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1화
그사이 송하영은 또다시 소도를 사용하여 시간을 더 벌었다.
의자에 앉은 매켄드라는 인상을 찡그렸다.
“제법 잔꾀를 부리는군. 하지만 이건 어떨까?”
매켄드라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종이병정들이 세 마리씩 손을 맞잡고 돌기 시작했다.
차진혁은 그런 종이병정들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차진혁 옆에 선 김정현이 물었다.
“공격…… 왜 안 해요?”
“변신 중에 공격하는 건 신사답지 못하잖아.”
그 말에 김정현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그저 종이병정들을 처치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생각보다는 잘 싸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기준이 엄격하기 그지없는 차진혁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인정받기에는 너무 부족했구나.’
차진혁은 단순히 그냥 싸우는 것이 아니라 ‘멋있게’ 싸우기를 원했다.
그저 효율적인 싸움에만 급급했던 자신보다는 적어도 한 차원 이상의 고차원적인 전투를 치러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남몰래 중얼거리며 전의를 불태웠다.
‘멋있게 싸우자.’
김정현도 더 이상 종이병정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
종이병정들의 몸이 쫙- 펴지는가 싶더니 각자 한 장씩 종이로 변했다.
종이로 변한 그것들은 다시 머리, 몸통, 다리로 각기 접혀 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변신하는 모습이 제법 멋있습니다. 새로운 놈이 나타났군요.”
새로운 종이병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까지의 종이병정들보다 덩치가 두 배는 더 큰 놈이었다.
그 숫자가 수십 마리가 넘었다.
“그럼 저도 변신해 보겠습니다.”
차진혁은 여지껏 사용을 미뤄두었던 카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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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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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급 카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곧바로 링크를 달아 놓았다.
신화급 카드 뒷면 효과를 사용하여 레벨 +20판정.
현재 레벨은 159(+20)으로 179가 되었다.
그리고 곧장 앞면의 능력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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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의 정상에 올라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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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여 쓰러지고 무너질 자들이여. 정상의 목전에서 절망을 노래하라.”
집중 스트리밍 대상의 능력을 복사해 오는 권능.
여기까지가 진짜 시동어이고 이 다음은 멋을 위하여 추가했다.
“파괴하는 주먹의 권능이여, 내게 약속된 힘을 허락하라.”
마침 김정현의 타격기가 종이병정에게 매우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
김정현의 능력을 공유하여 싸우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주먹으로 패는 건 처음이라 몹시 설레는군요.”
회귀 전에도 김정현과 정말 많은 대련을 치러왔다.
김정현의 기술이라면 지금의 김정현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정도였다.
김정현과의 대련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김정현보다 김정현을 더 잘 알아야 했으니까.
보물보석을 손에 쥔 차진혁은 김정현의 능력을 공유하여 기상천외할 수준의 체술능력을 보여주었다.
‘몸이 가벼워.’
덩치가 커진 종이병정들 사이를 누비던 차진혁의 눈이 점점 붉어졌다.
‘손맛…… 손맛…… 손맛……!’
중계결계와 체술의 시너지가 상당했다.
차진혁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몸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게 체술가의 신체능력이구나.’
차진혁은 새로운 세계를 맛보았다.
이러한 신체능력으로 검을 휘두른다면, 또 다른 영역에 들어설 수 있겠지.
이것은 몸으로 겪는 또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그가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주먹을 휘두를 무렵, 매켄드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찮은 피라미가 제법 날뛰는구나.”
매켄드라에게 있어서도 이 종이병정들은 귀중한 재산이었다.
이대로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는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남아 있던 종이병정들이 다시 종이로 변해 매켄드라를 향해 날아갔다.
매켄드라의 주변에 모여든 종이들은 그의 주변에서 회전하는가 싶더니 이내 두 개의 물체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나의 검이요.”
매켄드라가 왼손에 종이검을 쥐었다.
“이것은 나의 창이니.”
오른손에는 창을 쥐었다.
“나의 검과 창이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으리라.”
* * *
매켄드라는 꽤 치사한 놈이었다.
괜히 멋있는 대사로 검과 창에 온갖 이목을 집중시키는 쇼를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제일 무서운 건 저 녀석의 신발이다.
저 신발을 신으면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다.
빠르고 정교한 스텝이 가능해져서 거리를 제대로 잡고 싸우기가 힘들어진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체술가 포지션이니까.’
창처럼 긴 무기를 지니고 있는 놈과의 거리를 뚫기가 쉽지 않다.
어찌어찌 거리를 뚫어내도 그 다음은 놈의 검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더 하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체술가 놀이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 주마.”
나는 다시금 라칸을 꺼내 들었다.
[‘보물보석(제작)’을 라칸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매켄드라와 공방을 이어갔다.
그사이 나는 팔과 다리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정현은 나보다 상태가 조금 더 심각했다.
‘십자인대가 파열된 거 같은데.’
어찌어찌 근육과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매켄드라의 창을 막아내고는 있으나 쉽지는 않은 상태.
김정현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놈이…… 너무…… 빠릅…… 니다.”
“알아, 나도.”
그나마 중계결계 덕분에 놈과 어찌어찌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내게 도전한 것이냐?”
“…….”
놈은 마치 날개가 달린 것처럼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가까이 파고든 매켄드라가 종이검을 휘둘렀고 배에 꽤 깊은 상처를 입었다.
‘배를 내주고 목을 취한다.’
배를 내주면서 매켄드라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매켄드라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제대로 베지는 못했다.
아주 가벼운 상처만 냈을 뿐이었다.
상처라고 보기에도 애매할 정도였다.
매켄드라가 피식 웃었다.
“동귀어진을 노리고도 이것밖에 못하나?”
“너한테 무슨 그런 거창한 걸 써?”
“죽이기 전에 혀부터 잘라주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이거 필요했던 거 아니었냐?”
피카소의 붓.
얘가 지구 서버에서 그토록 열을 내며 찾고 있는 그 아이템이다.
“참고로 이거 귀속이다?”
일부러 풉, 웃었다.
“나 죽이면, 네가 이걸 가져갈 수 있을 거 같냐?”
“너를 죽이고도 그걸 빼앗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그렇겠지.”
귀속 아이템을 빼내는 희귀능력자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그렇지만 날 죽이는 것보다는 생포하는 게 훨씬 편하기는 할 거다.
내가 노리는 거 이거였다.
‘지금 놈은 나와의 격차를 완전히 느꼈다. 방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어.’
그리고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과감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더 많은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고, 대신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좀 어지럽군요.”
피를 많이 흘렸다.
도대체 애들은 언제 오는 건지 모르겠다.
차진솔이 오면 그나마 좀 나을 거 같기는 한데, 일단은 얘가 없다고 생각하고 매켄드라와 싸워야 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힘드네.’
모든 체력을 다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매켄드라에게 자잘한 상처 몇 개를 입히는 게 끝이었다.
“이제 슬슬 끝을 내야겠군.”
놈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특성 스킬, ‘천재는 지치지 않는다’를 사용합니다.]
특성 ‘올라운더’에 내재된 특성 스킬 ‘천재는 지치지 않는다’를 사용했다.
모든 특성, 스킬 발현 시 정신력 소모가 대폭 감소하는 능력.
이 능력은 신비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신비, ‘행운의 신’을 사용합니다.]
순간 시야가 아찔했다.
정말로 쓰러질 뻔했다.
나는 힘겹게 라칸을 휘둘렀고 매켄드라는 내 라칸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냈다.
[업적 효과, ‘즉살’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러고서 나는 입을 열었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위대한 권능을 손에 넣었다.”
더 이상 몸을 지탱할 수가 없어서 라칸을 바닥에 꽂아 지팡이처럼 겨우 섰다.
내 앞에는 시체가 된 매켄드라가 보였다.
‘7프로 확률이 생각보다 낮네.’
그래도 열 몇 번의 자잘한 공격을 넣는 데 성공했는데 단 한 번도 즉살효과가 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해가면서 ‘행운의 신’과 연계하여 사용했고 결국 매켄드라는 즉살에 녹아내렸다.
‘아직…… 정신 잃으면 안 돼.’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아까 김정현이 ‘파괴하는 주먹’처럼 멋있는 대사를 내뱉던 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나는 스트리머니까 김정현보다는 멋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모든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로서의 자유를 누리길 원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나와 관계된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필드를 누비기를 바랐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저만치 멀리 송하영 쪽을 바라보았다.
흑장미 연합의 지부 여럿이 매켄드라의 손에 박살 났었다.
마침 그게 좋은 명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약속했다. 나와 함께하는 전우들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그것은 엄숙한 서약이자 나의 다짐이었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송하영이 이쪽을 바라봐주었다.
나는 송하영의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잡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전우들의 자유와 권리가 위협받았다.”
나는 매켄드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늘 나는 그 맹세를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이후는 기억이 없었다.
아마도 나는 라칸에 몸을 기댄 채 기절해 버린 것 같았다.
* * *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
그들은 김철수가 갖게 된 새로운 능력, ‘즉살’에 대해 집중했다.
-즉살이라니, 미쳤다.
-개멋있네.
-매켄드라 개똥폼잡다가 끔살ㅋㅋㅋㅋㅋㅋㅋ
-즉살이 있을 줄이야ㅋㅋㅋㅋㅋ
-스트리머한테 즉살 능력이라니 밸붕 아님?
한마갤의 네임드 백과사전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해서 짧게 글을 남겼다.
[이건 단순한 즉살이 가져온 승리가 아니다. 이는 김철수의 철저한 셋업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투 과정을 통틀어 어마어마한 디테일이 있었다. 자세한 분석은 이후 다시 올리겠다.]
[-글 작성자: 백과사전]
그리고 지구인들은 차진혁의 연설(?)에 크게 감동 받았다.
-와ㅏㅏㅏㅏ 쩔었다
-흑장미연합을 위해서 매켄드라랑 싸운 거네?
-천사소녀가 저기 있는 게 당연한 거였다.
-미쳐 버렸다. 멋이 폭발했다. 오빠 나를 가져욧!(덜렁)
그리고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송하영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뭐야……?’
매켄드라와 차진혁이 언젠가 부딪칠 거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차진혁의 속내에 저런 마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를 위해서…… 저렇게 무리해 가면서 싸운 거야?’
어쩌면 차진혁은 도망칠 수도 있었다.
혹은 트리니티 클럽의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게 어쩌면 차진혁에게는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오늘 나는 그 맹세를 지켜야만 했다.”
송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러면…… 배신을 할 수가 없잖아.’
긴고아의 저주만 풀리면 언제든지 뒤통수를 치리라, 이성으로는 그렇게 항상 다짐해 왔었으나 그 다짐마저도 무너져 내렸다.
송하영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이렇게까지 생각했다고?’
이제는 정말로 ‘우리’가 된 것 같았다.
차진혁의 울타리 안에 함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서지아와 서지수도 희미하게 웃었다.
“이겼…… 다.”
스트리머 김철수는 타 서버 침략자와의 전투에서 또 승리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