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
-불롳ㅗ????
-불로초?????
-ㄹㅇ???
온갖 커뮤니티가 활활 타올랐다.
-그럼 김철수 영원히 사는 거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ㅉㅉㅉ
-이름만 불로초겠지
과연 저 불로초가 정말로 영생을 가져다주는 것이냐, 아니면 그냥 효과가 아주 탁월한 약초냐 하는 것으로 논쟁이 붙었다.
인터넷 논객 백과사전조차도 저 불로초의 효능을 정확히 유추할 수는 없었다.
-철수 님 그냥 영원히 살면 좋겠다
-ㅇㅈ 영원히 덕질할 수 있을 듯
그렇지만 ‘아무리 불로초라고 해도 영생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가 대세였다.
아무튼 차진혁이 불로초를 섭취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고, 마도제국 매지크의 대신들도 그것을 인지했다.
“불로초를 재료로 만든 김철수 포션이라…….”
“정확히는 불로초 먹은 김철수 피로 만든 김철수 포션이죠.”
차진솔은 자신 있는 태도로 대신들의 말을 기다렸다.
대신들은 한동안 저마다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철수에게 도움을 얻는다는 건 좀 꺼려지는 일이지 않소?
-김철수는 스웨딘의 황제와도 매우 밀접한 친분이 있소. 여기서 도움을 받는다면 외교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소.
-매지크 내에서도 김철수를 옹호하고 찬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도왕까지 살려낸다면…… 그의 입지가 오히려 우리까지 위협하고 말 겁니다.
차진솔과 동행한 한세린은 입을 다물고서 그들의 마법통신을 엿들었다.
‘와 진짜 다 들리네?’
이중, 삼중으로 보안마법이 걸려 있을 텐데.
가끔가다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화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김철수 능력이 진짜 미치긴 했구나.’
한세린의 능력 중, 손을 잡으면 상대의 스탯과 능력 등을 복사해 오는 스킬이 있었다.
차진혁을 상대로 이미 몇 차례 사용했었던 기술인지라, 차진혁을 상대로 할 때 꽤 능숙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능력을 랜덤으로 가지고 오는 탓에 꽤 많은 시도를 했어야 했지만 아무튼 ‘중계자의 통찰’을 빌려오는 데 성공했다.
솔직히 여기에 아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능력을 영원히 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구에서 아르비스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꽤 걸릴 테고, 그사이 빌려온 능력이 사라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능력이 고대로 남아 있다니.’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중계자의 통찰’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알기로 중계자의 통찰은 ‘시각’과 관련된 능력.
그런데 지금 이건 청각을 증폭시킨 것에 가까웠다.
한세린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이게 되나 싶었던 건 다 되는 법이었으니까.
‘극도로 발전한 독 저항은 저주 저항과 구분할 수 없다…… 와 같은 맥락인가 봐.’
극도로 발달한 시각은 청각과 구분할 수 없는 법.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한세린이 앞으로 나섰다.
“죄송한 말씀이나 저는 여러분들의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
“헙!”
대신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몇몇의 얼굴이 핼쑥하게 질렸으나 또 대담한 몇몇은 오히려 호통을 쳤다.
“되지도 않는 말로 허세를 부리는군.”
호통을 친 사람의 이름은 베이본.
수백 년을 살아온 해골 형상의 리치였다.
그는 허세를 부렸다.
“설령 들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대 마도제국에 해가 되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리치가 된 부작용으로 미쳐가던 베이본 경을 정화해 주고 제국의 마도 사령관의 자리까지 올려준 은인이 마도왕이라는 사실을 잊으신 건 아니겠죠?”
“뭐?”
“그런 분의 회복과 관련된 일인데 스웨딘 제국의 황제와 친분이 있는 김철수의 도움을 받게 되면 외교적으…….”
“그만.”
베이본이 푸른 안광을 쏘아냈다.
일반인들은 그 안광을 마주하면 온 몸이 얼어붙었으나 한세린에게는 털끝 하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특별한 방어마법, 아니 방어신비를 몸에 두르고 있는 모양이군.”
“아뇨.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굳이 거짓을 고할 필요는 없다. 지구의 군주여.”
“김철수의 중계자의 통찰을 빌려왔을 뿐입니다.”
“뭐?”
“그 푸른 안광은 시각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극도로 발달한 시력은 시각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법이죠.”
“헛소리를 하는군.”
“이해해요. 저도 김철수를 몰랐다면 헛소리를 치부했을 겁니다.”
한세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걸 믿기 어려웠다.
김철수의 능력은 지나치게 상식을 벗어나 있었으니까.
“뭐, 필요 없으면 돌아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속마음은 만천하에 공개되겠지만. 매지크의 제국민들이 가만히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 *
-불로초 폼 미쳤다 ㅋㅋㅋㅋㅋ
-와 성능 씹오졌따리
-마도왕 부-활
마도왕 세이도가 회복했다.
불로초를 머금은 김철수 포션이 그를 완전히 낫게 한 것이다.
-마도왕이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함 ㅋㅋ
-무써클? 그거는 그냥 공상과학 아니었음?
-무써클이 진짜 존재하는 거였음?
대중들뿐만 아니라 마법계에서도 엄청난 파란이 일었다.
마도왕 세이도가 기존의 고리를 모두 파괴시킨 뒤 무써클의 경지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써클에 구애받지 않고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그럼 김철수빨인가?
-김철수 포션빨?
그야말로 엄청난 홍보가 되었다.
우주 각지에서 김철수 포션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부르는 것이 값이 되었을 정도였다.
다만, 차진혁은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돈이야 어차피 썩어날 정도로 많았으니까.
‘……좀 곤란한데.’
마도왕 세이도는 차진혁을 정식으로 초대하여 크게 연회를 베풀었다.
“그대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김철수 경.”
세이도는 김철수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고 매지크 제국의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훈장인 ‘9고리 훈장’을 수여했다.
“당신이 내 삶의 은인입니다. 내게 새로운 경지를 선물해 주었고, 마법사들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
김철수를 향한 세이도의 시선에는 호감만이 가득했다.
넌지시 결투에 대한 얘기를 꺼냈더니 세이도는 펄쩍 뛰었다.
“저는 은인과 싸울 수 없습니다, 김철수 경. 차라리 제 팔다리를 자르고 마력을 폐기해 버리겠습니다. 아니, 자결하겠습니다.”
그것이 마법사의 명예라나 뭐라나.
“그러나 김철수 경이 정말로 원한다면 결투에 임할 수는 있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다만…… 김철수 경이 원하시는 그림은 뽑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김철수 경에게 진심을 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려고 해도,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김철수 경?”
“…….”
차진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마도왕 세이도와 결투를 해야 저기 숨어 있는 델리악크(가르비누)가 습격을 할 텐데.
취한 모습을 보이면 습격을 좀 하려나?
“취하고 싶은데…… 혹시 독주가 좀 있습니까?”
“하하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세이도가 껄껄 웃었다.
백사왕의 독도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취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와중에 이렇게 신선한 농담을 건넬 수 있다니.
참으로 유쾌한 사내였다.
* * *
마도왕 세이도와의 결투는 물 건너 갔다.
대신 그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취하고 싶을 때 취할 수 없으면, 내 능력을 완벽히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여전히 발전할 구석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나의 능력을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면 진정한 나의 능력이 아닌 것이다.
‘내 능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수련해야겠어.’
잠시 눈을 붙이려고 하던 찰나, 문이 열렸다.
안타깝게도 자객은 아니었다.
“김철수. 손 좀 줘.”
한세린은 다짜고짜 누워있는 김철수의 손을 잡았다.
“또냐?”
“어. 그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어.”
모르면 몰랐으되, 김철수의 능력을 한 번 빌려본 입장에서 도저히 그 맛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김철수의 능력에는 어마어마한 중독성이 있었다.
“무슨 능력 빌려가고 싶은데?”
한세린은 계속해서 차진혁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중계자의 통찰. 속마음 읽는 게 되게 재밌더라.”
“너도 그런 스킬 있잖아?”
군주들은 대부분 통찰과 관련된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까.
보통은 군주 스킬이 엘튜버 스킬보다 더 효과가 뛰어났다.
“그게 네 중계자의 통찰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비교가 안 될 정도인가?”
“당연하지. 네 중계자의 통찰은 미쳤어.”
“미쳤다고 하지 마라.”
언제부터인가 미쳤다, 라는 표현이 많이 거슬렸다.
“알았어, 알았어.”
한세린은 대충 대답한 뒤 차진혁과 손깍지를 꼈다.
그러고서 은근슬쩍 차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알아서 빌려 가고. 난 잠깐 잔다.”
차진혁은 이내 잠에 빠져들었고 한세린은 약간 분한 눈으로 차진혁을 노려보았다.
깊은 밤 침대.
단둘이 있는데 이렇게 손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없던 정분도 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뭐…… 상관없을지도?’
어차피 방송밖에 모르는 미친놈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방송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미친놈.
당분간 연애나 결혼 같은 것도 안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내 마음대로 손 잡아도 되잖아?’
김철수의 손을 독점하여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꽤 고무적이었다.
어두운 방.
그녀의 눈이 광기로 번득거렸다.
“흐흐흐. 내 거다. 내 손이다……!”
* * *
차진혁이 불로초를 섭취한 시점.
포식의 드라건은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 드디어 완벽한 악마왕이 탄생하셨다.”
과거, 4대 악마군주들 중 남은 악마는 이제 포식의 드라건뿐이었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악마차원들이 이제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악마군주를 뵙습니다.”
수많은 악마들이 드라건을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잡아먹힐 수도 있기에, 그들은 열성적으로 충성을 맹세했다.
“으하하핫! 드디어 악마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구나.”
악마들은 개개인의 힘은 무척 강하지만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작은 규모의 서버들로 나뉘어 있었고 서로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하나의 서버로 통합되면서 포식의 드라건이라는 강력한 악마의 통치 아래, 힘을 합칠 수 있게 되었다.
“악마들이여. 수많은 이들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태어난 이들이여!”
수많은 악마차원들이 하나로 모이게 되면서 ‘악마 차원’이 정식적으로 승격되었다.
과거, 가르비누가 그토록 염원하던 서버 승격이었다.
“이제 우리도 수많은 서버들과 연결이 될 것이다.”
전 우주에 수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수호수가 차원의 경계를 약하게 만들어 동기화를 쉽게 도와줄 터.
우주 곳곳으로 악마들이 뻗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라. 파괴하라. 그리고 지배하라!”
악마들은 세계 곳곳에 생겨난 워프포탈을 통해 타 서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포식의 드라건 또한 직접 움직였다.
“이곳이 어디냐?”
인간 형상을 하고 있는 한 악마가 말했다.
“이곳은 지구 차원입니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서버인 듯합니다.”
“신생서버?”
드라건은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신생서버에는 신생서버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하는 법.
“어린 악마들이 움직여라.”
드라건에게는 큰 포부가 있었다.
‘지구의 모든 녀석들을 굴복시키고 노예로 만들어서 악마왕께 바치는 것이다!’
악마왕께서 크게 칭찬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