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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63화 (36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63화

‘우리의 계산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화력으로 계산식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건가?’

깨닫기는 했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없었다.

‘오차범위를 이렇게 초월해 버릴 수 있다고?’

일리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라면 저게 가능할까?’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화력에만 집중해서 마법을 전개한다면 저런 공격이 가능할까? 를 생각해 봤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후우.”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담배 연기를 내뿜은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화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게 될 리 없지.”

그녀는 마법수사대의 대장이었지, 마법기사단의 단장이 아니었으니까.

‘근데 알폰소 기사단장이어도 저게 될까?’

그건 미지수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 빌어먹을 놈이 또 온갖 잘난 체를 해대겠군.’

마법기사단의 단장 알폰소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일개 스트리머와 그 동료의 화력보다 약하다고? 와, 그게 가능해? 일리나 너무 멋지다! 푸훕!”

일리나는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김철수와 신유리의 압도적인 화력은 보았다.

이미 일은 벌어지고 있으니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터.

그때, 부대장 멜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장님.”

“왜?”

“빌스마르크 경이…… 저희에게 따로 말씀하신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그 영감이?”

“예.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화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듣고 보니 생각이 났다.

“정말 만에 하나의 경우, 김철수가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화력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인생이란 또 모르는 것이니.”

일리나는 그의 말을 흘려들었었다.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독소가 될만한 마법식을 숨겨놓게. 어차피 전력에는 여유가 있을 테니 서너 명 빼서 운영하면 되겠군.”

일리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빌스마르크는 일리나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듣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빌스마르크는 멜킨을 비롯하여 세 명의 마법사에게 미리 지시를 해놓은 상태였다.

일리나는 이 상황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나 몰래 그 영감의 지시를 수행했다는 말이지.”

“……죄송합니다.”

“문책은 나중으로 미루지. 그래서? 영감이 어떤 수작을 부려놓았지?”

“저 정도 압도적인 화력과 열기와 반응하여…….”

멜킨이 손가락으로 바위산을 가리켰다.

펄펄 끓어오르는 붉은 바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용암?’

멜킨이 작게 말을 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파괴력에 반응하여 용암이 흘러나오도록 세팅했습니다. 목표는 김철수의 말살. 김철수의 화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것이기에 인위적인 티도 나지 않습니다.”

* * *

일리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뱃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대장님이 담배를 버렸어?’

‘엄청나게 다급한 일이 벌어졌군.’

일리나가 명령했다.

“마법수사대 전원. 모든 짐을 버리고 몸을 가벼이 한다. 곧 용암이 산사태처럼 이곳을 덮칠 것이다. 비행 계열 마법을 익힌 자들은 익히지 않은 자들을 안도록. 다들 알고 있겠지만 워프는 금지한다.”

마법 등의 이능이 발생하면, 혹은 거대한 자연재해 같은 것이 발생하면 그 주변에 강력한 마력장을 만든다.

그 마력장이 마법의 발현을 방해한다.

사소한 마법이야 상관없지만, 워프같이 정교한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잘못했다가는 차원의 틈새에 빠져 미아가 될 수도 있는 노릇.

부대장 멜킨이 외쳤다.

“이봐! 올란! 마이어를 안도록!”

마이어는 ‘저도 비행마법 익혔는데요’ 말하려다가 이내 멜킨의 명령을 이해했다.

‘우리에게도 인원에 여유가 없는 것처럼 연출하시는 거군.’

이쪽에 여유가 생기면 김철수도 구출해야 하니까.

“최대한 높이 오른다. 용암의 열기가 닿는 순간 온몸이 녹아내릴 것이다.”

눈치 없는 한 대원이 물었다.

“저 둘은 어떡합니까?”

“동료들을 구하는 것이 1순위. 시민을 구하는 것이 2순위. 그리고 그 외가 3순위다.”

거창하게 1순위니 2순위니 말을 붙였으나 구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전원, 비상.”

“비상!”

마법사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마법수사대원들은 최대한 뒤로 물리고 일리나만 현장에 남았다.

그녀 또한 멜킨의 뒷덜미를 든 채, 하늘 높이 떠 있는 상황.

그녀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얻어걸린 기분이군.”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되었다. 김철수가 여기서 제거된다는 사실은 틀림없으니.”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인벤토리에서 담뱃대를 꺼내 물었다.

사실 그녀는 이렇게까지 해서 김철수를 제거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 또한 아르비스의 명예시민 아닌가.’

정 아니면 아르비스에 아예 귀화를 시켜도 될 것을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김철수.’

천천히 움직이던 용암은 이제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법수사대의 베이스 캠프는 완전히 집어삼켰고, 이제는 김철수를 덮칠 것 같았다.

그녀는 김철수의 말이 떠올랐다.

“마법수사대의 공격이 생각보다 약해서요. 정밀한 계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 계산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거든요.”

일리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기에 계산이 필요한 것이다.”

무식하게 화력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마법사들은 자신이 어떠한 공격을 했을 때 벌어질 변수들을 예측하여, 그 또한 계산의 범주에 넣는다.

“만약 우리가 너와 같이 강력한 화력을 공격을 진행했었더라면, 이와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정도 화력을 쏟아붓지는 않았겠지.”

단순히 화력만 높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고차원의 세계가 있었다.

“나였다면, 적어도 뇌룡을 소환하여 비행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남겨놓았을 것이다.”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만약 김철수에게 약간의 경험이 더 있었더라면 저렇게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런지.

‘아직 못다 핀 영웅이 여기서 지는구나.’

왜 이 시대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이토록 시기하는가.

“대장님. 계속 여기 계실 겁니까? 자칫 잘못하면 열폭풍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나는 이곳을 지킨다.”

이것은 김철수를 향한 마지막 예의였다.

완전히 빛을 발하기도 전에 꺼져 버릴 별을 위하여.

적어도 그 별을 기억할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명쯤은 그의 마지막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어야겠지.’

* * *

“마법사들은 모두 도망쳤어요.”

“예, 압니다.”

차진혁으로서는 아주 기쁜 일이었다.

“마법사들이 본인들의 짐을 모두 버리고 베이스 캠프까지 다 버려둔 채 황급히 비행마법을 펼치고 있습니다. 비행마법을 익히지 않은 동료들을 안아서 대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모습이 굉장히 긴박해 보여서 긴장감을 연출하기 딱이었다.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용암이 밀려드네요. 열기가 가득합니다. 마치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1인칭 시점으로 시청하고 계신 시청자분들은 시청에 유의 부탁드리니다.”

차진혁의 마음이 몹시 풍족해졌다.

자연재해를 마주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눈앞으로 밀려드는 용암은 자신을 무척 초라하게 만들었고, 대신 화면 전반에 걸쳐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연출할 수 있었다.

‘뇌룡을 소환하면 그만이긴 한데.’

일리나의 예상과는 달리, 차진혁은 크게 지치지 않았다.

도망치고자 한다면 뇌룡을 타고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근데 그건 멋이 없지.’

효율 같은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재미였다.

“잠시 실례.”

차진혁은 신유리를 안아들었다.

생각지 못했던 상황에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짧게 비명을 질렀다.

“꺅!”

“미안. 보다시피 상황이 이래서.”

“아, 아뇨, 괜찮, 괜찮아요.”

신유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이상황에 로맨스 실화냐?

-저거 플러팅 아님?

-살려는 발악이지 저게 왜 플러팅이냐

-김철수는 그냥 숨만 쉬어도 플러팅이긴 함 ㅇㅈ

신유리를 안아 든 차진혁은 고민했다.

무엇이 가장 멋있을까.

그리고 결국 방법을 찾아낸 차진혁은 신유리를 안은 채 용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 *

일리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지?’

최소한 도망치는 시늉이라도 할 줄 알았다.

‘오히려 용암을 향해 걸어가?’

무모해도 저렇게 무모할 수가 없었다.

‘아니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인가.’

어차피 도망은 틀렸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마지막 순간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겠다는 사내의 결단일지도.

‘저자는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연하게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처럼 비열하지도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업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있었다.

‘젠장.’

일리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꺼져.”

“예?”

일리나는 멜킨을 대충 집어던졌다.

화들짝 놀란 멜킨은 비행마법을 사용해 얼른 멀어졌고, 일리나는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저자 또한 아르비스의 시민이다.’

명예시민 또한 시민이다.

마법수사대의 대장이 시민의 죽음을 눈 앞에서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김철……!”

김철수 내 손을 잡아라!

라고 외치려던 그녀는 공중에 우뚝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뭐지?’

* * *

차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위압감 장난 아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 먼지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주눅들지는 않았으나 이 멋진 광경을 1인칭으로 송출할 수 있어서 무척 짜릿했다.

그 짜릿한 긴장감의 일부가 시청자들에게 일부 전해졌다.

-와 긴장감 무엇?

-우리가 이 정도로 느끼는 거면…….

-안 돼. 제발 살아 돌아와요ㅠㅠㅠㅠㅠ

-돔황쳐 제발

-???: 지금까지 김철수를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긴장감의 종류가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어쨌든 쫄깃한 긴장감이 전달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차진혁은 오른손을 내뻗을 준비를 했다.

‘뭐가 됐든 멋진 장면에서는 오른손이지.’

마침 신유리도 품에 안겨 있겠다, 신유리의 능력을 처음 모방했을 때 했던 그 대사를 똑같이 재현했다.

“제 오른손에 위대한 힘이 날뛰는 느낌이군요.”

편집자 강철이 실시간으로 해당 영상을 찾아 교차화면으로 편집했다.

“제 오른손에 위대한 힘이 날뛰는 느낌이군요.”

차진혁은 다가오는 재앙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특성, ‘절대결계’를 사용합니다.]

절대 결계로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무형의 힘을 뾰족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양옆으로 갈라지게 만들어야겠다.’

마치 홍해를 갈랐던 어느 왕자의 기적처럼.

해일처럼 다가오는 용암을 헤치며 거스르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건 우주 최초일 거 같은데.’

꿀꺽. 침을 삼켰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멋진 장면이 나올 것 같아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 떠 있던 일리나가 하강하는 것이 느껴졌다.

‘여지껏 잘 도와주다가 갑자기 왜 저래?’

언제 집어 던졌는지, 담뱃대도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일리나의 다급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날 구하려는 건가?’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졌다.

아니, 이건 선 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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