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99화 (99/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99화 >

* * *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데블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 결과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따로 있었다.

「데블스파크를 방문한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데블스파크를 전격 방문했다.

데블스 구단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정신우 선수의 방문은 데블스의 투수코치인 이진철 코치의 초대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략)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정신우 선수는 팬들에게 특급서비스를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경기관람중에도 팬들이 찾아와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면 미소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늘어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데블스가 타이거즈를 3 대 1로 누르고 승리하며 스코어 2 대 2로 만들었습니다.」

신우에 대한 기사가 뜨자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 정신우 서비스 장난 아니더라.

ㄴ 직관했음?

ㄴㄴ ㅇㅇ 사인도 받았는데. 주변이 장사진이었음. 경기가 안 보일 정도였는데 정신우 웃으면서 하나하나 다 해줌.

ㄴㄴㄴ 헐...역시 메쟈 클래스인가?

- 정신우 선수에게 감사하다는 말 남깁니다. 아들이 야구를 하는데 요즘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 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우 선수가 사인을 해주시면서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ㄴ 훈훈-!

ㄴㄴ 사람이 됐네.

- 준플레이오프 뒷방신세 됐네 ㅋㅋ

ㄴ 솔까 데블스팬들도 정신우 보느라 정신없더라 ㅋㅋ

ㄴㄴ 데블스 깃발 들고 서있던 아재는 경기도 안 보고 줄 서던데 ㅋㅋ

ㄴㄴㄴ 그런데 그 아재 데블스유니폼에 정신우 사인 있더라? 개신기.

신우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은 만개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거기에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는 신우와 관련된 영상과 미담이 올라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 * *

준플레이오프 종료 이후.

세종의 한 고깃집.

룸으로 되어 있어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곳에 신우는 이진철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야-! 정말 오늘 직접 보니까, 네 인기가 어마어마한 걸 알겠더라.”

이진철이 고기를 한점 입에 넣으며 말했다.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경기장은 보지 않고 너 한 명 보겠다고 몸을 돌리고 있더라니까?”

“하하...좀 죄송하네요.”

“죄송하긴! 네가 와줘서 오히려 고맙지. 요즘 KBO가 좀 시들시들하거든.”

“그래요?”

이진철이 한숨을 내쉬며 잔을 들어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그가 빈 잔을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신우가 소주를 채웠다.

“오, 땡큐. 뭐, 지도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긴 한데. 사실대로 말하면 경기의 질이 떨어져서 그래.”

“질이요?”

“응, 한 3년 쉬다가 복귀했는데. 엉망이더라.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 하는데, 그게 되어 있지 않아. 게다가 요즘 구단은 메이저리그 스타일이라면서 단체훈련시간을 줄이고 있거든.”

신우도 한국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1군과 2군의 훈련방식은 전혀 달랐다.

2군은 언제나 치열했다.

1군에 오른다는 목표를 위해 미치도록 훈련을 했다.

간혹 재활을 위해 내려온 1군 선수들은 여유로웠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휴식이 목적이다.

격한 운동은 피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렇기에 1군의 훈련이 어떤 것인지 신우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가끔 듣기는 했지만.’

동기 중 1군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었기에 간혹 들을 수 있었다.

프로답게 각자를 존중해주는 훈련이라면서 자랑을 했었다.

“문제는 단체훈련이 줄고 개인자율에 맡기는 시스템으로 바꾸었으면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어.”

“예?”

“한 마디로 남은 시간에 논다는 거지. 스스로 훈련이 충분하다 판단하고 말이야. 거기다 요즘 인터넷에서 메이저리그 훈련은 짧게 한다. 뭐 그런 말이 많아져서 그걸 본 애들은 짧게 하는 것에 맛 들었어.”

답답한 듯 이진철이 다시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이냐? 메이저리그 훈련이 짧다는 거.”

“단체훈련은 짧게 하는 편이죠. 하지만 그만큼 개인훈련을 빡세게 해요. 자율적으로 하게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선수 개개인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짧게 하는 건데.”

“넌 몇 시간 하는데?”

“저는 일어나서 1시간정도 가볍게 수영이나 달리고요. 구장에 나가서 워밍업이나 2시간, 그 다음이 단체훈련, 마무리로 근력운동하고 끝내요.”

“야, 무슨 하루종일 운동이냐?”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요.”

신우의 말에 이진철이 놀란 표정을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메이저 다녀온 애들하고 가끔 만나서 들어보면 요즘 한국애들 훈련 너무 안한다고 하더라.”

이진철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생각이 많은 게 보였다.

[자유만큼 무서운 게 없지.]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자유가 생긴다는 건 그것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가 지게 되는 거니까.]

‘예.’

무거운 말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누구나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경기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관중은 일반적으로 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플레이를 보기 위해 찾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자자, 무거운 이야기는 이쯤하고 한 잔 하자.”

“예.”

잔을 든 이진철은 신우의 손에 들린 콜라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안 마시냐?”

“흐흐, 끊었습니다.”

“예전에는 말술이었던 녀석이.”

“술 마시면서 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더라고요. 거기다가 내년에 선발에 도전하려면 일찌감치 준비를 해야 되거든요.”

쨍-!

이진철이 납득했다는 듯 잔을 부딪혔다.

“그런데 진짜 할 거냐?”

“선발이요?”

“그래. 이미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잖아. 너 정도 성적이면 메이저리그 기록따위는 그냥 갈아엎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선발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뭐야?”

신우는 잔을 내려놓았다.

사실 저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한 번도 진심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언론에 대놓고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화상대가 이진철이다.

프로에 와서 첫 스승이라 할 수 있었던 인물이기에 신우는 편안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1년 동안 마무리를 해보고 느낀 게 있어요. 경기를 지켜보고만 있는 게 힘들다는 거죠.”

“음...하긴 그게 제일 짜증나는 일이지.”

이진철은 바로 이해를 했다.

그 역시 투수였다.

전성기에는 선발로 뛰었고 말년에는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말년이 되면 대부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려. 그럼에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건 정말 보기 어렵더라. 아직 젊은 너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사실 너라면 뭘 해도 잘할 거다. 미안한 말이지만 난 네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중앙대에서 공을 던질 때,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하긴 했지만. 와...사이영이 말이 되냐?”

“아직 안 받았는데요?”

“야! 솔직히 네가 안 받으면 말이 되냐? 시즌 끝나고 공식발표 나오면 끝이지.”

“하하...”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며 식사가 이어졌다.

* * *

한국에 들어온지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각국의 포스트시즌 우승팀이 결정되면서 시즌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신우에게 일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 시상식에 참가하는 쪽으로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김이나 실장이 수첩에 시상식참가를 체크했다.

한국야구에서 뛰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것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주는 시상식이 두곳 있었다.

일구회와 조아제약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었다.

이번에는 신우가 공로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참가를 요청해왔다.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신우이기에 꼭 받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측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인터뷰를 위해서 촬영팀을 파견하고 싶은데, 신우씨의 의견을 물어왔어요.”

“촬영팀을 파견한다고요?”

[뭔가 좀 이상한데.]

[그러게, 촬영팀을 보내는 일은 잘 없는데.]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반응에 신우도 의아했다.

“일정을 따로 잡을까요?”

“아, 예. 그렇게 해주세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움직임은 신우에게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을 곰곰이 생각하기에는 그의 일정이 너무 바빴다.

“그럼 다음 일정을 말씀드릴게요. 다음 촬영은 KB은행 광고인데요. 이건 하루 일정을 좀 빼셔야 돼요.”

업무이야기로 넘어가자 신우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 들어오고 3주간의 시간.

그동안 신우는 광고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훈련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싫던 훈련이 그리울 정도로 말이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지금을 즐겨라.]

‘예?’

[그런 게 있음.]

신우의 질문에 스판이 불길한 대답을 했다.

묘한 불안함을 낳게 하는 두 사람의 대답에 신우는 회의에 집중할 수 없었다.

* * *

한국에 들어오고 매일 같이 광고, 인터뷰, 행사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신우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인터뷰 날짜가 찾아왔다.

“헬로우, 미스터 정.”

“헬로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나온 촬영팀은 바쁘게 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신우는 다른 방에서 PD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건 촬영이 진행되는 방식을 간략하게 적어둔 거예요.”

PD가 종이를 내밀었다.

김이나가 종이를 들어 신우에게 건넸다.

신우가 내용을 확인하는 사이, PD가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번 인터뷰는 위성생중계로 미국전역에 방송될 예정이에요. 변수가 조금 있긴 하겠지만 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고의 장비와 인력을 데려왔으니까요.”

“생중계요?”

김이나의 질문에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국에서 알리지 않았나요?”

“예. 인터뷰를 한다고만 저희쪽에 알려왔는데...”

“인터뷰는 맞습니다. 단지 전국에 생중계가 되는 인터뷰죠.”

“어떤 인터뷰입니까?”

이번에는 김태성이 물었다.

“내셔널리그 신인상, 사이영상 그리고 MVP의 최종후보자 인터뷰가 일단 예정되어 있습니다.”

김태성과 김이나의 눈이 커졌다.

신우가 신인상과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언론에서 매일 보도를 하는데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MVP라니?

무엇보다 위성생중계를 통해서 전국에 내보낸다는 게 놀라웠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았을 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고향으로 돌아간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위성생중계를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생중계라면 대본이 중요할 거 같은데요.”

신우만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김이나와 김태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PD 역시 이채를 띄며 그를 바라봤다.

“물론이죠. 방송사와 인터뷰를 할 내용을 준비했습니다.”

“좋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죠.”

사실 신우는 이런 내용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이었다.

[예상대로 수상자 인터뷰가 목적이었군.]

[그럴 수밖에 없지. 이 녀석 수상이 거의 확실한 상황인데, 인터뷰를 못하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지.]

[ROY나 사이영 수상각인데, 두 상의 수상자 인터뷰가 없으면 당황스럽긴 할 거야.]

메이저리그사무국으로서도 파격적인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속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김이나로서는 마치 이런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 반응하는 신우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신우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을 하는 그녀였다.

* * *

메이저리그는 따로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나 자체 방송국을 통해 수상자와 관련된 인터뷰를 내보내고 있었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수익구조가 현장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지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였다.

이는 MLBAM이라는 메이저리그 산하조직에서 진행을 한다.

MLBAM은 경기의 TV, 오디오 생중계를 비롯해 각종 네트워크방송사를 보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하고 있었다.

또한 타국으로의 중계권을 판매하는 일 역시 MLBAM에서 도맡아했다.

2010년대 들어 6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기도 했으며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MLBAM은 메이저리그의 돈줄을 쥐고 있는 산하조직이라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신우는 그런 MLBAM에서 파견된 PD와 촬영팀 앞에 앉아 있었다.

D.E에이전시의 사무실에서 말이다.

카메라 옆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있어 왼쪽에선 캐스터의 모습을 오른쪽에선 현재 방송되고 있는 화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 화면에서는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화면의 오른쪽 상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024 NL Rookie Of The Year]

24시즌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

그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송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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