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83화
아르비스의 농부 트리투리는 최근 수많은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그가 ‘위대한 수호수를 키워낸 김철수’의 스승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잡지사에서 존경받는 농부에 뽑히기도 했다.
트리투리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주변 농부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것을 보며 아르비스의 농부계열 상위 랭커들은 크게 자극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지구로 향했던 것인데, 전문가들은 마냥 여유로운 상황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다.
인력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분명 대단한 경험과 지혜를 보유한 농부들이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체력적으로…….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아르비스로 파견 나갔었던 지구 출신 상위랭커들이 대거 복귀한 덕분이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떨떠름했다.
“스승님이 퍼뜩 지구로 달려오라고 해서…….”
“지구는 무슨 지구냐고 일이나 더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들의 스승(아르비스의 농부들)이 지구 구호에 매우 열성적으로 행동한 덕분에, 지구 플레이어들이 귀환할 수 있었다.
그리고 MK재단 소속이면서 스칸노르비아에 파견 나갔었던 농부들도 속속들이 지구로 역지원을 나왔다.
스칸노르비아의 체력 좋은 일꾼들을 다수 데리고서.
이 모든 현상들이 지구의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업조차 내팽개친 채, 지구의 위기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고급 인력이 함께해 준 덕분에 수호수의 가지를 잘라 세계 곳곳에 심는 것에 성공했다.
-뉴욕, 몬테비에, 파리, 도쿄, 싱가폴, 뉴델리, 베를린…… 수호수가 뿌리를 내렸으며…….
전 세계 곳곳에 수호수가 자라났다.
물론 서울의 수호수처럼 거대하고 성스러운 영목은 아니었으나 분명 어린 수호수로서의 역할 정도는 해내고 있었다.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확실시된 가운데…….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인류는 분명한 희망을 엿보았다.
-수많은 이들의 헌신에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내부의 분열은 멈춰야 합니다.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저들의 헌신에 대한 배신입니다.
희망을 가진 인류는 전쟁을 멈추었고, 오히려 급속도로 평화를 되찾기 시작했다.
아르비스 출신 농부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정열적인 헌신 덕택에 어린 수호수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소식 하나가 더해졌다.
-초강대 서버 아르비스의 전폭적인 지원 결정!
-헬렌을 필두로 스웨딘, 매지크까지 지원에 합세하여……!
-헬렌 제국에 보유 중이던 잔여 치료제 무상 공급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매지크 제국 긴급 승인으로 치료제 대량양산을 이미 시작하였고…….
아르비스 서버가 서버 차원에서 지구를 돕겠다고 선언하자 수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예상했다.
-지구는 머지않은 미래에 레비온을 정복할 것이다. 수많은 선진 서버들이 그래왔듯이.
* * *
아르비스의 3대 제국은 전 우주로부터 크게 찬사를 받았다.
아르비스는 우주의 질서를 관장하는 초강대 서버였고, 그러한 책임을 진 서버이니만큼 약소 서버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대외명분이었다.
“과연 아르비스……!”
“암, 우리 1등 시민들이 도와줘야지.”
“그것이 강대서버의 관대함이고 아량 아니겠냐?”
아르비스 시민들은 아르비스라는 이름에 큰 자부심을 느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마시멜로는 마시멜로 모양의 머리를 살살 긁었다.
“정치인 놈들, 머리 잘썼단 말이야. 안 그러냐, 백과사전?”
“그러게.”
“아주 지들 멋있는 건 다해요.”
마시멜로는 제국들의 시커먼 속내(?)를 정확히 읽어냈다.
첫째로, 우주 역사상 가장 관대한 초강대 서버라는 소프트 파워를 얻고자 하는 속셈.
둘째로, 몰락해 가는 1차산업의 부흥.
현세대 농부들의 나이는 너무 많고, 다음 세대 농부를 꿈꾸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대로 가면 아르비스의 1차산업은 망가지고 말 것이었다.
제국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서버와 그렇지 않은 서버는 위기 상황 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 자체가 달라지니까.
마시멜로는 불만인 듯 투덜거렸다.
“안 그래도 제국 측에서 연락 오더라. 농부들을 영웅화 시키는 콘텐츠들 좀 짜달라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농부를 꿈꾸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중추가 되어줄 테니까.
제국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트리투리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며 아르비스의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고.
백과사전이 물었다.
“해주겠다고 했어?”
“미쳤냐? 내가 누구 좋으라고.”
기본적으로 마시멜로는 제국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벌어들이는 수익의 60% 가까이를 세금으로 떼이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정치인들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 바로 마시멜로였다.
백과사전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 쫄보가? 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그래도 항상 제국에 협조적인 녀석이었는데?’
제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혹시라도 세무조사라도 얻어 맞을까 봐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절친인 자신 앞에서가 아니라면 제국 욕을 한 적도 없고 말이다.
‘다른 이유가 있나 보다!’
그때, 마시멜로가 구구절절 길게 얘기했다.
“근데 이 정도 사이즈 사건이면, 아르비스의 위대한 스트리머인 내가, 중소서버인 지구같이 척박하고 부족한 곳으로 파견을 나가도 괜찮겠지? 명분이 있겠지? 뭐 아주 구린 일은 아니겠지?”
“…….”
“……왜 그런 눈으로 보냐?”
“그냥 김철수랑 합방하고 싶은 거 아니고?”
마시멜로의 머리(마시멜로)가 붉게 변했다.
“내가 무슨 철수랜드인 줄 알아!”
마침, 그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철수랜드 공식 2기 멤버를 모집하는 키워드 알림이었다.
* * *
수많은 힐러들이 레비온 바이러스를 치료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슈퍼닥터 로날도는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그의 경이로운 능력 덕택이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힐러는 경험이 중요하다!’
물론 그보다는 수호수 덕분이기는 했다.
뉴욕에도 수호수가 자라났고 덕분에 그의 능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몇몇 업적도 챙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서버급 시나리오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 경험치도 굉장히 짭짤했다.
서버 혜택 덕분에 미국 내 힐러계열 랭킹 1위로 도약한 그는 점점 인기에 취하기 시작했다.
“만약 나에게 더 빨리 진실을 알렸더라면, 더 빨리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동의 적을 하나 만들자 인기가 치솟았다.
그는 인기에 더욱 취해갔다.
“김철수의 오만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키운 것이다.”
차진혁 또한 로날도의 주장을 알고 있었다.
기분이 나쁘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었다.
“……오, 이걸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한 가지 사건을 이렇게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설레는 중이었다.
그는 오늘도 영감을 받고 성장하는 중이었다.
* * *
마시멜로가 펄쩍 뛰었다.
“서, 성공, 했다!”
어찌나 높이 뛰었는지 천장에 머리가 닿았다.
마시멜로 형상의 모양이 완전히 찌그러질 만큼 말이다.
백과사전이 그에 호응해 줬다.
“오, 드디어 공식 철수랜드에 가입한 거냐!”
“어! 2기! 1000번! 가까스로 세이프……!”
2기는 1기 멤버들을 포함하여 도합 1000명을 뽑았다.
마시멜로가 바로 마지막 1000번이 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백과사전이 흐흐흐 웃었고, 마시멜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니 이건 내가 진짜 김철수의 팬이라서가 아니고, 떠오르는 신예가 어떻게 커나가는지를 알아보려고. 새로운 시대에 어린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분석 좀 하려고…… 말하자면 시장조사를 위해서…….”
“나 아무 말도 안 했다.”
철수랜드 2기.
1000번이 된 그는 몹시 분노했다.
“슈퍼닥터, 이 새끼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막 나가네?”
“김철수는 오히려 좋아하는 거 같던데?”
스트리머라면 오히려 김철수처럼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나?
백과사전은 꽤 합당한 의문을 표했지만 철수랜드 1000번인 마시멜로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이 새끼 묻어버린다!”
우주 최상위 랭커 마시멜로가 지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마시멜로의 방송은 우주에서 파급력이 가장 큰 방송 중 하나였다.
그가 움직이면 우주의 여론이 움직일 정도였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송은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었다.
“……하여 백과사전의 분석을 첨부합니다.”
백과사전 또한 꽤 공신력 있는 커뮤니티 논객.
백과사전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레비온 시나리오를 이렇게 악화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슈퍼닥터 로날도였다.
“이번 사태로 슈퍼닥처, 아니, 슈퍼닥터는 레벨업을 굉장히 많이 했고 부와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김철수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김철수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명성을 얻기는 했지만 지구에서 김철수를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바다에 한 방울의 물을 더한다고 해서 바다가 깊어지지는 않는 법입니다.”
마시멜로는 평소보다 훨씬 흥분한 상태였다.
“김철수는 자신의 소중한 수호수를 잘라 세계 각지에 나누고 있습니다. 지구의 농부들, 아르비스의 농부들과 스칸노르비아의 일꾼들과 함께. 그는 지금 지구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헌신을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요?”
마시멜로의 합세에 우주의 여론이 움직였다.
‘그래도 철수 님이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럼 우리도 좋아해야 하는 거아냐?’라는 이유로 참고 있던 철수랜드들이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철수 님이 좋아해서 참고 있었지만,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그래! 이건 화가 나는 게 정상인 일이라고!”
“감히 철수 님을 건드려?”
행동력이 좋은 철수랜드들은 직접 지구로 향했다.
랭킹 1위를 찍고서 기고만장해진 슈퍼닥터 로날도는 철수랜드들을 비웃었다.
“지들이 온다고 어쩔 건데? 지들이 뭐? 뭐라도 돼?“
감히 미국 힐러 랭킹 1위.
새로운 시대의 귀족이 된 자신에게 털끝만 한 영향이라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끽해야 인터넷에 똥글 좀 싸지르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이야말로 로날도의 오만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실제로 수많은 암살자들이 그의 목에 단도를 가져다 대었다.
로날도는 간과한 것이다.
우주랭커 마시멜로조차도 겨우 1000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철수랜드.
모두가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철수랜드에 가입한 게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