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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71화 (37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71화

차진솔은 핸드폰 액정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아 개짜증 나!”

분풀이를 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차마 최신형 핸드폰을 향해 주먹질을 할 수 없던 그녀는 이내 살포시 주먹을 내렸다가 문득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내가 진짜 힐러라면 부서진 물건도 고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넓은 의미에서 그것도 힐러잖아?’

이거, 연습해 볼 가치가 있을지도?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을 때.

차진혁이 물었다.

“왜? 뭐가 잘 안 돼?”

“검황전 신청이 거절됐어!”

“왜?”

“오빠가 검술계열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검술계열 플레이어가 아니면 검황전에 참여를 못한다고? 그런 규정은 없을 텐데?”

알아보니 그런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로 검술계열 플레이어만 참여하기는 했다.

전 우주에서 날고 긴다는 검술가들이 모이는 축제이니만큼, 검술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웠으니까.

“내가 당장 항의해야겠어. 그런 규정도 없는데 왜 접수가 거부되고 난리야?”

……라는 내용은 꽤 이슈가 되었다.

과연 엘튜버가 검황전에 참여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이 일었고, 결국 검황전을 주체하는 피사트 가문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검황전은 검을 다루는 무인들의 축제. 그러므로 검황전에 참여하고 싶은 자들은 검술가 계열의 플레이어로 한정합니다. 단, 본인의 검술 실력을 인증했을 경우에 한하여 참가자격이 주어지며, 인증은 본가의 심사관이 직접 진행합니다. 여러가지 요건들을 고려하여 심사 기회는 인당 한 번으로 제한됩니다.]

차진혁은 약간 고민에 빠졌다.

“이거 때문에 내가 검술계열로 전직하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러면 결국 검술 실력을 인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검을 손에서 놓은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

이제는 검보다는 망치가 훨씬 더 손에 익었다는 것이었다.

“피사트 가문쯤 되는 가문의 심사가 허술할 리는 없잖아.”

게다가 심사의 기회는 인당 1회.

한 번에 합격을 해야 검황전에 참가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오빠가 아무 검이나 들어도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이왕이면 손에 익은 게 좋지. 내가 무슨 진짜 검술가도 아니고.”

차진혁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미리. 너 검으로 모습 못 바꾸냐?’

미리는 요즘 여러가지 기술들을 치열하게 익히고 있는 중.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파괴력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정밀한 공격을 위해 한 ‘점’에 모든 파괴력을 집중시키기기도 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는, 무구로서 아주 훌륭한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었다.

미리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모, 모습을 바꾸는 것까지는……!

그리고 또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모습을 바꾸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치열하지 못함’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카트리나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했다.

* * *

카트리나는 이제 굉장히 귀한 몸이 되었다.

길고 긴 방황(?)을 끝내고 가문으로 돌아와 장인으로서의 능력을 갈고닦고 있는 중.

전 우주의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카트리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랭커의 숫자에 비해 장인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그 어떤 랭커가 와도 카트리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최소 1년은 대기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차진혁의 경우에는 얘기가 좀 달랐다.

“요즘 만나기 어렵다던데, 그렇지만도 않나 봐?”

“오빠 정도 생겼으면 나 만나는 거 쉬워. 만나볼래?”

“지금 만나고 있잖아?”

“좀 진하게 말이야. 몸의 대화도 좀 하고.”

그 말에 차진혁의 눈에 생기가 깃들었고 카트리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몸의 대화라고 했지, 싸움이라고는 안 했어.”

“……그게 아냐?”

“이제 나 좀 헷갈려. 고자가 컨셉인지 진짜인지.”

차진혁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보통은 컨셉인 경우가 많지만 방금은 진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육중한 근육을 자랑하는 카트리나여서, ‘몸의 대화를 하자’는 것이 곧 ‘한 번 시원하게 싸워보자’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아 그건…….”

차진혁의 얘기를 듣고 난 카트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네.”

“어려운 게 아니야?”

“극의를 넘어선 무구에게 형이라는 것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니까.”

차진혁은 수첩을 꺼내 메모했다.

[극의를 넘어선 무구]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면 다소 중2스러운 표현이었으나 장인 중의 장인 카트리나가 말하니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있어 보였던 것이다.

“아주 사소한 몇 가지 계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형을 변화할 수 있지. 미리가 스스로의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하는 것의 발전된 형태라고나 할까?”

“그걸 어떻게 하는 건데?”

“최소한 미리와 동급. 혹은 그 이상 등급이면서 검의 형상을 갖춘 무구의 영이 깃들어 있어야 하는데…….”

카트리나는 미리를 들고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손가락으로 세심하게 만지작거렸다.

“그 조건은 이미 달성했잖아?”

“내가? 언제?”

“오빠의 미친짓을 나도 실시간으로 봤는데, 기억 안 나?”

내가 미친짓을 했던가? 차진혁 입장에서는 금시초문이었다.

“피사트 가문의 성유물을 재료로 삼아서 미리를 강화하려다 실패했잖아.”

“……아!”

차진혁은 ‘장인의 입장에서는 그게 미친 짓일지 모르지만, 엘튜버의 입장에서 그건 타당하고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졌다.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 굳이 변명 안 해도 되고. 아무튼 피사트의 성유물쯤 되면 강력한 영이 깃들기 마련이거든. 그렇게 어이없이 파괴되었으니 아주아주 강력한 미련이 남았을 거고 미리의 전신에 깃들었을 거야. 아마 미리 본체는 느끼고 있을걸? 어떻대?”

설명을 들은 미리는 흐흐흐 웃었다.

-어쩐지, 내 공격이 더 날카롭고 집요해졌더라니! 흐흐흐흐!

“미리도 그렇다고 하네.”

“그러면 미리의 몸에 내재된 그 기운을 끌어내서 검의 형상으로 만드는 수련을 하면 돼.”

“그 수련을 어떻게 하는데?”

“그건 나도 모르지? 나는 장인이지 검술가가 아닌걸. 안 그래?”

“그건 그렇지.”

카트리나는 호호호! 웃었다.

“농담이고. 검의 현인 그리들 영감님을 만나 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야.”

* * *

피사트 가문의 가주.

검의 현인 그리들을 만나기 전, 차진혁은 한세린과 잠시 회의를 가졌다.

“그리들이 나를 쫓아내면 어떡하지?”

“뭘 그런 걸 걱정하고 그래? 이미 피사트 가문과 우호협정서 맺지 않았어?”

“맺기는 했는데.”

“일단 한 번 봐봐.”

차진혁은 전에 그리들과 함께 작성했던 협정서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내가 걔네가 끔찍히 소중하게 여기는 성유물을 박살 냈잖아. 덕분에 실시간 시청자 20억도 달성했었고 말이야.”

“아니, 내가 검의 현인이라면 무조건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야.”

“어째서?”

“말하자면 미리에게 깃든 성유물의 영을 이용해서 미리를 검의 형상으로 바꾼다는 거잖아. 그러면 성유물의 일부가 복원되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거고. 그리들 입장에서는 땡큐지. 걱정 말고 그리들과 만나봐.”

한세린의 의견은 정확했다.

그리들로서는 차진혁을 도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통수로고. 우리로서는 김철수 경을 도울 수밖에. 극의에 이른 검객이라면 검의 형상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네. 마음으로 만들어낸 검. 우리는 그것을 심검의 경지라고 부르지. 검객을 꿈꾸는 일만의 새싹들 중 단 한 명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네.”

말하자면 검술가들 중 상위 0.01%만이 도달하는 경지.

그 말을 들은 차진혁은 나름대로 충격에 빠졌다.

‘검왕 시절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그때에는 심검의 경지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본인이 꽤 강한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당장 수련을 시작할 수 있습니까?”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게야.”

그리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미리를 통해 성유물을 일부 복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있었고, 차진혁을 합법적으로 괴롭힐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사실 후자가 더 기쁜 것 같기도 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보군.’

“마침 자네의 스승으로 적임자가 있는데.”

“오, 그게 누굽니까?”

그리들의 호출에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로 검황대장 카일이었다.

“오……!”

옛 검왕시절의 우상.

카일의 등장에 차진혁은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얘기를 다 듣고 난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제가 가르쳐보겠습니다, 가주.”

카일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 * *

카일이 그리들의 부탁을 받아들인 이유는 하나였다.

‘이놈과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

검술가가 아닌 다른 계열의 플레이어와 진짜로 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놈의 피지컬은 완성형!’

그 어떤 계열의 플레이어들보다 더 강력한 육체와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육체로 펼치는 검술과 싸워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차진혁이 조심스레 물었다.

“검황전 전까지,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검황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4주.

차진혁 입장에서는 4주 안에 심검의 경지에 들어서야 했다.

카일은 속으로 비웃었다.

‘만명의 검술가들 중 겨우 한 명만이 들어설 수 있는 경지다. 아무리 잠재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

그러나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시점 너와 비슷한 실력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적절한 행운을 만난 자라면 2주면 충분하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 경지에 이른 자들의 깨달음이라는 것은 1분 만에 찾아올 수도 있고, 10년이 걸려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사람마다 너무 달랐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검술가라 불렸던 이들조차도 반년은 걸렸다.’

다시 말해 차진혁이 검황전에 참여할 수 있을 확률은 전무했다.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지.’

오히려 여기서 기초를 잘 닦아놓는다면, 4년 뒤 다시 열릴 검황전에서 더욱 성장한 김철수와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 단계부터는 몸이 아니라 마음을 수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명상을 통해 네 안의 소우주를 경험하는 방법은 알고 있겠지?”

“…….”

그거 이미 방송으로 많이 보여줬는데.

아쉽게도 카일은 자신의 구독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차진혁은 약간 오기가 생겼다.

자신의 방송을 보지 않았다는 건, 자신을 딱히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경쟁자로 생각했다면 방송을 통해 자신을 분석했을 테니까.

“설마 모르나?”

“알고 있다.”

“그래. 소우주 속에 너와 무구가 연결되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희미하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하여…… 하게 되고…… 하고…… 결국 형(形)에 있어서 자유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매우 지난하고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반년은 걸릴 터.

“팁을 주자면 몸을 최대한 곤고하게 만든 뒤에 명상에 임해라. 몸이 괴로울수록 깨달음에 더 근접할 테니.”

그리고 4주가 흘렀다. 곧 검황전 접수가 마무리될 시점.

상당히 어두운 표정의 차진혁이 그리들을 찾았다.

“무슨 일인가?”

“생각보다 검에 대한 재능이 부족했나 봅니다.”

그리들은 풀이 죽은 차진혁을 보며 괜스레 통쾌해졌지만 인자한 모습으로 위로했다.

“하지만 엘튜버로서의 재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지. 허나 이번 기회가 끝이 아니네. 자네는 아직 젊고 무궁무진한 기회가…….”

말을 하던 그리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차진혁의 손에 피사트의 보구(성유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미리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꼬박 4주가 걸렸네요.”

“…….”

최상의 재능을 가진 자들이 2주라고 했으니, 그 절반 정도인가.

하긴. 내가 진짜로 검에 재능이 뛰어났으면 지구의 검왕 수준이 아니라 우주 단위의 랭커가 되었겠지.

이제라도 적성을 찾아서 다행이야.

차진혁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검황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시험은 누구에게 치르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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