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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24화 (32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24화

서지수가 작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공식 철수랜드 맞나요, 1000호 경?”

“…….”

그 눈빛에는 강렬한 질타가 담겨 있었다.

“……아.”

마시멜로는 순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김철수가 돕고 있는 거겠구나.”

“치열좌에 대한 믿음이 많이 부족하네요. 철수랜드에 불가능함은 없어요, 1000호 경. 휴우, 그러니까…….”

그러니까 ‘1000’호지.

뒷말이 생략된 것 같은 느낌에 마시멜로의 머리가 붉은색으로 변해 김이 모락모락 났다.

“방금 뭐라고……?”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철수랜드로서 약간의 치욕을 맛본 마시멜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하긴 뭐, 치열좌에게 돈은 그리 문제 되는 것이 아니겠죠.”

“왜 문제가 안 되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면접관과 면접자가 된 느낌.

이것은 철수랜드 선배로서 철수랜드 후배의 자질을 검사하는 것에 가까웠다.

마시멜로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트리니티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스트리머잖아요. 최근 전대 원로에게 공격을 받은 이후 전 우주에서 후원금이 쏟아진 데다가…….”

“데다가?”

“지구의 주인이 되었으니 그 정도 돈은 별로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군요. 하하, 하하하!”

마시멜로의 머리가 멜팅치즈처럼 주욱- 녹아내렸다.

등 뒤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래요. 이 정도도 제대로 대답 못했으면 관리자들에게 건의하고 투표를 제안해서 철수랜드 지위를 박탈하려고 했어요.”

“그, 그것만큼은……!”

“하지만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셨군요. 앞으로 더욱 분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0, 0, 0, 호, 경.”

일련의 과정을 거쳐 대귀족 필리악 또한 휘낭시에를 맛보게 되었고, 필리악은 지옥에 이러한 문명을 전파해 주고 있는 김철수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필리악이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여지껏 이런 절대자는 없었습니다. 간혹 있었던 침략자들은 지옥에 먹을 것이 없다며, 우리의 삶을 짓밟고 그저 떠나버렸죠. 그러나 김철수 경은 달랐습니다. 너무나 다릅니다. 그것이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김철수 경.”

“아니 그게 아닌데…….”

최측근인 서둥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지옥에서의 수련을 제안한 건데.

여기에 지옥좌와 왕유미의 조언이 있기도 했다.

이 방법을 통해 지옥 주민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효과는 확실했다.

온수 샤워와 맛있는 먹거리는 척박했던 지옥 주민들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고 있었으니까.

‘결국 나를 위한 거였는데?’

지옥 정벌의 끝에는 ‘주인’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었다.

지옥의 ‘주인’이 되면 또 엄청난 이슈가 될 거고, 엄청난 조회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내가 지옥의 주인이 되려고 한다는 거.”

“그렇게 되면 지옥은 더욱 발전하겠지요, 김철수 경. 지금의 지구가 그러하듯.”

필리악의 눈에 단단한 신뢰가 담겼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하고 있다.’

과연 겸손의 치열좌다운 대답이었다.

* * *

단순히 무력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옥은 지구보다 훨씬 발전된 서버였다.

던전의 난이도도 더 높고 더 강한 마물도 많이 등장했다.

“이왕 지옥에 왔으니 지옥의 던전 플레이도 보여드리는 것이 좋겠죠.”

어떤 던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왕이면 최악, 최강의 미공략 던전이 좋을 텐데.’

지옥에 그런 던전이 있는지 수소문해 봤고, 결국 선택지를 하나로 좁힐 수 있었다.

‘켈리베르크 산. 여기가 좋겠다.’

산 하나가 통째로 던전.

단일 던전의 규모로 치자면 차진혁이 경험했던 그 어떤 던전보다 거대한 곳이었다.

예고편을 찍으려고 정보들을 좀 끌어모아 봤다.

“켈리베르크 산이요? 거긴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마물이 나오는 곳이라고 하던데요.”

“생존자가 몇 없어서 알려진 게 극히 드물어요.”

운 좋게도 차진혁은 켈리베르크 산의 생존자와 인연이 있었다.

“어린 시절, 치기 어린 마음으로 켈리베르크 산에 도전했던 적이 있습니다, 김철수 경.”

그는 바로 대귀족 필리악.

필리악은 수백 명에 달하는 원정대를 꾸려 호기롭게 켈리베르크 산에 도전했다고 했다.

“수백 명 중 살아남은 자는 겨우 열 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중 절반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고…….”

“너는 약하잖아?”

절반이 던전 후유증으로 앓다 죽었는데 너처럼 약한 애가 어떻게 살아남았냐는 질문이었다.

“……저는 대귀족이었으니까요. 유능한 치료술사들이 제 집을 찾아와 치료해 주었습니다.”

이어지는 얘기를 다 듣고 난 차진혁의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필리악은 그 표정을 보고 약간 오해했다.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십 년간 미공략 던전이었습니다 김철수 경.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다가 김철수 경은 스트리머이지 않습니까?”

비록 공격한 번으로 방어 결계가 걸린 대저택의 첨탑을 한 방에 박살 내고, 전대 원로가 전력을 다한 공격을 급소로 맞아줘도 살아남고, 초일류 탱커보다 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요.

이쯤 되니 스트리머가 맞나 싶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나름대로 김철수를 위로하고 싶었다.

“무조건 난이도가 높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지옥에는 미공략 던전이 아주 많습니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아니, 그게 아니라.”

차진혁의 걱정은 전혀 다른 문제의 것이었다.

“젊은 시절의 너도 살아나올 수 있는 수준의 던전이면 난이도가 좀 걱정돼서 그래.”

“……예?”

“좀 더 센 던전 없을까?”

* * *

깨달음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불현듯 찾아오곤 했다.

오늘이 바로 그랬다.

‘그래, 필리악의 말이 맞네!’

필리악이 꽤 좋은 조언을 건넸다.

-“무조건 난이도가 높다고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콘텐츠라 함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법이었다.

단순히 극악 난이도를 추구하는 것은 스트리머로서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필리악을 살려두길 잘했다!’

필리악에게 ‘켈리베르크 산’에 대한 정보를 캐물은 뒤, 그는 공식 공지를 올렸다.

수십 년간 미공략 던전이었던 켈리베르크 산을 공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설마 또 솔로잉은 아니겠지?

저번 솔로잉 콘텐츠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물론 조회수나 화제성 자체는 엄청나게 높기는 했지만, 과연 그것이 ‘솔로잉’이 맞느냐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솔직히 김철수가 지옥여제 솔로잉 할 줄 알았음.]

└그게 솔로잉이 아니면 뭐냐? ㅂㅅ아

└꼭 때려눕히고 죽여야 솔로잉인가? 마음 제대로 얻어서 협력관계 맺어서 지옥까지 진출했고 심지어 올 클리어까지 획득했음. 뭘 더해야 솔로잉임?

[자칭 깨시민들 오지게 많네 ㅋㅋ ㅂㅅ같은 논리 펴지 마라. 솔직히 우리가 솔로잉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그림 있잖아. 김철수의 던전 공략은 성공적이었지만 그걸 솔로잉이라고 하면 양심이 출타한 거지 ㅉㅉ]

└네가 인정했네. 던전 공략을 성공적으로 했으면 솔로잉 아님?

└아니 ㅈ밥색기가 네가 생각하는 솔로잉의 그림이 그게 맞냐고?

└ㅇㅇ 내가 생각하는 솔로잉 저게 맞는데?

└ㅈㄹ하지 마라. 흔히들 솔로잉하면 떠올리는 그림이 있는데, 김철수가 그걸 할 것처럼 어그로 존나 끌고나서는 소녀 같은 플레이로 이득만 쏙 챙겨 먹었잖아. 이럴 거면 제목을 솔로잉이 아니라 ‘반얀트리 올 클리어 공략’ 같은 걸로 했어야지.

└응 장문충 사절요.

└그러니까 그 반얀트리 올 클리어 공략을 결국 혼자서 해냈잖아. 그럼 솔로잉이지 이 ㅂㅅ같은 새끼가 지 혼자 논리적인 척 똑똑한 척 오지게 하네 이 방구석 여포 새끼가.

어쨌든 차진혁이 보여준 플레이가 솔로잉이 맞느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번 차진혁의 콘텐츠에 다들 관심이 집중되었다.

차진혁이 말했다.

“이번에는 듀얼 플레이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켈리베르크 산’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몇몇 지식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표현했다.

-거긴 말하자면 마물들이 떼거리로 몰려드는 곳인데?

-숫자로 밀어붙이는 곳이라 둘이서는 힘듦.

차진혁과 함께 플레이할 사람이 누군지 다들 궁금해했는데, 그림자 형상으로 보여주기만 했다.

-그림자 형상이면, 서둥이들인가?

-서둥이들은 세트로 움직이잖아.

-누구지?

하루 뒤,

차진혁은 실시간 방송을 켰다.

“저와 함께 플레이할 사람은 테이머, 테르서 박입니다.”

* * *

차진혁은 테르서 박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약간 고민했다.

‘테르서 박은 마물 군단을 운용할 수 있잖아.’

저번 솔로잉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그 논란이 조회수를 급등시켰다는 것이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더 정석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내 체력을 효율적으로 안배하면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최근에 ‘길잡이’는 인원에서 제하고 계산하는 것이 트렌드였다.

상급 던전에는 길잡이는 무조건 필요하니, 길잡이 한 명은 무조건 있다고 가정하고 인원을 카운트하는 것이다.

‘두더지우먼이랑 테르서박 조합이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것 같은데.’

물론 해볼 만하지 않아도 해보겠지만.

어쨌든 테르서 박의 도움이 있으면 훨씬 장엄한 군단 대 군단의 전쟁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테르서 박은 지나치게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은 좀 꺼리는 경향이 있어.’

테르서 박은 마물과 무조건 싸워서 복종시키거나 던전 공략 같은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마물들과 교감하는 것이 그의 제1 목표.

안 그래도 지옥에는 신기하게(징그럽게) 생긴 생명체들이 많으니, 굳이 던전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마물들이 밀려들면 교감하는 것도 어려울 테고.’

켈리베르크 산은 테르서박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일단 대화를 나누면서 돌파구를 찾아보자.’

중계자의 통찰을 사용해서 테르서박의 속마음을 읽어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그래서 대화를 나눠보려고 했는데,

“좋은 생각이다, 김철수!”

테르서 박이 곧장 수락하는 바람에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이렇게 바로 수락한다고?”

“무슨 문제라도?”

“원래 마물 떼거리로 나오는 거 싫어하지 않나? 깊은 교감이 어렵잖아.”

“그런 경향이 있기는 했었지.”

했었지.

분명히 과거형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새사람이 되었다. 김철수 백신으로 오랜 병을 치료했어.”

“오랜 병?”

“그래. 마물이 많다고 해서 깊은 교감을 할 수 없다는 건 그저 나약한 테이머의 핑계였다. 김철수 네게 그 사실을 배웠지.”

“내가 그걸 가르쳐줬다?”

“마물들이 뭉쳐 있으면 개중에서 유독 나와 잘 맞는 마물이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오히려 훨씬 더 좋은 기회들을 많이 얻게 되는 것이었지.”

“오히려 테이밍을 방해하는 마물들도 많을 텐데?”

테르서박은 피식 웃었다.

“또 나를 시험하는군, 김철수.”

하긴.

듀얼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이 정도 검증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이겠지.

테르서 박은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 마물들은 패면 된다.”

“…….”

“폭력이 모든 것을 구원하지. 구원하지 못했다면, 그건 폭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테르서 박의 표정에는 확신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마치 진리에 통달한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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