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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97화 (19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7화

나는 저 말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런다고 조로가 날 죽이려 들겠어?”

조로는 비교적 상식적으로 미친놈이다.

나처럼 꽤 맛있는(?) 경쟁자를 많이 두고 싶어 한다.

룰 브레이커를 빼앗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건 괘씸하지만 더 강해지고 싶은 플레이어로서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걔가 날 키워주는 건, 지가 즐겁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미안해서이기도 할 텐데?”

이런 쩔도 없이 룰 브레이커만 빼앗아가기에는 좀 양심에 걸린달까.

“룰 브레이커에 진화 조건이 걸려 있나 봐요.”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그런 게 있었지.’

내가 회귀 전, 조로가 사용하던 룰 브레이커는 상당히 멋들어진 묵검이었다.

지금 망치 모양의 룰 브레이커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었지만 당시 조로의 멋에는 못 미친다.

조로가 들고 있던 묵검(룰 브레이커)는 우주에서 가장 트렌디한 검이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였다.

가장 아름다운 검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걸 미션의 조건으로 걸 것 같아요.”

“흐음.”

“결국 조로가 당신을 죽일 거예요.”

릴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나는 당신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

“나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요. 당신마저 잃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 같아요.”

………한 20년 전 드라마를 보는 건가?

릴리아가 그리 세련된 몽마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표현은 유독 더 오그라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저런 말을 질색했을 것 같다.

그리고 왜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상하네.

나도 이제 레벨 200인데.

‘근데…… 마음이 또 좀 이상한 건 왜 이러나 몰라.’

서둥이들. 차진솔. 그리고 릴리아까지.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요상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실체 없는 무언가가 내 내면의 우주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걱정 마. 안 죽어.”

“약속해 줄 수 있어요?”

“그래.”

그리고 조로와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레벨업을 시작하지.”

“그래. 내 레벨업을 도와라.”

조로는 24시간 동안 충실히 내 레벨업을 도와주었다.

24시간 동안, 나는 레벨 204를 달성했다.

업적효과 적용 시간이 끝났다.

그리고 조로가 본색을 드러냈다.

“이봐, 김철수. 너한테 받아야 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뭔데?”

“이왕이면 순순히 내놓는 편이 더 좋을 것 같긴 하거든.”

“그니까 뭔데?”

“네 녀석의 룰 브레이커. 내가 수십 년 동안 찾아다닌 아티팩트다.”

다 알고 있었지만 명분을 위해 다시 물었다.

“혹시 나를 이렇게 키워준 건 내 룰 브레이커를 빼앗기 위해서냐? 이 귀속템을 빼앗는데 레벨 제한이 걸려 있었다거나?”

비교적 상식적으로 미친놈은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부정은 하지 않으마.”

* * *

에건 폴은 탐욕에 가득 찬 스트리머를 연기했다.

“예,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길은 블랙의 길잡이가 열어주었다.

그가 곧장 물소 던전에 들어갔다.

“네, 이곳은 최근 조로 버스로 유명해진 물소 던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색다르고 즐거운 이벤트를 기획했는데요.”

그가 곧장 방제를 설정했다.

[김철수, 최후를 맞이하다?]

방제 어그로가 꽤 훌륭했는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생방 시청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김철수 최후? 그게 뭔솔?

-ㅂㅅ 그냥 어그로지 아직도 방제 믿고 들어오는 흑우들이 있누?

-근데 김철수랑 조로랑 싸울 거 같은데?

-엥? 그러네?

-김철수가 아무리 200레벨이 됐어도 220대 검술가랑 일대일 맞다이가 가능한 거임?

-카드 사용하면 224레벨 적용됨. 레벨급은 거의 맞음.

채팅창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뜨거웠고 에건 폴은 세피아-그란델과 약속한 대로 미션을 제안했다.

“조로. 김철수를 죽이기 미션을 제안하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넌 뭐냐?”

조로는 난데없이 침입한 에건 폴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만약 스트리머가 아니었더라면 진즉에 베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에건 폴은 미리 연습했던 대로 여유있게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룰 브레이커의 진화 레시피를 알고 있다.”

그 말에 조로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수십 년간 룰 브레이커를 찾아왔던 사실 룰 브레이커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김철수를 죽여준다면 진화 레시피를 건네주지.”

“네가 왜?”

“김철수는 나의 경쟁자다. 죽일 수 있다면 죽이는 편이 당연한 거 아닌가?”

그 탓에 채팅방은 폭주했다.

-ㅋㅋㅋㅋㅋㅋㅋ돌았나 넘어설 수 없으니 죽인다고?ㅋㅋㅋㅋㅋ

-에건 폴도 다 생각이 있겠지.

-생각이 있겠냐? 지금 시기 질투에 눈이 멀어서 돌아버린 거지 저게.

에건 폴을 욕하는 자들과 에건 폴의 선택이 지혜롭다고 말하는 자들이 팽팽하게 맞서 싸웠다.

-에건 폴이 구독자 숫자도 훨씬 많고 생방 참여 숫자도 훨씬 많음. 솔직히 시기 질투라는 말은 개오바.

-응, 다 허수. 실제로 한마갤 보면 김철수 화력이 압도적임.

-커뮤와 현실은 다름. 현실에선 다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라 ㅉㅉ

-커뮤 안하는 정상인들도 개많은데 커뮤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ㅂㅅ들이 ㅈㄴ 많네 ㅋㅋ

-커뮤 안 하면 정상인임? 이새기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오졌고요.

-이건 스트리머로서 즐거운 콘텐츠를 뽑아내기 위한 폴좌의 큰그림임.

이런저런 얘기들이 순식간에 오갔다.

에건 폴은 폭주하는 채팅창의 내용을 다 읽어내지 못했다.

그는 조로의 표정을 클로즈업했다.

다행히 고민하는 표정, 그리고 결단을 내리는 표정이 생생히 잡혔다.

-김철수 어카냐?

-진짜 뒤지는 거 아님?

-사실 지금 김철수 물레벨이잖아.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김철수.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라.”

김철수와 조로가 부딪쳤다.

* * *

‘여기서 하단.’

검술가에도 많은 종류가 있었는데, 조로는 패턴형 검술가였다.

일정한 패턴과 습관을 가지고 상대와 검을 나눈다.

‘그리고 이다음은 중단.’

아주 익숙한 동작이니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계되었다.

‘빨라.’

공격경로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로의 검을 막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미 신화급 카드의 +20레벨업 효과는 적용해놓은 상태.

‘여기서 파고들어 내 복부를 찌르느냐, 혹은 거리를 벌리고 날카로운 검기를 쏘아내느냐. 둘 중 하나인데.’

예비 동작이 똑같아서 정확히 읽어낼 수는 없었다.

검술가 시절에는 순전히 감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겠어.’

레벨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면서 ‘중계자의 시야’도 강화되었다.

중계자의 시야로 보면 얘가 무슨 행동을 취할지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식되었다.

거리를 벌릴 것이 확실해서 그런가 약간 여유가 생겼다.

“역시 스트리머는 눈이 좋아야 합니다.”

내가 입을 열자 상황은 순식간에 급변했다.

내 감으로도, 그리고 중계자의 시야로도 확인했을 때에는 분명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는데.

‘접근한다?’

내가 방송에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서 아주 약간의 빈틈이 생겼고 조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원래 하려던 걸 순식간에 바꿔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확실히 일류 검술가다운 자태였다.

라칸으로 막아내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이후 후속타가 없다는 것.’

날카로운 찌르기가 들어왔다.

나는 중계결계를 한 점에 집중하여 조로의 찌르기를 막아냈다.

퍽!

둔탁한 격타음이 들렸다.

‘통증이 상당한데.’

아프기는 했지만 조로의 검은 결국 내 가슴팍을 뚫지 못했다.

레벨이 많이 오르면서 중계결계의 성능도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조로도 잠시 거리를 벌리고 감탄했다.

“그 결계는 정말 사기적이군.”

“그렇지?”

“그 결계의 이름이 중계결계가 확실한 거냐?”

“확실하지.”

“이상하군.”

“뭐가?”

“나는 200레벨대 스트리머와도 많이 만나보았다. 나보다 고레벨 스트리머도 많이 만나봤지. 그런데 그들의 중계결계와 네 중계결계는 많이 다르군. 마치…… 노련한 검술가가 중계결계를 익힌 느낌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 검은 생각보다 매섭지 않은데?”

그럼 이제부터가 2페이즈겠네.

패턴형 검술가는 적은 체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그 패턴을 알고 있는 상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장에 한계가 있는 편이다.

“정형화된 패턴만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 같냐?”

“……뭐?”

“이다음은 뭐? 마력을 끌어올려서 속도를 끌어올리게?”

강제로 속도를 끌어올릴 거다.

마력 소모가 크지만 익숙한 패턴으로 체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쌍검술을 구사한다.

“이건 어쩌려고?”

[스킬, ‘시간배율 촬영’을 사용합니다.]

[시간배율: 0.6배속]

“참고로 이거 0.6배속이다. 40프로 디버프 걸은 거야.”

“초일류 디버퍼 수준이군.”

“나는 스트리머니까.”

에건 폴은 최대한 정신을 붙잡으며 둘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둘이 거의 호각인 것 같은데?’

아니, 그의 눈에는 오히려 김철수가 훨씬 더 여유로워 보였다.

마음이 급한 쪽은 조로였다.

-저 정도면 물레벨 아니지 않냐?

-???: 누가 김철수 물레벨이라 했냐?

-조로가 진심으로 했겠누? 지금까진 그냥 장난이지.

-조로야말로 진심인듯? 보는 눈 쓰레기냐? ㅋㅋ

-근데 김철수 너무 모든 걸 다 ‘스트리머니까’라는 이유로 퉁치는 거 아님?

칼을 잘 써도 스트리머니까.

훌륭한 눈을 가지고 있어도 스트리머니까.

초일류 디버퍼에 버금가는 디버프를 걸어도 스트리머니까.

-스트리머가 원래 저렇게 강했냐?

-???: 스트리머가 사실 먼치킨 직업이라는 사실 밝혀져.

조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으로 이 검술을 선보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러나 김철수가 예상외로 너무 강했다.

220레벨대 스트리머가 아니라, 220레벨대 검술가로 생각해도 지나치게 강했다.

이렇게 빨리 레벨업을 했는데 레벨업에 따른 능력 강화를 이미 모조리 제 것으로 소화해 낸 모양새였다.

소위 말하는 물레벨이 결코 아니었다.

‘저것이 진정한 재능이고 천재인가.’

상황이 많이 아쉬웠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는 네 천재성을 가감 없이 응원했을 텐데.’

몇 년, 아니, 몇 달의 시간만 더 있어도 김철수는 자신보다 강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걸 볼 수 없음이 아쉬웠다.

그는 쌍검을 든 채 자세를 취했다.

그의 등 뒤로 검은색 호랑이 모습의 마력이 꿈틀거렸다.

“최초로 공개한다. 나의 검은.”

그런데 차진혁이 왼손에 룰 브레이커를 들었다.

그리고 조로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조로는 인상을 찡그린 채 검술의 구결을 읊었다.

“제왕의 격을 노래하리니.”

“제왕의 격을 노래하리니.”

차진혁도 그와 똑같이 따라 했다.

마력을 끌어올리던 와중에도 조로는 황당했다.

‘따라 한다고 될 일이냐?’

“두려운 것이 없도다.”

“두려운 것이 없도다.”

조로가 몸을 살짝 숙였다.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검은 범의 노래.”

조로가 검을 휘두르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두 마리의 흑호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차진혁을 향해 뻗어 나갔다.

차진혁이 또 따라했다.

“검은 범의 노래.”

조로가 버럭! 소리질렀다.

“따라 한다고 될 일이냐!”

실망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설프게 남의 기술을 따라하는 건 백해무익하다.

강력하지 않더라도 몸에 익은 기술로 막아내야 한다.

김철수의 지금 선택은 틀려도 너무 틀렸다.

‘네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심하군.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려라.’

김철수의 어리석은 선택을 보니 미련이 남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맹렬히 날뛰는 흑호와 함께 조로가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어?’

조로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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