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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20화 (42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20화

미리의 손잡이에 힘을 주었다.

-커진다, 커진다, 커진다!!!

미리가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큰 부피의 무기는 다루기 불편하고 쓸모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적을 살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화려한 공격을 위해서라면,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은 꽤 괜찮은 연출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망치.

그것은 차진혁의 저택을 모두 덮고도 남을 만큼 컸다.

“적을 부숴라. 룰을 파괴하는 법칙으로부터 탄생한 무구여.”

후웅-

섬뜩한 파공성과 함께 거대한 망치가 카일의 몸을 강타했다.

“큭!”

카일은 이를 악물고 차진혁을 노려보았다.

“김철수!!!”

그 모습은 무척 비장하고 치열해 보였다.

공중에 붕 뜬 카일이 쿨럭! 하고 피를 게워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검황대원들은 카일에게 숨겨진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뭐가 있다.’

‘저런 공격에 쓰러지실 분이 아냐.’

철푸덕!

카일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대, 대장님!”

“대장님!”

위기감을 느낀 건 검황대원들뿐만이 아니었다.

차진혁도 큰 위기감을 느꼈다.

‘서, 설마 죽었나?’

차진혁은 얼른 카일에게 달려갔다.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검황대장이 왜 이렇게 약해!’

그냥 화려하게 때렸을 뿐인데 이러면 어떡한단 말인가.

가르비누 사건 때문에 힘조절 한다고 했는데 실패해 버렸다.

“김철수 네 이놈!”

“대장님의 원수를 갚…… 크으윽!”

차진혁이 빠르게 망치를 휘두르자 강맹한 풍압이 검황대원들을 덮쳤다.

살상력은 없었으나 검황대원들의 발을 몇 초 정도 묶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죽지 마라, 카일!”

카일의 입속으로 포션을 흘려 넣었다.

차진혁의 피로 만든 포션이었다.

* * *

온 우주의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검황대장 한 방 컷 실화냐?

-김철수 존나 세졌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함?

이제 사람들도 어느정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저게 레벨 500의 영역인 듯?

-레벨빨이 개오지는 거 같다

그것 말고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설마 가르비누도 진짜 죽은 거 아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쫌;;;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마왕임;;; ㅈ도 모르는 애들이 꼭 이렇게 정도를 모르고 오바를 떤다니까

└가르비누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힘도 다 회복 못했다는 게 학계의 점심.

아무튼 차진혁이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의 근원이 레벨이라는 사실이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

한편, 몇몇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번 현상을 분석했다.

-이거 주작임

-평소의 카일과 공격 스타일도 완전 다름.

‘가르비누가 정말로 죽은 거 아닌가?’ 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는 음모론(?)이었다.

-카일과 김철수가 짠듯.

-일부러 극적으로 연출한 게 틀림없음.

-그럼 이건 승부조작 아님?

평소 김철수를 싫어하는 유저들은 순식간에 불만을 토해냈다.

-개역겹누 ㅉㅉ

-승부조작이라니 이건 선 넘었지

그리고 어느덧 카일도 정신을 차렸다.

“김…… 철수. 부탁이 있다.”

방금의 격돌로 인해 김철수와 자신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술로 어떻게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벽.

극도로 발전한 레벨은 최고난이도의 기술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저 김철수의 자비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

남의 터전에 이렇게 쳐들어왔다는 건 본인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

기사들의 세계에서는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김철수는 우리 모두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옛 정을 생각해서, 내 부하들은 살려주면 좋겠군.”

“…….”

그리고 차진혁은 속으로 무척 기뻤다.

역시 아무나 검황대장의 자리에 오르는 게 아니구나!

‘우리의 전투가 화려하긴 했지만 주작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차진혁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아마 카일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 저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부러 화려한 공격으로 이목을 끌었다’라는 것에 명분을 주기 위해서.

애초에 김철수를 상대로 이길 생각은 없었고, 그저 부하들의 목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대장으로 연출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되면 일부러 화려한 공격을 한 것도 설명되고, 카일의 희생을 통한 감동연출도 될 거 같고.’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

차진혁은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듯 일부러 침묵했다.

“안다. 너 또한 긍지높은 검객이니 우리를 살려둘 수 없겠지.”

카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류배우 뺨치는 연기솜씨(?)에 차진혁은 몹시 설렜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카일이 차진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의 피로 저들을 용서해 줄 수는 없는가? 저들 또한 황가의 명을 받들었을 뿐이니.”

“…….”

그 말에 검황대원들은 검을 쥐고서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님! 약한 소리 마십시오!”

“대장님과 함께 죽더라도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검황대입니다!”

차진혁은 검황대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담아냈다.

저들의 얼굴에는 진심이 가득해서 저 열기가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에게도 생생히 전달될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명예로운 검황대입니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서 차진혁과 싸우기로 작정했다.

그때, 차진혁이 미리를 인벤토리에 넣고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네 진심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카일.”

차진혁은 위대한 리더 카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서 안내해라. 너희와 함께 가겠다.”

“…….”

카일은 복잡한 표정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서 오히려 순순히 잡혀주겠다니.

카일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김철수는 단순히 미친놈이 아니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너그럽게 미친놈.

좋게 표현하면 왕의 자질이 있는 미친 자였다.

“이참에 나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카일은 차마 차진혁을 포박할 수 없었다.

아주 작게 속삭였다.

“황가는 너를 어떻게든 악마의 후예로 만들 작정일 거다.”

차진혁의 눈이 반짝거렸다.

오히려 좋았다.

간만에 참교육 콘텐츠를 찍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황가 참교육?’

제목만 봐도 어그로 냄새가 물씬 풍겼다.

* * *

스웨딘 제국의 1황자 델리악크 드막 스웨딘.

그는 아버지인 황제를 찾아 반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모든 오물은 제가 뒤집어 쓰겠습니다, 폐하.”

김철수는 그 존재자체가 스웨딘의 오점이었다.

검객이 아닌 엘튜버가 검황전의 우승자라니.

검황대장을 꺾었다니?

김철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스웨딘의 가치를 좀먹는 벌레였으므로 어떻게든 처치해야만 했다.

“그자는 자신의 결백을 검증받고자 황궁을 찾아온다 하였습니다. 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폐하.”

“어떻게 할 생각이냐?”

“그자에게는 사왕급 이하의 독은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왕 중의 사왕. 백사왕(白巳王)의 독이라면 얘기가 다를 것입니다.”

백사왕의 독은 황궁 보물창고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가르비누와 그를 따르는 영웅들이 힘을 합쳐 토벌한 백사왕으로부터 추출한 독액이었다.

“공기와 만나 반응하면 무서운 독무로 변할 겁니다. 그리고 창고에는 백사왕의 머리가 있습니다. 독에 중독된 상태로 백사왕의 눈을 마주치게 한다면…… 그자는 돌로 변할 것입니다.”

돌로 변한 김철수를 부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김철수는 황궁 안에 갑자기 발생한 차원균열에 빠져 실종되었다- 라고 발표될 것이었다.

“물론 백성들은 믿지 않겠지요. 이 우주에는 철수랜드라는 지나치게 거대한 세력도 존재합니다. 그들은 납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제 목을 내놓으려 합니다. 아직 죄가 증명되지 않은 명예시민을 죽이기 위해서 이 정도 값은 치러야겠지요.”

이슈는 더 큰 이슈로 덮는다.

김철수를 악마로 몰아가기 위해서 황자의 죽음을 제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었다.

“…….”

황제는 한참을 고심했다.

사랑하는 아들이냐, 제국의 존망이냐.

“김철수를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제국을 집어삼킬 겁니다, 폐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아니, 나는 그럴 수 없다.”

결국 황제는 아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훗날 김철수가 제국에 위협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그를 없애기 위해 아들을 잃는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말에 델리악크는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무릎을 꿇은 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아버지의 눈으로 본 아들은 비 맞아 떨고 있는 아기사슴 같았다.

여지껏 계속 ‘폐하’라 부르던 그가 ‘아버지’라 부르자, 황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너도 두려웠구나.’

너무나 당당히 말하길래 그 어떤 두려움도 없는 줄 알았다.

제 아들은 철혈의 피를 가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너도 그토록 무서웠을 것을…….’

황제는 아들에게 다가가 아들을 안아주었다.

‘10년 만인가.’

어린 시절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정사가 너무 바빠서, 조금은 어색해서, 아들의 마음이 여려질까 봐, 아들에게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푹! 소리가 들렸다.

백사왕의 독을 바른 단검이 황제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폐하.”

“……델리…… 악크.”

쓰러진 황제를 바라보는 델리악크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델리악크는 황제를 옥좌에 앉힌 뒤 명령을 내렸다.

“황제폐하의 명이시다. 김철수가 황궁에 들어오는 즉시 총공세를 펼쳐 그를 사살하라.”

오늘은 아주 끔찍한 날로 기록될 것이었다.

악마의 피를 이은 괴물이 황제를 살해당한 날.

그리고 역사는 새로운 영웅을 노래할 것이었다.

“곧 아름다운 날이 도래하겠어.”

악마로부터 아비를 잃은 자식이 기어이 피의 복수를 해내는 이 영웅담은 제국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겠지.

* * *

차진혁은 카일의 안내를 받아 스웨딘 제국의 황성에 진입했다.

“오…… 황성 내부를 직접 송출하는 건 처음아닌가요?”

[최초, 스웨딘 황성 공개!]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였다.

황성을 방송으로 공개할 수 있다니.

‘어?’

그런데 약간 이상함이 느껴졌다.

[방송송출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방송이 아예 끊어진 건 아니었으나 송출이 조금씩 끊겼기 때문이었다.

20억에 달하는 시청자들 중 무려 10억 명이 방송에서 튕겼다.

‘트래픽이 너무 몰렸나?’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중계자의 통찰에 인위적인 감각이 잡혔다.

‘아…… 이거 설마?’

전에도 경험했던 방송을 방해하는 수작.

말하자면 EMP 결계를 황성 내부에 펼쳐놓은 모양이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화가 나지 않는 차진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선 넘었지?”

그리고 검황대원들이 픽! 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비릿한 냄새가 느껴짐과 동시에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독무(毒霧)가 밀려들고 있었다.

카일이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렸다.

“……김철수!”

검황대원들 또한 어지간한 독에는 면역이 있는 상태.

그런 검황대원들이 저렇게 쓰러지는 걸 보면 어마어마한 독이 틀림없었다.

사왕급, 어쩌면 그 이상.

‘일단 김철수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난다!’

잘은 모르겠지만 황궁에 어떤 변고가 일어난 것 같았다.

그런데 차진혁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성 쪽으로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김철수. 고집 부릴 때가 아니다.”

그 또한 이미 속이 미식거렸다.

마력으로 저항하고는 있지만 정말이지 끔찍한 독이었다.

“일단 후퇴…….”

그러나 후퇴할 수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결계가 퇴로를 막아놓은 상태.

결계를 깨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독무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절대결계.”

절대결계가 카일의 몸이 덧입혀졌다.

카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몇 초라도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건가……!’

결계를 부술 시간을 주기 위해 결계를 이쪽에 써준 것이 틀림없었다.

김철수 자신의 방어를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김철수, 너는……!’

이를 악물었다.

김철수가 벌어준 시간을 가치 있게 써야 했다.

최소한 검황대원들이라도 일단 살려야 했다.

‘……응?’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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