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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16화 (116/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16화 >

그때 신우의 뒤를 따르던 토마스가 신우에게 말했다.

“내가 이번 타석에 나갈 때, 시간을 최대한 끌 테니까. 체력을 조금 회복하도록 해.”

“응.”

토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음료로 목을 축이고 벤치에 앉았다.

[토마스 저 녀석 기록 찾아보니까, 예전에 디그롬이랑 노히트노런을 진행하다가 깨진 적이 있네.]

[한 번 실패를 해봤으니다, 경험이 쌓였다. 뭐 이런 건가?]

[어쨌건 잘 됐지.]

[신우야]

‘예.’

[호흡을 깊게 그리고 천천히 내쉬면서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보내야 돼.]

‘알겠습니다.’

신우는 매튜슨의 조언대로 호흡을 깊게 그리고 천천히 내쉬었다.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보내는 건 산소를 보내는 것과 같았다.

산소를 보내면 지쳐 있던 근육들에 약간의 힘이 생긴다.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신우는 엄청난 훈련을 해왔고 덕분에 일반인보다 더 빠른 회복속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료들도 저렇게 도와주는데 마지막까지 힘내자!]

스판의 채팅에 신우가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첫 번째 타자인 길로메는 타석에서 벗어나 있었다.

배팅장갑을 다시 착용하고 있었다.

아주 약간이지만 저걸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후로도 길로메는 온갖 방법으로 시간을 벌었다.

큰 스윙이 아닌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하며 파울타구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그중에 하나였다.

딱-!

“파울!!”

[7구 역시 파울입니다! 길로메 선수 끈질기게 타구를 파울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신우 선수가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조금은 생기니까요.]

이후 타석에 들어선 알론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의 중심타자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 역시 짧은 스윙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었다.

저들이 이런 타격을 하는 건 한 가지 이유였다.

신우가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저들이 고맙다면.]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라.]

‘예!’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체력회복에 집중했다.

* * *

9회말.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와아아아아-!!”

경기장을 찾은 메츠의 원정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들고 있는 메츠의 수건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신우에게 응원을 보냈다.

[신우야.]

그때 채팅창에 익숙한 이름이 올라갔다.

사이 영이었다.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퍼펙트게임을 진행했던 24명의 투수들.

그중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현재 저승튜브에 접속한 이는 3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사이 영은 그 3명 중 한 명이었다.

즉, 경험자의 조언이란 소리였다.

[긴장이 되겠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니 무섭기도 하겠지.]

경험자의 조언에 신우가 말없이 채팅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걸 넘는다면 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넌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

덴튼 트루 영.

사이클론과 같은 공을 던졌다하여 붙은 별명 사이가 이름이 되어버린 사내.

그의 이름을 담은 상은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라는 명예를 부여하게 될 정도로 전설을 작성한 선수.

그가 할 수 있다고 공언을 했다.

그 말은 신우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예!”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퍼펙트게임의 마지막 이닝이 시작됐다.

* * *

딱-!!

타자가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공은 1루 베이스 위를 지나 외야로 날아갔다.

그 순간 거구의 알론소가 몸을 날려 외야로 빠져나가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퍽-!

[잡았습니다!! 알론소 선수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 그리고 빠르게 일어나 1루 베이스를 직접 밟습니다! 투아웃!!]

[아-! 정말 좋은 수비가 나왔습니다! 이건 영락없이 빠지는 공이었는데, 정말 엄청난 수비가 나오면서 대기록을 지켜내는 알론소입니다!]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신우가 알론소에게 글러브를 들어보였다.

“나이스 플레이!”

“그래. 빨리 끝내고 좀 쉬자.”

“알았어. 이제 끝내줄게.”

알론소의 응원을 들으며 신우는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로진을 손에 묻히며 자신만의 루틴을 밟아갔다.

뒤이어 마운드에 선 신우의 눈에 채팅창이 들어왔다.

[가즈아아아아아아아-!!!]

[가즈아! 가즈아! 가즈아!!!]

[가즈아-!!]

[퍼펙트!! 퍼펙트!!]

[원아웃! 원아웃!]

채팅창창은 한 마디로 난리가 났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가즈아를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신우가 상체를 숙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미소를 지어보인 정신우 선수, 정말 대단한 배짱입니다!]

[이건 배짱 수준이 아닙니다. 마치 심장이 강철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라면 심장이 터질버릴 것 같았을 텐데 말이죠.]

모든 이들이 신우에게 경의를 보내고 있을 때.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정신우 선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준비를 끝냈습니다! 타석에는 베테랑인 코비 선수가 대타로 들어서 있습니다.]

[장타는 없지만 컨택능력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공을 보는 눈이 좋으니 웬만한 유인구에 속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나갈 것인지. 사인 교환이 끝난 정신우 선수, 피처플레이트에 발을 올렸습니다.]

사인을 교환한 그때.

【매튜슨님이 10,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영역 따위가 없다 하더라도 너는 너다. 그동안의 훈련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그러니 너의 공을 믿어라.】

매튜슨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나는...’

골반을 틀어 회전을 더하고.

‘나다!!’

그리고 그 회전을 풀며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구심의 손은 올라갔고 이번에 던진 공의 구속은...98마일입니다!! 8회 이후 가장 빠른 공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정말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게 느껴집니다!]

[다시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2구를 뿌렸습니다!]

쐐애애액-!

후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역시 헛스윙! 이번에도 99마일의 빠른 공! 타자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무려 9회말! 투구수는 107개를 기록중입니다. 그런데 100마일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니 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정신우 선수 정말 엄청난 기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전체가 흥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신우를 보며 토마스는 생각했다.

‘8회에 흔들리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전의 녀석으로 돌아왔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신우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피할 필요가 없지.’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투수.

그를 리드하는 방법을 토마스는 잘 알고 있었다.

‘이걸로 가자.’

토마스의 사인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마스를 신뢰한다.

그렇기에 그가 요구하는 공이라면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피처플레이트를 밟았습니다.]

준비를 끝낸 신우가 깊게 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그리고 와인드업과 함께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뿌드득-!

골반을 비틀자 근육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힘을 집중시킨 신우는 비틀렸던 골반을 회전시키며 발을 뻗었다.

콰직!!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며 거대한 힘이 하체를 타고 올라왔다.

신우는 그 힘을 손끝까지 보내며 마지막 1구를 뿌렸다.

“흐아아아앗!!”

[가즈아아아아아아-!!]

“차앗!!”

쐐애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갔다.

타자는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뻐어어억-!!

공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지나 미트에 꽂히고.

후웅!!

뒤이어 타자의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쳤다.

그리고 뒤이어.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구심의 콜이 떨어졌다.

그 순간, 토마스가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마운드를 향해 달려갔다.

[사...삼구삼진!! 108구째에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타자를 돌려세운 정신우 선수!!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4개를 탈삼진을 기록하며 동양인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하게 됩니다!!]

퍼펙트게임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 *

「(속보) 정신우 퍼펙트게임 달성!!」

신우의 퍼펙트게임 달성 소식은 곧 속보로 전달됐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를 취재하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도대체 이게 몇 명이야?’

클럽하우스에 도착한 장태호는 신우를 둘러싸고 있는 취재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숫자의 취재진과 카메라들이 그를 찍고 있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온 기자들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장태호도 급히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취재에 합류했다.

이런 특종을 놓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정신우 선수! 마지막 공도 한 번 보여주시죠!”

취재진의 요청에 신우는 토마스가 건네주었던 공을 들어보였다.

그 순간 엄청난 숫자의 플래시가 터지며 신우를 찍기 위한 취재열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장태호 역시 그러한 취재열기에 손을 얻으며 신우를 취재하는데 열중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한창 진행이 되고 있을 때였다.

‘어?’

장태호의 눈에 똥씹은 표정의 곤조가 보였다.

‘설마 이런 상황에 초를 칠 생각은 아니겠지?’

그동안 보여준 곤조의 행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장태호는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때 곤조가 녹음기를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정신우씨! 퍼펙트게임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기쁘군요. 일본에도 정신우씨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곤조의 축하멘트에 장태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로페셔널하다고 해야 될지, 아니면 간이나 쓸개도 없다고 해야 될지...’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장태호였다.

하지만 곤조의 질문은 신우에게 닿지 못했다.

정확히는 다른 질문들에 묻혀버렸다.

“ESPN의 제니퍼입니다! 정신우 선수 이번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ABC스포츠의 트레시입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앞두고...!”

“폭스스포츠의...”

고작 일본의 기자의 질문이 먹히기에는 이곳을 찾은 미국의 대형방송국이 너무나 많았다.

자신의 질문이 묻혔다는 것이 억울한 듯, 곤조가 축 처진 볼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 모습을 보며 장태호가 비웃음을 지었다.

‘꼬시다.’

곤조에게서 시선을 돌린 장태호도 본인의 직업에 충실했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동양인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5번째의 기록으로 개막 이후 첫 선발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례는 25번의 기록들 중 최초의 기록입니다.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14K를 기록한 정신우 선수는 최고구속 101마일의 빠른 공을 뿌리며 클로저 시절에 보여주었던 광속구를 선발로서 다시 선보였습니다.

특히 100구가 넘어간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던진 106구, 107구, 108구는 각각 98마일 99마일 100마일이 찍히며 엄청난 스태미너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데뷔시즌부터 이어진 ERA 제로의 행진은 87이닝으로 늘리며 본인의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갱신했습니다.

2024시즌 클로저로서 사이영상과 올해의 신인을 휩쓸었던 정신우 선수는 입국기자회견에서 선발로의 전환을 예고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리한 선택이란 의견을 냈지만 선발 첫 경기에서 9이닝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며 우려를 모두 잠식시켰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활약속에 뉴욕 메츠는 개막 이후 3경기만에 첫승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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