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43화 >
* * *
메츠의 가을야구 종료.
모든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고?”
“예!”
바로 한국의 매니지먼트 회사들이었다.
최근 신우의 인기는 수직상승했다.
당연히 많은 업계에서 그를 컨택하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문제는 신우에게 매니지먼트나 에이전시가 없다는 점이었다.
9월 갑자기 등장한 선수니만큼 당연했다.
국내의 많은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회사들이 그와 접촉하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신우는 시즌중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연락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덕분에 회사들은 신우의 시즌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좋았어! 반드시 그를 잡아야 돼!”
“물론입니다!”
“한국에는 언제 들어온대?”
“곧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 한국에 들어오는대로 연락을 취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외국에 진출했던 모든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온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보내기 위함이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뉴욕 메츠의 정신우,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며칠 뒤에 하나의 뉴스가 떴다.
그것을 본 매니지먼트사와 에이전시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왜 안돌아온대?!”
“그...그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 미국에서 훈련을...”
“뭐?!”
* * *
신우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어머니를 설득하는 건 어려웠지만 결국 신우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우려는 찰나.
그의 전화가 쉼없이 울렸다.
“아...또 에이전...”
최근 들어 에이전시 관계자들에게서 매일 연락이 왔다.
그렇기에 전화를 받지 않으려다 번호를 확인만 했다.
그리고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코치...!”
[얌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목소리에 말이 끊겼다.
[한국 안 들어온다면서?! 왜?!]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이진철이었다.
“어우...코치님, 고막 터질 뻔 했습니다.”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왜 안 들어오는 거야?!]
“제가 어딜 갑니까? 내년 시즌 대비해서 훈련을 해야죠.”
[훈련?]
“예. 올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면 일찌감치 훈련해야 됩니다.”
[부우우우족?! 말이 되냐?!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평자가 제로인 놈이 부족한 게 어디 있어?!]
“첫 시즌이었잖습니까.”
[뭐?]
“메쟈리그가 어떤 곳인지 아시잖아요. 내년이면 저 뼛속까지 분석될 겁니다. 올해는 너무 늦게 콜업이 됐으니 분석할 시간이 없었겠지만...2년차는 다를 겁니다.”
이진철의 말이 없어졌다.
“저 월시 못 간거...솔직히 굉장히 저어어어엉말!! 억울합니다. 그런 기회가 매번 오는 것도 아니고...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다들 그러더라고요. 내 탓이 아니다, 정신우만큼은 잘했다. 감사한 말이죠. 하지만 말입니다, 코치님.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건 코치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신우의 기록은 압도적이다.
그 누구도 신우를 비난할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역시절 팀의 에이스였던 이진철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선수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고 그걸 자신의 탓으로 만든다는 걸.
내가 이때 조금 더 잘 던졌더라면, 내가 이때 조금 더 잘 쳤더라면, 그런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대신해줄 수 없다.
선수 본인이 잊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했다.
결국 이진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할말 없게 만드네.]
“흐흐, 그러니 찾아뵙는 건, 내년 시즌 끝나고 찾아뵙겠습니다.”
[젠장! 알았다. 훈련을 하는 건 좋지만 충분한 휴식은 꼭 취해라. 무리하다가는 오히려 독이 된다.]
“옙!”
마지막까지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진철의 조언에 신우는 감사함을 느꼈다.
[참, 그리고 나 데블스 투수코치로 다시 간다.]
“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젠장! 너 들어오면 고기나 먹으면서 이야기 하려고 했더만. 에잉-!]
“축하드립니다!!”
[됐다, 됐어. 올 시즌 고생했다. 젠장! 네가 월시 올라가는 걸 꼭 보고 싶었는데.]
“내년에는 꼭 올라가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은 신우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정말 좋은 사람이군.]
“흐흐, 그렇죠?”
[ㅇㅇ 너한테 연락와서 에이전시 이야기 안 꺼낸 사람이 얼마만임?]
[처음 아님?]
[지나가는 말이라도 누구에게 연락해보라는 말은 꼭 했지 ㅋㅋ]
[원래 성공하면 여기저기서 연락오기 마련임.]
[그걸 안한 저 이코치라는 사람이 대단한거지.]
신우도 동감이었다.
아마 이진철에게도 많은 연락이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에이전시 관련해서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 되나요?”
[뭘 하긴.]
[에이전시 계약부터 해야지.]
에이전시 계약이란 말에 신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요?”
[그래. 이왕이면 큰곳으로 가자.]
[요즘 어디가 제일 크더라?]
[보라스 아님?]
[ㅇㅈ]
[거기가 시설이 좋지.]
[연락 ㄱㄱ]
“바로요?”
[ㅇㅇ]
당황스럽게도 빠른 전개였다.
하지만 그들이 시키는 일에는 이유가 있었기에 신우는 곧장 전화를 들었다.
“그런데 번호 모르는데요?”
[구글은 폼이냐?]
“아...”
[에효...100년 전에 살았던 우리보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우리가 이런 것도 훈수둬야 되냐?]
“크흠...!”
신우는 채팅을 모른 척 하며, 구글에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을 넣었다.
* * *
신우는 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대니얼 로이입니다.”
“정신우입니다.”
연락을 넣고 바로 미팅이 잡혔다.
그리고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직접 사람이 찾아왔다.
이 모든 게 고작 이틀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미팅이 잡힐 줄은 몰랐습니다.”
신우의 말에 대니얼이 웃으며 답했다.
“미스터 정의 요청이 있었다면 당일 저녁이라도 미팅을 잡았을 겁니다.”
대니얼의 한 마디로 신우의 위치가 표현됐다.
에이전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그것이 바로 정신우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잘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더군요. 아쉽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그건 팀의 문제였지 정신우 선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활약은 그 누구도 평가절하하지 못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바로 계약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일단 저희쪽 계약서를 드리겠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시죠.”
십여장 정도 되는 계약서는 두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영어로 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한글로 되어 있었다.
설마 한글로 된 계약서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희가 한국선수들과 일을 하다보니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본과 다른 점은 없습니다."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신우가 계약서를 살피며 레전드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어때요?'
[흠, 나쁘진 않네.]
[수수료가 5퍼센트면 쏘쏘네.]
[미국 애들은 원래 5퍼센트씩 받잖아?]
[NFL이 3퍼센트였던가?]
[ㅇㅇ 그럴걸. FIFA쪽이 가장 많이 받음. 거긴 10퍼센트씩 받는다던데.]
[크으...엄청 받아먹네.]
[다음장으로 넘겨봐.]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덕분에 신우는 모르는 내용을 즉석에서 설명받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대니얼이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계약형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두 가지요?”
“예. 계약금을 지불하는 형태와 그저 에이전시 계약만 맺는 형태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계약이 해지될 때, 위약금이 생기게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위약금이 없습니다. 대부분 드래프트를 시작하지 않은 유망주들이 택하는 방법이죠.”
[후자로 해, 후자로.]
[당장 돈 급한 건 아니잖아?]
[여차하면 내년 시즌에 구단에 요구하면 된다. 일시불로 월급을 달라고 말이야. 그 정도는 에이전트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야.]
조언을 들은 신우가 대답했다.
“후자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수료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모두 협의가 가능합니다. 미스터 정은 한국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한국의 에이전시 업무도 봐드릴 수 있습니다.”
[노노!]
[따로 구하는 게 편함.]
[국내 에이전시한테는 따로 계약금도 받을 수 있다.]
“국내 부분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일단 미국쪽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차후에라도 언제든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참, 그리고 제가 올 시즌에는 한국에 들어가지 않고 미국에서 훈련을 하려고 하는데요.”
“귀국을 하지 않으신다고요?”
“예. 이번 시즌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오프시즌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맨탈적인 부분의 휴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육체적으로 무척이나 바빠지겠군요.”
“그렇습니다.”
고민을 하던 대니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내시는 건 어떻습니까?”
[콜!!]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기다렸다는 듯 콜을 외쳤다.
* * *
스캇 보라스.
악마의 에이전트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협상능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 순위 1위를 6년 동안 차지했을 정도로 베이스볼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10년 중반기 이후부터는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미들급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미들급 플레이어들의 계약에서도 스캇 보라스는 고자세를 유지했다.
그로 인해 계약이 늦어지는 경향이 커졌다.
때로는 FA미아가 되는 일도 수두룩하게 나왔다.
문제는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오프시즌이 지난 뒤,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체계화된 훈련을 해야 되는 시기까지 계약이 되지 않은 선수들은 점차 컨디션이 하락한다.
그로 인해 기량 자체가 하락하는 일들이 나타났다.
자연스레 보라스의 명성에 흠집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라스는 LA의 보라스 코퍼레이션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최신 시설의 전용훈련장을 세웠다.
이 시설은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단들보다 더 최첨단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대부분의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각 분야의 스텝들이 상주하고 있어 그들에게서 정밀진단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팀훈련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훈련보다는 도움이 되는 게 분명했다.
과거보다는 명성이 떨어진 스캇 보라스.
그의 뒤를 바짝 쫓는 케이시 클로즈나 레빈슨 형제, 조엘 울프와 같은 특급 에이전트와 경쟁하는 인물이 됐지만 그래도 보라스는 보라스였다.
그는 여전히 MLB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였고 그와 계약을 맺은 신우는 곧 뉴스가 되어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 소식이 전달됐다.
[메이저리그 뉴욕메츠의 특급마무리 정신우, 악마와 손을 잡다!]
[뉴욕메츠 소속의 특급마무리 정신우 선수가 악마의 에이전트라 불리는 스캇보라스의 에이전시인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공식자료를 배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인 정신우 선수와 계약을 맺어 기쁘다, 우리는 정신우 선수를에게 최고의 서포트를 하며 앞으로 그가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챔피언십 시리즈 탈락 이후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아 훈련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 *
신우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건물을 바라봤다.
“와...크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2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어 개방감이 좋았다.
벽에는 그동안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대표했던 선수들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배트로 장식을 만들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쪽입니다.”
뒤를 따라 들어온 대니얼이 신우를 안내했다.
그를 따르며 신우는 내부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쩐다.’
어떤 곳은 야구공 수백개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그중에는 사인이 된 공들도 있었다.
하나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선수들의 사인이었다.
왼쪽 벽면에는 골드글러브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실제 선수들이 받은 것으로 보였다.
[얌마! 그만 좀 놀래라.]
[내가 다 창피하네.]
[너 여기 계약하러 온 거야 짜샤!]
[누가 보면 관광객인 줄.]
‘흠흠.’
정신을 차리며 대니얼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보라스의 사무실이었다.
오늘부터 Boras Sports Training Institute.
줄여서 BSTI에 합류하는 신우는 보라스와 첫 대면을 가지기로 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예.”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니얼이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대니얼이 한 남자와 함께 다가왔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그는 뉴스에서 자주 봤었던 스캇 딘 보라스, 이 회사의 오너였다.
“시누! 반갑습니다!”
보라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 * *
신우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후아...정신없다.”
한국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불과 일주일 전이다.
그리고 삼일이 지났을 때,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연락을 취해 계약을 맺었다.
다시 삼일이 지나고 LA로 날아와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훈련장에 합류하게 됐다.
“그래도 숙소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웬만한 호텔 뺨칠 정도네.]
[돈 버는 게 얼만데, 이 정도는 투자를 해야지.]
한 때 보라스의 수입은 모든 스포츠 에이전트들과 비교해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그런 보라스이기에 이 정도의 투자가 가능했다.
“그나저나 선배님들.”
[응?]
“저번에 두 번째 시즌은 위험할 거라고 하셨잖아요.”
신우가 한국에 들어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
그중에 하나는 아쉬움과 도전의식이 있었다.
월드시리즈에서 나가지 못했다는 아쉬움, 자책 그리고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이었다.
[그랬지.]
[정확히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두 번째 시즌에 위험할 거라는 소리였지.]
“예. 그게 정확히 무슨 소리입니까?”
[간단해. 너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해졌어. 0점대도 아니고 ERA가 제로야. 콜업을 하고 9월에만 그런 게 아니야. 포스트시즌에서도 제로를 유지했어.]
[당연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널 경계하겠지?]
[경계를 하면 뭐부터 할까? 바로 정보수집이야.]
[그 뒤에는 분석을 하겠지. 메이저리그 분석력이 어떤지는 알지?]
메이저리그 분석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미경분석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분석력을 보여주었다.
선수조차 모르는 버릇을 찾아내어 공략을 할 정도다.
최근에는 온갖 최첨단장비를 동원하여 하나부터 열까지를 잡아낸다.
“음...”
신우는 9월에 데뷔했다.
그리고 10월에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즉 고작 2개월밖에 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메리칸리그에 소속된 팀과는 아예 상대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달라진다.
그들과 상대를 해야 된다.
그리고 내셔널리그의 팀들 역시 신우의 공략법을 찾아 나타날 것이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제대로 된 준비를 이야기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저도 변해야겠군요.”
[정답!]
[상대가 너에 대해서 대비를 하면 너는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구종을 추가하는 게 좋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구종이었다.
실제 9월 콜업 이후 투피치로 타자들을 상대해나갔다.
그러다 워렌스판에게 체인지업을 전수 받아 그것을 사용해 타자들을 제압해나갔다.
타자들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만약 여기에 하나의 공을 더 추가한다면?
“포 피치로 넘어가면 선발로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요?”
[선발?]
[선발이 되고 싶은 거임?]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제가 선발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던질 힘이 있었다면...월시에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
[문제는 네 체력이 버티질 못한다는 거다.]
“예?”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되물었다.
체력이 버티질 못한다니?
[현재 네 몸은 불펜에 특화되어 있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진다면 결국 퍼지고 말 거야.]
“하지만 7차전에서 4이닝을 던졌습니다.”
[구속이 떨어졌지.]
“그건...”
[그리고 넌 팬들의 응원에 흥분상태였다.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있게 된 거지.]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꽤 힘들었을 걸.]
[ㅇㅈ]
“으음...”
[물론 네가 선발로 간다면 반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일단 두 번째 시즌까지는 마무리로 가는 거다.]
“마무리로 또 뛰고 선발로 갈 수 있을까요?”
[갈 수 있다.]
매튜슨은 확신에 가득차서 말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너의 몸은 아직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엄청난 이동거리, 매일 열리는 경기. 매번 바뀌는 환경 등. 그러한 것들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소한 상태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는 매우 적응력이 빠르다. 한 번만 경험을 하면 다음에는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된다.]
“한 시즌을 더 마무리로 뛰라고 하신 건...”
[육체가 메이저리그 풀시즌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보니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자신은 아직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육성선수 시절에도 1군에서 온 선배님들이 이런 말을 했었다.
(만약 1군에 오게 될 일이 있으면 체력관리에 신경쓰도록 해. 100경기 넘게 뛰다보면 정말 경기 시작되기도 전부터 퍼지게 된다.)
신우는 그걸 경험해보지 못했다.
트리플A에선 풀시즌을 뛰긴 했지만 경기수가 메이저리그와 큰차이가 난다.
또한 거기서는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었다.
[물론 결정은 네가 한다.]
[근데 네가 당장 마무리에서 빠지면 메츠는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할 가능성도 큼.]
[ㅇㅈ. 레이먼드가 당장 마무리를 맡더라도 어려울걸?]
[ㅇㅇ 걔는 더 성장해야 됨.]
[그래도 선발로 뛰는 게 더 낫지 않음? 돈도 그쪽이 더 버는데.]
[플렉스 하려면 선발이 최고긴 하지.]
신우는 곰곰이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대답했다.
“조금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래.]
“어쨌든 선발을 하든 마무리를 하든, 상대 팀의 분석을 뛰어넘으려면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게 좋겠죠?”
[아니.]
“예?”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게 뭔데요?”
구종의 추가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니?
[바로.]
[아 쫌! 뜸들이지 좀 마!!]
[빨리 좀 말해줘라!]
매튜슨이 뜸을 들이자 다른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성을 냈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왔다.
[구속을 올리는 거다.]
“예?”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