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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62화 (36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62화

일리나의 옆에 서 있던 마법수사대의 부대장, 멜킨이 앞으로 나섰다.

은은한 노기를 감추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철수 경. 마법수사대를 모욕하는 거요?”

“모욕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모욕으로 들렸다면 미안합니다.”

“그건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는 아닌 것 같은데.”

“솔직히 사과해야 할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네 이놈!”

멜킨이 버럭 소리 질렀다.

“오냐오냐 해주니, 세상이 다 네 것 같으냐?”

“세상이 다 제 것 같다고 말한 적 없고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는데…….”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의식의 흐름이 저렇게 가는 거지?

‘급발진해 줘서 좋기는 하네.’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을 뻔했다.

갈등 유발은 환영이었다.

숨긴다고 숨겼지만 차진혁의 여유 있는 모습은 멜킨의 심기를 계속 긁어댔다.

‘저 새끼가 감히……!’

그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매지크 제국, 마법수사대의 부대장. 그가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겁을 먹는 것이 일반적.

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 멜킨은 무척 불쾌했다.

그런데 일리나가 말했다.

“멜킨. 내 앞이라는 걸 잊었나?”

“……죄송합니다.”

“물러서서 자중하도록.”

“하지만…….”

“요새 너무 풀어줬나 봐. 말대꾸를 다하고.”

일리나의 말에 멜킨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후우-

일리나는 멜킨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철수 경. 그대의 발언은 마법의 무지에서 비롯한 것이라 이해하겠다.”

-마법에 개념도 없는 개촙오라고 타박하는 거 같은데

-멜킨은 하수고 저 누나가 훨씬 고수임 ㅋㅋ

-존나 예쁜데 내 취향은 아님 ㅇㅇ

-누가 니 취향 물어보신 분?

“무엇이든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 그대가 그토록 자신 있다면 결국 해보아야 깨닫겠지.”

“대장님!”

멜킨의 만류에 일리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몸을 돌려 멜킨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컥!

소리와 함께 멜킨은 바닥에 쓰러졌고, 일리나는 멜킨의 볼을 구둣발로 슬며시 눌렀다.

“멜킨. 자중하라고 했잖아. 내 말이 우스워?”

차진혁은 또 웃음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섬네일 각이다.’

-저건 업계포상 아닌가요?

-ㅇㅈㅇㅈ

-업계포상 같은 소리하네 ㅉㅉ 더러운 소리 자제좀

-내가 멜킨이고 싶다

왕유미의 채널에 온갖 종류의 채팅이 넘쳐나는 가운데, 본질을 꿰뚫은 시청자들도 다수 있었다.

-근데 보통 저런 장면에서는 겁먹지 않음?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일부러 저럴 때 있다고 들었음.

-쟤네 김철수에 대해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저 고귀하신 분들께서 듣보 서버출신 듣보잡한테 관심이나 있겠누 ㅉㅉ

-지금 철수 님 듣보잡이라 욕한 거? 그러는 님은 얼마나 잘났음?

-비꼰 거잖아 ㅂㅅ아 개답답하네 이러니 국평오란 말이 나오지 등신아

-아니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 * *

일리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모든 것이 헬렌제국 특임대장인 빌스마르크의 말대로 되었기 때문이었다.

“출력을 최대한 낮춰서 진행하게. 그러면 이런저런 이유로 김철수 본인이 나서고 싶다는 의견을 어필할 거야. 그럼 못 이기는 척 공격권을 내주도록 하게.”

사실 일리나가 이끄는 마법수사대의 공격은 ‘평탄화 작업’이 아니었다.

평탄화 작업처럼 보이게 만든 일종의 함정이었다.

“김철수는 아마도 자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공격을 뿜어낼 거야. 그자는 신유리라는 동료와 함께 바빌론 캐논을 구사할 수 있거든.”

그래서 바빌론 캐논의 힘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마법진을 짰다.

‘정교한 계산’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마법을 펼쳐 바위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어떤 지형을 만들고 어떤 마력 수식을 새겨넣어서 어떤 마법 효과를 일으킬 것인가.

“몇몇 포인트가 되는 바위들이 있네. 특히 단단한 물질로 이루어진 것들. 그건 현장에 가서 그대가 판단해야만 해.”

그들의 목적은 단순했다.

김철수를 죽이거나 혹은 죽음에 가까운 부상을 입히는 것.

“응축된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할 때에 김철수가 그 파편에 맞고 쓰러져야겠지. 수많은 셋업 과정을 거쳐서 김철수의 눈을 두 번, 세 번 속인 뒤. 단 한 번에 끝내야 하네. 두 번째부터는 기회가 없을 거야.”

“아주 쉽게 얘기하는 군요, 영감님. 그런 계산이 쉬워 보입니까? 수많은 마법사들이 함께하는 협동 마법 가운데 그걸 철저하게 계산해서 단 한 번의 치명적인 공격. 그것도 마법이 아니라 부서진 바위 파편으로 김철수를 제거하는 게 가능할 거 같습니까?”

“나는 못 하지. 그렇지만 그대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영감님이 입만 살아서는.”

김철수는 3대 제국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다.

가르비누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것부터, 세계 각지에 수호수를 심으며 서버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까지.

“그자는 수많은 우주인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네. 그리고 그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지겠지. 그자는 오염된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하는 바이러스 같은 자라는 것이 성황폐하의 뜻이네.”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그자의 불순한 영상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 옳은 일이다. 뭐 그런 말 하려는 건 아니죠?”

“왜 아니겠는가?”

“그냥 싹을 밟아놓겠다고 말합시다. 그게 우리 윗사람들 생각이지. 뭐, 그게 싫지는 않지만.”

빌스마르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문제는 450에 달하는 그의 레벨이지.”

“뭘 그런 사소한 걸 걱정하고 있죠? 아실 만한 분이.”

일리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피식 웃고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특정 레벨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레벨의 격차가 다시 무의미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빌스마르크 경.”

* * *

미리 연락을 받고 갈루이 바위산에 파견 나온 신유리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저 사람들이 그 유명한 마법수사대인가요?”

“맞아.”

“영상으로 보니 생각보다는 파괴력이 생각보다는 약한 것 같던데…….”

“일부러 그런 것 같아.”

차진혁은 저들이 최대 출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일부러 약한 척했다고요?”

“그렇다기보다는…… 아마 아르비스 내에 복잡한 절차나 안전규제 때문 아닐까 싶다.”

“그런 게 있어요?”

“선진 서버니까 있을걸? 무려 마법수사대쯤 되는 이들이면 지켜야 할 절차와 안전 규칙이 꽤 많을 거고. 어쨌든 쟤네도 공무원 같은 거니까.”

“하긴. 공무원들은 쉬운 일도 어렵게 하긴 하죠.”

차진혁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한 일이었다.

바위가 날아오면 그냥 막거나 피하면 될 일인데, 그 바위의 궤적을 계산하고 예측하느라 힘을 다 써야 한다니.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다니?”

“저 바위산을 완전히 박살을 내놓을지, 아니면 저희도 적당히 힘 조절을 해야 할지…….”

차진혁은 움찔 놀랐다.

“하루 만에 완전히 박살 내는 게 가능할까?”

“수호수 권능 끌어와서 저희 둘이 같이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차진혁은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신유리도 내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네.’

차진혁조차 당장 이 바위산을 모조리 박살 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변 동료들이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그렇다면 온 힘을 쏟아부어보자.”

* * *

일리나는 잠자코 기다렸다.

‘빌스마르크 경의 예측대로다. 겨우 둘이야. 저 여자가 함께라면 일은 더욱 쉬워진다.’

바위산을 부수는 작업은 생각보다 정밀한 계산을 요한다.

괜히 방어 결계만을 전문으로 펼치는 마법사들을 배치한 것이 아니었다.

마법력에 튕겨 나오는 작은 조각조차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암기가 되는 법.

‘저 여자에게 파편이 튈 것이다.’

그러면 김철수는 어쩔 수 없이 여자를 지키기 위해 절대결계를 사용할 것이고 집중력이 분산될 터.

‘그러면 그때 치명적인 파편이 네게 날아들 것이다, 김철수.’

어쩌면 김철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 수도.

지금이 아니라 100년만 전에 태어났어도, 김철수는 우주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사내였다.

지금까지의 성장세로 보면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아르비스는 너무나 강대해졌다.’

오랜 세월, 김철수와 같은 신성들은 늘 있었다.

그러나 모난 돌은 정을 맞는 법.

3대 제국의 견제 아래 수많은 신성들이 빛을 잃고 저버렸다.

김철수의 말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신유리의 오른팔이 철컥, 철컥, 기계음을 내며 거대한 대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 크기가 더 거대해진 것 같군요.”

“네. 파괴력에만 집중한 바빌론 캐논 모드3이랍니다.”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신유리는 일부러 더 환하게 웃었다.

-아니 근데 이거 사기 아니냐?

-왜 때문에 김철수 주변에는 저렇게 미인들이 많은 거지?

-눈에 확 띄는 외모는 아니어도 사실 저런 타입이 인기 제일 많음.

비교적 작은 체구의 신유리가 구현해낸 바빌론 캐논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했다.

말 그대로 화력에 모든 것을 집중한 형태.

그에 반해 김철수의 오른손은 꽤 단출했다.

-저건…… 팔토시 아님?ㅋㅋㅋㅋㅋㅋㅋ

-와 팔토시 오랜만에 듣네 ㅋㅋㅋ

-팔토시 ㅇㅈ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신유리의 생각은 달랐다.

‘철수 님은 또 성장하셨구나!’

차진혁의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거대했던 수호수가 더욱 성장하여 이제는 평범한 나무가 되어버렸듯, 바빌론 캐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또 내 이정표를 제시해 주신 거야! 저것이, 나의…… 이상향!’

기분이 좋아진 신유리는 출력을 끌어올렸다.

수호수도 크게 외쳤다.

-간다아아아아아아아!

수호수는 지금 무척 설렜다.

어지간한 생명체들의 머리를 부수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는데, 바위산의 머리를 깨부순다니.

-이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이느니라, 바위산이여!

차진혁과 신유리가 하늘을 향해 황금 광채의 빛줄기를 쏘아냈다.

일리나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며 상황에 집중했다.

‘곡사?’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구쳤던 빛줄기는 이내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빛기둥.

주변 온도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타들어 가는 작열감에 몇몇 마법사들은 황급히 물을 마시기도 했다.

일리나는 감탄했다.

‘확실히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력이다.’

빛기둥이 바위산과 닿았다.

‘그러나 우리의 계산은 틀리지 않아.’

김철수는 곤경에 처할 것이었다.

‘정교한 계산 없이, 마법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로 목숨을 내놓아야 하겠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서 눈을 감았다.

‘못다 핀 영웅의 죽음에 묵념을.’

만약 저자가 아르비스 명문가 출신이라면 얘기는 달랐겠지.

어쩌면 아르비스를 이끌게 될 차세대 영웅으로서 군림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대의 태생을 저주하도록.’

콰과과광!

거대한 충격음과 동시에 뜨거운 열 폭풍이 밀려들었다.

고농도로 압축된 빛기둥이 바위산을 통째로 녹여버리는 것 같았다.

일리나는 팔을 휘저어 방어결계를 일으켰다.

그제야 몇몇 부하들이 숨을 제대로 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바위 파편들이 보이지 않았다.

위협적으로 튕겨져 나와 숙련된 암살자의 암기처럼 신유리와 차진혁을 노렸어야 할 파편들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신유리와 차진혁 쪽을 쳐다보았는데, 둘은 멀쩡하게 서서 화력을 계속 쏟아붓고 있는 중이었다.

‘뭐지?’

계산이 틀렸나?

‘검산을 몇 번이고 했는데?’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믿을 수 없는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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