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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45화 (34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45화

테르서박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우주랭커를 테이밍하는 데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그는 테이머로서의 자존감이 약간 낮은 상태였다.

그것은 테이머가 아닌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있는 차진혁 때문이었다.

스트리머인데 무려 뇌룡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으니까.

무엇을 하든,

‘그래 봤자 스트리머보다 나은 점이 없잖아.’

와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거의 뇌룡에 준하는 난이도의 우주랭커를 테이밍한 거야!’

이로써 이제 어딜 가서도 당당하게 ‘나는 테이머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야 스스로를 테이머로 인정할 수 있었다.

“마르코. 내 손등 위로 기어 올라와.”

“…….”

마르코는 순순히 테르서박의 손등 위로 기어올랐다.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나 테르서박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정말로, 내가 해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수인족을 비롯하여 ‘사람에 근접한 생명체’ 혹은 ‘마물이 아닌 것’을 테이밍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윤리적인 질타가 따랐으니까.

불법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일각에서는 꺼리는 분위기.

그러나 그에게는 그를 합리화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이 있었다.

‘나는 이미 천사소녀 송하영의 경우를 보았다!’

지금은 차진혁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둘도 없는 동료가 된 송하영도 처음 시작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지금은 아름다운 관계가 되었지.’

이미 훌륭한 선례가 있지 않은가!

차진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테르서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만, 테르서박. 마르코의 머리 위에 뭐가 있는데?”

테르서박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천사의 고리다.”

“……천사의 고리?”

차진혁도 천사의 고리에 대해서 얼추 알고는 있었다.

이것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스타일의 테이머들이 많이 사용하는 테이밍 스킬 중 하나로, 긴고아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테이밍 개체가 명령을 듣지 않으면 극도의 고통과 무력감을 선사하는 스킬.

테이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스킬이었다.

‘테르서박은 원래 천사의 고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던 테이머였는데?’

예전부터 느낀 거였지만 테르서박이 정말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차진혁은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장하고 있구나.’

동료가 성장한다는 것.

이것은 차진혁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내가 성장한 만큼, 테르서박도 성장하고 있는 거야.’

옳은 길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 * *

카트리나가 신경질적으로 걸어갔다.

“아줌마. 나를 진짜로 죽이려고 했어?”

카트리나의 어머니이자 현 골디믐 가문의 가주인 플라디나는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예나 지금이나 품위와 예절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구나.”

그녀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르코에게 돈을 더 쥐여줬어야 했는데.”

“…….”

카트리나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카트리나의 오른손에는 커다란 망치가 들려 있었다.

“딸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데?”

“딸?”

플라디나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꼴 보기도 싫다는 듯 책 쪽으로 시선을 옮긴 채 입을 열었다.

“내가 딸을 낳은 적이 있었던가.”

“…….”

플라디나는 여전히 카트리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역겨우니 내 서재에서 나가주면 좋겠네, 아들. 보다시피 독서 중이라.”

“…….”

카트리나는 플라디나 앞까지 걸어갔다.

플라디나가 다시 말했다.

“소름이 돋으니 내게서 떨어져라.”

쾅!

카트리나가 망치를 휘둘렀다.

책상 한 귀퉁이가 박살 났으나 플라디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혐오스럽다는 듯 쯧, 하고 혀를 한 번 찼을 뿐이었다.

카트리나는 씩씩대며 말했다.

“내가 당신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속셈?”

“나를 살인자로 만들고 싶은 거잖아.”

“…….”

“평생 죄책감에 괴로워하라고. 내게 잊히지 않는 저주를 내리고 싶은 거잖아. 이 빌어먹을 년아!”

카트리나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책상을 내려쳤다.

플라디나의 손 바로 옆에 망치가 떨어져 내렸고, 책상의 나뭇조각 중 일부가 날아가 플라디나의 얼굴에 생채기를 입혔다.

“호위도 없이 일부러 나를 자극하고 있는 거지? 공격하기 딱 좋게 앉은 상태로.”

“그래서?”

카트리나는 무감정한 플라디나의 눈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게 슬픔인지 분노인지, 그도 아니면 제3의 감정인지, 그녀 또한 구체적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웠다.

“당신 뜻대로는 안 해.”

카트리나는 망치를 집어 던지고 몸을 돌렸다.

* * *

플라디나는 산산조각 난 책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골디믐을 부흥시킬 인재였었다.”

어린 시절의 카트리나는 가문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였다.

골디믐 가문은 창가 이후로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는 중.

7대 가문 중 말석을 겨우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창가 시점에서 아르비스 7대 가문 중 가장 강력한 위세를 떨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하향세라 할 수 있었다.

“아니. 여전히 너는 골디믐을 부흥시킬 인재지.”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여기서는 잔뜩 화를 내고 돌아간 주제에 돌아가는 발걸음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플라디나는 피식 웃었다.

“네가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너는 늘 다정했고 상냥한 아이였으니까.”

플라디나의 눈에 애틋함이 깃들었다.

면전에서 카트리나를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눈동자였다.

“너는 더 높이 성장할 수 있어. 그래야만 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아이란다, 내 아들.”

그녀는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낳았다는 사실이 증오스럽다.]

“사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네가 어떤 업적을 이루더라도 나는 결코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누구보다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네 어머니인 것을 후회한다.]

저주로 가득한 편지를 써 내려간 플라디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히죽 웃었다.

“이제 판은 완성되었다.”

이 유서를 발견한 카트리나는 아마 오열하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하고 또 다짐할 것이었다.

누구보다 위대해져서, 나를 인정하게 만들겠다는 그 순수한 욕망이 깨어날 것이었다.

“평생 쉬지 않고 네 스스로를 연마하고 단련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 놓았던 유리병을 꺼냈다.

애황 마르코의 독이 가득 찬 유리병이었다.

“이것이 내 마지막 가르침이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누구보다 위대해지렴.”

그래서 이 골디믐 가문을 다시 부흥시키고 번성하게 만드는 것. 그러한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게 내 사랑이란다.”

독액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골디믐 가문의 가주 플라디나가 사망했다.

* * *

애황 마르코는 테르서박에게 완전히 귀속되었다.

덕분에 차진혁은 평온한 상태로, 카트리나가 완성한 앰플을 살펴볼 수 있었다.

───

[베셀리티의 보물]

───

“처음부터 베셀리티의 보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상한 이름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베이실라의 눈물이라고요. 다행히 중계자의 통찰로 집중해서 보니 연막이 벗겨지고 진짜 이름이 나타났습니다.”

그 과정에 룰 브레이커인 미리와 해금술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건 이제 너무 일상적인 거라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연출이 지나치게 중복되면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니까.

‘이제 우주급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혀야겠지?’

이미 알음알음 눈치채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차진혁도 ‘우주급 시나리오’에 관한 내용을 슬쩍슬쩍 흘리기는 했었지만 이걸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비밀로 하기도 어려워.’

약간 고민하다가 ‘베셀리티의 보물’에 대해서도 완전히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설명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 앰플의 효과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연희동에 도착한 차진혁은 실시간 방송을 켰다.

제목은 [우주급 시나리오]였다.

“눈치채신 분들도 꽤 있는 거로 아는데, 저는 우주급 시나리오를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아티팩트를 손에 넣었습니다. 바로 이것이죠.”

‘베셀리티의 보물’을 꺼내 들었다.

“차차 녹화 영상을 풀겠지만 제가 진행하고 있는 이 시나리오에는 두 개의 커다란 키워드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잊혀진 여왕 베셀리티. 또 다른 하나는 마왕 가르비누.”

간단한 설명을 이은 뒤 차진혁은 수호수 앞에 섰다.

“이 베셀리티의 보물은 수호수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

[베셀리티의 보물]

수호수를 사랑했던 여왕 베셀리티의 축복이 담긴 보물.

특별히 황금 수호수의 격을 무조건적으로 한 단계 격상시켜 주는 위대한 권능을 지니고 있다.

───

“그래서 저는 이 앰플을 연희동의 수호수에게 사용해 보려 합니다. 목왕의 도움을 받아서요.”

목왕 목재현은 어디서 구했는지 커다란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수호수는 엄살을 부렸다.

-서, 설마 저걸로 나를 찌르려는 것이도다?

하늘까지 높이 솟은 거대한 수호수의 몸이 파르르 떨리며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몸통 전체를 감싸고 있던 황금색 신성한 기류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루처럼 흩어졌다.

그것은 마치 황금빛 안개가 흩뿌려지는 것 같았다.

‘역시 내 수호수다. 연출이 기가 막혀.’

-여, 연출이 아니도다! 나, 나는 주사기가 싫으시도다!

주사기를 든 목재현이 가까이 다가갔다.

앰플 형태의 ‘베셀리티의 보물’을 받아든 목재현은 주사기에 베셀리티의 보물을 가득 채워 넣었다.

-오, 오지 말거라!

얇은 나무줄기 몇 가닥이 목재현을 향해 쏘아졌으나, 방어신비인 환상검희가 나무줄기들을 잘라냈다.

차진혁은 동요하지 않은 채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이것은 가지치기입니다. 식물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니 적당한 가지치기는 오히려 식물에게 이롭다고 합니다.”

-아, 아니도다! 가지치기 필요 없도다! 나는 저 사특한 것을 막아야 되겠도다!

수호수의 강렬한 감정과 의지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차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때라면 모를까, 그는 이번에 테르서박에게 큰 감동을 받은 상태.

가끔 어떤 경우는 강력한 폭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테르서박이 마르코를 테이밍할 때처럼 말이다.

‘수호수. 내가 너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도와줘라. 난 너를 때리고 싶지 않아.’

어느새 차진혁의 오른손에는 미리가 들려 있었다.

바빌론 캐논의 권능을 장전한 채.

당황한 수호수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 커다랗지만 어린나무여. 달콤하고 보드라운 선물이 주어질 터이니 안심하고 몸을 내어주거라.

몽환적인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수호수의 내면에 깊숙하게 침투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전 지옥여제, 현 지옥좌인 가희였다.

그는 그동안 갈고닦은 정신계 세뇌 능력으로 수호수를 보듬었다.

결국 목재현은 별다른 저항 없이 주사기를 수호수에게 꽂을 수 있었다.

-으으오오오오오오옷!

수호수의 몸통이 더욱 세차게 떨렸다.

연희동 전체에 지진이 일었고, 수호수는 약간의 환각 상태에 빠져들었다.

-간다아아아앗!

차진혁은 잠자코 수호수를 기다려 주었다.

어딜 간다는 건지, 자꾸 어딜 달린다고 하는데 사실 의미 없는 헛소리였다.

차진혁은 수호수의 변화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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