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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69화 (16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69화

올리베른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척 계획적이고 뛰어난 사람이었다.

미친놈을 연기하지만 머리는 누구보다 차갑다고 자부했다.

‘김철수는 베라클라프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 극적인 연출을 이끌어내고 반사효과를 사용하여 반전을 꾀하겠지. 나는 그걸 상대하기 위하여 페이론의 목걸이를 미리 착용하고 있는 거고.’

1차적으로 내가 페이론의 목걸이를 믿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중요한 건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이놈은 중계자의 시선이라는 아주 까다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어.’

아마도 내가 페이론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겠지.

올리베른은 거기까지 생각했다.

‘처음 나와 대치하는 그 순간이 중요하다. 놈이 나와 대화하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살펴야 해.’

올리베른은 김철수와 대화하는 한편, 영상 전문가이자 군주인 동료로부터 김철수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내용을 전달받았다.

-“실시간으로 편집된 부분이 존재해. 아마도 페이론의 목걸이를 읽어낸 모양이야. 교활하게도 그 부분은 편집했어.”

김철수는 페이론의 목걸이를 읽어내지 못한 척하고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그럼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김철수에게서 방심을 끌어내기 위하여 ‘다 알고 있었다!’를 외쳤다.

거기까지는 올리베른의 계획대로였다.

차진혁은 정말로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고 뒤통수로 은도끼를 받아냈으니까.

‘놈에게는 [여벌 목숨]이 존재해.’

그래서 ‘여벌 목숨’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미리 분석하고 통계자료를 만들었다.

‘다시 부활하고서 제정신을 차리는 데까지 평균 5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평균 5초.

정신력이 뛰어난 자들의 경우 평균 4초.

정신력이 매우 뛰어난 자들의 경우 평균 3초가량.

‘김철수는 정신력이 매우 강한 놈이니 2초로 생각하면 무리없겠지.’

그것도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 1초로 잡았다.

‘여벌목숨으로 되살아나봤자 의미 없다.’

1초면 금도끼를 세 번은 휘두를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올리베른의 계획이 망가져 버렸다.

‘뭐지?’

뒤통수에 은도끼를 정확하게 꽂았다.

그런데 김철수가 죽지 않았다.

“나 왜 안 죽어?”

뒤통수에서 피가 질질 흘렀으나 김철수는 죽지 않았다.

“이 새끼, 완벽하게 급소를 내줬는데 한방컷을 못 해?”

올리베른의 계획이 망가진 것처럼, 차진혁의 연출도 망해 버렸다.

사실 차진혁은 올리베른이 ‘페이론의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내다보고는 있었다.

이건 특별한 계산이 들어간 건 아니었고 그냥 감이었다.

솔직히 페이론의 목걸이를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어차피 상관없어서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날 죽였어야 할 거 아니냐!”

차진혁의 연출 계획은 이러했다.

1.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고 여벌목숨으로 버틴다.

2. 여벌목숨을 통해 극적으로 살아난 이후 반격을 취한다.

3. 자신의 계획을 예측한 올리베른이 반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4.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해내고 만다.

비전투계열 스트리머가 전투계열 도왕을 극복해 내는 서사를 구상해 온 상태.

그런데 이미 1에서 망해버렸다.

‘내 계획을 예측하면 뭐하냐? 이렇게 약한데?’

머리통이 쪼개지는 느낌은 있었는데 절명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피가 너무 많이 흘러내려 등이 축축해졌으나 정신은 또렷했다.

“너 같은 놈들 특징이 뭔지 아냐?”

올리베른이 금도끼를 휘둘렀으나 차진혁의 눈에는 그 경로가 훤히 다 보였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금도끼를 쉽사리 피해냈다.

“겉멋만 들어서 실속이 없다는 거다.”

차진혁은 이어지는 은도끼의 공격을 피해 가까이 접근한 후 올리베른의 발등을 찍었다.

오른 발등을 찍은 이후 곧바로 왼 발등을 찍었다.

올리베른이 금도끼와 은도끼를 휘두르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이후 올리베른이 비명을 지르며 금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으나, 이미 차진혁은 거리를 벌린 뒤였다.

“아까 같은 공격이었으면 내가 죽었어야 정상이지. 이 새끼 진짜 개빡치게 하네.”

방송이고 연출이고 너무 화가 나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가짜 광기로 무장한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심지어 겉멋만 들었다.

“퍼포먼스형 플레이어도 아닌데 겉멋이 들었어?”

차진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뒤져야지.”

* * *

한마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김철수가 광전사 완전 봐주고 있었넼ㅋㅋㅋ

-개털리눜ㅋㅋㅋㅋㅋ

광전사 올리베른은 김철수의 맹공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방송의 내용이 지나치게 잔혹하여 ‘19금’ 제한이 걸렸으나, 오히려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어우, 난 못 보겠다.

-치열좌 저렇게 빡친 거 처음 본다 개무섭누 ㄷㄷ

-저 정도면 둔기류 플레이어 중 최강 아님?

-미서버 도술계열 랭킹 1위가 저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줄이야.

화면 속 김철수를 더욱 분노하게 한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이건 뭐냐? 통신장치? 이딴 걸 차고 있었어? 왜? 방플(*방송 보며 플레이하는 행위)하게?”

올리베른의 귀 안에 감춰둔 통신장치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김철수는 극도로 분노했다.

-저러다 죽는 거 아님?

-이미 죽었을지도?

죽기 직전에 목재현과 차진솔이 나섰다.

목재현이 수목산성을 펼쳐 올리베른을 보호했고, 차진솔이 차진혁을 막아섰다.

“비켜.”

“지금은 아니라고 봐.”

차진혁은 차진솔의 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올리베른은 분명 차진혁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만약 내가 약했다면 나는 이미 죽었어. 근데 날 왜 막아?”

플레이란 게 원래 그렇다.

상대를 죽일 각오를 했다면 나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상대를 죽이려고 전투를 한다면 둘 중 하나는 죽는 게 맞다.

“너 설마 아직도 플레이에 제대로 적응 못했냐?”

그렇다면 무척 실망인데.

차진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진솔이 발끈했다.

“나를 뭐로 보고! 나도 저 근돼가 죽든 말든 알 바 아냐. 지가 먼저 남을 죽이려 했으니 죽어도 싸지.”

그 말에 차진혁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제야 좀 정상인다운 말을 하네.

“방송 생각해. 지금쯤 흑흑연합이랑 어벤저스 사단이 태권V 구했을걸?”

“……아.”

“진심 어린 사과 콘텐츠, 안 찍을 거야? 콘텐츠. 놓칠 거냐고!”

“…….”

차진혁은 순간 스스로를 반성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너무 화가 나서 콘텐츠를 잊고 말았다.

계획한 연출 일부가 어그러졌을 뿐, 아직 전체 서사는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직 멀었구나.’

실시간 편집을 해내서 좋아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러게. 생각이 짧았네. 미안하다.”

“오빠. 간절함이 좀 부족해진 거 같아.”

“반성할게.”

차진혁은 룰 브레이커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물었다.

“쟤, 근데 살릴 수…… 있는 거냐?”

피투성이가 된 올리베른은 이미 두 눈을 뜨고 혀를 내민 채 쓰러져 있었다.

숨도 쉬지 않고 있었는데 이미 죽은 사람 같았다.

“……살려는 볼게.”

자유의 성녀, 그 이름값이 드높아지는 순간이었다.

* * *

한국 서버를 대표하는 연합 중 하나인 ‘흑&흑 연합’은 미국 서버를 대표하는 연합 중 하나인 ‘어벤저스 사단’과 협력하여 태권V와 그 동료들을 구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에건 폴, “정의로운 일을 위하여 올리베른과 협력했던 것.”

에건 폴은 태권V를 구하기 위하여 일부러 올리베른과 접촉했고 올리베른의 모습을 송출해 주었다는 것을 밝혔다.

자유의 성녀가 일으킨 기적 덕택에 겨우 목숨을 구한 올리베른은 태권V앞에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태권V에게 용서받지 못했다. 올리베른은 전 어벤저스 사단 소속이었고, 현 흑장미연합 소속 암살자인 케일린에게 살해당했다.

이것은 꽤 큰 이슈가 되었다.

-광전사 변사체로 발견.

-결국 용서받지 못한 광전사?

-전문가들, 광전사의 시신에서 검은나비의 흔적 발견.

-검은나비는 현재 김철수 휘하 흑장미연합 소속으로 알려져.

-광전사를 죽인 자는 김철수인가?

여전히 사람이 사람을 살해한다는 것에 대한 찬반논쟁은 뜨거웠다.

이 세상이 미쳐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무슨 권리로 살해를 하느냐며 목소리를 드높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개념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별(星)’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평범한 9성 직업 주제에 치열좌한테 개겼눜ㅋㅋㅋ

-그치, 치열버스에서 9성은 너무 평범하지.

이로써 김철수를 비롯한 에건 폴 등, 세계를 선도하는 최상위급 플레이어들이 질서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퍼포먼스형 플레이어와 전투형 플레이어를 엄격히 구분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전투형 플레이어는 각기 다른 분야의 플레이어들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는 전투형 플레이어를 가장 높이 치켜세워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김철수라는 거대한 변수가 그 흐름을 바꿔냈다.

-김철수가 정립한 새로운 플레이 개념.

이것은 한때 유럽을 뜨겁게 달궜던 HARD 운동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은근히 비전투형 플레이어들을 무시하던 전투형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고, 그간 빛을 보지 못하던 비전투형 플레이어들이 조금 더 당당하게 플레이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분야의 플레이어들을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더 큰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얘기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방플’은 비겁하다는 생각도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했다.

-방플은 개노매너짘ㅋㅋㅋ

-쪽팔리게 방플이 뭐냐 방플잌ㅋ

-광전사 아니고 방플전사였눜ㅋㅋㅋㅋ

한편, 한마갤 네임드이자 김잘알TV의 편집자인 ‘김철수는신이시다’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했다.

[근데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줌? 김철수는 신화급 카드 사용 안 했음. 그러니까 이번에는 김철수가 힘을 숨김모드였음.]

┗헐 ㄹㅇ?

┗다시보기 봤는데 ㄹㅇ이네?

┗에이 설마. 썼겠지.

┗ㄴㄴ 방송 원본 보면 편집점 자체가 없음.

┗편집점은 그 목걸이 확인하는 그 부분밖에 없음. 신화급 카드 적용 아예 안 함.

김철수는신이시다.

강철은 어두운 방 모니터를 보며 낄낄거렸다.

[이제 내 닉 인정하냐 흑우들아.]

┗이새끼 컨셉 진자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틀린 말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

┗컨셉 아니고 광기인듯ㅋㅋㅋ

상당히 많은 수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리젠되었다.

[올리베른처럼 어중간하게 강한 새기들이 센 척 ㅈㄴ 하는 듯 ㅋㅋ]

[김철수처럼 진짜 강자는 오히려 티 안 냄 이거 진자임.]

진정 강한 자는 오히려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생성되었고, 그것은 전 세계 랭커들에게 꽤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랭커들이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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