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00화 (100/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00화 >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을 만장일치로 수상했습니다.

올 한해에도 수많은 신인들이 나왔지만 정신우 선수의 성적을 넘어서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올 시즌 63게임 70이닝동안 단 26개의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볼넷은 9개만 내주었고 12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해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신기록인 63세이브와 67이닝 무실점기록을 세웠으며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제로를 기록했습니다.

WHIP는 0.52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하위에 기록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내일 있을 사이영상, 이틀 뒤에 진행될 MVP의 유력후보에 올라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변은 없었다.

신우는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의 수상에 성공했다.

이 소식에 야구팬들과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 루키시즌에 63세이브, 70이닝 무실점, ERA 제로를 기록한 선수가 있다? 뿌슝빠슝!!

ㄴ 이게 현실인가 싶다.

ㄴㄴ 우리 단체로 꿈꾸는 거 아님?

ㄴㄴㄴ 꿈이라면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아ㅏㅏㅏㅏ!!!

- 투머치토커 형님 때부터 메쟈 보고 있는데. 이런 선수가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한국인이;;;

ㄴ 제가 고1때 투머치형님을 처음 봤었죠. 그 형님이 LA다저스에 있었던 시절에...

ㄴㄴ 여기에도 TMT 계시네...

- 정신우 이번 기록은 마무리라서 별 의미없지 않나?

ㄴ ㅇㅈ. 선발도 아닌데 평균자책점이 무슨 소용이고 WHIP 0.5가 무슨 소용임?

ㄴㄴ ㅋㅋㅋㅋ 미국에서도 이미 인정하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의미가 있고 없고 ㅇㅈㄹ?

ㄴㄴㄴ 솔까 선발이었으면 정신우 탈탈 털렸지.

ㄴㄴㄴㄴ 이번 성적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지.

-신까 새끼들 또 와서 ㅈㄹ이네.

ㄴ 야알못쉑. 혼자 또 열내지. 연속이닝무실점이나 역대 최소 WHIP 기록도 모두 선발이 가지고 있다.

ㄴㄴ ㅇㅈ. 선발과 마무리의 기록을 단순비교하면 안 되지.

ㄴㄴㄴ 애초에 불펜은 다 제외해야지.

올해의 신인을 수상한 신우.

그럼에도 신우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사이영상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금일 발표되는 메이저리그 사이영상의 후보에 오른 사이영상 후보자 정신우 선수는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A다저스의 워커 뷸러 선수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최종결과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영상 시상 당일.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에서도 신우의 사이영상 수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야구의 수준이 앞서 있었다.

당연히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도 먼저 나왔고 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왔다.

그렇기에 사이영상 수상은 일본에서 나와야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신우의 수상유력소식은 일본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그러니 매일 같이 보도를 하면서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있었다.

-한국인이 받는 게 말이 되냐?

-다르빗슈도 못 받았는데, 말이 안 되지.

-오오타니에게 줘야지.

-솔직히 인정해야 된다. 리그 실력은 일본이 우위라고 할 수 있지만 간혹 괴물 같은 선수는 한국에서 나온다는 걸.

ㄴ 너 조센징이지?

ㄴㄴ 김치냄새난다 꺼져라!

-마무리로 받아봤자 의미 없음. 한국인들도 같은 의견임. 선발로 받아야 의미가 있지.

일본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온갖 욕설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방송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프로세스로 방송이 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방송관계자가 돌아가자 이번에는 코디들이 다가왔다.

“화장 좀 다시 손볼게요.”

“예.”

D.E에이전시에서는 신우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전문 스타일리스트를 붙여 패션과 화장 등.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하게끔 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위성중계 시상식은 역사가 길지 않았다.

초반에는 선수들이 내츄럴한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매니지먼트쪽에서 시장성을 간파하고 선수들의 관리에 들어갔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우처럼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국에도 방송이 되니 이미지를 잡아두는 게 좋지.’

이는 D.E에이전시가 연예인과 이미지가 중요한 여성 스포츠스타들을 주로 매니징했기에 나오는 생각이었다.

관리를 받는 게 나쁠 건 없었기에 신우는 말없이 김이나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자, 준비할게요.”

“예.”

잠시 후.

PD의 수신호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 * *

사이 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

사이영상.

1966년까지는 양대리그를 합쳐 단 1명에게만 주어지던 상이다.

하지만 1967년부터 양대리그에서 한 명씩, 총 두 명의 투수를 수상했다.

현재까지 동양인이 사이영상을 받은 기록은 없다.

가장 가까웠던 선수는 19시즌 2위에 올랐던 류진현 선수였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1위 표를 받을 정도로 상에 가까이 다가갔었다.

아쉽게도 시즌 후반의 부진과 제이콥 디그롬의 빼어난 성적에 2위에 머물렀어야 했다.

이후 사이영상으로 거론된 동양인 선수는 없었다.

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태어나지 않았던 동양인 사이영상 수상자.

누구도 밟지 못했던 미지의 땅에 신우가 발을 들이고 있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자 중 한 명이죠. 뉴욕메츠의 퍼펙트클로저, 신우 정의 활약상입니다.]

오른쪽 모니터에서 경기 장면이 나왔다.

그가 등판했던 63게임.

그 경기들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만을 편집해서 만든 영상이었다.

“1분 뒤에 인터뷰를 할 거예요.”

“예.”

신우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경기하는 게 더 쉽겠네.’

[ㅋㅋ 긴장되냐?]

‘당연히 되죠.’

[평소대로 해라.]

스판과 매튜슨이 조언했지만 신우는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 사이영의 채팅이 올라갔다.

[감회가 새롭군.]

감회가 새롭다는 말에 궁금해졌다.

‘기분이 어떠세요?’

[뭐가?]

‘본인을 기리는 상이 있다는 사실이요.’

[흠...]

짧은 채팅.

그리고 적막이 흘렀다.

신우는 말없이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10초 전.”

PD의 신호에 신우는 마지막 점검을 했다.

“5초 전.”

마지막 신호와 함께 PD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혔다.

그때 사이영의 채팅이 올라왔다.

[영원히 살아가는 기분이지.]

영원히 살아간다.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다.

만약 자신이 저 상을 받을 수 있다면 알 수 있을까?

그때 PD의 마지막 손가락이 접혔다.

그리고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 * *

「뉴욕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동양인 최초로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 올 시즌 63개의 세이브를 올리며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린 정신우 선수는 2003년 LA다저스의 가니에 선수 이후 처음으로 마무리투수로서 사이영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사이영상과 올해의 신인을 동시에 거머쥐는 역대 두 번째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최초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정신우 선수는 인터뷰에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습니다.

아쉽게도 1위표를 모두 받는 만장일치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압도적인 득표차로 수상에 성공한 정신우 선수는 내일 있는 MVP 시상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MVP 수상의 경쟁자로는 2001시즌 새미소사와 배리본즈 이후 최초로 60홈런에 성공한 브라이스 하퍼와 55홈런을 기록한 코디 벨린저와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올해의 신인.

그리고 사이영상.

두 상을 동시에 수상한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된 신우의 소식에 한국은 물론 일본도 발칵 뒤집혔다.

-크으으으으-!! 믿고 있었다구!!

-여기까지 왔으니...트리플크라운 가즈아-!!!

ㄴ 가즈아!!!

-그런데 만장일치가 아니라고?

ㄴ ㅇㅇ. 1위표가 갈렸음.

ㄴㄴ 기자들 미쳤네. 이걸 몰표를 안주네.

ㄴㄴㄴ 동양인+마무리투수 시너지로 제대로 못 받은 듯.

-일본애들 열폭중!! (링크)

ㄴ 이런 걸 왜 가져옴?

ㄴㄴ 좀 가져오면 어떠냐?

ㄴㄴㄴ ㅋㅋㅋ 갔더니 난리도 아니네.

-올해의 신인, 사이영상이라고? 이건 좀 아닌 듯. 아마 정신우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뭔가 커넥션이...

ㄴ 네, 다음 음모론자.

ㄴㄴ 이런 놈들은 어딜 가던 꼭 나타나네.

한국에선 대부분 댓글이 우호적이었다.

간혹 어그로를 끌기 위한 댓글들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달랐다.

-마무리투수로 받는 건 무효임.

-선발로 받아야지.

-fWAR이 선발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데, 이건 이상함.

-WAR이 절대지표인데. 절반밖에 안 되는 마무리가 받는 건 말이 안 됨.

-선발로 받기 전까지 이건 인정 못함.

-선발로 못 받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내년 선발예상성적 10승 10패. ERA 3점대 예상한다.

일본의 논리는 단 하나였다.

선발로 받지 않는다면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의 반응은 기사화까지 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인터넷에선 전쟁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의 야구팬들은 직접 일본 사이트에 건너가 욕설과 도발을 해댔고 일본의 야구팬과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의 행위를 이어나갔다.

인터넷이 난리가 나고 있을 때.

신우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서있었다.

‘이제 좀 지겹네요.’

[ㅇㅈ.]

[솔직히 이번에는 못 받을 각인데.]

[그렇긴 하지. 하퍼라는 아이가 60홈런을 때려냈으니까.]

[정확히는 61개.]

브라이스 하퍼는 올 시즌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를 이끌 스타라는 평가를 받던 그답게 포텐셜이 터지자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물론 그 기록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탱탱볼 논란이었다.

반발력이 높아지면서 홈런의 개수가 급격히 증가해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개소리지.]

[ㅇㅈ. 언제나 리그의 상황은 바뀜. 투수한테 유리할 때도 있고 타자에게 유리할 때도 있음. 하지만 역사에는 오직 숫자만 남게 된다.]

[우리 시대의 기록은 당시였기에 나올 수 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상실되지는 않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불법적인 일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기록은 기록이다.

그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덤덤하게 MVP 시상식을 지켜봤다.

[그럼 지금부터 MVP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MVP 수상자의 발표시간이 다가왔다.

‘왜 내가 더 떨리지?’

당사자도 아닌 자신이 더 떨린다는 사실에 김이나는 당혹스러웠다.

‘당사자가 되면 얼마나 떨릴...응?’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신우를 바라봤을 때.

김이나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앉아 있는 신우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저리 편안한 표정이지? 타인인 나도 이렇게 떨리는데...’

[수상자는...!!]

TV에서 들리는 소리에 김이나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왼쪽 모니터에 세 명의 후보자들 중 두 명이 사라지고 하퍼의 화면이 확대됐다.

뒤이어 카메라가 꺼졌다.

김이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우를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신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선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조금 아쉽게 됐어요.”

김이나는 그런 신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예? 뭐가요?”

“네? MVP 수상에 실패한 거요.”

“아...아쉬운 건 없습니다. 그냥 하퍼가 잘한 거죠. 저 그럼 잠깐 화장실 좀.”

“아, 네.”

뭔가 횡설수설하는 신우의 모습은 당황한 게 분명해보였다.

김이나는 애써 신우가 당황한걸 모른척 하며, 화장실로 향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김이나의 생각은 오해였다.

신우는 MVP를 타지 못한 것에 대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얼굴이 굳은 건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이게 도대체 뭐죠?’

카메라가 있는 사무실을 나온 신우가 레전드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그의 눈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화면이 떠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그것은 마치 인터넷의 알림창과 같았다.

축하라니?

【루키시즌이 마무리됐습니다.】

두 번째 창이 떴다.

[뭐긴 뭐야.]

그때 스판의 채팅이 올라갔다.

【루키시즌의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집계하고 있습니다.】

성과?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니 보상을 받아야지.]

* * * *

* * *

「메이저리그의 공식시상이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국내팬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는 동양인 최초로 사이영상을 수상, 메이저리그 루키시즌에 엄청난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한 올해의 신인 역시 수상하며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로 사이영상-올해의 신인을 동시에 수상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MVP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위에 오르며 내년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고의 불펜투수에게 주어지는 트레버호프만상까지 수상한 정신우 선수는 내년 시즌 선발투수로의 전환을 예고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이끌었습니다.

괴물 같은 시즌을 보낸 정신우 선수의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2024시즌 정신우 선수 성적

0W 0L 63S ERA. 0.00

(0승 0패 63세이브 평균자책점 0.00)

63G 70IP 26H 9BB 122SO 0.52WHIP.

(63게임 70이닝 26피안타 9사사구 122탈삼진 WHIP 0.52)

2024시즌 정신우 선수 메이저리그 신기록

단일시즌 63세이브(메이저리그 역대최다세이브)

연속이닝무실점 70이닝(단일시즌 역대최장기록)

단일시즌 평균자책점 0.00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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