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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51화 (51/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51화 >

* * *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4월의 선수를 발표했습니다.

뉴욕 메츠에서 활약중인 정신우 선수는 내셔널리그 이달의 구원투수와 이달의 신인을 동시에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4월 한 달간 12게임에 마무리로만 등판해 12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단 1실점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오늘 5월 첫 등판을 하여 시즌 13세이브를 올렸습니다.]

신우의 기사가 뜨자 빠르게 댓글이 달렸다.

- 멀티수상 무엇?

- 동양인 최초 아님?

- 와...정신우 아직도 무실점이라고?

ㄴ 메이저리그 유일 ERA 제로.

ㄴㄴ 안타도 1개밖에 안 맞음.

- ROY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

ㄴ 아직 모름. 올해 내셔널쪽에 잘 하는 애들 많아서. 지켜봐야 됨.

ㄴㄴ ㅇㅈ. 이달의 신인을 계속 받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ROY 언급하는 건 무리지.

ㄴㄴㄴ ERA는 어차피 클래식스탯에 불과함. 요즘 누가 ERA를 중요하게 생각함? 마무리라면 한 경기만 말아먹어도 폭증하는데.

ㄴㄴㄴㄴ 세이버매트릭스에서도 정신우가 갑인데요?ㅋㅋㅋ

- 레알 이런 선수를 방출한 데블스 뭐냐?

ㄴ 오른손에 흑염룡을 봉인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ㄴㄴ ㅅㅂ 흑염룡 ㅋㅋㅋ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댓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 건 정해져 있었다.

- 데블스가즈아 : 우리 데블스 좀 그만 까라 ㅠㅠㅠ

ㄴ 님도 까지 않음?

ㄴㄴ 데블스가즈아 : 내가 내 마누라 욕하는 거랑 다른 사람이 욕하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ㅠㅠ

ㄴㄴㄴ 엌ㅋㅋㅋ 킹정.

* * *

신우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니얼, 요즘 구장 찾는 한국인이 부쩍 늘지 않았어요?”

“늘었죠. 작년 대비 11퍼센트 가량 증가했어요. 한 5만명 가량이요.”

“오...정말 많이 늘었네요.”

“거기다 한국에서 메츠 유니폼의 판매량이 엄청 늘어났어요. 그것 때문에 최근에 글로벌마케팅부서에서 한국전담팀이 생겼어요.”

본래 메츠는 한국에서 인기 높은 구단이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 선수의 부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신우의 압도적인 성적에 많은 이들이 메츠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단순히 관심에서 멈추지 않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며 실질적인 소비시장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성장해가는 속도가 정말 빨라서 내부적으로도 꽤 놀라고 있는 거 같아요. 아마 앞으로 한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신우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한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수익을 창출해야 되는 구단의 입장에서도 한국이란 새로운 시장을 놓칠 생각은 없었다.

그들 역시 발 빠르게 준비를 하며 한국시장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들렸다 가실 건가요?”

대니얼이 걸음을 멈추고 직원들이 드나드는 입구에 모여 있는 팬들을 바라봤다.

메이저리그 콜업 이후.

신우는 매일 출근길에 저곳에서 걸음을 멈춰 팬서비스를 하고 구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다를 게 없었다.

“물론이죠.”

대니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파드리스와의 3차전.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잡으며 시리즈스코어 1 대 1을 만든 메츠는 내친김에 3차전까지 잡기 위해 초반부터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파드리스 역시 반격이 만만치 않아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8회말, 원아웃에 주자 1, 2루의 찬스를 잡는 메츠! 이번 찬스를 반드시 살려야 될 텐데요.]

메츠와 파드리스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불펜이었다.

메츠는 4월까지 불펜 필승조의 평균자책점이 1.22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았다.

이러한 수치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마무리투수에 있었다.

딱-!

“와아아아!!”

[토마스 때렸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2루 주자 여유롭게 홈으로!! 1루 주자 역시 3루를 돌았습니다!]

[알론소의 발이 빠른 편이 아닌데요. 이걸 돌렸습니다!]

[공 중계됩니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으로 보이는데요!!]

알론소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몸을 날렸다.

촤아아악-!

퍽!

슬라이딩을 하며 들어온 알론소의 등을 미트가 때렸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로 구심의 손이 뻗어졌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추가점을 올리는 메츠!! 귀중한 점수를 추가하며 5 대 3으로 앞서나갑니다!!]

메츠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댓글창이 달아올랐다.

- 이대로 끝나라!

- 점수 더 내지 말자!

- 대충대충 휘두르고 공격 마무리 하자!!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말자는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이들 대부분이 메츠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메츠 소속의 선수를 응원했다.

딱-!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그들이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말라고 빌었던 이유는 그 선수를 보기 위함이다.

[9회초!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4월의 구원투수와 신인까지 동시수상을 하며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선수라는 것을 증명한 정신우 선수인데요. 오늘 경기에서도 세이브기회를 잡았습니다.]

중계카메라가 마운드 위의 신우를 잡았다.

- 캬하-! 이제 올라오는 것만 봐도 든든하누.

- 경기 끝났네.

- 신우가 올라오면 경기 끝이지.

한국에서 메츠의 경기를 보는 이들은 대부분 신우의 등판을 기다렸다.

그 증거로 신우가 등판하자 방송시청자가 100만명으로 올라섰다.

거기에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나타내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는 작년부터 어제 경기까지 23.2이닝 연속무실점 경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불펜투수로서 이런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렇습니까?]

[예. 선발과 불펜 중 어떤 보직이 더 힘든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지만 컨디션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보직은 아무래도 선발이 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등판 일자가 정해져 있어서인가요?]

[맞습니다. 등판 일자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춰 몸상태를 관리해주며 되죠. 하지만 불펜투수의 경우 언제 어디서 등판할지 당일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컨디션관리가 어렵죠.]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 연속이닝 무실점기록의 상위권에는 모두 선발투수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신우 선수는 정말 놀라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오늘 경기에서도 무실점 경기를 해주길 바랍니다. 정신우 선수, 사인을 교환하고 1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타자 배트 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2루수 타구 잡아 1루로! 원아웃!]

[전매특허인 커터로 가볍게 원아웃을 잡아냈습니다.]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97마일의 빠른 공! 스트라이크 원!]

[저런 강속구의 제구가 잘 되는 게 정신우 선수의 가장 강한 무기죠.]

[볼넷이 아직까지 단 하나도 없다는 게 경이롭습니다. 계속해서 2구 던집니다.]

딱-!

“파울!!”

[써클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뺏기며 파울이 됩니다.]

[최근 정신우 선수의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좌타자에게서 멀어지는 횡적인 움직임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어요.]

[그렇군요.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후웅!!

[타자 배트 돌립니다! 하지만 허공을 가르며 스트라이크아웃! 삼구삼진!! 정신우 선수, 본인 특유의 로케이션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정신우 선수의 장점이 바로 이거예요. 포심 패스트볼의 회전력이 좋다 보니 보통의 스윙궤적으로는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결정구로 날아오면 헛스윙 비율이 높아지는 거죠.]

두 번째 아웃카운트까지 공 4개로 잡아낸 신우.

그런 그에게 메츠 팬들은 기립해서 박수를 보내주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메츠 팬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신우는 그런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딱-!

“파울!!”

[배트 부러지며 타구 라인을 벗어납니다! 투스트라이크!]

퍽!

“볼!”

[써클체인지업을 떨어트렸지만 타자의 배트가 딸려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이럴 때는 어설픈 유인구보다는 정면승부가 좋습니다.]

[과연 결정구로 어떤 공을 던질지, 4구 던집니다!]

와인드업과 함께 신우가 전력을 쏟아냈다.

“흐아앗!!”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입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01마일!! 오늘 경기 최고구속의 공으로 경기를 끝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 * *

14세이브.

5월 초순인 현재 신우가 올린 세이브 포인트였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건 다른 기록에 있었다.

바로 평균자책점이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위상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가장 익숙한 지표가 ERA였다.

거기다 ERA 제로라는 건 직관적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게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이 궁금한 건 하나였다.

- 신우의 ERA 제로가 언제 깨질 것인가?

자연스레 미국언론에서도 그러한 기사를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뉴욕의 지역언론인 뉴욕타임즈를 비롯해 메이저 언론사들이 신우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서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거기에 이러한 기록이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레 신우의 인지도는 전국구 수준으로 커지고 있었다.

덕분에 신우는 최근 호텔 밖으로 나가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야야, 뒤에 저 여자도 쳐다본다.]

[꽤 이쁘네.]

[헌팅 가즈아-!]

‘...파파라치한테 먹이를 주라고요?’

신우의 시선이 왼쪽으로 향했다.

길 건너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있는 남자가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건 한 명이 아니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카메라 남자가 서서 신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최근 호텔을 나서면 마치 전담비서라도 되는 듯 파파라치들이 일거수일투족 신우를 따라다녔다.

[엌ㅋㅋ 눈치채고 있었누.]

[쟤들 너무 대놓고 찍는다. 숨어서 찍어야 제대로 잡아내지.]

[ㅇㅈ]

‘에혀...도대체 내가 뭐라고.’

신우는 이러한 파파라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만 살았던 그였기에 파파라치라는 건 영화에서나 봤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정도 숫자의 파파라치는 많은 축에 속하지도 않았다.

흔히 셀럽으로 분류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경우 움직일 때마다 수십명의 파파라치 부대들이 쫓아다닐 정도였다.

[그만큼 대중들이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라.]

[ㅇㅇ 쟤들도 돈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붙지도 않음.]

[유명인의 숙명이지.]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조언을 했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신우는 파파라치를 무시하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 * *

신우는 보라스와 마주앉아 있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츠에서 저희쪽 조건을 거절했습니다.”

4년간 2500만 달러.

연장계약으로 제안한 조건을 메츠에서 거절했다.

“협상이 닫힌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메츠에선 기간을 더 늘리는 걸 원하고 있습니다.”

“흠, 얼마나요?”

“최소 6년입니다.

고작 2년의 차이.

하지만 세부적으로 생각해보면 고작 2년이 아니었다.

[연봉조정을 막겠다는 거네.]

[ㅇㅇ 그런 듯.]

3년차가 끝나고 행사할 수 있는 연봉조정.

최저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는 대신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끔 계약을 하겠단 의미였다.

”계약기간을 6년으로 잡을 경우 4800만달러까지 연봉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연간 800만 달러의 연봉보장.

이는 메이저리그 불펜 전체로 보더라도 10위 안에 들어가는 연봉이었다.

”뭐, 어쩔 수 없죠.“

보라스가 신우를 바라봤다.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절하도록 하죠. 연장계약을 제시한 건 사실 구단이지 저희쪽에서 먼저 제시한 건 아니니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아예 협상을 닫는 것보다는 그래도 문을 열어두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뇨, 시즌중에 계약 문제로 더 머리가 아프고 싶지 않아요. 그냥 문을 닫도록 하죠. 시즌이 끝난 뒤.“

신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성적으로 제 가치를 증명한 다음에 거기에 맞는 몸값을 받겠습니다.“

즉, 성적에 걸맞는 보상을 받겠다는 소리였다.

그게 잭팟이 될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요?“

”스폰서 제안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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