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55화 (15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55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아기 뇌룡은 애송이였다.

‘효과만 살벌하지 순 씨 없는 수박이네.’

레벨 132이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레벨 100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타고난 힘과 능력은 132에 해당하지만 그 힘을 하나도 못 끌어내는 느낌이었다.

아직 아기여서 그런 것 같기는 했다.

‘언제까지 공격 받아주지?’

그래도 번쩍거리는 효과 등이 제법 멋있어서 공격을 받아주고는 있는데 이것도 지루해질 참이었다.

‘근데 이렇게 약하다고?’

예전에는 뇌룡과 물리적으로 깊이 있게 교류해 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만났던 뇌룡은 테르서박과 함께하는 뇌룡이었고, 나와 싸울 일은 없었으니까.

‘정통으로 맞아보자.’

콰직!

일부러 아기 뇌룡이 뿜어내는 뇌전에도 한 번 맞아보았다.

‘실망이네.’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지만 파괴력만큼은 제일이라는 뇌전 원소계 공격이었건만 나한테는 조금 강한 정전기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불쾌할 뿐이지 딱히 몸에 무리가 오는 건 아니었다.

근데 내 뇌전 저항력이 이렇게 좋았나?

검왕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명상과 내적 탐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확한 건 명상을 통해 내 스스로를 탐구해 봐야 알 것 같다.

‘불사조의 심장이 관여하는 것 같은데.’

나는 불사조의 심장을 먹으면서 불사조급 이하 불에 대한 완전 면역을 획득했다.

‘여기에 먼치킨 특성이 가미되면서…… 다른 원소계 속성 저항력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이건 조금 더 연구를 해봐야 확실히 알 것 같았으나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뇌전 공격에도 상당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놔!!!”]

앙칼진 목소리였다.

“뭐야, 말을 할 수 있네?”

[“내놓으라고!!!”]

아주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으나 아기 뇌룡은 자신의 욕구를 열심히 피력하고 있었다.

‘길들이는 것에도 다 때와 장소가 있고 당근과 채찍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해야 한다고 그랬었지.’

뭔가에 미쳐 있는 상태에서는 테이머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했다.

물론 나는 테르서박처럼 훌륭한 테이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흉내는 내보기로 했다.

‘나가, 인마.’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후우우우- 하고 강하게 내뱉었다.

내 몸속에 똬리를 튼 신비 ‘광적인 집착’은 마치 끈끈이처럼 내게 달라붙으려 했으나 크게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길들이기(물리)’ 덕분인지, 길들인 대상에 대한 지배력이 상당했다.

허공에 녹색 문양이 생성되었다.

──────────

[광적인 집착]

──────────

“자. 먹을래?”

[“내놔!”]

나는 다재다능한 스트리머를 지향하고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었다.

[적의에 불타던 SSS급 아기 뇌룡이 지구 플레이어의 호의에 감격하고 감탄하게 된 사건은?]

* * *

-이제는 국뽕이 아니라 지구뽕이냨ㅋㅋㅋㅋㅋ

-지구뽕에 취한닼ㅋㅋㅋ 주모 여기 와인 한 병 추가욬ㅋㅋㅋㅋ

화면 속 아기 뇌룡은 녹색 문양을 이리저리 살펴보는가 싶더니 탐욕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맛있떠!”]

양손으로 문양을 붙잡더니 사탕처럼 쪽쪽 빨았다.

-ㅋㅋㅋ하다 하다 이젠 용의 먹방이라닠ㅋㅋㅋ

-근데 나름 귀엽지 않누?ㅋㅋ 나는 파충류가 귀엽더라

지구 서버의 유저들은 현 상황에 집중하며 키득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타 서버에서 오랜 시간 플레이를 접해왔던 유저들은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아기 뇌룡이 여기 있다는 건 어미도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임.

-ㅇㅇ 조심해야 함. 어미 뇌룡에게 걸리면 즉사임.

왕유미가 해당 정보들을 모아서 차진혁에게 비밀 메시지로 전달했다.

‘아, 어미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겠구나.’

차진혁은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먹을 걸로 꼬신 다음, 길들이기에 성공한다고 해도…… 어미가 나타나면 끝인데.’

어미 뇌룡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전무했다.

‘근데 길들이기는 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저 아까운 신비까지 -사실 별로 아깝지 않았지만 갑자기 아까워졌다- 내줬는데 길들이기에 실패하면 수지타산이 너무 안 맞지 않은가.

‘길들이기는 해야 하는데. 근데 길들이다 어미한테 걸리면 죽을 거고.’

그런데 그때 즈음,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힘을 보태려 왔도다, 두지!”

패스파인더(한세린)의 도발에 넘어간 두더지맨이 황급히 이곳을 찾아온 것이었다.

두더지맨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소형 와이번의 서식처를 알아다주면 되는 거겠지, 두지?”

“…….”

“내 호의를 거절할 필요 없어.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두지. 나는 그저 순수하게 김철수를 돕고 싶을 뿐이다, 두지!”

“나를 돕고 싶다고?”

“그렇다, 두지!”

차진혁은 열정에 불타오르는 두더지맨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그러면 그거 말고, 저 사람 좀 지구로 데려가서 치료해 줘.”

“저 미친 인간을, 두지?”

“이제 안 미쳤어. 신비에 잡아 먹혀서 잠시 돌았던 것뿐이야.”

만약 두더지맨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에 두더지맨이 나타나 줬으니 이 정도 배려는 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빌런인 줄 알고 그냥 죽였었는데.’

돌이켜보면 오수정크리스탈이 차진혁에게 무작정 달려들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던 빌런은 아니었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죽였던 것이 조금 신경 쓰였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반응도 뜨거웠다.

-이것이 지구 일짱의 여유이시다.

-진짜 강자는 약자에게는 너그럽네 ㄹㅇ

-존멋숨멎 개존잘, 오빠 나를 가져 핡핡 츄릅 (덜렁)

그러나 두더지맨은 약간 못마땅한 듯했다.

“하지만…….”

“나를 돕고 싶다며?”

“그, 그건 그렇지, 두지.”

“랭킹 1위의 위엄을 보여줘.”

“랭킹 1위?”

두더지맨은 자신의 랭킹을 확인해 보았다.

30분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자신이 랭킹 1위였다.

“그렇지, 나는 랭킹 1위지, 두지. 그렇다면 김철수. 너는 한국 최고의 길잡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두지?”

“숫자는 거짓말 안 해. 랭킹을 봐. 네가 1위야.”

“그럼 나는 김철수가 1위로 인정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두지?”

“랭킹 1위는 너다, 두더지맨.”

“후후후.”

두더지맨은 씩씩하게 걸어 쓰러진 오수정크리스탈을 업었다.

그리고서 차진혁을 향해(시청자들과 한세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정한 랭킹 1위, 두더지맨이셨다, 두지.”

그리고 두 개의 손가락으로 V를 만들었다.

“패스파인더는 2등이지, 두지.”

두더지맨은 으하하! 웃고서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차진혁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중계자의 시야로 하늘을 살펴보니 눈이 찌릿찌릿 아파왔다.

펑!

무언가가 터지는 것 같았다.

마치 과전류에 의해 전구가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우, 눈이야.’

쿠르르르-!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와, 숨쉬기 힘든데.’

차진혁은 직감했다.

‘이건 뇌룡의 기운.’

꽤 멀리에서 날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혀왔다.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져서 차진혁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구름이 소용돌이 형상으로 모여드는가 싶더니 거대한 뇌운이 형성되었다.

수백 가닥의 뇌전이 하늘에 번쩍거렸다.

“마나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물 속에 빠진 것 같기도 하고요.”

온몸의 신경이 바짝 긴장을 한 건지 몸이 삐걱거렸다.

차진혁은 손을 들어 올렸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떨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강대한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만이 느껴지네요.”

다시 한번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하여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컥!’

빛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심해에 빠져 가라앉는 것 같은 묵직함이 느껴졌다.

머릿속에 천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 * *

몇 분 전.

스칸노르비아의 위대한 지도자 칸은 누군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주인이시여.”

지구와 연결되면서 많은 신비를 찾아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안 한 것에 가까웠다.

그는 에건 폴 및 미국 정부와 모종의 계약을 맺었고, 스칸노르비아의 배고픈 주민들이 당분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너를 살려둔 것은 네가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 칸.”]

“알고 있습니다.”

[“쓸모있게 굴어라.”]

“반드시 질 좋은 신비를 많이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허락해 주십시오.”

칸이 위대한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뇌룡, 아탄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아탄나의 스칸노르비아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그런데 아탄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지?’

아탄나는 아룡인 아톤과 늘 정신적인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아룡인 아톤은 너무 연약했고 -어미의 기준에서- 많은 보호를 필요로 했으니까.

놀이터(스칸노르비아 중앙 숲)에 놀러 간 아이가 무언가 이상한 것으로부터 오염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탄나는 한 팔로 칸을 움켜쥐었다.

“지, 지배자이시여! 저, 저는 맛이 없습니다.”

아탄나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뇌전이 일렁거리며 주변에 돌개바람이 일었다.

[“속을 게워내는 약초를 지니고 있느냐?”]

“사, 사람이 쓰는 거라면 있습니다.”

[“그거면 된다.”]

아탄나의 육중한 몸체가 하늘에 붕- 떴다.

칸은 침을 꿀꺽 삼키며 땅을 내려다보았다.

‘노, 높아!’

겨우 날갯짓 한두 번이었으나 이미 구름에 닿았다.

아탄나는 빛살과도 빠른 속도로 중앙 숲을 향해 날았다.

멀리서부터 아들을 느낀 아탄나는 아들 주변에 불순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간?’

스칸노르비아의 인간은 아니었다.

최근 연결되었다던 지구의 인간인 것 같았다.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분노의 일갈을 내뱉었다.

그러고서 아차 싶었다.

너무 많은 용력이 방출된 것 같았다.

한낱 인간의 몸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거대한 존재감이 방출되었을 것이었다.

‘기절했나?’

참고로 손아귀에 잡혀 있던 칸은 이미 기절한 상태.

그런데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뇌룡이 나타났습니다. 엄청 거대합니다. 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뇌운을 일으킨 대상이 바로 저 뇌룡인 것 같습니다!”

겁을 상실한 인간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입니다. 뇌전이 제게 닿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저릿저릿합니다. 마치 뇌전으로 이루어진 바다에 풍덩 빠진 것 같다고나 할까요? 어떻게 이토록 압도적인 광경을 연출할 수 있는 걸까요? 세계의 종말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탄나의 눈에 비친 인간(차진혁)은 무척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0