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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89화 (18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89화

테르서박은 차진혁이 마련해 준 거처에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인 스왈로우 씨(삼키는 민어)와 교감하는 데에 모든 정성과 시간을 쏟았다.

그 각별한 노력과 구애(?) 끝에 테르서박은 스왈로우 씨와 간단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대화라고 보기에는 애매했고 테르서박이 스왈로우의 속마음이나 감정 등을 읽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그놈들이 아마도 블랙일 겁니다, 스왈로우 씨.”

테르서박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스왈로우 씨가 ‘시설’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고통의 경험과 감정들이 테르서박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가 지켜줄게요, 스왈로우 씨.”

그는 어항 속의 스왈로우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넣었다.

스왈로우는 그 마음을 이해하듯 검지손가락에 몸을 비볐다.

“아아, 사랑스러운 스왈로우 씨.”

검지손가락으로 스왈로우의 등 지느러미를 톡톡 건드려 애정을 표현해 주었다.

“그놈들이 자꾸 메스껍고 더러운 것을 먹였다는 것이군요, 스왈로우 씨.”

그것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다.

정체 모를 섬유질.

그것은 천사소녀 송하영과 연계하여 계속 연구 중이었다.

“오늘은 마침 천사소녀가 집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스왈로우 씨. 스왈로우 씨에게 좋은 소식이 좀 더 있으면 좋겠는데요.”

불쑥.

그의 그림자에서 사람이 튀어나와서 말했다.

“아직도 물고기에 미쳐 있는 거야?”

테르서박은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초인종은 장식이 아니다!”

“도적이 초인종 누르는 거 봤어?”

“이거 엄연한 주거침입이야.”

“칭찬 땡큐.”

송하영은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 모양새는 상당히 거칠었으나 신기하게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물고기한테는 그렇게 존대하면서 나한테는 반말하는 게 좀 어이없네.”

“물고기 아니고 스왈로우 씨라고 불러주면 좋겠군.”

“그래, 스왈로우 씨. 아무튼 우리 예상대로 스왈로우 씨와 블랙은 연관이 있고, 그 중에서도 종이술사 매켄드라와 관련이 있는 건 거의 확실해. 정체 모를 섬유질이 종이병정의 재료인 것도 맞고.”

참고로 송하영은 매켄드라를 혐오했다.

매켄드라가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송하영이 이끄는 흑장미 연합에도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송하영은 흑장미 연합의 무대를 전세계로 넓히려고 확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개고생을 하면서 지부 몇 개를 세워놨더니 매켄드라가 모조리 박살 내버렸다.

“그 변태 같은 새끼가 뭘 찾고 있는 건 틀림없어.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쳐. 근데 지가 못 찾는 걸 왜 우리 애들한테 화풀이냐고?”

매켄드라는 흑장미 연합의 지부를 벌써 세 개나 박살 냈고, 그 와중에 무려 수십 명의 해외파견 인력이 사망했다.

“정보를 찾으려면 곱게 찾든가, 다시 생각해도 개빡치네.”

“뒷담화하러 날 찾아온 거냐? 난 바쁘다.”

“3일 동안 집에만 있었으면서 뭘 바빠?”

“스왈로우 씨와 교감해야 해.”

“…….”

송하영은 쟤도 어지간히 미친놈이구나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뽑아낸 소화액은?”

“저기 있다.”

검은색 007 가방이 보였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냉동기능이 추가되어 있는 아티팩트였다.

그 안에는 채혈보틀(채혈통: 채취한 피를 담은 작고 기다란 형태의 통)같이 생긴 통들이 들어 있었는데 녹색 액체가 반씩 차 있었다.

테르서박은 이걸 ‘보석통’이라고 불렀다.

“뽑아내는 게 어렵지는 않디?”

“아니. 보석통을 가져다대면 스왈로우 씨가 알아서 소화액을 뱉어준다.”

테르서박은 시범을 보여주었다.

“와 이게 진짜 되네?”

“그래. 스왈로우 씨도 한결 편안해한다. 고맙다.”

“처음에는 어떤게 그렇게 야만적인 짓을 하냐면서 발광을 하더니.”

“그건 내가 스왈로우 씨를 잘 몰랐었으니까 그렇지.”

스왈로우는 끔찍한 고문 -계속해서 섬유질을 억지로 먹어야 했던- 의 부작용 때문에 소화액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병에 걸려 있었다.

이걸 주기적으로 정확한 양만큼 뽑아내는 것이 스왈로우에게 훨씬 좋았다.

“근데 이걸로 뭘 하려고?”

“매켄드라, 그새끼가 이 짓을 왜 했겠어?”

“매켄드라가 했다고 확신하는 거냐?”

테르서박도 화가 났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왈로우 씨에게 너무 잔혹한 짓을 한 놈이니까.

“어. 심정적으로는 100프로 확신해.”

“매켄드라가 왜 굳이?”

“이 소화액에 견딜 수 있는 종이병정을 만들고 싶었던 거겠지.”

송하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블랙 놈들이 스왈로우를 계속 찾고 있다고 했었지?”

“그래. 그러니까 내가 수호수 권역 안에서 몸 사리고 있지. 아주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왈로우 씨에게 바다도 보여주고 아름다운 호수도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다.”

“그래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아무튼 놈들이 스왈로우를 계속 찾고 있다는 건, 아직 이 소화액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거야.”

송하영은 기분 좋은듯 히죽 웃었다.

“이걸 연구하면 매켄드라를 엿먹일 수도 있다는 거지.”

* * *

며칠 전.

종로 3가에 위치한 상점 필드.

강화의 장인이자 외눈박이 거인 뮬리누스는 작은 보석을 들어 올렸다.

“해냈다.”

그 옆에서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남성 카트리나가 짝! 짝! 손뼉을 쳤다.

“해낼 줄 알았다니까.”

그들은 꽤 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무려 MK 재단에서 진행하는 아이템 개발 프로젝트였다.

송하영이 가져오는 정체 모를 원액을 정제하여 보석 형태로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였다.

카트리나가 활짝 웃으며 누군가를 반겼다.

“언니! 어서 오세요!”

무려 트리니티 클럽의 VIP.

전 우주를 통틀어 최고의 큰손이라 불리는 돈쭐이었다.

지구 이름은 미셸장.

현재는 MK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는 MK재단이 의뢰한 프로젝트였다.

“완성이 됐다는 얘기 들었어요. 곧 김철수 씨도 올 거니까 그때 자세한 얘기 나누죠.”

이윽고 차진혁과 송하영이 뮬리누스의 작업장 안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뮬리누스가 작은 보석을 차진혁에게 내밀었다.

“MK재단에서 의뢰하였던 [보물 보석]이다. 보물을 담은 보석이지. 독에 가까운 이것이 왜 보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원액을 제공한 테르서박이라는 자가 ‘보물’이라 부르길래 그렇게 이름을 붙이기는 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무기 형태의 아티팩트에 장착할 수 있는 버프 아이템 형식으로 제작했다. 카트리나의 도움이 컸어.”

카트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치맛자락을 붙잡고 가슴팍을 가린 뒤 조신하게 허리를 숙였다.

SVIP인 미셸장 앞이라 내숭을 많이 떨었다.

육감적이고 풍만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성답게, 가슴골(대흉근)이 웅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무슨 문제?”

“너희가 보물이라 부르는 이건 독이다. 원래도 독에 가까웠지만 정제 과정에서 독으로 설정되더군. 뭐든지 다 녹여 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들도 녹여 버리는 특수한 독이다. 인간의 살갗쯤은 모조리 녹여 버릴 수 있어. 이 작은 보석 안에 들어있는 미량의 액체가 성인남자 다섯쯤은 삼켜버릴 수 있을 정도다.”

“삼킨다는 어감이 꽤 좋네.”

삼키는 민어로부터 유래된 거니까.

차진혁이 히죽 웃는 사이, 뮬리누스가 말을 이었다.

“최대한 밀봉을 한다고 하기는 했는데, 일정량의 독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오래 보관하기가 힘들어. 안쪽에는 카트리나가 새겨넣은 결계식으로 어찌어찌…….”

“원리는 몰라도 돼. 아무튼 유통기한이 있다는 거지?”

“유, 유통기한?”

자신의 역작이 왠지 식료품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으나 유통기한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그래, 뭐, 유통기한이 지나면 이 보석자체가 녹아 버린다. 그리고 안에 담겨 있던 보물이 흘러내리겠지. 인벤토리만 망가지면 다행이고 보관자의 몸도 녹아 버릴 거다.”

차진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뮬리누스. 너는 나한테 한마갤을 알려줬었잖아. 치열맨 컨셉의 시초도 어떻게 보면 네가 초석을 다져준 거고.”

차진혁은 반사적으로 뮬리누스와 나눴던 첫 대화를 떠올렸다.

혹시 지금 이 내용도 나중에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미리미리 다 이미지 트레이닝 해둬야 했다.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를 몰라?”

“그게 뭔데?”

“그렇군. 컨셉의 연장선이군. 개썅마이웨이 컨셉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어. 시청자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스트리밍 외 다른 것은 일절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건가?”

차진혁은 인상을 찡그리고서 말을 이었다.

“그런 네가 내 방송을 안 본다고?”

“……뭐?”

“내 방송 봤으면 그런 말 못할 텐데. 나 불사조의 심장 먹은 거 모르냐?”

“…….”

뮬리누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방송시청이라는 건 취미의 영역이었다.

재미는 있지만 필수는 아닌 것.

“나랑 이렇게 거래하는데 구독과 좋아요는 필수지.”

“……그런 거냐?”

“당연하지.”

차진혁은 보물 보석을 들어 올린 뒤 머리 위에서 부쉈다.

보물 보석에 담겨 있던 미량의 보석(삼키는 민어의 소화액)이 졸졸 흘러내렸다.

뮬리누스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 미친놈아!!!”

오, 리액션 제대로네.

엘튜브 각이다.

“봐. 아무렇지도 않잖아. 사왕급 이하의 독에는 완전면역이다.”

미셸장이 짝! 짝! 박수쳤다.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만들었네요. 김철수 씨가 쓰기에도 좋아 보이고.”

만족한 미셸장은 품 안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두둑하게 무엇인가가 들어 있었다.

“세보지는 않았고 저금통 하나 가져왔어요. 처음 얘기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이 들어 있을 겁니다.”

미셸장은 차진혁을 바라보며 찡긋 윙크했다.

“재밌는 거 또 보여줘요, 김철수 씨. 제작된 영상도 재미있기는 한데 난 생방이 좋아. 알겠지요?”

“약속, 지키겠습니다.”

* * *

“약속, 지키겠습니다.”

방송 제목은 [정의구현]으로 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SSS급이 어쩌고 저쩌고, 뭐가 이래저래 우르릉 쾅쾅 하는 제목들이 유행이었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짧고 굵은 제목들이 유행이다.

나한테는 아주 잘 된 일이다.

방송을 열었고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참고로 미셸장에게는 따로 초대장을 보내놓은 상태여서 미셸장이 가장 먼저 입장했다.

매켄드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 무슨 약속?”

“너는 몰라도 돼.”

“흐흐흐, 입은 살았구나. 쫄지 않는 것이 아주 귀여워.”

“나는 첫 번째를 선택하겠다.”

“첫째. 저년들이 처참하게 찢겨 죽는 걸 먼저 구경한 다음 토막 나거나.”

내가 첫 번째를 선택하면 저 매변태(매켄드라 변태)가 놈은 서둥이들을 먼저 공격할 거다.

아주 잠깐이지만 서둥이 쪽으로 집중력이 분산될 거고.

그 틈을 노려 나는 라칸을 휘둘렀다.

후웅-!

라칸이 허공을 갈랐다.

확실히 놈의 본신 능력조차도 나보다는 훨씬 강했다.

나름대로 빈틈을 노리고 공격한 것이었는데 스치지도 못했다.

‘하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진짜로 얘를 공격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아주 약간의 틈만 벌려주면 되었다.

그럼 그사이, 송하영이 서둥이들을 구출해 낼 것이니까.

“아주 재미있는 수작질을 하네? 뭐, 좋아. 꿈틀거려야 밟아 죽이는 맛이 있지.”

놈은 놈대로 떠들어댔고 나는 내 나름대로 방송을 이어갔다.

송하영이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간략한 개연성을 부여해 주었다.

“운 좋게도 천사소녀가 여기 숨어 있었네요. 천사소녀는 저 매변태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상태고, 매변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이곳을 향해 매변태가 움직이자 천사소녀는 그를 쫓아 이곳에 온 것입니다.”

나는 화면을 확대하여 서둥이 쪽을 살폈다.

순간, 나는 치열하지 못해졌다.

‘보고 싶지는 않네.’

서둥이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저런 부상은 너무 익숙한 거고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보기 싫었다.

이상한 정신 공격에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나는 스트리머였고 다시 치열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서둥이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서둥이들을 결박했던 종이사슬은 풀렸으나 종이병정들이 여전히 서둥이들과 송하영을 포위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서둥이들이 도망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진짜 실패는 아니다.

저렇게 부상을 입은 둘을 데리고 저 종이병정들을 포위를 뚫고 도망칠 수 있다는 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그렇지만 천사소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지요.”

내 방송, ‘정의구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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