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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19화 (31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19화

지구에 주인이 설정된다는 심리적인 거부감만 제한다면,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지구에 주인이 설정된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언젠가는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금의 이 달콤한 유혹에 속아 미래를 그르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안 된다!”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부딪쳤다.

대다수가 플레이어들이다 보니 무력충돌도 발생할 정도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24시간.

찬성파와 반대파가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중.

김민지는 자기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사탕을 와그작-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아니, 병신들이야? 지들한테 좋은 건데 왜 반대시위를 해?”

최갑수가 빙그레 웃었다.

실제 정체야 어찌 됐든 겉모습은 고등학생쯤 되어 보였고, 얼굴이 시뻘게져서 씩씩대고 있는 것이 얼핏 귀여워 보였다.

“주인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거부감 때문이겠지요.”

“그러니까 그게 왜?”

김민지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철수 님이 주인이 되어주면 좋은 거 아닌가?

“지금이야 이득만 있지만 훗날에는 분명 손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니까 무슨 손해?”

“뭔지는 몰라도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원래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지요.”

김민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영감. 투표 조작해도 될까?”

“……조작하시게요?”

김민지는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인상을 찡그렸다.

“근데 까딱하다가 100프로 넘게 나올까 봐.”

해킹을 통해 김철수를 돕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까딱 잘못해서 찬성율이 100프로가 넘게 나오면 아무래도 일이 피곤해지기 마련이었다.

“사람이 100명인데 120명 찬성표가 나오면 너무 빼박이지?”

“…….”

“안 그래도 엄마가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텐데. 너무 나대다가 덕질을 못하게 되면 어떡해?”

* * *

겉으로 보기에 찬성파보다는 반대파가 훨씬 극렬해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조금 달랐다.

[찬성 72%, 반대 28%]

차진혁은 지구의 주인으로 설정되었다.

[지구의 모든 필드에 경험치 3배가 적용됩니다.]

[지구의 모든 필드에서 다이아 획득량 3배가 적용됩니다.]

[지구의 모든 필드에서 아이템 드랍율이 대폭 증가합니다.]

차진혁으로서도 약간 의외였다.

‘팽팽할 줄 알았더니.’

차진솔의 말을 빌리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용히 찬성을 눌렀고, 몇몇 깨시민을 자처하는 새끼들이 반대시위를 극렬하게 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좀 신기한 현상이기는 하네.’

커뮤니티 반응만 보면 반대가 압도적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대중의 시선과 반응을 늘 신경 써야 하는 차진혁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축하한다. 지구주.”

지구의 주인이라 지구주라고 부른다나 뭐라나.

“이제 지옥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나?”

샤워를 끝마친 가희가 샤워가운을 걸친 채 걸어 나왔다.

24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12번째 샤워였다.

지옥에는 이렇게 훌륭한 샤워시설이 없다나 뭐라나.

벌어진 샤워가운 틈새로 탄탄한 가슴근육이 보였는데, 차진혁은 그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너 인기 진짜 많겠다.”

“…….”

탁, 하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차진솔도 가희를 훔쳐보고 있던 것이다.

“확실히 기적은 기적이야.”

핫산의 기적은 실로 놀라웠다.

지옥여제 가희는 본래부터 아름다운 편에 속했는데, 남자로 변하면서 미모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벌써부터 넷상에는 ‘헬링(Hell+Healing)’이라는 팬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 우주적인 규모로 말이다.

차진혁의 방송 한 번에, 지옥여제는 우주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중이었다.

차진혁이 진지하게 말했다.

“확실히 약속해라. 내 방송에 얼굴 가리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그렇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걸 모르다니. 너는 아직 애송이가 틀림없군.”

차진혁도 사실 미인계의 강력함을 직접 체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까지 ‘나 정도면 진짜 잘생겼다고 말하기 좀 애매하지 않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네가 손에 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될 거다. 선배로서 장담하지.”

“…….”

“그래서? 나는 너를 여전히 지옥여제라고 부르면 되나?”

“아니.”

가희는 자신을 지칭할 새로운 말을 이미 떠올려놓은 상태였다.

“이제부터는 나를 지옥좌라 불러다오.”

“지옥좌? 지옥여제나 지옥왕에 비해서는 포스가 좀 떨어지는 느낌인데? 지옥 대군주라든가 지옥 황제라든가, 그런 쪽이 더 멋있지 않나?”

“상관없다.”

가희는 차진혁의 플레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구에서, 아니, 이제는 우주에서 너를 치열좌라 부른다지?”

“그렇긴 하지.”

“그렇다면 지옥좌라 불리길 희망한다.”

가희의 뜻은 확고했다.

* * *

지옥왕 벡칸트의 왕궁을 점거한 몽마들은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지옥의 주민들이 그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봉기를 일으킨 것이었다.

릴리아가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반발이 무척 심하네요.”

서지수/서지아 남매 및 곽도형을 비롯하여 검은가시 연합원들도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중이었다.

암살자들은 암살에는 능하지만 대규모 전투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수많은 마물들을 동원하여 군대를 운용할 수 있는 테르서 박이 아니었더라면 성문이 이미 뚫리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공성전차 신유리 씨가 지원을 올 겁니다.”

한세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 돼.”

신유리가 온다면 수성에는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시위하는 주민들을 일시에 소거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들을 모조리 죽인다고 해서 이 땅이 우리의 것이 되지는 않아. 힘으로 누르면 더 큰 힘으로 튀어오르겠지. 물론, 그보다 더 큰 힘으로 찍어누르면 가능하기는 해. 폭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건 폭력이 부족한 거니까.”

그러나 그 정도의 엄청난 폭력을 동원하기는 힘들었다.

그게 가능하려면 지구 자체가 지옥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결국 우리는 저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데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들이나 몽마들로서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웠다.

릴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럼 어떻게 하죠?”

“기다려봐. 곧 지옥여제가 도착할 거야.”

“지옥여제는 4지옥의 지배자잖아요. 3지옥이랑은 별로 연관이…….”

별로 연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다.

“폭정을 일삼았던 지옥왕 벡칸트를 참수하라 지시하였다.”

지옥여제.

이제는 지옥좌라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지옥의 주민들 앞에 당당히 나섰다.

“3지옥의 주민들은 나를 믿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지옥왕 벡칸트는 원래부터 평판이 그렇게 좋았던 지배자는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이 새로운 지배자를 원했다.

“당신을 어떻게 믿습니까?”

“4지옥 따위를 어떻게 믿으라고!”

5개의 지옥은 적대적인 관계에 가까웠다.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진짜 지옥’이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공격하고 수탈해 왔으니까.

“약속하지. 너희들에게 풍요를 선물해 주겠다.”

“흥, 말로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지.”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샤워 시설을 각 집마다 설치해 주도록 하지.”

지구의 기술자들이 대거 이전해 왔다.

지옥에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 * *

항문검 이현성은 요즘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는 중이었다.

‘치열해야 하는 것이 맞기는 한데.’

그러나 이것이 정말 치열함이라는 단어로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각 집마다 보일러와 샤워 시설을 설치해 준다고 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지옥좌는 단순히 주민들을 회유하기만한 것이 아니었다.

지옥좌는 정신계 능력을 사용하여 주민들에게 약간의 세뇌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제4지옥과 3지옥은 하나가 될 것이다. 둘의 구분은 사라질 것이며, 너는 더 이상 4지옥을 적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옥좌의 정신계 능력은 실로 탁월했다.

왕성 근처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졌고, 오히려 그들중 몇몇은 지옥좌를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자신의 정의감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이현성은 차진혁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얘기를 다 들은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혼란스럽다고?”

“그렇다. 이건 정의롭지 않아. 정신을 조종하여 지지를 얻어내다니.”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뭐?”

“지옥좌가 진심으로 세뇌했으면 쟤네들 눈에 초점이 있겠냐?”

“…….”

“미인계까지 써봐라. 제정신인 애들 아무도 없을걸.”

차진혁이 이현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마라. 저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최적의 계산을 통해서, 치열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 뿐이니까. 겉으로 보이기에 다소 정의롭지 못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세뇌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 치열하군!’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비교적 정상이라고 생각했었던 릴리아나 마리아도 그랬다.

‘내가 이상한 건가?’

그의 가치관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 * *

지옥좌가 합류하면서 제3지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평화적인 합병이 이루어지는 중.

전 우주가 이 놀라운 사건에 주목했다.

‘김철수가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라는 얘기는 약간 묻힌 감이 있었다.

다만, 차진혁은 ‘주인’의 효과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진짜 하루에 1레벨업이 되네.’

20억 명이 평소보다 3배의 경험치로 열심히 플레이를 하고 있다 보니, 차진혁의 경험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차올랐다.

‘가르비누가 어느 시점에 엄청나게 강해졌다더니. 그게 이거였나 보다.’

차진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얼른 더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꿈틀 피어올랐다.

‘이왕 플레이할 거면 1등 해야지.’

그리고,

‘이왕이면 최강이 되어야지.’

최강이 아니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3등만 하고 싶다던 차진혁은 죽었다.

‘돈은 얼마나 쌓였으려나?’

이제는 돈을 확인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20억명이 꾸준하게 계속 송금(?) 해주고 있었으니까.

차진혁은 이렇게 번 돈 중 대부분을 제4지옥과 3지옥의 인프라에 투자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일컬어 현대판 뉴딜 정책이라 불렀다.

-김철수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김철수 보유국이다.

-한국 새끼들 치사하게, 김철수 보유국 말고 김철수 보유서버로 하자.

-그래. 언제까지 나라라는 작은 그릇에 김철수를 가둘 거냐?

-김철수를 담기에 한국은 너무 작다.

차진혁의 아낌없는 투자 및 지원으로 지구의 수많은 건설업체에 훈풍이 일었다.

건축, 토목, 수도 설비, 전기 등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지옥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김철수가 일으킨 경제효과가 경 단위라는데?

-그렇겠지. 지구보다 규모가 큰 두 서버를 개발하는 거니까.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수많은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안정적인 일자리들이 생겨났다.

그건 지구 전체적으로 벌어지는 일이었는데, 개중 한국은 유독 눈에 띄었다.

-한국 인부들 미친 거 아니냐?

-빨리빨리를 말로만 들었지 저 정도일 줄이야.

-이건 인권탄압 아니냐?

다른 국가들이 보기에 한국의 일처리는 인권 말살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국 플레이어들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우매한 녀석들. 이것이 치.열.함.이라는 것이다.

치열함의 미덕이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제3지옥, 시범도시로 선정된 수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현대식 도시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몇몇 집은 벌써 온수 샤워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신문물을 맛본 그들은 크게 감탄했다.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나는 지옥좌를 찬성한다.”

지옥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치열좌에 대한 우호도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식적으로는 지옥에서의 첫 콘텐츠죠.”

차진혁이 제3지옥에서 방송을 켰다.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었다.

“[지옥정벌] 첫 번째 콘텐츠. 시작하겠습니다.”

심혈을 기울여서, 치열하게 준비했다.

‘조회수 10억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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