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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49화 (24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49화

전체적으로 한국 플레이어들이 뒤로 밀리는 상황.

전투의 결과들과는 별개로 차진혁은 기분이 나빠졌다.

‘이 새끼들이, 진짜로 나를 따돌리고 있잖아?’

놈들은 자신의 동선을 모두 읽고 있었다.

미리도 덩달아 화를 냈다.

즐거운 취미생활을 즐기려고 했는데 상대가 모조리 도망 다니는 바람에 취미를 못 즐기게 생겼다.

차진혁은 본진으로 돌아가 한세린에게 물었다.

“야. 쟤네가 내 움직임 다 읽고 있는 거 같아.”

“너만 읽어내고 있는 게 아냐.”

한세린이 인상을 찡그렸다.

“전선 자체가 계속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어. 엠페러가 꽤 유능한가 봐.”

“그럴 리가 없는데.”

“뭐?”

차진혁이 정곡을 찔렀다.

“암살에 제대로 대비하지도 않는 놈이잖아.”

“……?!”

하나를 보면 열이 보이는 법이다.

차진혁이 아는 한, 그런 놈은 그렇게 유능할 수 없다.

“1 더하기 1도 못하는 놈이 미적분을 어떻게 하겠냐?”

“으음, 그건 그래.”

망부석(신유리) 또한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중.

웅이 덕분에 신변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위치가 계속 발각되어 이래저래 불편을 겪고 있었다.

결국 한국서버 측 포탑이 모두 무너졌고 미국 플레이어들이 본진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전쟁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차진혁 혼자서 모든 플레이어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아 근데, 솔직히 막아낼 수 있었을 거 같기도 하고?’

이번에 무척 강화된 절대결계를 사용하면 태극기를 지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써볼까?’

그렇지만 지금 그는 취미를 즐기는 김평범이었다.

김평범의 복귀전인데 김철수의 능력까지 사용하는 건 페어 플레이가 아니었다.

현재 스코어 5:4.

미국이 한 점을 더 따라왔다.

‘근데 궁금하기는 하네. 엠페러가 잘해서 이런 건 아닌 거 같은데.’

현재 스코어 5:5.

-거봐. 시간 지나면 결국 미국이 이긴다니까?

-어쩔 수가 없음. 인간이 안 지치면 인간이 아니지.

-한국서버 애들도 이제 슬슬 맛탱이 가는 듯.

미국의 대군주, 엠페러의 명성도 높아졌다.

-엠페러 등장과 동시에 급 기세 올랐는데?

-영상 봄? 용병술 미쳤음 ㅋㅋ 진짜 효율적으로 공략하던데.

기세등등해진 엠페러는 에건 폴을 찾아가 말했다.

“보여준다고 했지, 내가.”

“…….”

에건 폴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아직 K사단의 진가를 몰라.

심지어 김철수는 아직 참전하지도 않았어.

그 말을 해주려다가 하지 않았다.

‘직접 경험하는 편이 좋겠지.’

엠페러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 미국 최고의 연합은 어벤저스가 아니라 우리 브로큰 연합이 될 거야. 마케팅 따위가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그 자리를 차지해 주지.”

“……응원한다.”

사실 에건 폴도 미국 서버의 승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무엇보다 김철수가 너무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미국은 또 한 번의 승리를 따냈다.

현재 스코어 6:5.

미국이 드디어 역전했다.

그쯤 되자 차진혁은 저들의 트릭(?)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와, 이 새끼들.”

허탈하게 웃었다.

“맵핵을 써?”

조력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던전 등 필드의 설정을 꽤 자유로이 매만질 수 있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놈.

이를테면 2번 늪지대 같은 놈 말이다.

방장 사기맵까지는 그냥 핸디캡 정도로 봐주려고 했는데 맵핵까지?

“선을 너무 심하게 넘네.”

* * *

취미로 즐길 때와 본업으로 들어갈 때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차진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외부 조력이 있는 거 같다.”

한세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혹시 짐작가는 놈 있어?”

“있어.”

엠페러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차진혁은 회귀자였다.

“2번 늪지대. 그놈일 확률이 높겠지.”

3번 늪지대의 원한도 있을 테니 2번 늪지대가 끼어드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한세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눈을 감았다.

‘놈들의 눈을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잠시 생각하던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잠깐만.”

“왜? 좋은 생각이라도?”

“전쟁에 못 껴서 열받은 애들 있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에 참여했어도 그다지 활약하지 못해서 놀림감이 된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천사소녀 송하영도 그중 한 명이었다.

-도둑질이나 할 줄 알지 ㅋㅋㅋㅋ 쓸모 개없네 ㅋㅋㅋㅋ

-그저 사회 암덩어리 같은 놈들ㅋㅋㅋ

-도적 한계 적나라하게 드러나벌임ㅎㅋㅎㅋㅎㅋㅋㅎㅋ

차진혁이 송하영을 호출했다.

“왜? 뭐? 너도 나 놀리게?”

최근 송하영도 나름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었다.

이렇게 큰 이벤트에 제대로 끼지도 못하고, 껴봤자 딱히 할 것도 없었으니까.

“너네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

송하영의 눈이 반짝거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뭘 하면 되냐고 묻지도 않았다.

* * *

이어지는 전쟁에서 미국은 연거푸 승리를 차지했다.

현재 스코어 8:5.

자신감을 얻은 엠페러는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에건 폴의 방송에 참여해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전면전의 승리를 확신합니까?

-물론이죠. 이 전쟁의 승자는 미국입니다. 그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철수가 참전한다고 해도요?

-이미 전세는 기울었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 너무 유리합니다. 그들은 핵이니 사기맵이니 손가락질하지만, 그건 패배자들의 핑계일 뿐이죠. 그리고 나는 오히려 김철수가 참전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의도된 타이밍에 엠페러가 씨익 웃었다.

-지나치게 고평가된 스트리머의 거품을 걷어내겠습니다.

그리고 엠페러는 또 하나의 사실을 밝혔다.

-이번 전면전은 10선승제입니다. 10선승을 하게 되면, 우리는 한국 서버의 던전 100개를 차지할 수 있고, 향후 1년간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징수한다는 건 어떤 것입니까?

-전쟁피해보상금의 개념이죠. 그들이 플레이하면서 얻는 모든 것들의 13%를 미국 서버 플레이어들에게 상납해야 할 것입니다.

-패전하게 되면 무척이나 쓰라리겠군요.

그것은 시스템으로 처리되어 전쟁에 참여한 미국 플레이어들에게 적절히 분배된다고 했다.

이어지는 14번째 전쟁.(현재전적 8:5)

거기서 송하영은 씨익 웃었다.

‘와, 이 새끼, 은신능력이 왜 이렇게 좋아?’

전쟁맵의 남쪽 하단부에는 거대한 폭포가 있었고, 그 안쪽에는 길이 복잡한 동굴이 숨겨져 있었다.

한 플레이어가 그곳에 숨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분야는 내 전문이라고!’

송하영은 결국 2번 늪지대를 찾아냈다.

그사이 미국은 또 한 번의 승리를 따냈다.

이제는 9:5.

미국의 최종 승리까지 마지막 한 점 남았다.

* * *

차진혁은 김철수와 김평범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그다지 밝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놈들은 김평범을 피해 다니잖아?”

직업 수식어로 ‘먼치킨’을 얻게 되면서 모든 능력이 대폭 강화되었다.

그것은 그의 신비 ‘다중인생’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아바타도 진일보했다.

“자동사냥 걸어놓으면 돼.”

혹시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은 자동으로 공격하도록 설정해놨다.

차진혁 본인처럼 다 각도로 생각하고 전략을 짜는 건 불가능했지만, 단순 공방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오히려 놈들이 김평범을 피해 다니기에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일단 숨어 있는 놈부터 잡자.”

“근데 도망갈 경로 다 만들어놓지 않았겠어?”

“그렇겠지. 그래도 끝까지 추적해.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최근 고평가 논란에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송하영이 화사하게 웃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준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김철수가?

청량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 열정이 피어올랐다.

다른 놈들도 아니고 맵핵과 방장 사기맵을 쓰는 놈들에게 질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때였다.

‘보여줄게! 도둑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확인했다.

“근데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 사이에 태극기 부서지면?”

“안 부서져.”

“……여태까지 계속 부서졌잖아.”

“여태까지는 내가 안 지켰잖아.”

“…….”

“안 부서지게 할게, 내가.”

……존멋.

송하영은 입을 틀어막고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다.

“역시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는 열심이네. 질서의 치열좌.”

그리고 얼마 후.

마지막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마지막 전쟁은 무려 김철수가 참여했다.

백과사전은 이번 전쟁을 유심히 살폈다.

‘어쩌면 김평범과 김철수가 동일인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주에서 부캐는 흔한 개념이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신비도 여럿 존재했고.

‘근데 아니었나?’

김평범은 김평범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었고, 김철수는 전쟁에 참여해서 방송을 진행 중이었다.

가끔씩 스트리머들에 의해 김평범의 모습이 목격되었는데 김평범은 역시 막강한 무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저게 아바타라면…… 저 정도 성능을 낼 수는 없어.’

저게 가능하려면 인형술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스트리머가 아무리 신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저게 가능할 수는 없었다.

백과사전의 상식으로는 그랬고 수많은 우주 네티즌들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사이, 송하영과 곽도형이 이끄는 흑흑연합의 연합원들이 2번 늪지대의 은신처로 향했다.

2번 늪지대는 히죽 웃었다.

‘네놈들이 오는 것도 다 보인다.’

그는 맵 전체에 ‘제3의 눈’을 설정해 놓은 상태.

저들이 아무리 뭔가를 하려고 해도 다 보인다.

‘이동 마법진들을 여럿 준비해놨지.’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파는 법이다.

혹시 은신처가 발각되고 암살자들이 찾아올 것을 대비하여 이동 마법진을 7개나 준비했다. 그는 쪽지를 남겼다.

[너희가 끝까지 나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다. 정말로 나를 찾았을 때 즈음, 이미 전쟁은 끝나 있을 테니.]

송하영이 그 쪽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겉으로는 분한 척 연기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다 잡았는데!”

송하영은 계속해서 2번 늪지대를 추적했다.

전쟁이 발발하고서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엠페러는 슬슬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이미 한국 측 포탑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

수많은 미국 플레이어들이 한국 본진에 몰려갔고, 원래대로라면 한참 전에 끝났어야 했다.

본진에서 대기 중이던 엠페러도 한국 본진 쪽으로 움직였다.

한국의 태극기 앞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화려한 이펙트가 터져나오고 굉음이 울려퍼졌다.

‘엥? 뭐지?’

엠페러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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