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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07화 (20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07화

송하영이 가져온 정보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은우가 직접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고?”

얘가 왜 연출을 해?

얘는 액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애인데? 자기도 그걸 잘 알고 있을 텐데?

만인의 아이돌? 뭐 그런 느낌의 직업으로 각성해서 플레이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갑자기 스트리머란다.

“응, 근데 완전 하꼬야.”

“하꼬라고?”

나는 이제 하꼬가 무슨 뜻인지도 알 만큼 성장했다.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돼?”

“걔 얼굴 못 봤냐?”

“얼굴 공개 안 했는데? 그리고 완전 더벅머리에 수염도 기른 데다가 안경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녀서 사실 얼굴도 잘 몰라.”

들을수록 어이가 없다.

“걔가 얼굴 공개를 왜 안 했는데?”

그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나 주지.

아무래도 그놈은 지 외모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거 같다.

답답한 놈 같으니라고.

“그건 얘가 2호라서.”

송하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누굴 따라 한답시고 그렇게 하던데.”

“누구?”

“누구겠어?”

나는 한동안 송하영을 바라보다가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나?”

걔가 날 왜 따라 해?

* * *

차진혁은 송하영이 정말 많이 고분고분해졌다고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야, 나 그래도 흑장미 연합장이야. 나한테 이런 사소한 심부름은 좀 그만 시켰으면 좋겠는데, 하고 말했을 거 같은데. 이상하리만치 협조적이란 말이야.’

송하영은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아서 강은우의 주소를 찾아왔다.

“여기, 주소.”

“쉽게 찾았네?”

“스트리머니까. 방송 역추적해서 찾으니까 금방이던데?”

송하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 따라 하기는 하는데 너무 어설퍼.”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송하영은 또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애들이 자꾸 이상한 핀트에서 기분이 불쾌해지는 것 같다.

[#따라쟁이 극혐 #따라할 거면 잘 따라하든가]

송하영은 정말로 기분이 나빴다.

‘왜 차진혁을 따라 하는데?’

치열하게 잘 따라 했듯, 어설펐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냥 누군가가 김철수를 따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요즘 김철수 따라쟁이들이 많이 늘었는데 송하영은 그들을 전부 혐오했다.

참고로 송하영은 철수랜드 99호였다.

차진혁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지만.

‘그리고 지가 왜 2호인데?’

내가 99호인데 어떻게 그런 한심한 아류가 2호일 수 있는 거지?

이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사실 이게 제일 별로였다.

그녀는 은근한 기대를 담아 물었다.

“근데 왜? 박살 내려고?”

“박살을 왜 내냐?”

“따라쟁이잖아.”

차진혁은 움찔했다.

아니, 사람이 좀 따라 하고 그럴 수도 있지 무슨 박살을 내?

수호수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애들이 점점 괴팍해져가는 것 같다.

‘엄밀히 따지면 나도 비밀상자 컨셉 따라한 건데.’

그러니까 차진혁에게는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할 권한이 없었다.

주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이런 연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오직 나만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 왜?”

“한 번 만나보게.”

“왜?”

송하영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설마 걔가 2호인 걸 알고 있는 거 아냐?

팬미팅 뭐 그런 거면 가만 안 둬.

“그냥, 혼 좀 내려고.”

그제야 송하영이 활짝 웃었다.

“무섭게 혼내줘.”

대화를 엿들은 수호가 끼어들었다.

-뚝배기를 깨버릴 것이도다! 낄낄!

* * *

‘사러가 던전?’

아니 진짜 황당하네.

중계결계 사용도 제대로 못하는 애가 왜 날 흉내 내면서 사러가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단 말인가.

스트리머는 원래 솔로잉하라고 만들어놓은 직업이 아니다.

‘와…….’

이걸 뭐라고 비유해야 할까?

오른손잡이가 왼손 쓰는 느낌? 아니면 농구선수가 족구하는 느낌? 씨름선수가 수영하는 느낌?

아무튼 너무 안 어울리고 어색했다.

‘게다가 이건 또 뭐고?’

[#자존감 결핍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우주의 먼지]

나는 강은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가발과 선글라스, 그리고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 기만자의 가면을 살 돈이 없는 거 같다.

“너 여기서 뭐하냐?”

“다, 당신은……!”

얘는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거 같다.

몸이 바짝 굳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니, 왜 도망쳐?’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

게다가 도망치는 경로도 제대로 설정 안 한 거 같다.

저렇게 가면 주먹 원숭이들한테 얻어맞을 텐데.

‘에휴.’

저대로 두면 수호수의 말대로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일단 구해주기로 했다.

‘중계결계를 제대로 못 쓰는 게 아니라 중계결계 자체가 없네?’

생각해 보니 중계결계는 선제각성 스트리머에게 주어지는 특전 같은 거다.

쟤는 늦게 각성한 스트리머라서 중계결계 능력 자체가 없었다.

“야, 잠깐 대화 좀 하자.”

* * *

강은우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긴장을 잔뜩 했는지 손을 달달 떨고 있었다.

‘진짜 적응 안 되네.’

강은우는 늘 자신감이 넘치는 녀석이었고, 나는 강은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치명적인 미인계를 물리치는 법, 몽마의 미혹에 넘어가지 않는 법도 강은우한테 배웠다.

강은우와 내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강은우가 자기 엔스타 계정에 나를 여러 번 언급해 줘서 내게 진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강은우는 우주 규모의 대스타였고, 강은우의 말 한 마디가 여론을 조종하기도 했으니까.

‘나는 늘 도움받는 처지였는데.’

나는 국정원 소속의 플레이어였고 좋으나 싫으나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실수들로 인해 우리 팀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을 때 강은우가 나서서 몇 마디만 해주면 금세 여론이 뒤바뀌곤 했다.

멀리 우주까지 갈 것도 없이 지구에만 수억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었으니까.

정치인들도, 우리 윗선들도, 국정원의 마리아도, 강은우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나한테는 진짜 든든한 뒷배였는데 이번 생에는 왜 이렇게 초라하지?

“네가 왜 스트리머를 하고 있냐?”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커, 컨셉을 도둑질 하려던 건 아니었고요…….”

얘는 금세 울상을 지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는데 누가 보면 내가 얘 괴롭히는 줄 알겠다.

안 되겠다.

내가 그래도 은혜는 잊지 않는 편이다.

“너 스트리머는 그만둬라.”

“……네?”

“물론 아쉽기는 하겠지.”

나는 내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때려서 말을 듣게 했을 텐데 이제는 대화로 풀어나갈 줄도 안다.

나는 이제 진짜로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힐링 브이로그도 찍을 줄 아는 감성 엘튜버가 되었으니 나는 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말로 얘 마음을 돌리기로 했다.

“네가 무슨 마음으로 스트리머를 선택했는지는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이건 너한테 맞는 옷이 아냐.”

원래 플레이어들은 자기 직업 바꾸는 걸 극도로 불편하게 생각한다.

레벨을 처음부터 다시 올려야 하는 문제도 있고, 원하는 직업을 얻게 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원래 사람은 익숙한 것을 찾아가는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익숙한 것을 찾느라 망치가 아닌 검부터 쥐지 않았던가.

망치 형태의 룰 브레이커를 손에 쥐어보기까지 했으면서 말이다.

“하, 하지만…….”

강은우는 예전부터 고집이 셌다.

아, 근데 그냥 때릴까?

폭력이 모든 것을 구원하는 경험을 하고 와서 그런가, 자꾸 그냥 때리고 싶네.

쉬운 길 놔두고 돌아가려니까 영 답답하다.

“저, 저는…… 철수 님처럼 되고 싶어서…….”

아니 안 때렸는데 왜 자꾸 울먹이는 건지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때릴까? 그럼 안 억울할 텐데.

“처, 철수 님은 제 우상이시거든요.”

“…….”

얘 도대체 뭐라는 거냐.

“그, 그래서 저는 비록 힘들더라도…… 철수 님처럼 하고 싶어서…….”

“나도 최근에 좋은 경험을 하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어.”

이런 깨달음은 나눠야 한다.

솔직히 약간 자랑하고 싶기도 하다.

“나는 검이 내 최고의 재능인 줄 알고 있었거든. 근데 아니더라. 이제와서 주무기를 바꾸려니까 엄청 힘들었어.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

얘는 내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펜과 노트를 꺼내 내 얘기를 받아적기 시작했다.

이러니까 괜히 위인이 된 것 같아서 좀 민망하지 않고 벅차오르네.

오히려 좋아.

상대가 강은우라서 더 그런가 더 뿌듯하다.

“근데 노선을 바꾸니까 더 많은 것들이 보였어. 시야도 트였고 말이야. 검에 집착하던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배웠지. 몇 단계는 성장한 기분이었어.”

“……깨달……음.”

얘는 올바른 배움의 자세로 내 말을 모두 기록했다.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 진로 트는 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얻는 것도 많고.”

“…….”

그때,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 스트리머들이 엄청 간절하게 강은우를 원했었잖아?’

강은우가 방송에 한 번 출연해 주면 구독자 수가 몇 배는 껑충 뛰어올랐으니까.

다만 강은우의 몸값이 워낙 비싼 데다가, 전속으로 계약한 스트리머가 있어서 –그게 바로 아르비스의 마시멜로다- 쉽지 않았었다.

‘얘를 내가 선점하면 대박 나는 거 아냐?’

이번 힐링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시야가 많이 트였다.

예전의 내 방식은 진정한 스트리머라기보다는, ‘검술을 잘하는 스트리머’에 가까웠다.

‘정말 편협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지.’

내 채널이 더욱 커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와 종족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진행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강은우를 섭외하는 것은 내게 아주 좋은 전략이었고.

“직접 방송하지 마. 정 방송을 하고 싶으면 내 방송에 나오면 되잖아.”

“…….”

얘 눈에 또 눈물이 차올랐다.

싫은 건가? 정 싫으면 때려서라도 계약서에 도장 찍게 해야지 뭐.

“지, 진짜 그래도 돼요?”

“……응?”

“저 같은 게 철수 님 방송에 나가도 돼요?”

“당연하지.”

순간, 마력이 얘 몸을 감쌌다.

얘한테서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전직?’

대화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갑자기 전직을 한다고?

역시 강은우의 재능은 우주에서도 손꼽힐 정도가 틀림없었다.

“전직…… 했어요.”

내 눈에도 보인다.

이레귤러 각성으로 들어가는지 레벨은 50부터 시작이었다.

[LV50/강은우/홈페이지 마스터/스킬/자존감은 낮아졌어도 2호입니다]

홈페이지 마스터? 만인의 아이돌이 아니라?

이걸로 시작해서 만인의 아이돌까지 가는 건가?

근데 저 무지개 색깔은 또 뭐지? 저건 처음 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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