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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32화 (432/437)

432화

다칸은 정신계마법의 권위자였다.

그렇기에 목소리가 얼마나 고등한 정신계 마법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확실한 에고를 가진 무구가 있다고?’

이론상 이렇게까지 완벽한 자아를 가진 무구는 존재하기 어려웠다.

만약 존재한다고 하면, 애초에 강력한 에고가 무구에 삽입되었을 것이고, 인위적으로 증폭/강화되어 여지껏 유지되었겠지.

엄청나게 정교하고 강력한 정신계 마법의 흔적이 느껴졌다.

“설마……!”

다칸이 눈을 부릅떴다.

“선조, 제널드 경이십니까?”

다칸은 정신계학파 중에서도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제널드 학파 소속의 마법사였다.

제널드 학파는 다른 학파와 다른 특이점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때가 이르면 제널드 학파를 창시한 제널드가 재림할 것이라는 내용이 학파의 가르침에 꼭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그걸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아무튼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전해져온 가르침이었다.

그렇다, 이 빡대가리 놈아.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걸 보니 내 학파의 제자들 중 한 명이렷다?

다칸은 고개를 조아렸다.

정말로 제널드가 다시 찾아오다니.

학파의 마법사들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면 과연 믿어줄 것인가.

‘아니! 내가 믿게 할 필요도 없지.’

김철수가 언젠가 세상에 공개할 테니까.

그는 김철수의 방송을 보지는 않지만 김철수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이 내용이 방송을 타기만 한다면 대륙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제널드 학파의 마법사들이 똘똘 뭉칠 수 있을 것이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안내ㅎ…….

차진혁이 말을 끊었다.

“그쪽은 누구십니까?”

“나는 이 저택의 집사장, 키옌 가문을 수호하는 수호 마법사,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다칸 님이시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하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제법 귀여운 외양의 펭귄수인.

아마도 시청자들이 꽤 좋아할 것 같았다.

다칸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감히 제널드 경의 말을 끊어?”

분노해서 더 귀여워진 펭귄의 모습에 차진혁은 공손하게 물었다.

“위대하신 마법사 다칸 경은 제널드 경의 말을 다 들어주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다. 제널드 경은 본 학파의 정신적 지주이시니.”

“……그렇군요.”

전설적인 7대 가문 중 하나.

키옌 가문에서 살벌한 모험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실패해 버렸다.

이번 콘텐츠에서 쫄깃한 긴장감은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다.

우주급 시나리오를 너무 쉽게 깨버릴 것 같았다.

대신 이렇게 귀여운 펭귄 수인이 나타났으니 귀여운 컨셉의 방송은 할 수 있겠지.

“정말 운이 좋게도 저는 제널드 경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뭐? 그게 정말입니까?”

친구라기보다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던 고검은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 그래.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

“제널드 경, 다칸 경.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시나리오 클리어 전에 분량 좀 뽑기로 했다.

* * *

쫄깃한 모험을 포기한 대신 이 귀여운 펭귄 수인과 신비가문 키옌에 더 집중하기로 한 차진혁은 응접실에 앉아 다칸과 대화를 나누었다.

“저는 제널드 경에게 고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제널드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알았군요.”

세상에 그렇게 무례하다니!

제널드 학파의 초대 마법사 제널드에게 오래된 칼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피에 미친 대마법사 제널드에게는 엄청난 모욕이었다.

다칸은 불쾌해졌지만 감히 제널드의 친구에게 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널드. 너는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우주급 시나리오가 이렇게 쉽게 풀릴 줄 누가 알았겠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진 고검은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런 것 같군. 하, 하하!

“고맙다, 제널드. 넌 참 대단한 녀석이야.”

고검은 왠지 모르게 두려워졌다.

차진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그 안에 은은한 노기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을 눈치채지 못한 다칸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럼 위대하신 제널드 경께서 제 마인드 컨트롤 마법을 막아주신 것입니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제가 저들에게 마인드 컨트롤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내가 왜 막아?

“하지만 분명히…….”

고검은 혀를 쯔쯧 찼다.

시냇물을 막으려고 댐을 건설하는 머저리도 있나?

“예?”

네 마법은 그저 시냇물. 아니 옹달샘 불과했다. 옹달샘이 어떻게 홍수를 일으키겠느냐?

차진혁은 조금 아쉬웠다.

사실 그는 다칸의 마인드 컨트롤에 당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독 저항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마인드 컨트롤을 저도 모르게 튕겨내 버렸다.

“……독 저항력이 강해서 튕겨냈다고 하셨습니까?”

다칸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독 저항력이 뛰어나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튕겨낼 수 있다는 연구자료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그냥 저항력이 뛰어난 거 아닌가?’

다칸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사실 다칸의 관심은 차진혁이 아니라 제널드였다.

“제널드 경.”

고검이라 불러라.

“예?”

내 주, 아니 친구가 붙여준 이름이니까…… 소중히 하고 싶군.

“알겠습니다, 고검 경.”

고검은 슬쩍 차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차진혁은 만족하고 있었다.

차진혁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차진혁의 필요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서로 호칭을 통일해야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거라는 그 생각.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서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한다는 그 생각.

고검은 열정적으로 행동했다.

무엇이든 물어봐라. 이것도 연이니 네 질문에 모두 답해주지.

다칸은 크게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기록에 따르면 피에 미친 대마법사, 마법밖에 모르는 외골수, 사회성이 파탄난 개차반 마법사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은 허구였다!

“김철수 경은 그렇다치고…… 저 두 녀석은 보호해 주신 것이 맞으시겠지요?”

다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마인드 컨트롤이 잘 작동했었다.

그래서 두더지 동굴이니 유니콘 동산이니 헛소리를 지껄이지 않았던가.

틀렸다!

“네? 틀렸다고요?”

그럼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거지?

마인드 컨트롤은 마력을 통해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마법이다. 당연히 네 마력과 피격대상자가 연결되어 있지.

“맞습니다. 그 연결이 중간에 끊어졌습니다.”

내 친구가 그걸 끊어낸 것이다.

이쯤되자 다칸은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초대 학파의 수장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과한 거짓말 아닌가.

그 연결을 끊어내려면 정말 정교한 계산이 필요했다.

상대 마력의 성질과 양. 그리고 밀도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끊어낼 수 있을 정도의 정확한 마력양과 성질의 계산하여 절단 마법을 시전해야 했다.

그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며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여도 단 한 번에 그것을 해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원래 마법이라는 것이 공격보다는 방어가 훨씬 더 어려운 종목이었다.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저들이 올 것을 대비하여 장장 14시간에 걸쳐 마법을 준비하였습니다.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계산뿐만 아니라 수많은 마법재료들과 마법진의 도움을 받아…….”

마법을 펼치는 건 순간이지만 그에 따른 준비과정은 굉장히 길었다.

그 준비과정이 길고 정교할수록 더 완성도 높은 마법이 되는 법.

다칸이 펼친 마법은 그런 마법이었다.

“하여…… 매우 완성도 높은 기술을 사용하여야만 제 마인드 컨트롤을 튕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머저리 같은 놈!

“……예?”

극도로 발전된 피지컬은 극도로 정교한 마법과 구분할 수 없는 법.

“그게 무슨…….”

사실 고검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차진혁은 그 어떤 계산없이 그냥 힘으로 마법을 찍어눌렀으니까.

한세린과 테르서 박에게 어떤 외력이 작용하는 것을 느꼈고 그 외력을 부숴버리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을 뿐이었다.

서로 연결되어 마력이 전해진다는 것은 마력의 통로가 존재한다는 것.

그 통로를 부숴버린 것에 가까웠다.

절망하지는 마라. 원래 기술과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니.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긴.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학파의 초대 마법사로부터 위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던 펭귄수인은 시무룩해졌다.

* * *

‘음…… 살릴 만한 분량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대화를 나누던 다칸의 텐션이 너무 낮아졌다.

고검은 다칸을 귀찮아하고 있었고.

출연자의 케미가 그렇게 좋지 않으니 방송이 재미있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속도감있게 빼야겠다.’

차진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칸 경. 제가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알고 계시죠?”

“불로초를 찾으러 온다고…….”

다칸은 반쯤 멍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잘못 찾아온 겁니다. 키옌 가문에 불로초같은 건 없습니다.”

어리석은 놈. 불로초같은 보물의 존재를 한낱 집사장이 알 수 있을 것 같으냐!

초대마법사의 일갈에 다칸은 움찔 놀랐다.

“하지만 이 저택에 제가 모르는 건 없습니다.”

불로초의 존재는 키옌가의 가주도 모르는 일이다. 정보가 분산된 채 철저히 숨겨져 왔으니!

차진혁은 고검이 설치는 걸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쫄깃한 모험 콘텐츠는 포기했으니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다음에는 집에 놓고 오든가 해야지.’

치트키를 쓰고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가주의 서재로 안내해라. 그곳에 봉인된 마법진이 있다.

“가주의 서재에는 그런 것이 없…….”

그러나 있었다.

마법진은 가주의 책상 서랍 속에 그려져 있었다.

참고로 서랍에는 단단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 사라에게 허락을 받은 차진혁이 망치로 깨부쉈다.

‘아다만티움 합금인데……’

겉으로는 작은 자물쇠에 불과했지만 평범한 자물쇠가 아니었다.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자물쇠가 망치질 몇 번에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극도로 발달한 피지컬은 정교한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더니,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책상 서랍 속에 조각된 희미한 마법진.

마법진 중앙에 칼집이 하나 나있을 것이다! 그곳에 나를 꽂아 넣도록!

차진혁은 지체하지 않고 곧장 고검을 마법진 중앙에 꽂아 넣었다.

순간, 수십 갈래의 빛이 뿜어져 나오며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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