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45화
마시멜로의 집 거실.
백과사전은 손톱을 깨물고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야, 친구야, 정신 사납다.”
“마지막 알림은 공개를 안 했어. 이 빌어먹을 절단마공.”
백과사전은 갑자기 화가 난 듯 마시멜로에게 다가가 마시멜로의 멱살을 쥐고 세차게 흔들었다.
“너희 스트리머 놈들은 이 쓰레기 같은 절단마공 좀 안 쓰면 안 되냐?”
“캑, 캑! 이것 좀 놓고 말해라.”
“하아.”
백과사전은 소파에 드러누웠다.
“도대체 김철수가 마지막에 들은 알림이 뭘까?”
“때 되면 알아서 공개하겠지. 뭘 벌써부터 그렇게 난리냐? 내 방송은 보지도 않는 게.”
“설마 우주급 시나리오랑 관련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우주급 시나리오가 무슨 신규서버에서 나와? 그건 역사적으로도 한 번밖에 없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한다만 왠지 느낌이 그래.”
“얼씨구? 언제나 철저한 이성을 바탕으로 분석을 해야 한다며?”
“그래, 그랬지.”
백과사전은 또다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근데 김철수를 봐라. 저게 이성으로 분석한다고 되냐?”
“…….”
“저게 레벨 200대 스트리머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냐고.”
“그건 아니긴 하지.”
백과사전은 김철수가 마지막에 들은 알림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다.
“어?”
그러던 찰나, 왕유미가 내일 VIP전용 미공개 영상을 올리겠다고 공지했다.
“이거 설마 오늘 알림이랑 관련 있는 건가?”
“그럴지도?”
“너 혹시 김잘알TV VIP냐?”
김잘알TV는 VIP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VIP들만 입장할 수 있는 채널이 따로 있다.
미공개 영상이나 선공개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마시멜로는 발끈했다.
“미쳤냐?”
“뭐가?”
“킹갓제네럴유미 걔 상술이 장난 아냐. VIP 허들 장난 아니다. 트리니티들도 지금 거기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났어.”
“너도 트리니티잖아!”
“그렇긴 한데…….”
“제발 VIP좀 달아주면 안 되냐? 미공개 영상 확인 좀 하자.”
“안 해. 내가 그래도 마시멜로인데. 이제 겨우 떠오르는 신성의 채널, 아니 그것도 아니고 그 채널을 중계하는 이야기꾼의 채널의 VIP를 자처하라고?”
“야 제발.”
백과사전은 싹싹 빌다시피 했으나 마시멜로는 완강했다.
“어마어마한 일시후원도 해야 하고, 심지어는 정기 구독권도 구매해야 해. 한 달에 얼마였더라? 구독권이 한 달에 5억 다이아였나. 미친 금액이지.”
“제발 부탁이다, 친구야.”
“안 해! 이 미친놈아! 그런 건 저기 돈이 썩어나는 돈벼락 영감님이나 하는 거지!”
백과사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서 신경질적으로 걸어갔다.
“야, 어디 가?”
“돈벼락 영감한테.”
“왜?”
“영상 보여달라고 떼 쓰게. 지금 한국 서버에서 놀고 있더라.”
그때, 마시멜로가 백과사전을 불렀다.
“야.”
“왜?”
“너 때문이다.”
“뭐가?”
“너 때문에 VIP 승급하는 거라고.”
……?
백과사전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그런 루키의 방송 따위에 빠진 게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힘겹게 번 돈인데 겨우 그딴 미공개 영상이나 보려고 돈을 투자하겠냐?”
“그러니까 돈벼락 영감한테 간다니까?”
“진짜 어쩔 수 없이 정기구독권 구매하는 거다. 하, 진짜 어쩔 수 없네.”
왕유미가 설정한 VIP에 들어가려면 후원 순위 상위 10위 안에 들어야 했다.
우주에서 단 10명.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후원을 해야만 했다.
“아니…… 그니까 나는 최갑수 영…….”
“아 거 시끄럽네. 후원 중인데 정신 사납게.”
마시멜로는 음소거 기능을 활용하여 백과사전의 입을 막아버렸다.
“친구 잘못 둔 죄지. 하, 돈 아까워라.”
후원하는 그의 손놀림은 무척 가벼웠고, 그의 표정은 꽤 후련해 보이다 못해 약간 즐거워 보였다.
* * *
차진혁은 ‘우주급 시나리오’라는 말에 꽤 놀랐다.
‘이런 게 있었어?’
그가 아는한 가장 큰 단위의 시나리오는 ‘서버급’이었다.
그런데 서버급이 아니라 우주급이라니.
검왕 시절에도 이런 게 존재하는지 몰랐다.
‘별다른 상세설명은 확인할 수 없고.’
현재 상태로는 ‘?’ 표시가 되어 있었다.
버려진 여왕의 ‘유산’이니, 아무래도 여왕이 남긴 무언가를 찾는 것이 시작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방송 송출을 멈춘 에건 폴은 크게 감격했다.
“올 클리어……!”
길잡이인 흑표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올 클리어를 해내다니……!”
올 클리어는 흑표범의 염원이었다.
그는 미국맵의 랭커였지만 ‘올 클리어’는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었으니까.
멀리 한국 땅까지 와서 올 클리어를 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데…….’
기쁨에 취했던 것도 잠시,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차진솔을 보니 정말 이상했다.
“자유의 성녀. 당신은 왜 별로 안 기뻐하는 거 같지?”
“기쁘다니?”
차진솔도 솔직히 기뻤다.
그녀 또한 올 클리어는 생소하고 낯선 것이니까.
그러나 여기 오기전에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다.
올 클리어가 아니면 진짜 클리어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온 것이다.
흑표범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올 클리어를 했잖나?”
“올 클리어 아니면 클리어 아니잖아.”
이왕 클리어 하려면 올 클리어하는 게 맞지.
그 담담한 모습에 흑표범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 자식들……!’
기준이 범상치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한계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미국맵 기준에 익숙해져 있던 흑표범은 점점 K사단 기준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저런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구나.’
올 클리어가 아니면 클리어가 아니다.
그 사실을 배운 그는 올 클리어 업적 보상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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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해운대 던전)]
해운대 던전을 올 클리어한 이에게 부여되는 업적
1) 올 클리어 각인. (각인 생성 위치 : 오른손목)
- 해운대 던전의 마물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 해운대 던전 내에서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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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보통의 올 클리어 효과와 같았다.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들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고 지켜라. 그것이 나의 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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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잊혀진 것을 되찾다.
- ‘탐색 계열’ 능력을 대폭 강화합니다.
┗ 해운대 던전 이하급 던전/필드의 히든 피스 탐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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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범은 전율을 느꼈다.
‘해운대 던전은 내가 경험한 던전 중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던전이었다.’
이전 원정에서 두 명의 동료를 잃었을 정도로 어려운 던전이었다.
게다가 던전보스인 ‘웅이’의 힘을 감안한다면, 지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던전일 수도 있었다.
‘이 이하급 던전에서 히든 피스를 내 마음대로 탐색할 수 있다고?’
길잡이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약간 똥 씹은 표정이었다.
“뭐야? 이건 순 길잡이 좋은 스킬 아니냐?”
“그래도 난 방어와 관련된 업적 효과가 생겼는데?”
해운대 던전 올 클리어로 인해 주어지는 업적 효과는 두 가지였다.
아무래도 두 가지 중 하나가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하나는 흑표범에게 주어진 ‘잊혀진 것을 되찾다.’
그리고 또하나는 김철수에게 주어진 ‘잊혀진 것을 지켜내다’였다.
김철수는 지금의 상황을 녹화 중이었다.
“버려진 것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여왕을 지키는 것. 이 던전 속성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요. 저는 지키는 것과 관련된 업적효과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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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잊혀진 것을 지켜내다.
- ‘방어 계열’ 능력을 대폭 강화합니다.
┗ 해운대 던전 이하급 공격에 완전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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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기뻐했던 흑표범과 달리 차진혁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이게 뭐냐?’
특히 이게 마음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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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던전 이하급 공격에 완전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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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던전 이하급 공격은 어차피 막아낼 수 있다.
해운대 던전에서 가장 강력했던 상대는 웅이였다.
웅이의 공격이 막강하기는 했지만 그걸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힘겹게 올 클리어를 따냈는데 막상 효과가 좀 힘빠지는 느낌이었다.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차진혁은 미리를 꺼내 들었다.
엑토리얼을 흡수한 미리는 상황과 용도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알아서 변형시켰다.
지금은 조각칼 같은 모양새로 변해 있었다.
-제게 맡겨주세요.
마음에 안 드는 설정이 있으면 파내면 된다.
미리는 본래 룰 브레이커였으니까.
차진혁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조각칼(미리)를 사용해 업적효과의 글자들을 미세하게 깎아냈다.
에건 폴과 흑표범은 그런 차진혁을 주의 깊게 살폈다.
‘뭘 하는 거지?’
그리고 결국 차진혁은 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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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던전 이하급 공격에 완전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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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을 없애버리는 데 성공.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한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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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어 계열’ 능력을 대폭 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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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혁은 이제야 만족한듯 씨익 웃었다.
‘내 절대결계가 훨씬 세지겠다.’
* * *
흑표범은 마지막까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나는 엄청 좋아했는데.’
‘해운대 던전 이하급’이라는 단서는 흑표범에게 축복이었다.
그러나 김철수에게는 오히려 저주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강화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하겠군요.”
김철수가 김정현에게 요구했다.
“저기, 흑표범을 있는 힘껏 패줘봐.”
“죽이는 건…… 좀…….”
“죽지 않을 만큼만.”
사실 그때 흑표범은 무척 억울했다.
내가 왜 맞아야 하는데? 방어력 약한 게 죄냐?
그 말을 하기도 전에 김정현은 움직였다.
“내 공격이……!”
흑표범도 놀랐고 김정현도 놀랐다.
김정현의 반쯤 진심이 담긴 주먹에 흑표범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심을 담아…….”
김정현은 차진혁에게 큰 영감을 받은 상태.
그래서 그 또한 차진혁을 따라했다.
“전력 파쇄……권……!”
콰과광!
요란한 소리가 터져나왔으나 소용 없었다.
흑표범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것은 스트리머 김철수의 절대결계 때문이었다.
“업적효과가 상당히 뛰어나군요.”
김철수의 절대결계는 무척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김철수 본인만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올 클리어 업적 효과로 인하여 얘기가 달라졌다.
“결계의 범위를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말에 에건 폴이 깜짝 놀랐다.
같은 중계결계(?)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스트리머인 에건 폴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젠가 나도 저런 방어 능력을 갖고 말 것이다……!’
* * *
해운대 던전을 클리어한 뒤, 차진혁은 VIP관리 차원에서 최갑수 공방을 찾았다.
최갑수와 미셸장은 한껏 달아오른 표정으로 차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올 클리어 떴지?”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건 내일 왕유미 씨가 올리는 미공개 영상 보시면 됩니다.”
“나만 좀 미리 알려주면 안 되나?”
미셸장도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무척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진혁은 주변을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
“두 분은 진짜 제 특별한 VIP시니까 미리 말씀을 좀 드릴까 하는데요.”
어차피 내일이면 공개된다.
‘우주급 시나리오’에 대해서 공개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올 클리어 업적 효과’에 대해서는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 효과는 어벤저스 사단 플레이어들도 똑같이 얻은 것이니까 비밀로 하는 게 별로 의미 없었다.
“대신 두 분께만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사실 좀 불공정하기는 하잖아요? 나중에 다른 VIP분들이 욕할 수도 있고.”
최갑수와 미셸장은 동시에 말했다.
“돈을 원하는가?”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저한테도 명분이 필요합니다. 저를 보호할 수 있는 명분이요.”
“그래. 명분 중요하지. 얘기해 보게.”
“두 분께만 제공받을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대가로, 내일 업로드 될 영상 일부를 선공개 하겠습니다. 그래야 명분이 살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하루 있으면 공개될 내용으로 정보를 좀 빼보기로 했다.
약간 호구 취급하는 거 같아서 미안해졌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아무 생각 없어 보였다.
차진혁은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춘 채 은밀하게 물었다.
“혹시 우주급 시나리오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최갑수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