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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07화 (40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07화

“아르비스 제일의 의상실 헤르메사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가르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독실한 사제인 그는 명품 의상실인 헤르메사 의상실에 대해 잘 몰랐다.

“디자인을 바꾼다는 건 구조를 변형시킨다는 의미이다. 알고 있겠지?”

“물론.”

이 사제복이 지금의 마법/물리 저항력을 보여주는 것은 지금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물리적 구조가 바뀌면 필연적으로 성능의 하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왜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가르시아는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 애썼다.

‘김철수는 신앙심이 투철한 자다. 대지의 여신에게 그토록 무례를 범했던 암석거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은 거겠지.’

그것이 비록 성능의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신실한 자다.’

3대 제국에서는 김철수를 위험인자로 파악하고 경계하는 모양이었지만 그건 틀린 생각인 것 같았다.

‘김철수는…… 제국에 해가 되지 않아. 교황님께 말씀드려야겠군.’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가르시아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정화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하군.”

“……그런가.”

차진혁은 가르시아의 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화하지 않은 사제복을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남겨두는 거군.’

하나부터 열까지.

방송을 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가르시아는 그만큼 훌륭한 지도자였다.

‘저러니 만유의 성자로 칭송받는 거겠지.’

“싫어서 해주지 않는 건 아니다. 나의 신성력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 더 이로운 방향으로, 조금 더 나의 힘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의 신성력을 베풀고자 함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다른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렇게 명분까지 쥐어주는 걸 보며 차진혁은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어지간한 엘튜버들보다 훨씬 나은 마음가짐과 태도였다.

“반드시 그대가 착용해야 한다. 혹시 다른 이들이 그걸 탐내 잘못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사제복의 영향을 받아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차진혁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자가 나타나게 되는 법. 그때가 오면 오염의 효과가 크게 발동해서 굉장히 자극적인 콘텐츠가 될 것이니 미리 준비를 해두어라.

며칠 뒤, 차진혁은 카트리나와 헤르메사 의상실의 도움을 받아 오염된 사제복으로 방어구를 하나 제작했다.

방어구를 착용한 차진혁을 본 카트리나의 대흉근이 꿈틀거렸다.

“오…… 역시 안 되겠어. 나랑 결혼해, 오빠.”

차진혁이 얻게 된 이 아티팩트는 여러가지 의미로 커다란 화제를 몰고오기 시작했다.

* * *

아르비스 최고의 의상실로 불리는 헤르메사 의상실의 의상실장이자 수석디자이너.

햄스터 수인족 콩코룰르는 반가은 표정으로 카트리나를 맞이했다.

“카트리나. 오랜만이야, 찍!”

콩코룰르는 카트리나의 손바닥 정도로 작았지만, 명성만큼은 카트리나보다 더 드높았다.

“가문에서 인정받았다며? 축하해, 찍!”

맨땅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헤르메사 의상실을 만들어낸 입지전적인 인물.

“안 그래도 나도 관심 많았어, 찍! 어떤 옷을 입혀야 철수 님이 더 아름다워질까 고민하느라 잠도 못 잤지 뭐야, 찍!”

“뭐야? 콩코룰르 언니도 철수랜드야?”

“당연하지.”

콩코룰르는 단안경을 고쳐 쓰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 쇼에 세우고 싶어, 찍!”

“하지만 김철수는 모델이 아니잖아.”

모델이야말로 재능을 타고나야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물론 모델 계열 직업으로 각성하여 여러 가지 스킬과 후보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인 재능이 가장 중요한 업계가 바로 모델계.

‘게다가 김철수는 너무 잘생겼는데? 모델한테 불리한 거 아닌가?’

그 정도 되면 옷이 아니라 김철수에게 시선이 가기 마련이었다.

모델로서 완전한 장점은 아니었다.

“상관 있어, 찍?”

카트리나는 김철수의 외형을 떠올려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툼한 승모근이 움찔거렸다.

“하긴. 상관없겠다.”

“안 그래도 지구의 왕유미에게 연락을 넣어서 미리 회의를 해놨고 시안 몇 개 잡아놨거든? 봐볼래, 찍?”

* * *

카트리나는 철수랜드이기도 했지만 장인이기도 했다.

디자이너인 콩코룰르와는 부딪치는 지점들이 존재했다.

“글쎄…… 디자인 때문에 효과를 포기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니까. 그게 말이 돼, 오빠? 오빠는 던전 솔로잉도 진행하는 미친놈인데, 어떻게 성능을 포기할 수가 있겠어? 내 말이 맞지?”

차진혁은 카트리나가 내민 시안들을 몇 개 살펴보았다.

“그러니까, 이 시안들 중에 골라야 한다는 거지?”

“맞아. 내가 추천하는 건 이거야.”

붕대를 칭칭 감아놓은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이런 형태를 했을 때 마법 방어력이 중첩되는 효과가 있을 거야. 아마 탁월한 방어구가 되겠지.”

“이건?”

차진혁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제복 형태였다.

“이건 쓰레기야. 보지도 마.”

오염된 사제복은 원래부터 마법/물리 저항력이 뛰어난 아티팩트.

그것을 차진혁의 몸에 맞추어 재단하면서, 저항력을 압축시키는 작업을 선행해야 했다.

물론 손해 보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크기가 작아지는 만큼 저항력이 더 강해진다고 보면 되었다.

“멋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본질을 잊었어. 그 엄청난 원단을 갈아넣어서 만드는 건데 저항력이 원래 수준밖에 안 돼. 콩코룰르 언니는 사람은 참 좋은데 생각이 좀 부족한 거 같아.”

아주 황당한 얘기도 있었다.

“게다가 잘 찢어진대. 뭐 시간 지나면 원상복구 마법을 넣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야? 찢어지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

“이걸로 해야겠다.”

“역시 그럴 줄…… 응? 왜?”

카트리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차진혁이 제복 형태의 옷을 골라버린 것이었다.

디자인만 예쁘지 성능은 훨씬 후졌는데 왜?

“요즘 깨달음이 있거든.”

제4지옥의 미공략 던전 공략.

아르비스 출신 최상위급 암살자들과의 흥미진진한 결투.

우주급 시나리오.

숨어있던 던전보스. 고대 암석거인과의 살벌한 전투.

이 콘텐츠들은 차진혁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콘텐츠들이었다.

이른바 대형 콘텐츠.

대형 콘텐츠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대형 콘텐츠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온 것들이 있었다.

[김철수 상체짤]

[조각 보고 가세요]

-미쳤다 ㅠㅠㅠㅠㅠㅠ

-나 입틀막해짜너 ㅠㅠ

-살아 있기를 잘했다 ㅠㅠㅠ

바로 김철수가 상의를 탈의한 모습.

그리고,

[두더지 우먼 미모 수준 보소]

-두더지 우먼 몸매 미쳤누

-김철수는 세금 더 내야 한다

두더지우먼이 이번 원정에서 활약한 모습들이 어마어마한 화제가 되었다.

-뭔 소리임? 두더지우먼이 세금 더 내야지

-철수 님 실물영접하는데 두더지우먼이 계 탄 거 아니냐?

-두더지우먼 님 업계포상 못 봄? 김철수가 세금 더 내야지

약간 의견이 갈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나는 아직도 미인계가 어렵긴 한데.”

그나마 사물을 상대로 하는 미인계나 좀 할 줄 알지, 사람을 상대로 하는 미인계는 여전히 많이 힘들었다.

“옷만 잘 챙겨입어도 미인계라고 하더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어력은 좀 부족해도 미인계가 가능해진다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심지어 잘 찢어진다니.

굳이 이런저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노출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티팩트는 성능이 제일 중요한 건데!’

던전 솔로잉까지 진행하는 엘튜버인데 당연히 저런 겉멋보다는 성능이 중요하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 또한 철수랜드.

‘근데 엘튜버로서는 저게 맞을지도…….’

카트리나는 풀이 죽은 채 콩코룰르에게 돌아갔다.

“……나는 아직 멀었나 봐, 언니.”

어지간하면 잘난 척을 하고 싶었던 콩코룰르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뭐, 장인이랑 디자이너의 시선이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 찍.”

카트리나의 어깨에 앉아 그녀의 승모근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하지만 철수랜드로서는 쪼꼼 실망이야, 찍.”

“……반성할게.”

오늘따라 카트리나의 승모근이 평소보다 작아 보였다.

* * *

온갖 커뮤니티에 김철수란 이름이 도배되었다.

-김철수 제복 봤음?

-나 제복 좋아했네 ㅠㅠㅠㅠㅠㅠ

-진짜 만화에서 보던 비주얼임

-사랑해 철수야…… 나 변태가 된 거 같아.

[김철수 제복짤]

[김철수 제복핏 미쳤음]

폭발적인 반응에 차진혁은 자신의 전략이 적중했음을 느꼈다.

엄청난 희열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반응이 엄청나군.”

엘튜버로서 착실히 성장해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무척 좋아진 그는 다시금 훼일러 가문을 찾았다.

“이번에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고행을 부르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기는 했지만 저번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이템을 진작에 맞췄어야 했네요.”

제복을 입고 등산을 하는 모습이 약간 이질적이기는 했지만 시청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제복 사랑해 ㅠㅠ

-미쳤다 ㅠㅠㅠ 개이쁘뮤ㅠㅠㅠ

-김철수 사랑해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네

-진짜 얼굴을 말할 것도 없고 성격까지 갓벽하고 호감이고 사랑이야

등산으로 성격이 보이는 건 아니었으나 아무튼 이런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형형색색의 하트가 쏟아지고 좋아요 숫자가 크게 늘었다.

후원도 훨씬 많이 늘었다.

그저 등산하고 있을 뿐인데 실시간 시청자 숫자가 26억을 돌파했다.

‘아이템의 성능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엘튜버로서 한 발자국 더 전진하게 된 느낌.

‘다음에 옷에 조명효과나 바람 불어서 앞머리 흩날리는 효과 같은 거 넣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신체적인 능력만 믿고 아이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걸 약간 후회했다.

비약적으로 높아진 마법방어력 덕분인지, 눈보라의 영향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

훼일러 가문의 가주 가르시아가 정문 앞에 나와 있었다.

* * *

가르시아의 부관이자 재무집행관.

표범계 수인족 게르독의 꼬리가 바짝 섰다.

“가주!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물론 말이 되지 않는가?”

최근, 훼일러 가문은 공문서를 통하여 김철수에게 협조 요청을 보냈다.

고대 암석거인의 사제복의 자투리 원단을 훼일러 가문에 기증해 줄 수 없겠냐는 제안서였다.

이미 모든 마법/물리 방어력을 차진혁의 제복에 압축시켜 몰아넣었기에 실질적인 기능은 대부분 사라진 사제복.

그렇지만 역사적 가치는 충분했다.

삐뚤어진 신앙심과 잘못된 사랑이 어떤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한 교훈을 남길 수도 있었고.

가르시아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차진혁은 그것을 수락했다.

게르독은 관자놀이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러니까 그 보답으로 성마봉인전에 참여시켜주겠다는 말씀이시죠?”

“그렇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아르비스 서버에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약 500년에 한 번, 차원문이 열리고 이계의 악마들이 소환된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마물들보다 훨씬 흉폭했고 교활한 악마들.

아르비스는 헬렌 제국을 필두로 하여 차원문을 봉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게 바로 성마봉인전이었다.

대부분의 작업은 신성력을 지닌 사제들이 진행하지만 무력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봉인과정에서 몇몇 악마들이 차원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되니까.

게다가 고위귀족 이상의 대악마가 나타나게 되면 이쪽도 꽤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가주는 지금 그게 아주 영광스럽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영광스럽지 아니한가?”

게르독은 가르시아를 존경했지만 가르시아가 약간 미친놈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1. 성마봉인전은 성스러운 전쟁이다.

2. 성스러운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영광이다.

3. 그러므로 김철수는 이 영광에 함께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우리를 생각해서 자투리 원단을 가져온 김철수에게 선물로 성마봉인전에 참전시킨다는 게 맞죠?”

“물론.”

가르시아는 은은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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