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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79화 (37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79화

황금빛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미리를 휘둘렀다.

무명은 속으로 차진혁을 비웃었다.

‘그런 단순한 궤적의 공격따……!’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배율 촬영의 피사체가 된 까닭에 몸동작이 지나치게 느려졌다.

‘재생 송출만 느려지는 거 아니었나?’

피사체를 진짜로 느리게 만든다고?

이건 엘튜버가 아니라 디버퍼의 능력인데.

무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으나 지금으로서는 피할 재간이 없었다.

그는 쇄도하는 미리를 뜬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묵검 아르테달이 그러했듯 황금빛으로 빛나는 미리의 잔상이 남았다.

번쩍!

빛이 터지는가 싶더니, 차진혁이 작게 읊조렸다.

“쾅. 머리가 땅에 떨어집니다.”

쾅!

거대한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땅이 흔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희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여기저기 돌파편이 튀었다.

이윽고 흙먼지가 걷히기 시작했고 두 발을 딛고 선 차진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묵색의 옛 검이 지고.”

차진혁의 시선이 닿은 바닥.

무명의 몸이 거꾸로 땅에 박혀 있었다.

“새로운 무황의 탄생을 알립니다.”

그 광경은 마시멜로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달되었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와…… 간지 미쳤다 ㅋㅋㅋㅋ

-저게 중2처럼 안 느껴질 수도 있구나

-중2가 김철수고 김철수가 중2다.

이제 차진혁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멋들어진’ 대사를 내뱉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워낙 익숙해져서 아주 자연스러웠다.

어색한 구석이 하나도 없이 대사를 내뱉으니 특유의 오글거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글거림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하네 ㅋㅋㅋㅋ

-스타성 미쳤누 ㅋㅋ

-와 진짜 지린다

-중완김이네 ㄷㄷ

오늘의 영상으로 인하여 ‘중완김(중2병의 완성은 김철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차진혁은 무명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고서는 바닥에서 무명의 몸을 무 뽑듯 뽑아냈다.

-설마 죽었나?

-에이 검황전에서 사망사고는 좀 오바지

그런데 시청자들의 분위기와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수많은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명의 어깨 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네 살기의 대가다.”

차진혁은 머리가 없이 축 늘어진 시체를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저만치 멀리, VIP석에서 관람 중인 스웨딘의 황자 델리악크는 피식 웃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군. 묵검 아르테달의 고유능력은 결코 결계를 부수는 힘 따위가 아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무명이 오른 손에 쥔 묵검 아르테달.

그로부터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리는가 싶더니 무명의 몸을 뒤덮었다.

차진혁이 날카로운 살기를 느꼈을 시점.

이미 무명은 차진혁의 등 바로 뒤에 도달했다.

‘아까보다 더 빨라?’

푸욱!

절대결계를 사용하여 목을 보호했으나 아르테달이 닿은 곳은 차진혁의 허벅지였다.

아르테달이 허벅지 깊이 박혔다.

어느새 무명의 머리는 완전히 복구된 상태였다.

관중들은 술렁거렸다.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

“어떻게 살아남?”

-개빨라졌는데?

-체력까지 회복된 듯?

무명이 차진혁의 허벅지에 박혔던 검을 뽑아내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차진혁은 왼손으로 상처를 누르며 지혈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무명은 여유로이 웃으며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자칭 무황이 탄생했으나 또한 사라지는 날로 기록되겠군.”

그리고서는 침을 퉤! 뱉었다.

“한낱 엘튜버 주제에 오만하기는.”

차진혁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픈가? 말이 없군.”

“…….”

정신이 없고 당황스러워서 말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차진혁이 말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르테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일락 말락 하는데?’

아예 꽁꽁 감추고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 능력을 보인 상태.

조금만 더 보면 보일 것 같았다.

‘회복의 개념은 아닌 것 같다.’

차진혁은 눈에 힘을 주고 아르테달에 더욱 집중했다.

무명이 아르테달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다.

무명은 허탈한 듯 말했다.

“이렇게 한심한 놈이었나? 겨우 이 정도 부상에 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겨우 이까짓놈 때문에 산디에므와 헬람 경이 세상을 뒤로하고 나를 떠나버린 것인가.

겨우 이런 엘튜버 하나 때문에!

‘눈에 초점이 없군.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무명은 하늘로 떠난 산디에므와 헬람을 위해 묵념했다.

‘당신들의 원수를 갚았습니다.’

한편, 무명이 방심해 준 덕택에 시간을 번 차진혁은 드디어 읽어낼 수 있었다.

차진혁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묵검 아르테달에 비기는 바로 [시간 역행]이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한 시점을 설정해놓고, 그때의 몸으로 계속해서 회귀하는 능력인 것 같군요. 아, 이거는 불법이라고 해야 할지 편법이라고 해야 할지.”

시스템은 회귀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간 역행은, 말하자면 회귀에 가까운 능력이었는데 시스템이 이를 인정할지는 미지수였다.

‘관리자들 발등에 불 떨어졌겠네.’

저 아이템을 회수해야 한다느니 어쩐다느니.

저걸 인정해야 한다느니 않아야 한다느니.

차진혁 입장에서야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었지만.

‘놈은 나와 싸우기 직전의 상태로 시점을 설정한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체력이 부족해질 때마다 놈은 시간역행을 사용하여 최적의 몸상태로 돌아갈 테니까.

‘근데 저걸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나?’

아무리 아르테달이 전설적인 보구라고 해도, 기적에 가까운 그런 권능을 연달아 사용할 수 있나?

‘아마 없겠지?’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올렸다.

어느덧 허벅지에서 흘러나오던 피는 멈춘 상태.

무명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이래야 의미가 있지.”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의 애송이를 죽이는 건, 그들에 대한 애도가 되지 않을 터.

무명은 자신 있었다.

‘이미 네놈은 온몸이 만신창이다.’

이제는 시간싸움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무명 자신의 편일 것이 틀림없었다.

* * *

차진혁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한 번에 안 되면 여러 번 죽이면 되겠지요.”

어차피 시간 역행이 무한하지는 않을 터.

제한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수다 보면 결국 재생하지 못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쾅. 머리가 떨어집니다.”

“쾅. 머리가 재차 떨어집니다.”

“쾅. 머리가 7번 떨어집니다.”

연거푸 7번.

아까와 같은 방식의 연출을 사용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거 혹시 재방송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힘들긴 힘드네.’

저쪽은 시간역행을 통해 계속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복귀했으나, 차진혁은 점점 더 지쳐갔다.

차진혁만 지친 것이 아니었다.

-헥…… 헥! 이, 이제 조금은 쉬고 싶은데.

-너무 굵고 단단해서 아파요.

몸을 섞고 싶다며 잔뜩 흥분했던 미리도 어느덧 슬슬 질려가는 듯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너무 단단해.

-너무 아파.

거기서 차진혁은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단순히 실력 차로 밀리는 게 아니다.’

계속 겪다 보니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놈은 최상급 아티팩트들을 온몸에 두르고 있어.’

비단 아르테달뿐만 아니라 온몸을 특수한 아티팩트들로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템빨’이었다.

“이제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군, 김철수.”

무명이 씨익 웃었다.

“네놈이 자랑하는 그 전능의 연출가도 사용하지 못할 수준인가?”

“…….”

지친 것은 사실이었으나 ‘전능의 연출가’를 아예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무명이 ‘전능의 연출가’의 카운터를 준비해 왔을 확률이 높아 쉽사리 사용하지 못할 뿐이었다.

‘무슨 아이템을 두르고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아이템을 감정할 수 없도록, 수많은 방법들을 취해놓은 것 같았다.

시간적, 심적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 무명의 모든 아티팩트들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차진혁은 잠시 생각했다.

‘여기서라도 미리랑 서약을 맺을까?’

그러나 무명이 그럴 틈을 줄지도 미지수였다.

‘이거 위기네.’

연출된 위기가 아니라 진짜 위기.

그렇지만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조회수 대박 나겠다.’

* * *

마시멜로의 영상으로 김철수를 접한 김민지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너무 감동적이야.”

“뭐가 그리 감동적이십니까?”

“철수 님 얼굴.”

김철수의 팬인 최갑수조차도 김민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쉘비, 김 이사엘이랑 관계성도 너무 좋고.”

“……그렇습니까?”

“김 이사엘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 한 마디를 봐봐. 김 이사엘은 우주를 선물 받았다고.”

“…….”

방송에 흠뻑 취해 있던 김민지가 버럭! 소리 질렀다.

“심판 새끼는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승패는 이미 한참 전에 났잖아!”

“……끼어들 타이밍을 놓친 것 같습니다…… 마는 아마 매수되었겠지요. 다소 티 나게 저러는 걸 보면 아마 제국 급에서 움직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민지는 한참을 씩씩대다가 벌떡 일어섰다.

“개빡치게 하네.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이럴 거면 심판이 왜 있고 주최 측은 왜 있어?”

지금 당장에라도 날아가서 깽판을 칠 것 같은 편애광신의 광적인 모습에 최갑수는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대놓고 움직이시다가 강제로 동면 들어가시게 되면 앞으로 김철수 방송 못 보게 될 텐데요?”

지나치게 까불면 김철수 방송을 못 보게 된다는 말은 김민지에게 특효약이었다.

“그럼 어떡해! 쟤들이 대놓고 저렇게 치사한 술수를 부리고 있는데. 게다가……!”

편애광신 김민지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비겁하게 템빨이잖아!”

“템빨이 비겁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비겁한 거 아니지. 나도 내 무구 창고를 열 거야.”

김민지는 씩씩대며 허공에 수인을 맺었다.

허공에 생겨난 황금문을 보며 최갑수는 감탄했다.

‘저게 신의 보물창고로 이어지는 신문(神門)!’

저 안에는 세상 모든 종류의 보구가 잠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김민지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를 호출했다.

“제보할게요. 여기 훔치기 엄청 좋은 곳이 있거든요.”

김민지가 호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천사소녀 송하영.

김민지는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훔침당한 거는 어쩔 수 없잖아, 그렇지?”

“……훔침당하신다고요?”

“이제부터 저 문은 영감의 보물창고로 통하는 문이야. 알겠지?”

“어…… 그러니까 저게 제 창고이고. 저는 창고가 털릴 운명이군요?”

“아 진짜 어쩔 수 없다. 하필이면 세계 최고의 도둑이 와버렸네. 이건 내 잘못 아니다. 알지?”

한편, 최갑수의 공방에 들어선 송하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황금문을 바라보았다.

척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여기가 최갑수 선생님의 보물창고라고요?”

“그…… 렇네.”

“여기서 훔칠 수 있는 것들을 훔치고요.”

“……그렇지.”

“그걸 어떻게 처리하든지 제 맘이고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아무래도? 같네?”

“크흠! 그런 거네.”

최갑수는 헛기침을 하며 송하영의 눈을 피했다.

“나중에 문제 삼으시려고 그러는 거 아니죠?”

세상에 어느 바보가 자기 보물창고를 도둑한테 내준단 말인가.

“절대 그럴 일 없네.”

“…….”

송하영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최갑수를 바라보자 최갑수는 변명하듯 말했다.

“그…… 신의, 아니, 트리니티의 보물창고를 털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 자체만으로도 도둑에게는 좋은 기회일 텐데. 왜 그리 망설이는 거지?”

“음. 하긴 그건 그렇네요.”

송하영은 활짝 웃었다.

“그럼 털어보겠습니다.”

송하영이 편애광신의 신문을 열자, 황금빛이 뿜어져 나와 송하영의 몸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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