
[전성기 페드로 마르티네스 선수를 연상케하는 써클체인지업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대단한 공이었습니다!]
[분명 페드로 마르티네스 선수는 위대한 투수입니다만, 쿠어스필드에선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쿠어스필드에 4경기 등판을 했는데, 평균자책점이 4.97로 거의 5점대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군요.]
[예. 쿠어스필드가 괜히 투수들의 무덤, 에이스들의 킬러라고 불리는 곳이 아닙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만이 아니다.
그렉 매덕스., 클레이튼 커쇼 그리고 맥스 슈어저까지.
많은 레전드플레이어가 쿠어스필드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도 많았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쿠어스필드에서 부진했던 건 아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김선우 선수가 로키스에서 완봉승을 거둔 게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딱-!!
[초구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그라운드볼! 유격수 잡아 1루로!]
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초구부터 써클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자의 임팩트를 빗나가게 했습니다. 아주 좋은 공이었어요.]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흥분하진 않았다.
[좋은 투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는다.]
[항상 맨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돼.]
[특히 쿠어스필드에서 평정심은 더더욱 중요하다. 쿠어스필드 역시 다른 경기장들과 다를 게 없어. 그걸 잊으면 안된다.]
수많은 투수가 쿠어스필드에서 부진했다.
처음에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부진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은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답을 과학적으로 찾기를 원했다.
딱-!!
[높게 떠오른 타구! 3루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파울이 되긴 했지만, 이번 공은 위험했습니다. 패스트볼이 다소 밋밋하게 들어갔어요.]
그 결과 공기의 밀도, 마그누스 효과 등.
그럴듯한 답변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러한 과학적인 결과와는 정반대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차세대 에이스였던 2018시즌의 카일 프리랜드였다.
18시즌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33경기 17승 7패 202.2이닝 ERA 2.85에 WHIP 1.25 bWAR은 무려 8.0을 거둔 선수였다.
그해 사이영상 4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거둔 그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과학적인 답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결국 쿠어스필드에서도 중요한 건 선수의 평정심이다. 그리고 쿠어스필드란 마력에 잡아먹히지 않는 거야.]
[쿠어스필드란 곳에서 던져보진 못했지만,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어. 우리가 원정을 떠날 때도 그곳의 팬들이 무서워서 제대로 된 공을 던지지 못할 때가 있었지.]
[한 마디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쿠어스필드 역시 30개의 구장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신의 공을 던져라.
“후우...!”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촤앗-!!
“흐아아아앗!!”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딱-!!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강타! 하지만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3루수 라인밖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퍽!
“아웃!”
[안정적으로 포구! 1회 삼자범퇴에 이어 2회에는 공 6개로 이닝을 끝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그것이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신우에게 요구하는 단 하나였다.
* * *
공격과 수비.
딱-!!
[평범한 그라운드볼! 안정적으로 잡아 2루로!]
퍽!
“아웃!!”
[다시 1루로!!]
퍽-!!
“아우우웃!!”
[유격수가 2루수에게! 그리고 다시 1루수에게 이어지는 정석적인 6-4-3 더블플레이가 완성되며 메츠의 3회초는 허무하게 끝이납니다!]
[투수인 정신우 선수가 안타를 기록하며 기회를 상위타선으로 넘겨주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네요.]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오늘 메츠와 로키스는 똑같이 공격에서 터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경기 첫 연속안타였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게리 모슬리 선수, 안타깝습니다.]
더블플레이는 팀에게 최악이었다.
마이크는 심각한 얼굴로 공수교대를 바라봤다.
‘하위타선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는데, 그걸 살리지 못하다니.’
하위타선은 아무래도 다른 타자들보다 출루율이 낮다.
특히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가 없어 9번에 투수를 배치해야 해서 공격의 흐름이 끊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3회초의 기회를 놓친 건 메츠에게 무척이나 뼈아팠다.
‘여기서 시누가 막아야 해.’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온다.
이건 야구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걸 넘어선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누라면...!’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었다.
신우는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데뷔시즌부터 루키시즌 그리고 첫 선발시즌인 올해까지.
엄청난 임팩트를 선보여왔다.
그 임팩트는 투수들의 무덤조차 넘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주었다.
그리고.
퍽!!
“스트라이크!! 아웃!!”
[5구째!! 우타자 몸쪽에서 존으로 흘러 들어가는 슬라이더에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무브먼트는 평범했지만, 허를 찌르는 공에 타자가 반응하지 못했어요.]
신우는 첫 타자부터 기대에 부응했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도 신우의 막강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뻐억!!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두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좌타자에게서 달아나는 써클체인지업에 배트가 헛돌고 맙니다.]
[투아웃을 가볍게 잡아낸 정신우 선수! 9번 타자이자 오늘 경기의 선발투수인 매든 선수를 상대하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생각했다.
신우가 이번 이닝도 무실점으로 마감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딱-!!
[4구를 강타!! 하지만 공이 뻗지를 못합니다!!]
평범한 플라이볼.
힘없이 떠오른 타구는 중견수를 향해 날아갔다.
타구를 확인한 중견수가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은 중견수...갑자기 뒤로 물러납니다!]
문제가 생긴 듯 중견수 게리 모슬리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급하게 글러브를 들었다.
퍽!!
[아-!! 글러브를 맞고 공이 튕겨나갑니다!! 낙구지점을 잘못 잡으면서 타구를 놓치는 모슬리 선수! 백업을 온 스티브 제임스가 급히 공을 잡아 내야로 송구! 하지만 타자는 이미 1루 베이스를 밟고 있습니다!!]
[아...이건 치명적인 에러가 나왔습니다.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였는데 말이죠. 3회초에도 더블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긴 게 영향이 갔나 봅니다.]
[모슬리 선수, 글러브를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냅니다. 정신우 선수가 영향을 받지 않아야 될 텐데요.]
[아직 선발로서 경험이 부족한 정신우 선수이기에 걱정입니다.]
수비의 실책은 언제나 나온다.
문제는 그게 나오는 타이밍이다.
공격에서 기회를 놓치고 다음 이닝에서 투수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올린 상황.
거기에 타석에는 투수가 섰는데, 거기에서 수비실책으로 이닝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성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벽돌 하나 잘못 끼워서 성벽을 무너트린 놈이 그걸 복구해놓으니까, 이번에는 성 자체를 무너트렸네.]
[오...절묘한 표현!]
[너 소설이나 함 써봐라.]
채팅에서 눈을 돌린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때 후원이 도착했다.
[스판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무실점으로 마감하면 1만 노잣돈 쏨.]
스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미션 각?]
[여기서 미션 거네.]
[미션 :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하시오]
[보상 : 10000 노잣돈.]
[엌ㅋㅋ 너네 왤캐 호흡 잘 맞냐?]
미션이란 말에 뭔가 승부욕이 돋았다.
왜인지 그걸 노린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약속 지키셔야 됩니다.’
[남자가 쪼잔하게 한 입으로 두 말 안함.]
[스판 주머니 탈탈 털어버리즈아-!!]
[가즈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응원을 들으며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저쉑 칠 마음이 백퍼센트누.]
[의욕이 앞섰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직접 사인을 냈다.
[타자일순이 된 상황입니다. 정신우 선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됩니다.]
해설위원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우는 1루를 힐끔 바라보다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공을 뿌렸다.
쐐애액-!
후웅!!
[타자 배트 돌렸습니다!]
휘릭!!
퍽!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떨어지는 써클체인지업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좋은 공이었습니다. 이전과 다른 로케이션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어요.]
초구를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다시 사인을 냈다.
[2구 연속 사인을 직접 내는 정신우 선수, 과연 이번에는 어떤 공을 뿌릴지...!]
신우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고 2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이번에는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후웅-!!
타자는 이번에도 배트를 돌렸다.
공이 들어오는 궤적이 아닌, 그보다 조금 아래로 휘두른 스윙이었다.
초구의 써클체인지업을 염두에 둔 스윙.
하지만 이번에는 공이 그대로 미트로 빨려들었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도 헛스윙!! 99마일의 빠른공이 그대로 미트에 꽂힙니다!]
[비록 정신우 선수가 평소에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의 지저분한 무브먼트는 없지만, 써클체인지업 이후에 던졌기에 충분히 타자의 눈을 속이기에 충분했습니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신우 선수! 사인을 교환합니다.]
초구와 2구의 조합.
그것을 본 토마스는 곧장 신우의 의도를 파악했다.
‘포심 패스트볼은 미끼에 불과했다. 미끼를 던진 이유는...’
토마스가 사인을 내자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치빠르누.]
[가즈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응원과 함께 신우가 3구를 뿌렸다.
촤앗-!
슬라이드스텝과 함께 뿌린 공이 타자의 가슴 높이로 들어갔다.
‘포심이라면...!’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써클체인지업이라면 존에 빨려들어갈 공.
머리가 복잡한 상황에서 타자는 일단 커트라도 할 생각으로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배트의 회전이 시작된 순간, 공이 뚝 떨어졌다.
‘젠장...! 마치 밑에서...!’
츠측-!!
타자가 디딤발을 바깥쪽으로 오픈하며 스윙의 궤적을 바꾸었다.
하지만 공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잡아당기는 거 같잖아!!’
후웅!!
배트가 모두 돌아가고.
퍽!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윙! 아웃!!”
[삼구 연속 헛스윙!! 기가막힌 써클체인지업으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마지막 써클체인지업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케했습니다. 설마 쿠어스필드에서 저런 무브먼트의 공을 볼 수 있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록 수비의 실책이 있었지만, 정신우 선수는 흔들리지 않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카메라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신우를 잡았다.
그런 신우에게 관중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우-! 우-! 우-! 우-!!”
[쿠어스필드에 정신우 선수의 챈트가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신우의 귀에는 도네이션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스판님이 10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션 클리어-!]
* * *
경기는 다시 소강상태를 이루었다.
뻑-!!
“스트라이크! 배터아웃!!”
[아-! 여기서 스탠딩 삼진을 당하는 5번 베이크 선수, 아쉽습니다. 잔루 2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고 메츠의 4회초 공격이 마무리됩니다.]
메츠는 여전히 타선이 폭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점수를 뺏길 수 있었다.
하지만 메츠의 마운드에는 신우가 있었다.
뻐어억!!
후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8마일의 패스트볼이 미트에 꽂힙니다! 뒤늦게 타자의 배트가 돌아가며 오늘 경기 7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공격이 터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내는 정신우 선수, 정말 멋집니다!]
철벽과도 같은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켜내는 신우의 활약에 경기는 5회까지 양팀은 평행선을 이어갔다.
그리고 6회말.
[정신우 선수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섭니다.]
[설마 쿠어스필드에서 이런 투수전이 펼쳐질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투수전도 좋지만, 정신우 선수가 여기서 멋진 한 방을 때려주길 바랍니다.]
신우는 가볍게 스윙을 하며 타석으로 향했다.
경기의 흐름이 막혀 있는 상황.
이 흐름을 뚫어버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거 한 방이 필요하다는 게 신우의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오히려 스윙이 느려진다.]
오랜만에 타이콥의 채팅이 올라왔다.
[올~간만임.]
[눈팅하고 있었음?]
[투수로만 활약하는데, 굳이 내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크-! 여전히 시리어스하시네.]
[그런데 웬일로 채팅임?]
다른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질문을 보며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답답하니까.]
[ㅇㅈ.]
[입 벌려놓고 고구마 수백개 꽂아넣는 기분임.]
[하...나 현역 때 타선이 이랬으면 폭발했다.]
격한 동감을 하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보며 신우가 타격자세를 잡았다.
[그래서 콥, 무슨 조언이라도 해주려고?]
[한 마디만 하지.]
사인을 교환하는 투수와 채팅창이 겹쳐 보였다.
[네가 쿠어스필드에 오르기 전, 어려워하던 부분들.]
사인교환을 끝낸 투수가 와인드업을 했다.
[당연히 저 녀석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그 말에 신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