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40화 (40/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40화 >

* * *

2연패 이후 2연승.

메츠 입장에선 최고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하지만 밀워키 브루어스 역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딱-!

[아-! 이건 큽니다!! 넘어갑니다!!]

7회말.

[케스턴 히우라 선수의 그랜드슬램이 폭발하며 스코어는 단숨에 7 대 3으로 벌어집니다!!]

[3 대 3의 동점으로 박빙의 승부를 이어갔는데요. 실투가 곧장 홈런으로 이어졌습니다.]

밀워키 브루어스로 승기가 넘어가는 홈런이었다.

메츠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들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밀워키 역시 총력전을 펼쳤다.

두 팀 모두 뒤를 볼 수 없는 상황.

아니, 오히려 밀워키가 이제는 더욱 다급해진 상황이었다.

6차전과 7차전은 적지인 씨티필드에서 치러진다.

홈 경기는 어떻게든 잡아내야 했다.

그 결과.

뻐억-!!

“스트라이크! 아웃!!”

[경기 끝!! 밀워키 브루어스가 5차전을 승리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결국 정신우 선수가 나올 일은 없었군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연 이틀의 등판으로 체력소모가 심했을 테니,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리즈 스코어 3 대 2.

무대는 뉴욕으로 옮겨졌다.

* * *

메츠 선수단의 전용기가 뉴욕공항에 도착했다.

그들을 마중나온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앞으로 2경기.’

5차전에서 등판기회가 없었던 신우다.

그렇기에 팀의 패배를 불펜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잘 됐다고 생각해라. 피로를 회복할 수 있었으니까.]

[휴식은 중요함.]

[제대로 쉬지 않으면 네 몸은 버티지 못한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은 언제나 휴식을 강조했다.

그들은 제대로 된 환경에서 야구를 하지 못했다.

현대야구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야구를 했다.

인권 따위는 무시가 됐다.

오늘 100구 이상을 던진 투수가 내일도 등판했다.

하루 걸러 등판을 하는 건 당연했다.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던져야 했다.

그렇기에 휴식의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예.’

[그래도 오늘까지 푹 쉬면 6, 7차전을 연투로 던져도 큰 걱정은 없을 거다.]

[ㅇㅈ]

[여기까지 온 이상 반지 하나는 차야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 선수에겐 우승반지가 주어진다.

최초의 우승반지는 1922년에 제작됐다.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양키스를 꺾고 우승, 선수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연례전통이 된 것은 1930년 이후부터다.

우승반지를 손에 넣는 건 선수에게 특별한 의미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라 하더라도 우승반지를 손에 넣지 못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즉, 기회가 오면 잡아야 된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우 역시 그럴 생각입니다.

남은 2경기.

‘모든 힘을 쏟아부을게요.’

신우는 다시 각오를 다졌다.

* * *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 씨티필드에서 말 그대로 타격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7회 현재 양팀의 스코어는 11대 10으로 밀워키가 앞서고 있습니다!]

[두 팀 모두 선발투수들이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가며 불펜이 가동되었습니다. 문제는 불펜투수들이 타선을 막지 못하고 있네요.]

[오늘 양팀 타자들의 집중력이 대단한 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메츠 타선의 응집력이 대단해 보입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산발적인 안타가 터졌다면 오늘 경기에선 주자가 있을 때 확실한 결정타를 날려주고 있어요.]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까지 이어지는 레이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투수진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페넌트레이스 같은 장기레이스에선 투수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선수의 루틴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달라진다.

1경기 1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의 루틴보다는 팀의 승리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다보니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못했다.

이는 선발과 불펜 모두 마찬가지였다.

반면 타자들은 매 경기 출전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루틴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러니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난타전 양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7회말, 메츠의 공격. 주자 1루의 상황에서 토마스 에드윈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면서 1타점을 올렸는데요.]

[맞습니다. 타구의 질도 좋았고 선구안도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 타석도 기대가 됩니다.]

“토마스-!!”

“홈런!!”

홈구장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4만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주황색 손수건을 흔들었다.

[메츠의 팬들이 모두 기립했습니다!]

[아-! 정말 장관이에요. 주황색과 파란색의 향연이네요.]

그 모습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응원을 보내는 가운데.

사인이 길어졌다.

토마스가 타임을 요청하는 순간.

“우우우우우우-!!”

경기장이 떠내려가라 야유가 쏟아졌다.

[사인이 길어지자 관중들의 야유가 투수에게 쏟아집니다!]

[오늘 씨티필드는 정말 대단하네요. 팬들의 응원에 메츠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토마스가 승부를 이어갔다.

그 모습을 불펜에서 신우가 바라보고 있었다.

‘한방 날려줘.’

토마스의 홈런이면 단숨에 역전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등판할 것이다.

8회지만 타격전이 되면서 투수들의 소비가 많았다.

현재 불펜에 남은 투수들 중 이기고 있는 상황에 나갈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딱-!

“와아아아아!!”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들려왔다.

신우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는 토마스가 보였다.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는 그의 모습에 직감할 수 있었다.

‘역전이다!’

투런홈런.

8회를 앞두고 경기가 역전됐다.

* * *

[스코어 12대 11!! 7회에 드디어 경기를 뒤집은 뉴욕 메츠! 그리고 8회초에 마운드에 이 선수가 올라옵니다!!]

중계카메라가 마운드를 비추었다.

[메츠의 클로저! 정신우 선수입니다!]

신우가 연습투구를 시작했다.

뻐억!!

“와아아아아-!!”

그의 공이 미트에 꽂힐 때마다.

뻐억!!

“와아아아아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팬들이 환호를 질렀다.

단순히 연습투구에도 열광하는 팬들의 소리에 마운드가 울릴 정도였다.

[캬하-! 메츠 팬들 열광적이누.]

[밀워키 타자들 기 죽겠다.]

[우리 시누 기 팍팍 살겠누.]

신우의 연습투구가 끝났다.

“부탁한다.”

“예.”

마이크의 짧은 한 마디.

하지만 그 안에는 강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신우의 어깨를 두드린 마이크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플레이볼!!”

경기가 재개됐다.

신우는 자세를 낮추고 사인을 교환했다.

[정신우 선수, 4차전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면서 제구가 조금 흔들리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당시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RPM 역시 평균보다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연투를 하면서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5차전을 쉬었고 이동일을 포함해 휴식을 충분히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포지션을 잡았다.

뒤이어 와인드업과 함께 다리를 차올렸다.

동시에 축발을 기울이며 골반과 어깨를 집어넣으며 몸을 틀었다.

스트라이드와 함께 왼발이 착지하며 하체를 지지했다.

앞으로 쏠리는 힘을 이용해 신우는 하체의 회전을 끝내고 뒤이어 상체를 돌렸다.

모든 힘이 골반을 지나 상체로 뒤이어 가슴과 어깨, 마지막으로 손끝으로 이어졌다.

“흐압!!”

기합소리와 함께 손을 떠난 공이 미트를 향해 쇄도했다.

쐐애애애액-!

공의 궤적을 확인한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후웅-!

하지만 배트는 공의 궤적과 어긋나며 밑을 지나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와아아아아아-!!”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과 함께 씨티필드의 모든 이들이 열광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97마일이 찍히는 포심 패스트볼로 건재함을 알리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 * *

에이든은 화면을 보며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세 타자 연속 삼진.’

8회초, 신우는 세 타자를 상대로 모두 삼진을 기록했다.

‘4차전에서 회전력이 떨어지고 V무브먼트에 변화가 있어 걱정했는데, 기우였나?’

신우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RPM은 2622였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2264회였으니 약 400RPM을 상회하고 있었다.

패스트볼 RPM은 현대야구에서 무척 중요한 수치로 인지되고 있었다.

실제 2300RPM 이하의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2할 8푼에 헛스윙율이 17.1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2600RPM 이상이 되면 피안타율은 2할 1푼 3리에 헛스윙율은 27.5퍼센트까지 상승한다.

즉, RPM은 투수의 성적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에이든이 신경을 쓰는 이유였다.

‘피터의 말이 사실일 수 있겠어. 50구가 넘어가면서부터 체력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정신우의 몸은 단기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마치 처음부터 불펜에 특화된 몸을 만든 것 같았다.

한국구단에서 방출된 투수가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었다.

‘어쨌건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면 체력적인 보강이 필요하겠는데.’

에이든은 지금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다음 시즌을 보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선수들 개개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 * *

8회말.

메츠의 공격이 이어졌다.

끈질긴 공격에 1점을 더 추가했다.

스코어는 이제 13대 11.

그리고 마운드에는 다시 신우가 올라왔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마운드에 선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는 순간.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모든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는 박수를, 누군가는 함성을 지르며 주황색 수건을 흔들었다.

[씨티필드의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응원을 보냅니다!!]

[관중석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네요.]

[메츠 팬들의 바람은 정신우 선수가 여기서 경기를 끝내주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연장전으로 가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장으로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력으로 가라.]

‘예.’

[가즈아-!!]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응원.

4만 관중의 응원.

그리고 TV를 보며 응원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짊어진 채.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공을 뿌렸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에 타자 그저 지켜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딱-!

“파울!!”

[2구 하이 패스트볼에 반응했지만 빗맞았습니다!]

2구 파울.

후웅-!

퍽!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아!!”

[3구 써클체인지업으로 배트 헛돕니다!! 원아웃!!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두 개!!]

두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빠각-!

[초구 배트 돌립니다!! 하지만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트 부러지고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2루수 잡아 1루로!]

퍽!

“아웃!!”

[단 하나의 공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정신우 선수!!]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씨티필드가 흔들립니다!!]

9회초.

세 번째 타자.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그리고 타석에는 오늘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케스턴 히우라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5차전에서 그랜드슬램을 작렬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히우라가 타석에 섰다.

신우는 로진을 다시 손에 묻히고 사인을 교환했다.

[타자가 누구건 신경쓰지마라.]

[너의 공만 던지면 됨.]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의 공을 믿는 거임.]

‘예!’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히우라 선수를 상대로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와아아아-!!”

[초구 스트라이크! 94마일의 커터에 배트 헛돕니다!]

쐐애애애액-!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투!!”

[2구 역시 스트라이크입니다! 하이 패스트볼에 또 다시 헛스윙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더욱 커졌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과 함께 3구를 뿌렸다.

“흐앗!!”

쐐애애애액-!

공이 손을 떠나고 히우라의 스윙이 시작됐다.

후웅-!

뻐어어억!!

“아웃!!”

[삼구삼진!! 94마일의 커터에 또 다시 배트 헛돕니다!! 정신우 선수 2이닝을 다시 퍼펙트로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냅니다!!]

“우-! 우-! 우-! 우-!”

씨티필드에 신우의 챈트가 한참동안 이어졌다.

NLCS 6차전.

2이닝동안 6타자를 상대로 5개의 삼진을 잡아낸 신우의 활약으로 메츠는 시리즈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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