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9화 (19/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9화 >

* * *

미국에서 올스타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관련 기사가 업데이트 됐다.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시라큐스 메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신우(25) 선수가 올스타 퓨처스게임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올 시즌 트라이아웃을 통해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으며 이전에는 한국프로야구, 세종 데블스에서 육성선수로 뛴 전력이 있습니다.

올 시즌 시라큐스 메츠에서 총 31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6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78를 기록중입니다. 시즌 초반, 선발로 나간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0.66으로 낮아집니다.

한편 네이버스포츠는 이번 올스타 퓨처스게임의 중계를 위해 중계권이 있는...]

큰 이슈는 되지 않았다.

한국인 마이너리거는 언제든 있어 왔으니까.

팬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소수의 야구매니아들은 기사를 찾아보고 직접 댓글을 달았다.

[마산아재 : 성적 실화냐?]

[부산갈매기절 : 트리플A라고 해도 평자가 0점대?]

[야박 : 정신우 선수는 최고구속 95마일의 빠른공과 90마일의 컷패스트볼로 타자를 요리하는 선수입니다. 이대로만 성장해준다면 한국의 리베라를 볼 수도 있습니다.]

[ㄴ 오바노]

[ㄴㄴ 안물안궁]

[ㄴㄴㄴ 어딜 가든지 설레발 치는 애들 있다니까. 한국에서 리베라? 까고있네.]

매니아들답게 그들의 댓글 수준은 높았다.

그들만의 투기장이 열리며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추천수가 많이 달린 댓글이 수준이 높거나 박식한 지식을 뽐내는 글이 아니었다.

[데블스가즈아 : ㅅㅂ...]

닉네임이 모든 걸 설명하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 * *

23시즌.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개최됐다.

레이스가 창단된 이후 최초로 열리는 올스타전에 플로리다주 시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당연하게도 올스타전 티켓은 매진됐다.

올스타 퓨처스게임 역시 매진이 되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흐아...”

탬파 국제공항.

게이트를 통과하는 신우는 벌써부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같은 국가에서 이동을 하는데 4시간이나 걸리냐.”

[거의 끝에서 끝이니까.]

[어쩔 수 없음.]

[그래도 이 정도면 가까운 거지.]

[나 때는 말이야, 버스로 3박 4일을 이동했어.]

[라때 시키신 분-?]

고개를 저으며 게이트를 통과하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구단에서 마중을 나온다고 했는데.”

플로리다는 한 번 온 적이 있었다.

트라이아웃을 받은 지역이 이곳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탬파는 처음이다.

팜비치에서 탬파는 플로리다주에서도 정 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당연하게도 지리를 모르기에 걱정했다.

하지만 뉴욕메츠에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신우에게 호텔과 직원을 붙여준다고 해서 안심을 했다.

문제는 그 직원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으어...호텔 예약도 안했...응?”

그때 한 남성이 다가왔다.

다소 펑퍼짐한 몸매에 작은 키.

안경을 쓴 남자를 본 신우는 무언가 거부감이 들었다.

‘공부 엄청 잘할 거 같다.’

학창시절부터 공부 잘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신우다.

저 남자는 딱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점점 다가오냐?’

다가오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내 앞에서 멈췄다.

“미스터 정?”

“예? 예.”

“뉴욕메츠에서 나왔습니다. 에이든 커티스입니다.”

“아, 정신우입니다.”

“예. 차를 준비했으니 가시죠.”

둥글둥글한 인상과 달리 조금은 딱딱한 말투였다.

하지만 신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여기까지 나와준 그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 * *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트로피카나 템파 시내의 호텔이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예.”

“아시겠지만 올스타 퓨처스게임은 내일 열립니다. 가벼운 훈련과 선수들과의 인사를 위해 호텔에서 1시에는 출발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호텔에 가볍게 운동할 시설이 있나요?”

“...피트니스센터가 있긴 합니다만, 오늘은 쉬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할당량이 있어서요.”

“할당량이요?”

“매일 정해둔 훈련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루틴이 깨지지 않아요.”

“아...루틴. 그렇군요. 호텔키를 보유하고 방문하시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운동은 내일 경기에 지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 걱정마세요. 적당히 하겠습니다.”

에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로비에 도착할 때까지.

적막이 흘렀다.

* * *

에이든이 번호를 남기고 돌아갔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전화주십시오.”

“네.”

홀로 방에 남은 신우는 객실을 둘러봤다.

“오오...개좋아.”

신우는 오랜만에 보는 깔끔한 방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에 올스타 퓨처스게임을 검색했다.

“TV에서는 방송 안하네.”

아쉽게도 올스타 퓨처스게임의 중계는 되지 않았다.

화제성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었다.

“응?”

그때 하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MBC스포츠플러스는 마이너리그 올스타 퓨처스게임과 홈런더비를 네이버TV를 통해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포털사이트에서의 중계가 결정된 것이다.

‘어머니가 보기에는 오히려 저쪽이 괜찮겠지.’

신우는 미소를 지으며 해당 링크를 어머니에게 보냈다.

그리고 간략하게 인터넷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을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톡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우의 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일하는 중 아니었어요?”

[이제 막 나가는 길이야. 그런데 인터넷으로 우리 아들 경기가 나오는 거야?]

“네. 인기가 없어서 안 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어요. 보는 방법이 조금 복잡한데, 괜찮으시겠어요?”

[얘는, 엄마도 인터넷 다 할 줄 알아.]

“그것도 그렇네요.”

오랜만의 통화였다.

목적은 이루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 * *

레전드플레이어들과의 만남 이후.

신우는 그들이 추천하는 훈련을 매일 같이 해왔다.

그건 미국에 온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은 달라질 수 있으나 훈련의 강도, 횟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해왔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철컹-!

“휘유...”

어깨 운동을 끝낸 신우가 호흡을 몰아쉬었다.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 듯 흠뻑 젖어 있었다.

호텔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다.

대부분 호텔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더라도 호텔에서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우는 호텔에 오더라도 루틴을 쉬지 않았다.

[마무리운동이다.]

“예.”

그 계기가 되는 건 바로 레전드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이 옆에서 계속 신우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달리기를 할 때는 호흡이 중요하다.]

[습-! 하! 습-! 하!]

[라마즈 호흡법으로 습-! 하!]

‘그건 아니잖아요.’

[엌ㅋㅋㅋ]

[안낚이누.]

때로 낚시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난이란 걸 알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호흡이 왜 중요하다고 했었지?]

‘호흡을 제대로 해야 심장과 폐에서 제대로 호흡과 혈액이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그래. 호흡은 곧 폐에 공기를 보내는 것과 같다. 심폐지구력이라고 말하듯 심장과 폐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호흡에 유의해야 된다.]

‘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훈련에 집중을 했다.

지칠 때면 그들이 독려를 해주었다.

마치 엘리트 개인 트레이너들이 옆에서 항상 독려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자세가 무너지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조언도 해주었기에 부상의 위험도 많이 낮아졌다.

“흐아...”

[오케이, 끝. 고생했다.]

오늘도 신우는 매튜슨의 한 마디와 함께 훈련을 마무리했다.

“그럼 잠깐 중단 좀 할게요.”

[그래.]

[방송 중단하누.]

[뭐 보지?]

[요즘 재밌는 방송 뭐 있음?]

[저승 애들 하는 거야 다 거기서 거기지.]

[이승채널이 재밌는데.]

[빨리 켜라.]

‘예, 샤워 끝내고 킬게요.’

신우는 가볍게 대답하고 방송을 중단시켰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매튜슨이 알려주면서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을 세 번 일초의 텀을 주고 깜박이면 방송이 중단된다.

24시간이란 제한이 있었지만 프라이버시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셈이었다.

“흐아...어서 씻고 밥 좀 먹자.”

운동을 해서인지 허기가 급격하게 밀려왔다.

* * *

다음 날.

신우는 에이든과 함께 트로피카나 파크로 향했다.

“오늘은 올스타 퓨처스게임이지만 동시에 메이저리그 올스타 플레이어들의 행사도 열릴 예정이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방문할 겁니다.”

“그렇군요.”

“미스터 정은 메츠의 리올 에르난데스 선수를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현재 메츠의 1선발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분도 이번 올스타전에 출전을 위해 이곳에 와있습니다. 잠깐이나마 인사를 하는 자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관례 같은 거임.]

[ㅇㅇ 올스타전에서 하위팀 선수와 상위팀 선수가 같이 출전하면 가볍게 인사나누는 자리임.]

[올스타 퓨처스라면 곧 빅리그에서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군요.”

채팅을 보며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스타 퓨처스게임.

이곳에 오는 선수들은 높은 확률로 빅리그 데뷔를 이루게 된다.

물론 백퍼센트라고는 할 수 없다.

부상이나 포텐이 터지지 않아 마이너를 전전하다 사라지는 유망주가 더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 온 마이너리거는 다른 이들보다 한 발 앞섰다고 볼 수 있었다.

‘빅리그...’

아직까지 현실로 와닿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서있는 것만 해도 가끔 현실감이 없었다.

그만큼 신우에게는 이 모든 일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음.]

월터 존슨이 말했다.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음. 그저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됨.]

[정답이다. 인생은 높은 산을 오르는 등반과 같다. 목적지는 저 높은 곳이지. 하지만 그곳만 올려다보고 간다면 먼저 지쳐서 쓰러질 거다.

한 발, 한 발. 눈앞을 확인하면서 걷는 게 때로는 더 나은 방법이다.]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자.

미래의 일을 지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저곳이 트로피카나 필드입니다.”

“오오...”

트로피카나 필드는 돔구장이었다.

새하얀 지붕이 덮인 돔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신분확인을 하고 관계자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내리시죠.”

에이든의 말에 차에서 내렸다.

넓은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오...페라리다.”

그때 눈에 띈 것은 레드의 페라리였다.

낮은 차체에 날렵한 바디를 가진 페라리는 과거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부상당한 1군의 대스타가 2군에 컨디션 조절차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선수가 타고 다니던 차가 바로 페라리였다.

나도 언젠가는 저 차를 타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응? 저건 밴틀리 아닌가?”

그런데 페라리만이 아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청색의 밴틀리가 주차되어 있었다.

“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차장에는 람보르기니, 벤츠, 맥라렌 등등.

온갖 고급스런 스포츠카가 즐비했다.

SUV도 많았는데 하나 같이 스포츠카와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들이었다.

“와...무슨 재벌들 잔치하나?”

“모두 선수들 차입니다.”

“예?”

“저쪽은 선수들 전용 주차공간입니다. 그래서 고급차량이 많이 세워져 있죠.”

“아...”

그러고보니 주차공간이 묘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고급차량은 모두 저쪽에 몰려 있었다.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기 때문에 사실 저 정도 차량을 소유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세금처리에도 용이해서 많이들 렌트를 받고 있죠.”

“그렇군요.”

확실히 많이 버는만큼 차량도 비싸보였다.

한국에서도 그랬다.

1군 선수들은 대부분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때로는 교통사고나 불미스런 일로 그들의 차가 화제가 되는 일도 있었다.

‘나도 저런 차를 탈 수 있을까?’

[쌉가능.]

[빅리그에 데뷔하는 순간! 페라리 정도는 몰 수 있지.]

[물론 빅리그에서 계속 뛰어야 유지가 가능!]

[우리 시누, 외제차 타고 싶누?]

‘좀...속되보이지만...예.’

[뭔소리임?]

‘예?’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써야 되는 거임.]

[ㅇㅈ]

[너 메이저리그 올라가서 연봉 받았는데 그거 다 모아두기만 하면 어케 되는지 암?]

‘어떻게 되는데요?’

[세금폭탄 맞음.]

[세금 미치도록 많이 냄.]

[뉴욕 세금 8.86퍼센트 아님?]

[ㅇㅇ 맞음. 거기다가 연방세도 내야 되지 않나?]

[얘 그리고 한국에도 세금 내야 됨.]

[세금 머리 아프자너.]

“미스터 정?”

“예?”

“가시죠.”

“아,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급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힐끔 고급차들을 바라봤다.

‘나도 언젠가는...!’

묘한 동기부여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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