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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56화 (15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56화

아탄나가 본 차진혁은 기이한 광기가 일렁거리는 인간이었다.

‘거슬리는군.’

그러나 지금 급한 것은 아들인 아톤의 상태였다.

아톤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능한 놈! 약초를 꺼내라”]

아탄나가 칸을 불렀으나 칸은 일어서지 못했다.

정신에 크게 타격을 받은 탓이었다.

신경질이 난 아탄나는 칸을 대충 집어 던진 뒤 아톤에게 다가갔다.

아톤은 연신 꺼억- 꺼억- 하고 트림을 하면서 뒤뚱뒤뚱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마약에 취한 용 같았다.

[“인간.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답하라.”]

“용이 저한테 대화를 걸고 있습니다. 저를 향한 압박감도 조금 줄어들었네요.”

아탄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웃어?’

인간이 싱글벙글 웃으며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처음 접하는 이 상황이 아탄나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내 아들이 무엇을 먹은 것이냐 물었다!”]

“신비를 먹었어.”

아탄나는 차진혁의 반말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지금은 아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근데 만져봐도 되냐? 뇌전이 일렁거리고 있는 게 짜릿짜릿할 거 같은데.”

아탄나는 용력을 끌어올려 건방진 인간을 압박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차진혁을 짓눌렀다.

차진혁의 숨이 거칠어지면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척 봐도 무척 괴로워 보였다.

[“무엇을 먹였느냐 물었다.”]

“어우, 좋아.”

아탄나가 보기에 차진혁은 미친놈이었다.

“좀 더.”

[“…….”]

“좀 더 강하게 해줘.”

이런 미친놈에게서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란 어려웠다.

[“거슬리는군.”]

그냥 죽이기로 했다.

눈에 거슬리는 건 죽이는 것이 뇌룡의 습성이었으니까.

그런데 차진혁이 중요한 말을 꺼냈다.

“신비, ‘광적인 집착’을 먹었어.”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차진혁 본인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것은 그의 진정한 능력인 ‘생존역량’이 발휘되었기 때문이었다.

[“뭐? 광적인 집착?”]

차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쩌면 뇌룡을 길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짜릿한 기대감이 척추를 관통했다.

“오, 그거, 아룡이 먹으면 안 되는 거였나 봐?”

아무리 강대한 존재여도 피붙이 앞에서는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정보 자체가 모두 ‘???’로 표시되었던 아탄나이건만, 지금은 아탄나의 상태가 읽혔다.

아탄나가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오염된 신비라니 #어떡하지 #시간이 없어 #방법이_없어]

어찌나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거대한 절망감이 차진혁의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왔다.

만약 제왕의 격이 없었다면 극도의 우울감과 공황에 빠져들었을 만큼 거대한 절망이었다.

“그녀는 분명 강대한 존재이나, 엄마는 처음인 모양입니다.”

아탄나는 차진혁의 말도 듣지 못했다.

초보 엄마 아탄나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하늘에서는 쉴 새 없이 뇌전이 쏟아졌고 뇌전에 얻어맞은 일대의 모든 것들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지고 있었다.

광활했던 숲이 평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얘가 진짜 마음먹고 공격하면 나는 한 방 컷이겠다.’

이 쫄깃한 긴장감이 무척 좋았다.

차진혁이 씨익 웃고서 말했다.

“방법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말하라.”]

“근데 그게 조금 방법이 싫을 수도 있거든.”

[“방법을 말하라.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마.”]

“내 방법이 좀 보기 힘들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나는 저 오염된 신비를 토해내게 만들 수 있어.”

물리적 교류를 통해서 말이야.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용언으로 약속해라. 내가 무엇을 하든 가만히 지켜보겠다고. 대신, 내가 당신 아들을 살려내지 못하면, 내 목숨을 거두어도 좋아.”

목숨을 거두어도 좋다는 그 말과 진심에, 아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지.”]

* * *

김잘알TV의 채팅이 폭주했다.

-뇌룡을 상대로 자기 목숨을 건다고?

-미친놈인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눜ㅋㅋㅋㅋㅋ

-뇌룡이 그렇게 강함???

-아르비스 최강자들이 수십 명 단위로 팀을 짜서 싸워도 승리를 장담 못 함. 세계관 최강자급임 ㅇㅇ.

-그런 뇌룡을 상대로 목숨을 걸었다고?

-치열맨의 진심 치열모드가 강림하셨다.

이건 컨셉 치열이 아니라 진심 치열이라는 여론이 득세했다.

왕유미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진혁 님에게 부족했던 건 단 하나였어.’

그녀가 보는 차진혁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딱 하나를 빼고.

‘위기감.’

차진혁에게서는 위기감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본래 영웅들에게는 온갖 위기가 몰려오기 마련이다.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영웅들에게서 빛이 난다.

-진심 치열모듴ㅋㅋㅋ 이건 ㄹㅇ이다.

-저러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누?

-잘못되면 주옥 되는 거지 뭘.

-하긴. 플레이어 디지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긴 함.

1인칭 시점.

차진혁은 무자비한 물리적 교류를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아탄나는 차진혁의 ‘길들이기(물리)’를 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미친놈이……! 내 아들을……!’

하늘에선 더욱 거세게 뇌전이 몰아쳤다.

이 근방을 모조리 덮었던 뇌운은 점차 그 크기를 키워 갔고, 중앙 숲 전체를 뒤덮었다.

숲의 모든 동식물이 숨을 죽이고, 나무들은 스스로 쪼그라들었다.

스칸노르비아의 절대자가 내뿜는 강대한 존재감 앞에 만물이 위축되었다.

이 가운데 위축되지 않은 생명체는 차진혁 한 명뿐이었다.

눈을 질끈 감은 아탄나의 두 눈 아래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용언으로 약속하였다.’

때문에 차진혁을 말리거나 할 수 없었다.

차진혁은 무척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들었다.

“용의 신체는 참으로 단단합니다!”

솔직히 말해 타격감이 좋았다.

이토록 단단한 생명체라니.

신남을 감추기 어려웠다.

“게다가 정신방벽이 상당히 굳건하네요! 제 길들이기를 모조리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차진혁은 자꾸만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가는 자신에 감탄하며 기뻐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단단한 정신방벽을 갖고 있는데, 고작 [광적인 집착] 정도에 오염될 수도 있구나!’

아무리 강한 힘을 갖고 있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아기 뇌룡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단단한 정신방벽을 지니고 있어도, 아기 뇌룡은 그걸 전혀 사용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아기 뇌룡의 몸속에 들어간 ‘광적인 집착’은 정신방벽을 잘 사용하고 있었고.

‘그래 봤자지.’

지금의 아기 뇌룡은 가진바 능력을 잘 활용하며 차진혁과 싸웠으나, 차진혁 또한 자신의 가진바 능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하였습니다.]

제발 실패해라!

실패했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하였습니다.]

제발 실패해라!

실패했다.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히죽 웃으며 숨 가쁜 격타를 이어갔다.

룰 브레이커의 손맛은 라칸과는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지금 치면 스킬 성공한다.’

말하자면 아기 뇌룡은 아주 훌륭한 연습 상대였다.

아기 뇌룡을 상대로 계속 연습하고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감이 왔다.

‘지금 쓰면 길들이기 성공하겠다.’

그래서 한 템포 쉬었다.

‘이제 사용하면 실패하겠네.’

[스킬, ‘길들이기(물리)’를 사용하였습니다.]

아기 뇌룡을 상대로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보고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길들이기(물리)’ 사용에 꽤 익숙해진 기분이었다.

‘슬슬 끝내보자.’

결국 차진혁은 아까 오수정크리스탈에게 그랬던 것처럼, ‘광적인 신비’를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숙련도가 많이 높아졌는지, 단순히 신비를 굴복시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아톤’을 길들이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아톤의 머리 위에 긴고아 형상의 고리가 생성되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것이 아톤의 머리 위에 씌워지는가 싶더니 그 크기가 점점 커져 온몸을 한 번 훑었다.

아톤의 몸을 훑은 황금빛 고리가 이내 번쩍! 빛을 토해내며 바스라졌다.

[‘테이밍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오.’

차진혁에게 그리 생소한 느낌은 아니었다.

‘황금 수호수와 정신적으로 연결된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그런데 그때, 어미 뇌룡 아탄나가 말했다.

[“인간. 그대의 계약을 파기하라.”]

* * *

와, 이거 진짜 장난 아니네.

나는 나도 모르게 복종할 뻔했다.

어미 뇌룡의 말에 담긴 권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용언을 썼나 봐.’

“응, 싫…….”

싫다고 하려고 했는데 어미 뇌룡이 말했다.

[“그 계약을 내가 계승하겠다.”]

아까만큼 강렬한 감정이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내 아들은 안 돼 #아들만큼은 #자유에는 비용이 따른다]

초보 엄마의 마음은 굉장히 간절했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게 되네?’

나로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이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공유하게 될 줄이야.

[“거부한다면.”]

순간, 눈알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뇌룡은 이 숲 전체를 지워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모든 생명체를 깡그리 죽여 버리고 장렬히 산화할 것이 분명했다.

자유를 빼앗긴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았다.

‘아니 이 무슨 자의식 과잉이야?’

내가 얘 데리고 뭘 한다고?

끽해봐야 탈것으로만 쓸 건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전문 테이머도 아니고, 내가 뇌룡의 힘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테르서박 정도 되는 테이머조차도 뇌룡을 다루는 것이 버겁다고 말했다.

긴고아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거부 안 해.”

나는 테르서박이 어떻게 성체인 뇌룡을 길들였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테르서박 또한 이 아기뇌룡을 먼저 길들였겠지.

그리고 그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어미 뇌룡이 그 계약을 계승했던 것 같다.

[“계약을 계승한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을 지닌 고리가 생성되었다.

그 고리 주변으로 뇌전이 일렁거렸다.

그 고리가 어미뇌룡의 몸을 뒤덮는가 싶더니, 번쩍! 빛이 터져 나왔다.

온 세상이 백색 빛으로 물들었다.

‘와, 눈머는 줄 알았네.’

한참 후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계약이 계승되었습니다.]

[뇌룡, ‘아탄나’와의 테이밍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알림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뇌룡, ‘아탄나’의 힘이 일부 전이됩니다.]

존재 자체로 너무나 강한 용이다 보니, 계약을 맺은 것만으로도 그 힘의 일부가 내게 전이되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레벨: 144]

순식간에 144레벨을 달성했다.

이런 폭업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나도 모르게 들떴다.

[대업적, ‘뇌룡 계약’이 달성되었습니다.]

[대업적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시겠습니까?]

에건 폴도 보고 있겠지 지금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내가 이 대업적을 달성하는 순간을.

보고 있냐, 에건 폴.

‘등록.’

순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초심을 잃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초심을 잠깐 잃어도 될 것 같았다.

어떻게 사람이 매일 초심을 지키며 산단 말인가.

그건 사람이 아니라 기계지.

딱 오늘만 초심 안 지키기로 했다.

[대업적, ‘뇌룡계약’이 명예의 전당에 등록되었습니다.]

내 첫 번째 명예의 전당 등록이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명예의 전당’이 해당 대업적을 심의/검토합니다.]

어,

이거 설마.

[‘명예의 전당’이 해당 대업적을 ‘경이로운 목록’에 헌정합니다.]

회귀 전, 검왕 시절에도 못했던 걸 결국 해냈다.

‘내가 이걸 했다고?’

알림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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